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발언대]학교폭력 그리고 생존자들의 후유증

[발언대]학교폭력 그리고 생존자들의 후유증

적막한 새벽녘,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단지 내를 울렸다. 1995년 6월 8일 새벽 3시, 열여섯 살의 중학생은 아파트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주차된 차 위로 떨어졌고, 그는 피를 흘리며 올라가 복도 창문을 다시 넘었다. 그렇게 그의 뜨거웠던 심장은 멈추어 버렸다.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前 이사장의 책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한 대목이다. 두 번씩이나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두려움보다도, 학교 폭력이 주는 고통이 더 컸던 것은 아닐까.학교 폭력의 생존자들은 직·간접적인 폭행에 상처를 입는다. 가해자들의 무책임함, 학교의 방관,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두 번째 상처를 입는다. 학교 폭력의 후유증은 사회적으로 낙오되며, 군대에서는 관심사병으로, 대학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직장 생활에서는 조직부적응자로 나타나기도 한다.학교폭력의 상처는 노련한 전문가의 도움이 아니면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학교폭력을 머리로만 공부한 사람이 주는 도움은 피해자들의 마음 문을 더 빨리 닫아버리게 한다. 학업을 위해 차선으로 선택한 대안학교에서도 학교 폭력이 있다는 뉴스는 종종 들려온다. 홈스쿨링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매우 특수하고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섣부른 접근은 역효과를 부를 뿐이다. 학교폭력을 직접 체험하여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학교폭력피해전문가들이 절실하다. 군대에 대한 책을 많이 읽은 여성분이 병영상담을 하고, 출산의 경험이 없는 남자가 임산부들의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준다면 그 누가 공감할 수 있는가? 학교폭력에 대한 처절한 직접경험과 방대한 간접경험이 동시에 있는 전문가라야,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학교폭력을 이해하는 그런 전문가가 그립고 또 그립다./강새벽 청소년미래교육원 원장강새벽 청소년미래교육원 원장

[춘추칼럼]농학계 대학생들의 꿈

[춘추칼럼]농학계 대학생들의 꿈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해결 근본인 '농업'학생들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보고 있으나정작 부모들은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행복한 미래 희망위해 소통의 장 선행돼야지난 주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몇 몇 학생들과 상담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상담시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해 왔지만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틈새가 너무 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하듯 상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필자는 짜장면이나 간식 등을 먹으며 상담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즐기는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허물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조화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목표와 꿈을 가져야 하나?'라는 주제가 가장 많았다. 이번 상담에서는 최근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맥도널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와 글로벌 식품 포장재 기업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지구촌 공동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반발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것처럼 일부 호텔, 항공사, 크루즈선 업체들이 빨대 퇴출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서 친환경 실천에 대한 법 규정에 앞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토론하였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은 환경 친화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고, 변화하는 미래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산업이니 하는 화려한 문구가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근본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산업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자동차,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헬스케어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모두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산업이 있다. 바로 '농업'이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농업이 미래산업'이며 여기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몇 년간 상담한 학생들 중 일부는 소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반대로 이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말하는 농업이라는 기존의 네이밍(naming)에 갇혀서 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미래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첨단 농법이나 스마트 농업이라는 거창한 테두리를 치기 보다는 농업 속의 문화, 농업과 함께 하는 문화, 삶 속의 문화로서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과 함께 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농업이 중요한 산업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아이들은 한국형 6차 산업화의 주축인 '농업'을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 이해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으나, 정작 부모들은 그 꿈에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필자도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직업군이 미래에 전망이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람이 시작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행복하기를 꿈꾸는 미래시대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진지한 소통의 장이 가정에서 먼저 선행되기를 소망해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기고]아버지와 6·25 전쟁, 이제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기고]아버지와 6·25 전쟁, 이제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이제 새로운 길이 열렸다남북한과 북미정상이 합의한공동목표가 잘 이행돼'새로운 미래 열기위한 관계'로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길 바란다해마다 6월이 되면 몇 해 전 세상을 달리하신 아버님이 떠오른다. 아버님은 참전용사이셨는데 6·25 얘기를 가장 많이 하셨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버지가 처음 군에 몸담은 때는 1948년 4월. 지금은 북한 땅이지만 당시에는 우리 땅이었던 개성에 주둔하고 있는 국군 제1사단 11연대였다고 한다. 11연대는 1950년 4월 서울 수색으로 부대를 옮겼는데 부대를 옮긴 지 두 달 만에 6·25가 일어났다. 아버지는 즉각 수색에서 문산으로 이동해 임진강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진격했으나 북한군의 기세에 밀려 남하했다가 1951년 북진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던 1951년 12월 연천 고랑포지구에서 북한군과 맞서 싸웠지만 많은 부대원이 섬멸되고, 아버지는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졌다고 했다. 그 후 다시 국군에 재입대한 아버지는 1956년 12월까지 8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했다. 돌이켜보면 6·25전쟁은 우리 민족이 치른 전쟁 중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전쟁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총 1129일의 전쟁 동안 남한은 민간인과 군인을 합해 약 16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북한 역시 같은 기간 350만여 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가 약 3천만 명이라고 하니 인구의 약 6분의 1이 전쟁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인명피해가 이 정도이니 재산피해는 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부산을 제외한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고, 대한민국 제조업 42%가 파괴됐다. 군사작전에 이용될 수 있는 도로, 철도, 교량, 항만, 학교 등은 물론 개인 가옥도 대부분 파괴돼 국민의 생활터전이 사라졌다. 북한의 경우는 피해가 더 심해 전력의 74%, 연료공업의 89%, 화학공업의 70%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6·25 전쟁은 남북에 인명과 재산피해뿐 아니라 증오와 대립이라는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전쟁이 정전에 들어간 지 이제 65주년을 맞고 있지만 우리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숱한 다툼을 벌였고, 전쟁 준비로 많은 피땀을 흘려야 했다. 전쟁은 남과 북의 갈등뿐 아니라 남한 사회 내에서도 많은 갈등을 일으켰다. 다시 6·25를 맞게 됐다. 그러나 올해의 6·25는 기존과 다른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지난 4월 27일 남북한 양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양 정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출발한 평화논의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70년간의 적대감과 긴장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관계'를 맺었다.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에도 포괄적 합의를 이뤘다. 이제 새로운 길이 열렸다. 남북한과 북미 정상이 합의한 공동의 목표가 잘 이행돼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 실행되고, 대한민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높여나가며, 북한 인권을 개선하고, 이산가족과 북한에 생존한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 아울러 남북 간의 사회, 문화, 체육 교류가 활성화되어 전쟁의 위험과 갈등이 사라진 완전한 평화의 한반도가 됐으면 한다. 남북통일은 내 손으로 이루겠다는 신념을 평생 간직하셨던 아버지는 3년 전 돌아가셨다. 지금의 한반도를 아버지께서 보신다면 뭐라 하셨을까. 올해는 아버지께서 피땀으로 지키신 대한민국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참성단]태양광 시대

[참성단]태양광 시대

우리도 '황금광 시대'라는 게 있었다. 금을 찾는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그런 시대 말이다. 발단은 1930년 1월 일본의 금 수출 재개 선포였다. 준비 없이 화폐와 금의 가치를 연계시키는 금본위제도를 시작한 일본은 오히려 금이 해외로 급속하게 유출되자 당황했다. 끔찍한 대공황을 겪던 전세계 모든 국가가 "역시 금이 최고!"라며 금 확보에 혈안이 된 걸 몰랐다. 일본은 10개월 실시하다가 금 수출은 물론 수입마저 금지했다. 그리고 금 확보에 나섰다. 식민지시대 조선의 골드 러시, 황금광시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금을 수입할 수 없으니 온 산하를 까뒤집어서라도 금을 찾아야 했다. 금이 나온다는 소문만 들리면 지식인 농민 할 것 없이 몰려들어 산이건 농지건 하천이건 모두 파헤쳤다. 살인, 도박, 패가망신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오죽하면 일확천금을 노리며 금광으로 떠났던 김유정과 한때 금광 브로커 노릇을 했던 채만식이 각각 소설 '금 따는 뽕밭' '금의 정열'을 써서 식민지 시대의 금광 열풍을 비판했다. 지금 대한민국 온 산하가 태양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수지, 농지, 건물 옥상 등 가릴 것 없이 태양광 설비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한다며 온·오프라인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연 수익률 10~20%를 장담하는 전화가 투자자를 유혹한다. 땅 투기를 노린 '태양광 떴다방'도 성행하고 있다.이런 열풍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더 뜨거워졌다. 탈 원전을 선언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48.7GW 확충키로 했다. 이를 위해선 여의도 면적의 168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특히 공기업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이 의무적으로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최대 20년간 사주기로 했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저수지 4천여 개를 관리하는 농어촌 공사, 전국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까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한때 소나무가 울창했던 곳에 수백 수천 개의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가 하면, 20일 경인일보에 보도된 안성 금광저수지는 태양광이 설치되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름다운 풍광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지금을 가리켜 '황금광 시대' 뺨치는 '태양광 시대'였다고 말 할지도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

[풍경이 있는 에세이]`소확행`이 불편하다

[풍경이 있는 에세이]'소확행'이 불편하다

용어 매우 억지스러운 한자 조합'나만의 작은 행복'이라 썼으면…현재에 지속안돼 '확실한' 행복 아냐책임회피 기회주의적 발상될까 걱정'작지만 큰 행복 찾아보길' 권해요즘 소위 '소확행(小確幸)'이 유행이다. 이제 꽤 낯익게 된 이 용어를 잠시만 되새겨 보자. 이 말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벌써 삼십여 년 전, 한 수필에서 사용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랍 안에 곱게 정돈된 팬티를 본다든지, 갓 구운 빵의 향기를 맡으며 기분 좋게 뜯어 먹는 등 일상에서 얻는 사소한 기쁨을 일컫는 말이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혼합해서 나만의 맛을 찾는 것, 오래된 엘피판에서 추억의 노래를 발견해 거듭거듭 듣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이다.글자 그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이 개념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2010년대 들어 주목을 받는다. 신자유주의 이후 엄청난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젊은 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편입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전의 기성세대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나를 희생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20~30대들에게 이런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3포세대 혹은 5포세대라고 불리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수십 번 구직 원서를 내도 취직이 안 되며, 어렵게 직장을 잡았다 해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더구나 저축해서 집을 산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이다. 미래가 사라졌다.그래서 훗날의 희망을 포기하는 대신 그 자리를 현재의 즐거움으로 채우고자 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역사 같은 거대담론에 관심이 없고, 그저 '나만의 작은' 행복을 갖는 것으로 만족한다. 빈부격차와 계급 간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고, 이것이 삶을 짓누르는 근본 원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어차피 그들의 힘으로 그건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런 '진지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다간 같은 세대로부터 '진지빤다'고 배척만 받을 것이 분명하다.그렇다면 '소확행'은 그들이 자연스레 선택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삶의 스타일인 셈이다. 바로 이 점에서 모순과 갈등이 일어난다. 아끼고 아껴 훗날 집을 사느니 해마다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든지, 남들과는 다른 빈티지 청바지를 끊임없이 사 모으는 행위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행복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시적이며 불확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를 벗어나 '타자'와 만나는 공간에서,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확장된 시간' 속에서, 이런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여기에 '소확행'의 불행이 도사리고 있다.나는 '소확행'이 불편한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 이 용어가 매우 억지스러운 한자어 조합이라는 것, 차라리 그냥 '나만의 작은 행복'이라고 풀어쓰면 좋겠다. 둘째, 그야말로 이 '작은' 행복이 현재라는 시간에 매몰되는 한 지속되지 않으며, 더구나 그것은 타자화될 수 없어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후에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게 어떤 사람에겐 행복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고통이 될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 발상으로 귀결될까 걱정이다. 셋째, 이 '작은' 행복이 한 사람의, 또는 한 사회의 궁극적 목표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행복은 개인이 혼자 만드는 것보다 '유동하는' 공동체가 함께 이룰 때 훨씬 크고 오래간다.'소확행'과 더불어 요즘 주목받는 것에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미국의 '킨포크(kinfork)' 등이 있는데, 대체로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 생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개념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라곰'과 '오캄'과 '무소유'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균형 잡힌 절제와 편안함을 강조하는 데 비하여, 휘게와 킨포크는 공동체적 차원에서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나는 '소확행'보다는 '라곰'의 균형과 '휘게'의 타자성이 조화를 이루는, 그런 작지만 '큰' 행복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정한용 시인정한용 시인

[오늘의 창]승자독식 정치학에 대해 고민할 때

[오늘의 창]승자독식 정치학에 대해 고민할 때

6·13 지방선거에서 9명의 하남시의원 당선자 중 7명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차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반면, 현재 제7대 하남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2명만 시의회에 재입성, 소수 정당으로 명맥만 겨우 유지하게 됐다.당연히 시의장은 민주당 몫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누가 의장이 될 것이라는 하마평까지 나오고 있지만, 부의장을 비롯해 제8대 하남시의회에 처음 구성될 예정인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 2곳은 오리무중이다.지역 정가에서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하남시의회는 지금까지 승자독식 정치학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예상은 당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7대 하남시의회는 한국당이 시의장과 부의장을 독식했고 제6대 하남시의회는 반대로 민주당이 의장, 부의장을 모두 차지하는 등 20년 동안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미명 아래 승자인 다수가 소수를 배제시키는 수단이 돼 왔었다.지금 하남시는 인구수가 24만을 넘어 40만 자족 도시를 바라보면서 도약을 위한 과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맞춰 하남시의회도 시의원이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나게 됐고 특히, 상임위원회도 구성되는 한층 전문성을 보여 줄 때가 됐다.새롭게 구성된 제8대 하남시의회가 예전처럼 전리품 나눠먹기식의 승자독식 정치학을 유지하기보다는 의회의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특히, 상생협력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사실 시의회를 시장 당선인과 같은 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함으로써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의회 내에서의 균형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청와대가 지방권력 부정부패에 대대적 감찰을 예고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여당 내에서도 새로운 권력이 지방을 잘 운영하며 칭찬을 받지만 못하면 더욱 매서운 회초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데스크 칼럼]보수, 카이사르 그리고 이재명

[데스크 칼럼]보수, 카이사르 그리고 이재명

'끼리끼리만 모여' 현실직시 못한 보수진영진보도 그런다면 총선서 '정반대 결과' 예상'다른일에 성공 정세 만회하려는 사람있다'검증대 오른 이재명 당선자 되새겨볼 문구'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도 10여 일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압승한 진보 진영이나 참패한 보수 진영 모두 도도한 민심의 흐름에 놀라워하고 있다. 진보 진영은 겸손과 책임, 보수 진영은 반성과 개혁을 꺼내 들며 민심 앞에 머리를 숙였다.문재인 대통령은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이라며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능·도덕성·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보수 진영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욱 통렬하다. 보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일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린 것인가'라는 제하의 세미나에서 "없어 보이는 보수, 막말 보수, 무능한 보수로 전락한 보수 야당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사실 보수에 대한 '빨간 불'은 끊임없이 울려 왔고 참패를 모면할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냉정히 판단하면 보수 진영이 이를 부정하며 민심과 반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대표적인 게 여론조사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안심번호제, 유무선 비율 조정, 전화면접 등의 방법을 도입하며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왔다. 이런 여론조사는 민심의 현 주소와 흐름을 읽어내는 데 여전히 유용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하지만 보수 진영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정당지지도는 물론 '6·13 지방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부정했다. 자신들의 조사와는 다르다며 여론조사 기관들을 어용으로 몰아붙였고, 선거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은 경기도지사 선거도 그렇게 희망했다. '스캔들 의혹'과 '네거티브 공세'가 전국적 이슈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역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 조사의 큰 흐름은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국정농단, 한반도 평화가 상당수 경기도민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지방 선거 3일 전 판세를 묻는 개인적인 질문에 "촛불 혁명 이후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의 70% 정도가 적폐청산, 변화와 개혁을 바라고 있고 그 물결은 여전히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56.4%를 얻어 20.9%p 차이로 승리한 선거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는 총 14권의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하면서 흔히 '시저'로 알려진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4, 5권에서 다뤘다. 행간 곳곳에 카이사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시오노 나나미는 5권 후반부에 카이사르의 말이라며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밖에는 보지 않는다."끼리끼리만 모여서는 현실을 직시하지도,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한다. 이번에 보수 진영이 그런 양상이었고, 진보 진영도 앞으로 그런다면 다가올 총선에서는 이번과는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볼 수도 있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는가.덧붙여, '로마인 이야기'에는 이재명 당선자가 깊이 되새겨 볼 만한 문구도 있다. 이재명 당선자는 이번에 누구보다 가혹한 검증대에 올랐다. 선거 운동 막판에는 공개적으로 "외롭다"고 했고, 측근들에게는 "힘들다"고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썼다. "실패로 끝난 사태를 개선하려고 애씀으로써 불리함을 만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것은 일단 그대로 놓아두고 다른 일에 성공함으로써 정세를 단번에 만회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카이사르는 후자의 대표자라고 해도 좋았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참성단]평택항 붉은불개미

[참성단]평택항 붉은불개미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1천여마리가 발견돼 소동을 일으켰던 붉은불개미가 지난 18일 평택항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현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부산항 붉은불개미 발견 직후 전국의 내륙컨테이너기지를 수색했지만 종적이 묘연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3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붉은불개미 군단의 상륙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2월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산 고무나무 묘목에서 1마리, 5월 부산항 수입 건조대나무 컨테이너에서 2마리 등 군단의 척후병들이 출몰하더니 급기야 평택에서 7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소동의 이유는 붉은불개미의 악명 때문이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엉덩이의 독침으로 솔레놉신이라는 독성물질을 주입한다. 독침에 쏘이면 솔레놉신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사망할 수도 있어 '살인개미'로 불린다. 북미에서만 한해 8만명 이상이 독침에 쏘여 100여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도시의 건축물에 집을 지어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붉은불개미로 인한 미국의 경제손실 추산액이 60억 달러에 이른다니 만만히 볼게 아니다.더 큰 문제는 무자비한 공격성으로 상륙지의 토종 개미를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는데 있다. 식용자원으로 도입했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이 토종 생물을 말살해 하천 생태계가 초토화된 실정을 상기하면 심각한 일이다. 붉은불개미는 불청객을 넘어 침략군에 가깝다.우리 문화에서 개미는 근면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대붕의 꿈을 꾸되 개미처럼 살라는 붕몽의생(鵬夢蟻生)은 큰 꿈을 이루려면 하루하루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경구다.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와 같이 미약한 업(業)의 누적이 이루어내는 커다란 업적을 개미의 노고에 빗댄 속담도 많다. 반면에 주식시장의 개미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보상을 누리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로 치부되기도 하니, 이 땅의 개미는 이 땅의 보통사람을 닮았다.그런데 붉은불개미가 토종개미를 몰아내면, 서민을 위로할 개미의 우화는 사라지고 살인개미의 공포만 남을테니 인문자산의 상실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나마 붉은불개미는 다른 개미 보다는 박멸이 쉽다고 하니 다행이다. 방역당국의 선전을 기원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경제전망대]4차 산업혁명과 기업의 변신

[경제전망대]4차 산업혁명과 기업의 변신

일터에서 서로 존중 공정문화 조성 구성원들의 몰입과 헌신 이끌어 내아침에 일어나면 회사에 가고 싶은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만이지금의 한계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밀레니얼 세대', '포노 사피엔스' 신인류를 일컫는 말들이다. 1980~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하여 컴퓨터 환경에서 자라다가 1997년부터 모바일, 스마트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겪으며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이며 '미 제네레이션'이라고도 표현한다. 이들은 대학진학률이 높고 SNS에 능하며 자기표현이 강하다. 온라인 쇼핑과 게임을 즐기면서 과제를 풀고 멀티태스킹에 능숙하다. 건강과 식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고 소유보다는 공유를 추구한다. 당연히 사고방식이 이전의 아날로그 세대와는 전혀 다르다. 이제 이들이 기업 곳곳에서 간부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하면된다'에 길들여진 바로 윗세대와의 갈등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과 인공지능(AI)으로 이루어지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세대 간의 갈등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의 문제 해결에만 길들여진 올드보이가 미래의 이슈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비저닝 접근방식과 상상력만이 미래에 대처할 수 있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과거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상력이 매우 취약하다. 142년 전 에디슨이 만든 미국의 GE는 19세기에 만들어진 13개 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포춘US 18위로 당당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발전용 터빈과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종합금융서비스회사로, 이제는 디지털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대변신을 했다. 'Imagination at work'은 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사람이 곧 기술인 것이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를 살펴보자. 2016년 다보스 포럼 발표로는 2025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지구상에서 없어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한다. 숫자로는 적자인 셈이다. 없어질 대표적 일자리로는 매뉴얼 기반의 일(콜센터), 반복성이 높은 일(의사, 변호사, 교수, 회계사, 은행원), 자율자동차의 등장으로 택시기사 등이 위기이다. 기업은 생존이 문제다. 바둑용어에 살아 남고 잡으러 간다는 '아생연후살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생존이 진리이다. 기업들의 변신 어찌할 것인가? 첫째도 둘째도 경영진과 상사들의 리더십 변화가 최우선 필수조건이다. '청바지 입은 꼰대' 겉만 젊은 척하고 속은 그대로인 정말 무서운 직장상사들을 빗대 하는 말이다. 자신의 생각은 바꾸지 않고 디지털 노마드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기적이다. 짜증내고, 화내고, 야단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의 '공포의 청바지 입은 꼰대'에서 과감히 벗어나 인간미 넘치고 너그러운 상사, 따르고 싶은 멘토, 훌륭한 코치의 역할도 너끈히 해내는, 그래서 직장이 상상력이 넘치는 즐겁고 행복한 일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통제에서 자율로, 상하좌우로 관통하는 정보와 기운의 흐름이 자유롭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노력의 목표는 조직의 경영성과창출에 있다는 것이다. 날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이 쉽게 해낼 수 없는 도전과 창조 영역에 진력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 본연의 능력과 역량을 최대한 개발해야 한다. 즉, 창의성과 예술, 사람끼리의 상호작용, 공감능력 등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자동화가 불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18세기 영국 빅토리아시대에 '자동차는 마차를 앞지를 수 없다'는 적기조례(red flag act)는 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해놓고도 기득권층의 닫힌 마음이 개발이익을 포기한 사례이다. 로봇청소기부터 요즘 유행하는 AI스피커까지 예전부터 있었던 인공지능산업을 좀 더 인간친화적이며 풍요로운 신사업으로 개척하는 일이야말로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공정의 문화를 조성하여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과 헌신을 이끌어 내고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에 가고 싶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만이 지금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창업 때부터 이런 기업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오늘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달 탐사와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 사고를 실제로 만들어 가는 '문샷 씽킹(moon shot thinking)' 혁신적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적기조례'의 낡은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문샷씽킹'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 국가경제가 되살아나길 기대해 본다./이세광 GPTW Institute Korea 경영연구소장이세광 GPTW Institute Korea 경영연구소장

더보기
나도기자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