경인일보 뉴스홈

사설

[사설]의정부경전철 판결로 철퇴맞은 민자사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민자사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은 16일 의정부경전철 전 사업자들이 의정부시를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소송에서 의정부시가 전 사업자들이 청구한 1천153억원과 연 12~15%의 이자인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무려 의정부시 1년 예산의 10%를 넘는 금액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전 사업자들이 원래 의정부시에 요구한 반환 투자금은 2천148억원이다.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감안해 절반가량만 반환소송을 낸 만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한 소송에 나설 것은 불문가지다.의정부시는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민간 사업자가 스스로 파산을 선고했는데, 투자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총 사업비 5천470억원을 의정부시와 민간 사업자가 각각 48%와 52%를 분담해 2012년 개통했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3천600억원대에 이르자 민간 사업자가 2017년 5월 파산을 신청한 뒤 투자금 반환소송을 낸 것이다. 만일 1심 판결이 확정되면 민간 사업자는 큰 손실 없이 사업을 정리하게 된다. 반면 의정부시는 최악의 경우 1년 예산의 20% 이상을 목돈으로 물어주는 것은 물론, 경전철 운영에 따른 적자를 계속 감수해야 할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의정부시 법률 대리인이 "이번 판결로 20∼40년 운영하기로 약속하고 건설해 시공 이익을 챙긴 뒤 막상 운영하다 장사가 안 되면 파산하고 투자금만 받아 가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이 눈에 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민자사업은 662개이다. 이 중 지자체가 매년 216억원과 400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용인 경전철과 김해 경전철은 세금먹는 하마로 유명세를 탄지 오래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민자사업을 원점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업 중단에 따른 민간 사업자의 책임을 묻기 힘든 민자사업 구조를 고쳐야 한다.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민간투자자 보호 조치가 오히려 민간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투자자들의 사업 책임성을 높여야 민자사업의 사전 타당성 검토로 정밀해질 수 있다. 손해가 뻔한 사업에 투자할 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세금으로 경영손실을 보전할 수 있고, 투자금까지 회수할 수 있으니 눈 먼 민자사업이 독버섯 처럼 번진 것이다.

[사설]뒤늦은 멧돼지 포획대책 마저 전시행정인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한 달 만에 야생멧돼지 포획작전이 시작됐다. 휴전선 일대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정부는 지난 13일 허둥지둥 야생 멧돼지 포획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혼선을 빚으면서 정부의 ASF 대응이 총체적인 불신을 사고 있다.국방부는 지난 16일 민·관·군 합동 멧돼지 포획팀이 연천군 일부 지역에서 ASF를 막기 위한 야생멧돼지 총기포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연천군 왕징면 강서리와 장남면에서 감염 돼지가 발견된 곳으로, 반경 5㎞ 내에 철책을 친 뒤에 총기를 사용해 멧돼지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당초 환경부는 ASF가 발생한 지역을 총기포획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다. 포획 시 발생하는 출혈, 엽견(사냥견)의 활동으로 오히려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신 발생지역에 포획틀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1년에 2마리 잡은 포획틀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하루 만에 총기 포획 결정으로 번복한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멧돼지 포획 계획마저 혼선을 빚은 것이다.우여곡절 끝에 총기포획을 시행하게 됐지만 일부 지역에 한정되고 나머지 지역은 포획틀·포획트랩을 고수해 논란은 여전하다. 발생지역에서 이뤄지는 총기포획 방식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시가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총기포획을 통해 17일까지 23마리를 포획했지만 시료채취 없이 전량 매몰처분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방역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파주 발견지점은 1차 발생농가와 인접하고 콩 등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인데다 연천지역 역시 지난 3차 감염 멧돼지 발견 지점과 인접한 곳이다.환경부는 서식지 별로 멧돼지 도주 가능 경로를 차단하면서 일제 포획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렵인 300~600명이 30일 가량 작업할 때 예산만 18억~36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선택하지 않았다. 전쟁 같은 포획 작전을 수행하면서 비용을 이유로 소극적이라면, 멧돼지 포획작전이 전시행정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 야생 멧돼지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활동반경이 오히려 더 넓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소중한 집돼지 수십만 마리를 매몰처분하고 있는데 정작 야생 멧돼지 포획 대책이 전시행정 수준에 머문다면 피해 농가를 비롯해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금리 인하만으로 경제 위기 극복할 수 있겠나

한국은행이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 7월 0.25% 인하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데 따른 선제 대응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큰 걱정이다.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애초 2.7%로 잡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1월), 2.5%(4월), 2.2%(7월)로 계속 낮춘 것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2%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로 주력산업인 반도체에 이미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주력품목인 철강과 자동차 등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 데다 글로벌 통상마찰이 확산, 교역량까지 줄며 제조업이 나락 속에 빠져들고 있다.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 저성장과 저물가가 장기화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걱정이다. 금리 인하 효과가 기업의 생산과 투자, 가계소비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해 투자와 소비, 고용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혁신투자를 할 수 있게 정부는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금리 인하가 엉뚱하게도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 등 각종 규제로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통화 정책 하나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되살릴 수는 없다. 경제운용의 틀을 재조정하고 우리가 처한 경제문제의 근본적인 처방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잘못된 정책을 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위기의 경고음을 경청해야 한다. 남의 탓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돌아볼 때다.

[사설]질타 소리만 요란했던 인천시 국감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 5월에 발생한 수돗물 사태에 대한 인천시의 부실대처에 대한 지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문제 제기는 예상된 일이지만 막연한 질타 수준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인천시 국감장에서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 붉은 수돗물 관련 질타를 쏟아내고 박남춘 인천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서는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으며 상수도사업행정 개선을 위한 혁신위원회 구성, 전자기록 관리 전수조사 등으로 수돗물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알맹이 없는 맹탕감사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칭찬 일색이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나온 언론 보도를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천시의 월미도 피해주민 귀향을 위한 제도적 지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의 성과를 주로 제시하면서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인천시 초동대처 실패, 탁도계 조작과 은폐 의혹 등 수돗물 사태와 주민참여예산제를 위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야당의 문제제기는 기존에 보도된 내용을 재언급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의 착오도 일부 드러나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선 7기 첫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이 부산의료원장의 조국 장관 자녀 장학금 지급 경위를 따지고 맹공을 준비하느라 타 지자체의 국감이 맹탕이 되었다는 뒷소문이 무성하다. 법사위도 아닌 국감장 곳곳이 '기승전, 조국', 이른바 조국대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과도한 정치공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가 국감에서도 다가온 총선을 의식하여 정략만 앞세우고 언론의 카메라만 의식한다면 국감무용론 앞에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정감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감사가 아니라 민생감사가 되어야 한다. 국감은 의회가 정부의 사무 처리가 일정한 규정이나 원칙에 따라 체계적·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살피는 감독권 행사이다. 또 국정감사를 받기 위한 관련서류 제출, 답변준비 등에 상당한 행정력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철저해야 한다.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는 그릇된 행정 관행을 개선할 수 없다. 선거를 의식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감사에 임해야 한다.

[사설]사람 잡는 악성댓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인기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악성댓글(악플)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25세에 불과한 전도 유망한 아이돌 스타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악플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고인은 자신이 악플에 시달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악플 극복을 주제로 한 방송프로그램 진행까지 맡았던 터라 더욱 충격적이다. 악플이 한 사람을 얼마나 집요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악플이 개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쳐온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과 의식전환은 전무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사회는 악플이 만연된 상태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유명인을 아무 근거 없이 비방하고 매도하고 모략하는 악플이 매일 매일 무차별적으로 유포된다. 악플러들의 인격살인 행위는 목적도, 의미도, 이익도 없이 이루어진다. 나 보다 잘난 사람을 향한 가학적 유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하는 개인은 심리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대응하면 더욱 가혹해지는 악플의 성격상 제대로 된 대응도 힘들다.악플의 폐해는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공동체를 파괴할 지경에 이르렀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진영간의 대립은 상대 진영의 유명인을 향한 악플로 더욱 악화됐다. 자기 진영의 주장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사 기자들 까지 악플 대상이 됐다. 실명과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성적비하와 욕설 등 대상자를 심리적 극한으로 몰아세우는 악플로 인해, 이념적 대립과 진영간 대결은 치유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악플이 우리 사회 공동체가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수습하는 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개인에게는 침묵의 살인자이자, 사회적으로는 공론의 소통을 막는 암적 존재가 된 악플에 대한 대책으로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 도입, 악플러에 대한 처벌 강화, 선플운동과 같은 의식개혁 운동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대책과 대안이 제시됐지만 실현된 것은 전무하다. 악플 제재와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가치와 충돌한다는 법리 때문이다. 하지만 자정을 기대하며 악플을 방치하기에는, 개인의 피해와 사회적 해악의 규모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헌법 가치와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악플로 부터 개인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확정할 때가 됐다.

[사설]1조원 '인천e음카드' 캐시백에 매몰되지 않아야

'인천e음카드' 결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이 지역화폐의 누적 결제액이 이달 중순 기준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누적 가입자 수도 89만 명에 이르렀다. 올해 전국에서 발행되는 지역화폐 총규모가 2조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그중 절반을 인천e음카드가 담당했다는 얘기다. 시는 결제액 1조원 돌파 시점을 올 연말쯤으로 예상했으나 훨씬 앞당겨진 셈이다. 시행과정에서 드러났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사행성 및 유흥업소 사용 등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8월 캐시백 한도를 낮추는 등 한차례 수술을 했음에도 인천시민들의 호응엔 변함이 없었다. 가입자 수가 피크를 기록했던 7월 결제액이 2천700억원이었는데 8월에도 2천500억원 규모를 유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이런 대성공의 요인은 누가 뭐라 해도 과감하고 즉각적인 '캐시백'이다. 10만원을 결제하면 1만원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돌려받는 구조니 열광하는 것이 당연하다. 종이상품권 형태를 탈피하고 모바일 플랫폼을 도입한 것도 적중했다. 실질적인 혜택과 함께 실용성과 편리성까지 갖추자 입소문을 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인천시가 독자적으로 내세운 정책 치고 이렇게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관심을 끌어 모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담당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지역화폐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인천시 관계자들을 칭찬하고 노고를 위로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앞서 7월의 사설을 통해서도 짚었듯이 캐시백이 지역화폐의 본질은 아니다.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지역화폐의 좀 더 가치 있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캐시백은 캐시백대로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는 한편 캐시백을 뛰어넘는 제2, 제3의 '의미 있는 가치'를 찾아내거나 창출해내야 한다. 뒤늦게나마 인천e음카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인천사랑상품권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첫 회의를 가졌다. 각계를 대표하는 이들이 모인 협의체이니만큼 지역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논의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캐시백에만 매몰되는 위원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인천e음카드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지금의 구조를 발전적으로 뛰어넘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화폐가 될 수 있다.

[사설]조국 사퇴, 두쪽 난 나라 치유할 정치력 발휘할 때

본인 및 가족의 사모펀드 개입 등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왔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사퇴했다. 조 장관은 14일 "검찰개혁이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필생의 사명이었고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면서 "이유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으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자신을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로 비유하며 사과했다. 늦었지만 민심에 부응한 결단으로 평가한다. 이제 조국을 둘러싸고 극단적 대립 양상을 보이던 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청와대는 물론 여야 모두에게 주어졌다.9월 9일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조국 일가에 숱한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고 우여곡절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비판과 의혹은 날로 증폭되어왔다. 한국사회에 조국 이슈는 블랙홀이 되었고, 급기야 국민들은 조국수호 대 조국퇴진으로 여론이 갈리면서 극한의 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급기야 윤석열 검찰총장과 청와대의 대립구도까지 형성되고, 국론은 둘로 쪼개지는 사태에 이르렀다.검찰개혁 대 반개혁의 설정, 검찰개혁을 조국수호와 등치시킨 무리한 구도는 여권을 지지하던 시민들의 이탈을 가져왔고, 임기 초 80%를 상회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민심과 대치했다. 물론 강고한 여권 지지층이 우군이지만 상식을 허무는 각종 의혹과 혐의들을 애써 외면한 집권당 의원들과 권력 핵심으로부터 민심은 서서히 이반됐다. 어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임기 시작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여권 핵심의 결정이 조국 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이제 조국 사태를 어떻게 추스르느냐는 문제가 남았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고, 검찰개혁과 패스트트랙 법안, 선거제 개혁 등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책무가 여야 정치권에 주어졌다. 뭐니뭐니해도 조국 장관을 무턱대고 비호하고 두둔한 집권당은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구하다는 유감 표명에 그치지 말고, 정치권과 함께 갈등을 통합으로 승화시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청와대와 여당 등 집권세력은 친문이라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하고, 민심을 거스르거나 상식을 무너뜨리는 인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사설]경기·인천 국회 국정감사 민생에 집중해야

오늘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인천시 국정감사를 벌이는 날이다. 18일에는 경기도청으로 이동해 국정감사를 벌인다. 국감은 국회가 상임위원회별로 국정 전반에 관해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기관은 물론 인천시와 경기도 등 특별시·광역시·도에 대한 감사도 이뤄진다. 지자체 감사 범위는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돼 있다.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단체장을 흠집 낼 목적으로 강하게 질타하거나 옹호성 발언으로 면죄부를 주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치적 의도로 단체장을 흔들거나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 국감과 관련해 '이재명 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해마다 국감철이 되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업무가 많아진다. 국회의원실이 요구한 자료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고, 국회의원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국감이 열리면 기존 언론 보도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여러 의원이 특정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는 등 지루할 때가 많다. 한마디로 '맹탕 국감'인 것이다. 단순 수치 비교로 지자체의 업무를 평가하기도 한다. 국감을 성실히 준비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허탈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는 더욱 그럴 수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최대 피해지역이다. 태풍 피해 복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경기도와 인천시가 국회 행안위에 국감 연기 또는 취소를 공식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국감은 여야가 특정 사안을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정례 행사가 아니다. 민생 현안을 챙기는 생산적 국감이 돼야 한다. ASF 차단과 태풍 피해 복구에 어려움은 없는지,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고압적 질의보다는 지자체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는 국감 말고도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충분히 감시·견제를 받고 있다.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중복되는 '지자체 국감'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 '지자체 국감 폐지·무용론'은 피감기관이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 등 국민이 바라는 것은 생산적 국감이다. 올해 인천시와 경기도 국감은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사설]돼지열병 한달만에 멧돼지 대책에 허둥대는 정부

방역당국이 정확한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토착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ASF 감염이 확진된 14차 연천농가는 집중방역대 밖 완충지대에 위치한데다, 인근 2차 발생 농가의 ASF 바이러스 잠복기가 지난 뒤에 감염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수평전파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잠복기가 지난 바이러스가 다시 출현하게 된 유력한 원인으로 야생 멧돼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 2마리와 12일 철원군 민통선 내 군부대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야생 멧돼지 2마리 모두 ASF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달 초 DMZ 안에서 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사실과 연관시켜 보면 북한에서 넘어 온 야생 멧돼지를 ASF 매개체로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만일 북한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ASF 매개체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멧돼지의 이동경로는 예측도 통제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를 기준으로 삼으면 이미 ASF가 강원도까지 확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인적이 드문 산악지역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데다 천적도 없는 멧돼지가 백두대간을 타고 ASF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철원·연천지역 일부를 야생 멧돼지에 의한 ASF 감염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총기사용 허가를 비롯해 멧돼지 포획을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한 것도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국방부도 이날부터 접경지역 주둔지·민통선 비무장지대 일대를 정밀 수색하고, 주기적인 예찰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하지만 지난달 17일 ASF 감염 확진농가가 최초로 나왔을 당시에도 북한발 멧돼지가 감염매개체로 거론됐던 점을 감안하면, 한달 가까이나 돼서야 민통선 멧돼지 관리대책을 내놓은 정부와 군당국의 대응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방부 장관은 야생 멧돼지의 월경(越境) 가능성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ASF 방역과 관련해 단 한건의 유의미한 남북 협력을 이뤄내지 못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멧돼지는 방치한 채 김포, 파주의 사육돼지 전량을 살처분했다. 정부의 뒤늦은 멧돼지 포획 대책은 ASF 확산사태와 관련해 인재 시비를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설]신분당선(주)가 정부에 승소한 손해배상 판결

민자사업자인 신분당선주식회사가 "낮은 운임 책정으로 손해를 봤다"며 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법원3부(주심·김재형 대법관)는 신분당선(주)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전고법은 신분당선(주)가 정부에 요구한 손실보상금 136억원 중 67억3천만원은 정부책임이라 판시했었다. 정부는 이자까지 총 83억원을 원고에 지급해야 한다.두산건설이 1대 주주인 신분당선(주)는 서울 강남과 수원 광교를 잇는 지하철을 완공해서 소유권을 국가에 넘기는 대신에 향후 30년간의 운임수입 등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기로 하고 2011년 10월말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공사비의 60% 정도만 민간자본이고 나머지 40%는 국비가 투입되었다. 기존의 광역버스나 지하철보다 평균 20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경기 동남부 주민들의 기대치를 높였다.그러나 갈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하철 운영 10년 만에 적자액이 무려 4천억원 이상이다. 요금이 턱없이 비쌈에도 항간에는 파산(?) 루머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신분당선은 일반 지하철과 달리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탓에 수도권 지하철 요금과는 달리 별도의 독립운임체계로 책정된다. 수도권 지하철의 경우 기본운임(10㎞ 이내)이 1천250원(교통카드)이나 신분당선은 2천250원이어서 이용자들은 '귀족노선'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이용객수가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신분당선 운영 첫해 예상 수요의 30%에 그쳤던 일 평균 이용객은 2016년 정자~광교 구간 개통 이후 40% 넘게 올랐지만 여전히 예상 수요의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신분당선은 이용객 수가 예상 이용객의 절반을 넘어야 정부가 최소운임보장(MRG)을 해줄 수 있어 그림의 떡인 것이다. 무임승차는 설상가상이다. 민자사업이라 국비지원이 안 되는 공짜손님 비율이 무려 16% 이상이다.사업주체를 불문하고 신분당선이 광역철도사업인 만큼 일반 지하철과의 형평성 담보는 당연하다. 요금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정부의 보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여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영향 받을 전망이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포퓰리즘 정치가 화근이다.

더보기
나도기자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