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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혐오를 넘어선 정확한 코로나19 보도를 기대한다

[월요논단]혐오를 넘어선 정확한 코로나19 보도를 기대한다

이미 세계로 번진 '위험의 일상화'일부언론 메르스의 교훈 잊었는지대응력 부족하면 비판 마땅하지만확인안된 허위정보 인터넷등 전파中혐오·근거없는 정부비판도 문제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29명 중 9명이 완치되어 격리 해제됐다. 16일 29번째 확진자가 발생했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지역사회 유행이 진행됐고 일본도 의심받고 있다. 2015년 5월 20일부터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최대 유행지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해 12월 23일 상황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 대응은 심각하게 부실했다. 위기상황에서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신종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데도 정부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와 일부 언론은 확진자 이동경로와 관련 병원 정보를 공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중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 발행된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백서-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감염됐고 감염자 중 의료기관 종사자는 13.4%였다. 감염자의 역학조사와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의 메시지는 실제 상황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2018년 8월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시스템으로 신속 대응한 바 있다. '2018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본부백서'에 따르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메르스 팩트체크 Q&A가 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지난 신종 감염증 사태의 경험을 잃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19를 정부 비판의 계기로만 인식하는 것 같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비판하다가 일본 정부의 크루즈 봉쇄를 칭찬한 어떤 신문 사설은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도 일부 언론은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고 쓰고 있다. 가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같이 써주기도 하지만 왜 그러는지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렸던 것은 중국에 저자세라거나 반중 정서 차단 차원이 아니라 WHO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친중파 정부가 중국의 책임을 덜기 위해서 명칭을 변경'했다는 프레임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명을 병명에 붙이는 일은 편견만 낳을 뿐이다.코로나19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코로나19 정보통제가 이를 가중 시켜 허위정보를 양산시킨 책임이 크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유튜브 영상을 일부 언론이 그대로 전달했다가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속보의 욕망을 자제하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팩트체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산·진천의 중국 우한 교민 임시시설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와 사생활 침해보도도 문제였다. 부정확하고 오해를 일으키는 보도는 계속됐다. 중국을 방문한 뒤 수원에서 뇌졸중으로 숨진 40대 남성에 대한 기사를 일부 언론이 인용보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뉴스통신사 등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기사제목을 써서 문제가 됐다. 2월13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SNS를 통해 '수원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 사망사건 파악 중'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서는 우리 시민들이 자칫 동요할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하여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적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은 첫 번째 준칙으로 '감염병 보도의 정확성'을 강조한다. "감염병 보도는 현재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 혐오와 편견을 뛰어 넘는 언론보도가 필요하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수적천석(水滴穿石)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 합치면 큰 힘 발휘하듯인생 여정서 수많은 시련 닥쳐도담대히 헤쳐나갈 수 있어'코로나19' 감염증 사태도온 국민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수적천석(水滴穿石)은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물방울은 얼핏 보면 하찮아 보인다. 미미한 이미지로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물방울이 합쳐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무엇이든 협동하면 이룰 수 없는 게 없다. 임재범이 부른 '초인'(작사: 이경, 작곡: 백경원·박기덕)의 노랫말은 인생의 기승전결을 수적천석의 과정으로 절묘하게 풀어낸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는 게 참 그래/뜻대로 참 안 돼/다 된 듯하다 가도/밑바닥 그 끝에 떨어져/또 허덕이지'. 주지하다시피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다. 뜻하는 일이 모두 성취된 듯 보여도 유약한 물방울처럼 갑자기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는 게 참 그래'라고 주장하는 화자의 푸념 섞인 말에 수긍이 간다. 이렇게 곤비한 삶에 지쳐 실망과 좌절에 빠져도 오뚝이처럼 '또 일어나/마음을 추슬러/이를 악 물고/두 주먹 꽉' 쥐며 미래의 소망을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지 삶의 고난 행군에 마냥 울고 슬퍼할 수만 없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화자는 그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첫째, '나를' 사랑하고 '내 아픔을' 사랑하고 '나를' 용서하고 '미움도' 용서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타인과 비교하는 잘못된 습성이 있다. 만약 다른 사람과 비교 열위에 빠지면 삶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생한 자신의 쓰라린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심지어 이렇게 피폐해진 자신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특히 자신의 미움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긍정적 태도로 이렇게 말한다. '난 나를 사랑해/내 아픔을 사랑해/…/난 나를 용서해/ 내 미움도 용서해/두려운 세상도/난 문제없어'. 둘째, '너를' 사랑하고 '니 눈물을'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니 슬픔도' 이해하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게 말같이 쉽지 않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상대방을 사랑하기는 훨씬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흘리는 차가운 '눈물'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안다면 그는 진실한 연인임에 틀림없다. 더 나아가 연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연인의 무거운 '슬픔'까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깊은 내면으로부터 긍정적인 고백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난 너를 사랑해/니 눈물을 사랑해/눈물 없다면 그건 삶이 아냐/난 너를 이해해/ 니 슬픔도 이해해/고달픈 세상/늘 너와 함께해'.사람은 인생 여정에서 수많은 시련에 마주친다. 그렇게 다가온 고난을 담대히 앞으로 헤쳐 나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다. 만약 그 시련이 마치 물방울처럼 멀리 튕겨져 흩어질 정도로 너무 혹독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자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그 어떤 시련도 피할 수 없다면/차라리 즐기면 돼'. 어려움을 도저히 회피하기 힘들다면 오히려 어떠한 형태로든 즐기면 된다. 그러면 흩어진 물방울이 모여 돌을 뚫는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는 생전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야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생도 '끝나야 끝인 거야'라고 곡명 '초인'에서 언급한 화자의 말은 영혼의 울림과 떨림이 크다. 아무도 인생의 '그 끝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너'와 '나'처럼 물방울 같은 미약한 존재가 이제 하나가 되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되면 광활한 우주에 놓인 어떠한 장벽도 허무는 수적천석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온 국민이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참성단]소매업의 종말

[참성단]소매업의 종말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주 연방 법원은 운영자금 부족으로 파산을 신청한 '포에버 21' 매각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 9월 파산신청 한 지 5개월 만이다. '포에버 21'은 1984년 무일푼의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창업해 미 교포들 사이에선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던 유명 의류회사다. 한때 세계 57개국에 8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질 정도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만큼 성장했다. 2015년 매출이 44억 달러(약 5조 2천억 원)로 자라·H&M 등 세계적 브랜드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회사가 단돈 8천만 달러(1천억 원)에 넘어간 것이다.'포에버 21'의 실패원인은 방만한 경영, 유사업체와의 경쟁 등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신규업체의 온라인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내에서 온라인 공세에 밀려 폐업한 오프라인 매장은 한둘이 아니다. 125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시어스, 100년 역사의 바니스 뉴욕도 영업을 중단했다. 미국 최대 완구점인 토이저러스, 저가 신발 유통업체 페이리스 슈소스, 아동의류 전문점 짐보리 등도 폐업에 동참했다. 이를 두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공교롭게도 '포에버 21'이 파산신청을 냈던 지난해 9월 중소기업연구원이 '온라인 거래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보고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도 급변하는 유통환경을 고려해 온라인 쇼핑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통업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규정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롯데쇼핑이 2~3년 이내에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 중 200여 곳을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게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오프라인 시장에 머무른 게 롯데의 실적악화를 불렀다. 매장이 문을 닫으면 수천명의 일자리도 사라질 전망이다. 롯데의 이런 결정이 유통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불안한 징후가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 이영재 주필

[기고]봉준호의 `기생충` 성공, 전략공천과 경선의 관계

[기고]봉준호의 '기생충' 성공, 전략공천과 경선의 관계

정치는 생물… 반드시 지역정서 고려해야낙하산 인물로 전략공천 특정지역선 '필패'민주당 '경선→공천→선거' 공정절차 필요의정부갑 조속한 시일내 경선지 전환시켜야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려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한 '기생충' 성공의 요인은 프로듀서(제작자)와 감독의 상생에 있다. 프로듀서의 논리, 즉 돈벌이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면 봉준호 감독은 잘못된 시대적 정서를 파악함으로써 관객의 정서를 자극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거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것이라면 '전략공천'은 제작자의 입장이고 '경선'은 지역정서를 감안한 즉, 감독인 지역 주민이 지역주민의 정서를 고려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공학적으로 낙하산 인물을 전략공천하게 되면 특정 지역은 필패하게 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는 정치공학이 아닌 지역정서를 고려한 인물을 반드시 민주적 절차(경선→공천→선거)를 거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지역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지역정치는 생태학적으로 지역공동체적 환경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즉,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형태의 집단과 문화인류학적 공동체와의 정서적 교감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국회의원 선출은 국민의 정서를 넘어서 지역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의정부갑의 지역정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아닌 보수가 강한 지역이고 이를 문희상 국회의장이 2번의 도전 실패, 6번의 성공을 통해 민주당의 깃발을 세운 곳이다. 이것이 지역생태이고 지역정서이다.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역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의(justice)에 대한 생각을 통해서 역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절차적 정의에서 그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로버트 노직(Rovert Nozick)은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 어떤 절차를 거쳐서 지금까지 왔느냐 이지 지금 현재 어떤 상태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의미는 "네가 지금 유력한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네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이 자리에 오게 되었나"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둘째, 롤즈(Rawls)의 순수절차적 정의(pure procedural justice)는 어떤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일이 진행되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은 정의롭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공정한 절차는 '경선→공천→선거'이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 경선처럼 경선은 축제이고 당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전략공천지로 지목한 의정부갑 지역을 자유로운 경선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후보경쟁력이 전혀 없거나 지원자가 없는 등 제한된 경우에 한해서만 전략공천을 실시하겠다"라고 했다. 필자는 이 문장에서 "후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지원자가 있다면 전략공천을 하지 않고 경선을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의정부갑에는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후보자가 있었으며 지역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프레임으로 족쇄를 채워놓았다. 또한 여러 후보자(지원자)가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따라서 "후보 경쟁력이 없거나 전혀 지원자가 없거나"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지를 발표하면서 단서 조항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필요한 경우 후보를 공모해서 경선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정부갑 지역은 조속한 시일 내 경선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선거를 60여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경선지역으로 발표해서 그간 손 놓았던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한다./김정겸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김정겸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오늘의 창]주황과 오렌지

[오늘의 창]주황과 오렌지

"주황색 가로채기" "우리는 오렌지색, 조금 더 비비드하다"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주,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일 중 하나는 때아닌 '색깔론'이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현재는 국민의당)이 당의 상징색을 주황색으로 정했는데, 이를 수년간 사용해오던 민중당에서 색이 겹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중당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을 비난하며 포기를 종용했지만, 국민의당은 "색에는 소유권이 없다. 색도 조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주황색은 3년 전에도 '색깔론'의 중심에 있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당색인 파란색을 앞세운 경선 후보들 틈새에서 지금은 경기도지사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황색 어깨띠를 두른 채 선 것이다. 주황색이 민중당의 전신인 민중연합당의 상징색이었기에 이 지사가 해당 정당과 손을 잡았다는 억측마저 제기됐다. '색깔론'에 이 지사 측은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대선 부정선거를 시민들이 바로 잡은 '오렌지 혁명'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렌지 혁명처럼 해묵은 권위주의와 적폐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주황색에 담은 것"이라는 게 당시 이 지사 측 설명이었다.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의도 정가가 한층 복잡다단해졌다. 색깔 논쟁에도 불구하고 주황색을 앞세운 국민의당은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고 빨강(자유한국당)은 밀레니얼핑크(미래통합당)로 재탄생한다. 녹색(옛 국민의당)과 하늘색(바른정당)을 더해 탄생한 민트색(바른미래당)은 총선을 앞두고 연두색(민주평화당)·진녹색(대안신당)과 하나 되는 모습이다.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느 색에도 기울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총선이 그들만의 색깔 다툼을 넘어 시민의 힘으로 낡은 것을 바꾸는 오렌지 혁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전망은 아직 회색이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풍경이 있는 에세이]혐오라는 바이러스

[풍경이 있는 에세이]혐오라는 바이러스

누군가를 증오하면 증오로 '부메랑'중국에서 '코로나19' 시작됐지만중국인 자체가 바이러스는 아냐역지사지만이 피해 막는 지름길이해와 관용으로 극복해 나가야엊그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네 개 부문을 휩쓸었다. 비영어권 영화가 하나 받기도 어려웠던 전례를 깬,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찬사는 물론 봉 감독의 수상 소감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유머러스하게 소감을 말했다. 그런데 남이 잘 되는 걸 못 보는 놀부 심보는 어디에나 있는지, 그의 어투에 딴죽을 거는 어느 미국인의 SNS 포스팅이 알려져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 미국인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는 말투가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썼다. 대부분 언론이 봉 감독의 재치에 열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적대적 태도이다.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의식은 뿌리 깊이 박혀있다 어떤 계기가 되면 슬그머니 머리를 들곤 한다. 꽤 오래전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창작 프로그램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지역 주민이 여는 환영 파티에 나를 포함해 각국에서 온 작가 이십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를 초대한 주민 중에는 중국계 미국인도 있어, 나는 같은 동양인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반가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나이 지긋한 그 부인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마치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듯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섰다. 백인으로부터 평생 받았을 인종차별을, 자기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한국인에게 분풀이로 퍼붓는 순간이었다.이런 혐오는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퍼져가고 있다. 현재로선 언제 이 역병이 수그러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듯하다. 각국의 대응이 조금씩 달라, 어떤 나라는 중국인 입국을 전면 통제하는가 하면 어떤 나라는 선별적으로 허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막지는 않고, 대신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나름 최선의 방역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SNS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한 젊은이가 중국인을 멸시하는 글귀와 대통령을 '재앙'이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일인시위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하지만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한 미국인의 억지 주장에 봉 감독이 말투를 바꿀 리도 없고, 한국인이 갑자기 모두 영어를 잘 하려고 노력할 리도 없다. 오히려 그 '영어 중심주의'에 우리가 분개할 뿐이다. 또 그 중국계 미국인의 한국인 멸시가 중국이 한국보다 우월하다는 표시이거나 자신이 백인 그룹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될 리가 없다. 우리가 소위 '중화주의'에 더 반감을 느낄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입장을 바꿔 지금 우리가 중국인을 '더러운 바이러스'라고 부른다고 해서 중국인이 한국을 깨끗한 나라로 동경할 리가 없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혐오는 혐오로 되돌아올 뿐이다.누군가를 싫어한다면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영어만 쓰라고 주장한 사람이 한국에 온다면 그는 한국어를 사용할까? 우리도 그에게 "너도 한국에 왔으니 한국어만 쓰라"고 요구한다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그 노부인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인종차별을 당해온 사람들, 예컨대 히스패닉계나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멸시한다면 그 역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는 것 아닐까? 언제든 처지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를 혐오하는 건 자신을 '혐오의 바이러스'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었지만, 중국인 자체가 바이러스는 아니다. 더구나 SNS상의 그 시위꾼이 목적하는 바, 현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비판이 아닌)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현실적으로 중국을 봉쇄했을 때 더 큰 손해를 누가 볼 것인지는 대충 계산을 해도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만이 혐오라는 바이러스를 막는 지름길이다. 쉽게 전염되는 혐오 바이러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내가 그 혐오의 대상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해와 관용은 저절로 생겨난다./정한용 시인정한용 시인

[기고]고3 학생 선거참여, 경기교육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기고]고3 학생 선거참여, 경기교육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교사, 특정 결론 강요해선 안돼자신만의 정치적 견해 갖도록선거행위 실현 방법 가르쳐야'한국식 보이텔스바흐 합의' 실천진정한 민주시민 교육 필요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는 민주국가에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표출하는 주된 통로이다. 그런 점에서 인류 역사의 민주화는 참정권의 확대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계층과 성별에 따른 투표권의 차별을 이제 선거연령 확대로 보다 민주화의 외연을 확대하였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4월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고 3학생인 만 18세 청년들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되었다. 전국적으로 학생유권자는 약 14만 명으로 예상되고, 경기도는 약 3만5천 명의 학생들이 새로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선거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OECD 가입국 36곳 중 33개국의 선거권 연령 기준이 만 18세 이상이다. 나머지 세 나라 중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는 각각 16세 이상, 17세 이상으로 한국만 만 19세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은 때늦은 감이 있다.선거권 연령 하향 및 정치참여 확대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을 연계한 참정권교육 자료, 창의적 체험활동, 토론중심 참정권 교육, 선거 및 정치교육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여 학생 참정권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참정권 교육 강화뿐만 아니라 공교육 현장에서 정치 편향 없는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선거를 통한 시민의 권리 행사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헌법에 제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준거로 고교생의 선거참여가 내포한 법리적, 철학적, 현실적 문제에 대한 다각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지금 청소년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익숙한 세대이나 한편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미디어로 전달되는 내용에 대한 이해 및 비판적 분석,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자율적인 시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1976년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하는 서독의 교육학자들이 모여 만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정치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교사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학생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 학생들도 미디어를 접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어떤 논쟁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으므로 정보를 가능한 모으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학생들도 사회구성원임을 자각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행위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를 가르친다. 우리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학교에서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선거권 연령 하향에 따라 고3 학생도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이끌고,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치 관련 내용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포함하는 '경기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를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고3 학생들의 선거참여를 계기로 교실에서 '한국식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실천함으로써 학생의 주권을 지키고, 민주적 시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진짜 민주시민교육에 경기교육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장대석 경기도의원(제1교육위원회·시흥2)장대석 경기도의원(제1교육위원회·시흥2)

[참성단]연주가와 악기

[참성단]연주가와 악기

50세에 요절한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병균을 옮거나, 손가락이 다칠까 봐 아무하고나 악수를 하지 않았다. 피아노 선택도 까다로웠다. '굴드의 피아노'의 저자 케이티 헤프너는 '굴드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빛을 쏟아내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찾아 헤맸다'고 적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타인웨이앤드선스의 'CD 318'을 만났다. 굴드는 이 피아노를 자신의 손에 익숙하게 길들이는 데 7년이 걸렸다.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피아노 들고 다니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해외 공연마다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물론, 전속 조율사까지 대동하는 '지구 최강의 까다로운 연주자'로 통한다. 2006년 미국 카네기홀 연주를 위해 뉴욕 JFK공항에 입국하려다 피아노를 폭발물로 의심한 세관의 착각으로 피아노가 심하게 부서지는 '사고'를 겪은 후, 피아노를 직접 분해한 뒤 현지에서 조립하고 조율까지 하며 사용했다. 이 모두 무결점에 가까운 연주를 선보이고 싶은 연주가들의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연주가가 그런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960년대를 풍미했던 '현대의 리스트'라 불리던 리히테르는 달랐다. 71세였던 1986년 그는 홀로 자동차를 몰고 당시 레닌그라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역사적인 대륙 횡단 연주회를 가졌다. 작은 도시, 시골 마을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낡고 조율이 덜 된 피아노에서 감동의 선율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연주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자타가 공인하는 21세기 최고의 바흐 연주가인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가 레코딩할 때 늘 사용하던 '파치올리 피아노'가 운반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뜨려 완전히 파손돼 그녀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는 소식이 요즘 클래식계의 화제다. 이탈리아 명가 파치올리가 제작한 F278로 페달이 네 개나 달린 세상에 단 한대 밖에 없는 피아노다. 악기는 연주가에게 육체의 연장이다. 좋은 악기에서는 좋은 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좋은 악기를 연주한다고 모두 좋은 연주가는 아니다. 볼품없는 악기도 연주가를 잘 만나면 명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주차 런던에 들렀다가 템즈 강가에서 거지 노인의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했다는 파가니니나 허름한 피아노로 10명의 관객 앞에서 연주한 리히테르가 그런 경우다. /이영재 주필

[춘추칼럼]학교, 부모,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춘추칼럼]학교, 부모,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다양한 계기 통해 통일미래 희망 심어줘야 기성세대들 '비용·갈등' 부정적 인식 개선항구적 평화 구축 점진적 통합 추구 바람직이산가족 방문·민간교류땐 더할 나위 없어지난 11일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일이 필요한가'에 대한 우리나라 초중고 청소년들의 대답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55.5%라고 한다. 10명이면 절반 정도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할 대상인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청소년들의 대략 60%가 전쟁, 군사, 독재 등 과거 남북 대결구조 속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다.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43.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중도 35.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그렇듯이 이러한 수치들은 그해 그해의 남북관계 상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에는 훨씬 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결과가 조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생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필자로서는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초중고 청소년들이 앞으로 통일미래시대를 열어나가는 세대라고 볼 때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희망적인 사고를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국영수 문제풀이와 입시에 바쁜 우리 청소년들이 그나마 도덕이나 별도의 체험을 통해 통일문제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계기를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통일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한편으로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 부모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지인은 어린 손주가 "통일을 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데요"라는 말을 하기에 누구에게 들었냐고 물었더니 엄마 아빠에게 들었다고 해서 좀 놀랐다고 했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 치열한 입시와 높은 취업문 속에서 처절한 경쟁을 경험한 젊은 부모 세대들은 통일이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자녀 세대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들은 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앞둔 자녀들의 인식에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이나 탈북자들도 동등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통일문제가 더 이상 당위가 아닌 개개인의 현실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다양한 체험활동 제공, 적절한 자료뿐 아니라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의식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통일'이라는 이미지가 통일비용(10.9%)이나 사회갈등(10.6%)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평화와 화합(34.0%)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표출된 것은 그동안의 평화 유지노력 덕분이다. 당장의 통일이 어려운 현실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항구적인 평화상태를 구축하고 점진적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핵 없는 평화구조를 정착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현재 북미협상이 교착국면이지만 남북관계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면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북제재와는 별개로 우리 국민들의 개별관광이 실현된다면 남북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우선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 허용되고 나아가 지난 금강산관광처럼 민간교류의 하나로서 남북관광교류가 실현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산 통일교육의 장은 없을 것이다. 통일 전 동서독도 동방정책 이후 동서독 청소년 교류도 전개하였다. 일전에 만난 독일 학자는 전범국이자 분단국이었던 동서독이 자신들의 통일염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없었지만 교류를 통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통일은 남녀노소, 남북을 구분할 것 없이 전체 민족의 단합된 염원의 결집으로 나타나야 한다. 북한이 조속히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남북이 생명공동체로서 공존 공영하는 틀을 만들 때 가능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노트북]기차를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다면

[노트북]기차를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다면

"기차는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는것 같다."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에서 선거권을 얻은 인천의 한 청소년이 내뱉은 말이다. 경인일보는 선거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이 궁금해 선거권을 갖게 된 청소년 5명을 초대해 작은 좌담회를 열었다. 만 18세면 일부는 고3이거나 대학 신입생이다.학생들을 만나기 전 무슨 질문을 할지 고민하면서 선거권을 얻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을 학생들을 상상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반응은 냉랭했다.입시에만 치우쳐 있는 고3 학생에게 어떠한 교육이나 사전지식 없이 갑자기 선거권만 준 것을 두고 "너무 준비가 안됐다"고 했다. 자신이 선거권이 있는지, 지역구라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학생은 "마치 기차를 새로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충분하지 못한 정치교육이다. 대학입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 교육체제에서 학생들이 그간 지역사회를 위해 누가 일했는지, 어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는지 알기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첫 투표권인 만큼 누구보다 '바르게' 투표하길 소망했다. '진로' 과목처럼 '정치' 과목을 따로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정치인을 평가할 방법을 배울 기회도 필요하다고 했다. 4·15 총선까지 두달 동안 교육기관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크다. 남은 기간 유권자든 비유권자든 교실에서 마음껏 정치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교육을 펴야 한다. 아울러 총선 후보들도 청소년 표심을 얻기 위한 비현실적 공약을 남발하는 대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진짜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기껏 새로운 기차를 만들어 놓고는 철로가 없어 달리지 못하는 우스운 세상이 돼선 안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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