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이슈&스토리]`역사편찬원 설립` 학계·시민사회 한목소리

[이슈&스토리]'역사편찬원 설립' 학계·시민사회 한목소리

해방 이후 '인천 市史' 단행본 꾸준… 2001년부터 '역사자료관' 운영별도기구 아닌 문화재과 소속 '한계' 국·시장 지시 받는 종속적 관계 연속성 상실·홍보용 전락등 문제의식 느껴 서울서도 연구행정 분리인천시 역사 편찬과 사료 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역사편찬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인천지역 역사학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역사 편찬을 단순히 애향심 고착과 시 정부의 홍보의 수단으로 둘 것이 아니라 후대에 남겨줄 하나의 기록 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역사편찬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시사편찬의 역사한국전쟁 이후부터 인천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인천부사'(1933년)가 아닌 인천 사람들이 만든 인천 역사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956년 당시 김정렬 시장은 향토사 편찬 작업에 착수해 지역 향토사학자인 고일과 김인규, 이종우 등에게 자료 수집과 편찬 업무를 맡겼다. 그러나 작업 도중 이종우가 타계하면서 흐지부지됐다.인천시 역사자료관 강옥엽 전문위원이 정리한 시사 편찬 연혁을 살펴보면 '인천시사편찬위원회'가 정식 발족한 시기는 1965년이다. 당시 윤갑노 시장이 고일, 최정삼, 한상억을 시사편찬위 상임위원으로 위촉하고, 시사 발간을 책임지게 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973년 9월 30일 총 12편 70장으로 구성된 '인천시사(상·하)'가 세상에 나왔다. 시사는 고대부터 해방 후 25년까지의 역사를 다룬 500쪽 분량의 '향토사'편을 비롯해 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백서 형태로 구성됐다.이어 1982년에는 첫번째 인천시사를 보완하는 형식의 '인천시사(70년대편)'가 추가 발간됐고, 1993년 3번째 '인천시사(상·중·하)'가 나왔다.1995년 인천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옹진군과 강화군이 인천에 편입돼 인천시사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인천시는 2002년 '인천광역시사'를 발간했고, CD-ROM으로도 처음 제작해 컴퓨터로 원하는 대목만 쉽게 검색해 읽을 수 있도록 했다.2002년 인천광역시사 발간 과정에서 인천시 역사편찬 업무에 큰 변화가 생긴다. 2000년 6월 시사편찬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전문위원 2명을 뽑았고, 2001년 10월 중구 송월동 인천시장 공관을 개조해 '역사자료관'을 설립했다.자유공원(응봉산) 기슭에 자리한 역사자료관은 개항 후 일본인 사업가의 자택으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에 서구식 레스토랑과 사교장으로 사용된 건축물이다. 1965년 인천시가 시장 공관으로 활용하려고 매입했고, 2001년 최기선 인천시장을 끝으로 모두 17명의 시장이 거쳤다. 2명의 전문위원이 시사편찬 업무를 전담하면서 역사자료관 운영까지 함께 맡았다. 역사자료관은 이때부터 분야별, 시대별 역사를 다룬 '인천역사문화총서' 시리즈를 발간해 80여 권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2013년에는 '인천'이라는 이름을 얻는지 600년 되는 해를 기념한 '인천광역시사-미추홀 2000년 인천 정명 600년'을 펴냈다.# 시사 편찬의 독립성 문제인천시 역사 편찬 업무는 1975년 제정된 관련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위원장은 당연직으로 인천시장이 되고 2명의 부위원장 중 한 자리도 행정부시장이 맡는다. 25명 이내로 구성하는 시사편찬 위원은 시장이 임명·위촉하도록 돼 있다. 인천시 입김에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향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인천시 역사편찬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과거부터 안팎으로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역사'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보다는 인천시의 발전상이나 미래 비전을 담아내는 백서 형태의 모습은 인천시사가 홍보용으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비판도 받아왔다. 인천시 역사 연구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자료 축적에 대한 미흡도 문제점으로 대두되어왔다. 2001년 역사자료관의 설립과 전문위원 채용으로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독립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역사자료관은 얼핏 별도의 기구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천시 문화재과 소속이다. 역사자료관을 운영하는 2명의 전문위원도 문화재과 소속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라 담당 과장, 국장과 시장의 지시를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 묶여 있다.서울시도 일찍이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2015년 1월 서울시사편찬위원회를 서울시 산하의 사업소(서울역사편찬원)로 개편했다. 1927년 구성된 경성부사편찬위원회를 모태로 하는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이미 1990년부터 위원장을 시장에서 민간으로 전환해 일부 독립성을 갖췄다. 그럼에도 역사 편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2015년 1월 서울역사편찬원을 설립했다.서울역사편찬원이 설립된 이후 서울시 역사 편찬 행정은 확 달라졌다. 기존에는 모든 업무의 결재권자가 일반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모든 업무가 행정 관점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조직이 만들어진 이후 전문적인 기획과 연구가 역사 연구가의 입장에서 가능해졌다. 시정 논리에 따라 사업이 축소되거나 부풀려지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역사 편찬 업무가 가능해졌다고 서울역사편찬원 측을 설명한다. 조직의 확대로 5~6명의 연구원이 전담하던 시사편찬 업무를 20여 명이 맡아 하게 되면서 매년 7~8권 발간하던 책자도 20여 권으로 늘었다.# 인천역사편찬원을 설립하자올해 인천에서는 인천역사편찬원 설립을 위한 2차례의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5월 인천시 역사자료관 주관 심포지엄에서 역사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여 역사편찬원 설립의 당위성을 고민했고, 지난 10일에는 인천시의회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인천역사편찬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특히 인천역사편찬원의 설립은 독립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선시대 기록을 담당한 사관은 왕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것처럼 인천시 역사편찬 업무는 시장 등 권력자로부터 철저히 독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역사편찬원은 큰 틀에서는 서울시를 모델로 하되 인천만의 특색을 담은 운영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도 있다. 강화, 부평, 원인천, 옹진 등 권역별 연구와 고대 역사, 전쟁, 개항, 해양, 평화 등 주제별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각 군·구 시사편찬위원회와도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민선 6기 강화고려역사재단과 인천문화재단의 통폐합으로 만들어진 '인천역사문화센터'의 기능 중복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시 역사자료관.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역사자료관 내부 전시.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인천시 역사편찬원 설립방안 토론회 모습.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인천시 역사자료관 전경.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이슈&스토리]방탄소년단 성공으로 본 한국대중문화의 저력

[이슈&스토리]방탄소년단 성공으로 본 한국대중문화의 저력

빌보드 앨범차트 1위, 빌보드 뮤직 어워즈·아메리칸 뮤직어워즈 수상, 최연소 문화훈장 수여.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수식하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미국 주류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스타'로서의 확실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7명의 20대 청춘들이 써내려가고 있는 기록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을 끈질기게 두드렸던 수많은 K-팝 가수들의 역사를 발판삼아 우리 대중문화의 저력을 드디어 인정받은 일이다. BTS, 빌보드 앨범차트 1위·최연소 문화훈장 기염국내보다 해외서 인기 얻은 비결 '유튜브 스트리밍'드라마 → K팝 콘텐츠 확장… 음식·패션까지 관심한류월드 개발 앞둔 고양시 등 '관광 산업' 기대감 # 랜선을 타고 전세계로 흘러간 한류 =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랜선'을 타고 전세계 음악시장을 석권한 한류 콘텐츠의 가장 성공적인 예다. 2013년에 데뷔한 7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은 알려진대로 대형엔터테인먼트에서 육성한 가수는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풍부한 자본과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내에서 팬덤을 쌓은 후 탄탄한 기획을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기존 K-팝 가수들과 달랐다. 오히려 국내의 인기는 해외로부터 역수입됐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국내에서는 크게 팬덤이 형성되지 못했던 2014년에 이미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조사한 '좋아하는 K-팝 아티스트'로 가장 많이 언급돼왔고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으로 방탄소년단의 국내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힘이라고 분석한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실제로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2016년에 비해 TV 이용은 감소했지만 대다수 콘텐츠 분야에서는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이 TV를 앞질렀다. 이 중에서도 K-팝은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을 통해 접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진흥원은 이 조사를 통해 "1년 사이 한류콘텐츠를 온라인·모바일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이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류콘텐츠의 주요 유통경로가 될 것이라고 유추된다"고 분석했다.유튜브와 SNS의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YG엔터테인먼트가 유튜브에 공식채널을 개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알려 싸이가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했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SNS까지 적극 활용해 미국시장에 정식데뷔나 공식 프로모션 등의 현지화 전략이 전무했음에도 한국어 노래를 가지고 미국에서 성공했다. 이 같은 한류의 전파 방식은 방탄소년단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 이전, 2010년대에 넘어서면서 이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등 국내 인기 아이돌 그룹들은 온라인을 통해 그들의 음악과 활동이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같은 흐름은 K-팝이 이미 자리잡은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선진문화로 인식되는 미국, 유럽 시장 등에서도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K-팝은 이제 단순히 아시아 변방의 문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한류의 확장 = 한류가 2000년대에는 국내 드라마를 통해 중국과 일본을 비롯 동남아시아, 중동 등 아시아 권역에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졌다면 현재는 k-팝이 가장 강력하게 한류를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도 한류 콘텐츠의 인기순위는 2012년 1위는 '드라마'였지만, 지난해에는 'K-팝'으로 바뀌었다. 드라마가 이끈 한류의 경우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K-팝 중심의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서 미주, 유럽 등의 서구문화권까지 한류의 영역을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해당 조사에서도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K-팝을 통해 한국을 떠올리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장 만나고 싶은 한류스타 역시 '싸이'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였다.지역의 확장은 한류 콘텐츠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준다. 1차적으로 K-팝 스타들의 패션과 뷰티, 음식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는 유튜브, SNS 등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한류를 접하는 세계인이 우리의 문화를 큰 거리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한국의 패션·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현지에서 한국음식을 접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애니메이션과 만화 캐릭터, 웹툰, 출판물, 게임 등 한국이 생산한 또 다른 콘텐츠에 관한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조사결과 한국의 출판물을 접촉하는 경로로 자국 온라인 사이트 못지 않게 한국 온라인 사이트의 비율이 높았고, 웹툰 역시 한국의 모바일 애플을 다운받아 즐겨보는 비율이 반수를 넘었다. K-팝이 이끄는 한류는 산업적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파급력을 보이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그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라는 설문에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60.4%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과 브라질 등 미주 지역에서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또 이같은 인식은 '한류콘텐츠를 많이 이용하는 층'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류문화 콘텐츠의 힘을 실감케 했다.# 한류 콘텐츠의 활용=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하고 열광하는 외국인들은 온라인에서 한국을 소비하고, 오프라인에선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자연스럽게 한국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특히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는 다양한 한류 관광지를 조성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미 한류 관광지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남이섬'은 물론, 남북평화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DMZ는 '태양의 후예' 등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된 캠프 그리브스를 한류 관광지로 조성해 최근에는 캠핑장 까지 새롭게 문을 열었다. 특히 고양시 일산에 한류월드 개발을 앞두고 있다. 한류월드에는 CJ그룹이 만드는 문화콘텐츠단지도 조성되는데, 한류콘텐츠를 한 곳에서 집약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와 공연장 등이 구성되고 호텔과 상업지구 등도 함께 조성돼 한류 관광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의 결합형 모델이라고 이야기되는 CJ문화콘텐츠단지는 지난 4월부터 부지대금의 납부가 완료되면 토지소유권을 확보하고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美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 커버모델이 된 BTS. /타임 홈페이지 캡쳐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한류 스타들. (왼쪽)소녀시대 태티서·승리. /연합뉴스·경인일보DB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한류 스타들. (왼쪽부터)방탄소년단·싸이·이병헌. /연합뉴스·경인일보DB

[이슈&스토리]돈도 시간도 모자란 `도시공원 일몰제` 해법

[이슈&스토리]돈도 시간도 모자란 '도시공원 일몰제' 해법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오는 2020년 2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도시공원을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2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도시·군계획시설 중 공원의 전체 미집행 면적은 약 67㎢에 이른다. 이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축구장(8천778㎡)을 7천654개 더한 수치다. 이를 모두 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약 7조2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당장 문제가 되는 건 오는 2020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된 도시공원 부지다. 도의 전체 미집행 면적인 67㎢ 중 일몰제 적용 대상은 절반에 육박하는 약 30㎢에 달하기 때문이다.일몰제 해당 지자체들은 시민들의 건강과 휴양 등을 위해 기간 내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기 미집행 면적 대부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매입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사업 추진 여부의 관건이다.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조성 기금을 확보하거나 민간 특례사업 등을 통한 해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지원부족을 이유로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몰제의 부작용을 막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며 "일몰제 시행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현 상황이면 대부분의 장기 미집행 공원들이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이슈&스토리]2020년 일괄해제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우려

[이슈&스토리]2020년 일괄해제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우려

20년 이상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효력 상실오랜기간 재산권 행사 못한 토지주들 권리 보호기능적 측면 다수 국민들 권리는 축소도내 작년 기준 243개소로 여의도 10배 크기면적별 광명 > 파주 > 구리 順… 의정부 최다지자체들 민간참여 등 개발 착수 안간힘 불구토지매입비용 등 수천억대 재원 문제 골머리수원 영흥공원 민자사업은 환경부 반대 암초지원강화 등 국가 차원 대책마련 촉구 들끓어도시 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는 도시계획시설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도시계획법 개정이 이뤄졌고, 오는 2020년 6월 30일까지 도시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도시계획시설 상 도시공원 부지는 일괄 해제된다. 오랜 기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토지주들의 재산권은 일명 '도시공원 일몰제'라고 불리는 이 제도로 보호할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도시공원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다수 국민들의 권리는 축소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 일몰제 시행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개발행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도시공원 부지의 크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일몰제에 따른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기도의 지난해 말 기준 '2020년 실효대상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공원) 현황'을 보면 전체 243개소, 면적은 약 30㎢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10배에 달하는 크기다. 면적 별로는 광명(1.69㎢)이 가장 넓고, 파주(1.64㎢), 구리(1.58㎢), 용인(1.41㎢), 고양(1.21㎢) 등이 뒤를 이었다. 개소 별로는 의정부(25)가 가장 많고, 안성(23), 광주·파주(17), 화성·용인(15) 등 순이었다. → 표 참조# 발등에 불 떨어진 지자체도시공원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도내 지자체들도 일몰제 시행 전 개발행위에 착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저마다 분주한 모양새다. 그러나 공원 조성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재원'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원시의 '영흥공원(약59만㎡)'이 있다. 영흥공원은 지난 1969년 공원으로 최초 지정됐으나, 토지 매입비 등 최소 수천 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지난 2016년 공모를 통해 민간공원 추진자를 선정,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민간사업자가 조성하는 대신 민간에 일부 부지의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제도다. 민간사업자가 미조성 공원 부지를 매입해 70%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하고, 30% 미만 부지를 민간사업자가 개발하게 된다.그러나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11월 시가 제출한 영흥공원 조성 검토서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주민피해 우려'를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인접지에 자원회수시설이 있기 때문에 공동주택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현재 시는 한강청 의견을 반영해 비공원 부지(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부지)를 영통지구(공원 남쪽)와 접하는 안을 채택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협업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성남시의 경우는 '조성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지난달 양지체육·영장근린공원 등의 부지 매입을 위한 410억원의 기금을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기금 마련을 통해 공원 지키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시는 이미 지난 2009년 제정한 '공원·녹지 조성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기금을 적립했지만, 추경 직전까지 적립한 금액은 5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공원 부지의 토지 매입 비용 등으로 약 3천35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채 발행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국비지원을 요청했고, 행정안전부에 들러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삭감되기 시작한 매년 1천300억원의 성남시 예산 원상회복을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천시는 지난 1976년 지정돼 연간 수백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설봉공원'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이천시 기획위원회가 '시민이 주인인 이천시 비전 및 정책 방향'을 담은 최종보고회를 개최하면서 설봉공원 일몰제를 민선 7기 최우선 현안 과제로 선정했다.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는 현안이지만, 설봉공원의 전체 면적 중 72%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매입 등 비용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재 시비를 들여 부지를 직접 매입할 지, 민간을 참여시킬 지 등을 놓고 고민 중에 있다.# 중앙정부 적극 나서야2년이 채 남지 않은 일몰제 시행 앞두고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해결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자체의 기대만큼 대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지자체의 공원 조성 노력을 꺾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정부 6개 부처는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조성 등 장기미집행시설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조성이 시급한 곳을 '우선관리지역'으로 선정해 최대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열악한 재정상황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추가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대책은 지방채 이자 지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가 나는 경우도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영흥공원 조성을 추진 중인 수원시는 번번이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자원회수시설 인근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게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환경부를 설득해도 반대 의견만 내놓는다는 볼멘소리도 만만찮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책과 지자체 간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지난 17일 충북 청주시의회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전국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에 대비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 할 것 ▲정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적극적 해결을 위한 법령정비와 대책을 마련 할 것 ▲도시계획시설 문제에 대한 책임의지를 갖고 국비를 지원 할 것을 촉구했다.경기도에서도 정부의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지난 1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에 나선 남종섭(민·용인4) 의원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2년 후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난개발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경기도와 시·군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탄없는 대화와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창구 개설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 창구를 통해 경기도의 통일된 의견을 정부에 적극 개진하여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수원시 영흥공원 항공사진. 빨간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영흥공원 부지. /수원시 제공지난해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린 이천시 설봉공원 모습. /경인일보DB

[이슈&스토리]`문화 소비의 장` 탈바꿈… 제물포·신포·숭의평화시장

[이슈&스토리]'문화 소비의 장' 탈바꿈… 제물포·신포·숭의평화시장

'시장(市場)에 가면~'이라는 잘 알려진 아이들의 놀이가 있다. '배추도 있고, 신발도 있고…' 라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을 하나씩 나열하는데, 이를 순서대로 가장 많이 외우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나올 수 있는 게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최근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미술도 있고, 음악도 있다. 청년도 있다.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에 머무는 바람에 한때 복합 쇼핑몰에 밀렸던 전통시장이 청년, 놀이, 예술의 장소로 탈바꿈하면서 전통시장에서도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 제물포, 10개도 안되는 상점만이 명맥 유지버스킹 공연·EDM 파티등 '문화축제' 펼쳐주민 200여명 발걸음 썰렁한 시장에 '활기'#'문화섬' 변신한 제물포시장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제물포시장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제물포시장 상인과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인터뷰 영상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시청하는가 하면, 어쿠스틱 공연, 버스킹 공연, EDM 파티까지 펼쳐졌다. 따로 사람을 초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축제에는 마을 주민 200여 명이 몰렸다. EDM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잘 알려진 노래를 틀자 몇몇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썰렁하던 시장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1972년 개설된 제물포시장은 1970~1980년대만 해도 주변에 수봉산 인근 단독주택, 제물포 지하상가가 있어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시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신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점점 쇠퇴, 재개발까지 지연되면서 현재는 10개도 채 안 되는 상점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청년 6명은 문화의 불모지인 이곳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축제에서 나눠준 김밥, 샌드위치 등의 식재료를 제물포시장 일대의 상점에서 구매하기도 했다.'문화섬'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송한결(24·여) 씨는 "상권이 쇠퇴한 제물포 일대의 제물포시장이라는 낡은 공간에서의 축제를 '도시재생'을 꿈꾸며 기획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좋은 호응을 보내줬다"며 "앞으로도 제물포시장은 물론 다른 문화 소외 지역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지역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신포 뒷골목 39세이하 젊은이들 '청년몰' 도전'눈꽃마을' 테마 흑백사진·엽서등 공방 '재미'다양한 먹거리까지… 하루 2천명 유동인구 ↑ #눈꽃 내리는 신포시장 청년몰지난 6월에는 중구 신포시장 상점가 내 빈 점포와 방치된 구역이 청년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둥지를 튼 곳은 신포시장 중에서도 어둡고 낙후해 인적이 드문 뒷골목이다. 39세 이하 청년들은 이곳에 입점해 이색 먹거리를 팔고 때로는 각종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테마는 '눈꽃마을'로, 건물 지붕에 눈이 뒤덮인 듯한 개성 넘치는 경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년 상점은 푸드트레일러 존, 먹거리 존, 문화 존으로 나뉜다. 푸드트레일러, 먹거리 존에서는 스테이크, 장아찌김밥, 수제 맥주와 같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문화존에서는 액세서리, 천연비누 등을 만드는 체험 공방이 열린다. 흑백 사진을 찍거나 직접 만든 엽서를 보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먹고, 놀고, 소비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부럽지 않다. 최근 유명 TV 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는 유동 인구가 평일 평균 2천명 이상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는 게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조성사업단의 설명이다. 덩달아 침체해 있던 지역 상권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 이들을 지원했던 사업단은 오는 10월에 해체된다. 눈꽃마을 청년 상점 21팀은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공연을 열고 시민 참여 행사도 진행하는 등 계속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이혁 청년몰 사업단 기획팀장은 "사업단이 해체하더라도 신포청년몰 '눈꽃마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청년몰의 협동조합화,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 등으로 여느 전통시장 청년몰과는 다르게 색다르고 재밌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숭의평화 빈 점포 예술인 모여 '창작공간' 변신쿠킹·소이캔들·젤리플라워 '원데이 클래스'갤러리 전시·벼룩시장등 열리며 시민들 호응#젊은 예술인 정착한 숭의평화시장미추홀구 숭의평화시장은 2015년부터 젊은 문화예술인이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는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숭의평화시장은 예부터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장이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사고파는 거래는 물론 인근에 목공예 공방, 각종 마을 잔치도 벌어졌다. 196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숭의평화시장은 숭의자유시장, 숭의깡시장, 목공예 점포들과 함께 마을 대표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마을의 쇠락과 동시에 모습을 잃었다. 시와 미추홀구는 2015년 시장의 빈 점포를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4개동에서 공공 미술, 갤러리 전시, 한국전통주 빚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예술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은 물론 필리핀 커뮤니티, 인천대 건축 창업동아리도 입주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올해는 아름다운가게 주관 '숭의 문화로 예술시장'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양말공예, 쿠킹클래스, 소이캔들, 젤리플라워 등 총 13개 '원데이 클래스'가 매주 수요일 운영되고 있다. 11월까지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영어, 로봇코딩, 수채화, 꽃차 등 10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상설 시장의 기능은 잃었지만 수시로 벼룩 시장 등이 열리며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미추홀구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숭의동 인근으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전통시장 기능 일부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숭의평화시장이 상업 기능과 문화 기능이 융합한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도색작업, 홍보 활동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문화섬제물포 축제'에서 가수들의 공연 모습. /문화섬 제공'문화섬제물포 축제'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 모습. /문화섬 제공신포시장 청년몰 '눈꽃마을' 전경사진. /인천 중구제공숭의평화시장 플리마켓 케이크 판매대. /인천 미추홀구제공숭의평화시장 문화창작공간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 /인천 미추홀구 제공

[이슈&스토리]인터뷰|배수찬 민주노총 넥슨 초대 지회장

[이슈&스토리]인터뷰|배수찬 민주노총 넥슨 초대 지회장

노조없어 사측이 요구 받아들이지 않아'관행' 비정상적 노동 묵과 더이상 못해많은 이들 '가정의 가장' 고용불안 큰문제업체도 영업이익 인적자원에 재투자해야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의 첫 수장을 맡은 배수찬(34·사진)지회장은 8년 간 넥슨에서 일해온 '넥슨맨'이다. 게임 출시일이 다가오면 주말 없이,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평범한 개발자가 초대 지회장이 된 데는 "열심히 일하는 내가 다른 근로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이 배경에 있다. 임금 없는 초과·연장 근무를 밥 먹듯 하는 동안 회사의 인정을 받게 됐지만, 결국 그것이 노동법이 통용되지 않는 게임 업계의 관행을 만들었다는 자각이다. 넥슨 노조가 출범한 지 닷새째 되는 지난 7일 성남 판교에서 배 지회장을 만났다.- 게임업계의 노동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던 이슈다. 게임업계의 노동조합, 왜 지금이었나."넥슨 노조만 한정해 보면 7월 1일부터 도입된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회사와 논의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6월에 회사와 만나 얘기를 하는데, 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해 유연근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종은 혜택을 보지만 야근이나 초과 근무가 잦은 부서는 크게 혜택을 보지 못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포괄임금제(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 협상이 되질 않았다. 노조가 없으니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네이버 노조에 찾아갔다. 거기서 얘기를 하다 (노조창립의)'발화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회장으로)나서게 됐다."- 게임 업계의 문제,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일할 사람이 적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게임 론칭이 다가왔으니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나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5일 만에 일을 끝내야 한다면 주당 70~80시간씩 일하면서 남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일을 했다. 그래서 인정은 받았지만, 결국 그렇게 일을 함으로써 그런 풍토가 당연해지는데 일조한 셈이다. 내가 다른 근로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게임업계는 고용불안이 문제다. (기자: 넥슨 같은 대기업도 고용불안이 있나) 회사가 준비하는 게임 10개 중 9개는 망하고 1개만 성공한다. 게임이 망하면 해당 팀은 해체된다. 그러면 팀원들은 알아서 다른 팀으로 구직을 해야 한다. 아트 직군을 예로 들면,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귀여운 화풍을 필요로 하는 팀이 없으면 팀을 못 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른 팀원들이 옮겨갈 팀을 다 구하고 몇 명만 남게 되면 그들은 결국 사표를 제출해야 하는 수순이 된다. 다른 직장은 퇴직시키려 책상을 뺀다지만, 게임업계는 책상을 못 빼면 그만둬야 한다.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게임 업계 노조 설립 바람이 계속될까."스마일게이트도 노조를 설립했다. 네이버도 있다. 발화점에 다다랐다.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노동을 묵인하고 갈 수 없다. 노조 설립을 월요일(지난 3일)에 하고, 수요일까지 700명 이상이 가입했다. 구성원들에게 노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거다. 이제 게임업체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인터뷰 말미, 배 지회장은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덧붙였다. 노조 가입을 SNS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할 수 있도록 해뒀는데, 특이점이 있다는 얘기였다. "카톡 프로필을 볼 수 있잖아요. 프로필을 보면 아이랑 손잡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가족사진이 많습니다.한국에 게임업이 뿌리내린 지 20년 정도가 지났고, 초기에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 이제 40대 가장이 된 겁니다. 젊었을 때는 고용불안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이 팀이 안 되면 다른 회사로 가지'라고 생각했던 게 이제는 되지 않는 거죠. 게임 붐 20년 만에 이 업계에 노조가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신지영·배재흥기자 sjy@kyeongin.com

[이슈&스토리]`빅3` 넥슨서 최초 노동조합 탄생

[이슈&스토리]'빅3' 넥슨서 최초 노동조합 탄생

'즐거움 주기위해' 공짜야근 기본근로자 63% '법정시간' 초과근무"과로가 의무인 현실 이제 바꿔야"3일만에 4천명중 700명 가입 호응게임 개발자들은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게임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끝없이 야근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 자체가 흔적도 없이 '재료'로 희생돼야 한다는 뜻이다.곡물이 맷돌로 곱게 갈려 음식이 되듯, 개발자들은 업무에 '갈려' 게임을 만들어낸다. 지난 2016년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돌연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장동맥경화'. 그의 심장을 멈추게 한 것은 1주에 89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근로였다.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해당 업체 근로자의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이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업계 전체는 상시화된 야근, 임금 없는 연장근로에 시달리고 있다.자신의 팀이 개발하는 게임의 성패에 따라 고용이 결정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출시된 게임 10개 중 9개가 망하고, 단 하나의 게임이 성공하는 현실 속에 수 없이 많은 개발팀이 명멸하고 있고 그만큼 많은 수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노동법이 비켜나간 근로여건과 불안한 고용 현실은 노동조합이 태동하던 70~80년대 공단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게임업계에서 반응이 나왔다. 국내 '빅(BIG)3' 게임업체 중 하나인 '넥슨'에서 업계 최초의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지난 3일 출범한 노조는 불과 3일 만에 4천 명 직원 중 700여 명이 가입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회사 내에 노조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이나 컸다는 방증이다. 넥슨 노조 출범에 동종업계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유명게임 '테일즈런너'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의 노조가 넥슨노조 출범 닷새 후 닻을 올렸다.IT업계 초대형회사인 네이버 노조도 넥슨 노조 출범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지지선언문을 통해 "넥슨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임회사들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공짜 야근은 기본이고 크런치 모드라는 이름으로 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마저 희생시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네이버 사원노조는 넥슨 구성원들이 스스로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게임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아울러 "어두운 밤을 밝히는 판교의 등대는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다. 과로가 의무인 현실, 저항이 불만이 되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넥슨 노조는 설립선언문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야근·연장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 보장, 정년퇴직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노조 활동의 목표로 제시했다. 넥슨 노조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노동자는 회사와 대등할 수 있다. 개인은 부당함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지만, 모이면 서로의 울타리가 된다. 법과 제도는 우리의 취약점이 아니라 창과 방패"라며 "하나로서 연대하여 나아가, 회사와 사회와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범한 넥슨 노조에는 '스타팅 포인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타팅 포인트는 게임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는 공간을 뜻하는 말이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가 게임업계 노동조합의 '스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게임유저와 사회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신지영·배재흥기자 sjy@kyeongin.com

[이슈&스토리]신도시 중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명과 암

[이슈&스토리]신도시 중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명과 암

주민 소통 목적으로 개설… 이웃 간 교류 '반상회' 역할까지 담당24시간 누구에게나 개방, 지역현안부터 일상까지 자유롭게 공유민원 과정서 공무원 개인정보 노출·문자폭탄등 본래취지 잃기도익명성 탓 님비현상 경계해야… 많은 주민 적극 참여할때 순기능지난달 인천시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일부만 우선 추진하기로 하자 송도 주민들이 하나 된 목소리로 반발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것은 송도국제도시 지역 커뮤니티였다. 이처럼 지역 온라인 카페는 지역사회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카페를 통해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지역 커뮤니티는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올댓송도'·'송도국제도시맘', 서구의 '달콤한 청라맘스'·'너나들이검단맘' 등이 대표적이다.이렇게 형성된 지역 커뮤니티는 이해관계가 비슷한 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피시설 설치 등 문제에 대해서는 커뮤니티가 지역이기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역 소통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커뮤니티인 '올댓송도'는 지난 2013년 4월에 만들어졌다. 카페 설립자 김성훈 올댓송도 대표는 2011년 송도국제도시로 이사를 왔다. 이사 간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가 된 김 대표는 2007년 출범한 입주자연합회에 참여했다. 입주자연합회는 송도 아파트 단지 대표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입주자연합회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이 글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였다. 김 대표는 "지역에 함께 사는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설 시기는 각자 다르지만, 주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는 만들어졌다.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의 강점이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현안부터 실생활 정보까지 정보공유의 장 지역 커뮤니티"한 달에 한 번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이웃 간 친목을 다졌던 '반상회'. 이제는 그 역할을 지역 커뮤니티가 담당하고 있다. 반상회가 제한된 인원, 한정된 시간 등의 제약이 있었다면 온라인 카페는 24시간 누구에나 개방돼있는 정보공유의 장이다. 주민 개개인이 다루기 힘들었던 지역 현안부터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는 지역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은 다수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집단민원을 넣는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인천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일부 공사만 허용하자 송도지역 온라인 카페에서는 투자심의회 결과에 반발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송도 주민들은 이러한 의견을 모아 민원,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의 하나 된 목소리에 연수구의회에서는 지난달 28일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지방재정투자심사 재개최 검토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이강구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올댓송도의 주민성명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라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에 스마트 업무단지와 지원단지를 조성하는 G-City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라국제도시'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G-City 사업을 촉구하는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다.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카페는 하나의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고, 교육·부동산·날씨·환경·건강 등 지역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서구 '너나들이검단맘' 카페는 '우리동네 미세먼지'라는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북 군산시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사왔다는 김모(45·여)씨는 "신도시의 경우 타지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 많아 자녀교육 등 정보가 필요해도 서로 접근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하지만 지역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이웃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지역 커뮤니티가 지역사회에서 갖는 장점이 적지 않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는 과거 '관'이 주도했던 반상회와 달리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주민들 스스로 운영해나가는 구조기 때문에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지역 이기주의로의 변질 경계해야"지역 커뮤니티는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쳐 지역 사회에 전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커뮤니티가 소수의 인원이 지역 여론을 주도하거나, '내 지역'의 이익만 생각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시민, 전문가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지난달 14일, 송도의 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워터프런트 폐기 수순 - 강력 항의'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워터프런트 단계 추진에 항의하자는 내용이었다. 글에는 개인정보가 적혀 있었다. 박남춘 인천시장,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뿐만 아니라 행정부시장, 대변인, 비서실장 등 인천시 공무원에 대한 개인 전화번호가 나열돼 있던 것이다. 이렇게 개인 휴대폰 번호가 노출된 사람은 20명이 넘었다. 글쓴이는 이들에게 '워터프런트 1-1공구, 1-2공구 모두 조건없는 통과'라는 제목의 글을 복사해 보낼 것을 요청했고, 결국 주민들의 문자 폭탄에 인천시 업무가 차질을 빚는 일까지 발생했다. 인천의 한 대학 교수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침묵의 나선 이론 현상을 보인다"며 "워터프런트 사업 경우와 직접 연관 짓기는 힘들지만, 지역 커뮤니티의 의견이 모든 주민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현재 이 같은 커뮤니티는 송도와 청라, 검단 등 신도시 위주로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타 지역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신도시에서 다수의 주민이 한목소리로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게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동구에 살고 있다는 윤모(24·여)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신도시 위주의 지역 커뮤니티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지역 커뮤니티다 보니 자신 지역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도시는 이미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진 곳이지 않나. 때로는 주민들의 요구가 '무리하다'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커뮤니티의 본래 취지를 잃지 않기 위해선 많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를 좋다,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님비(NIMBY) 현상이나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심화될 위험성은 있다"며 "한 특정인이 의견을 주도한다면 여론몰이와 같이 조직에 안 좋은 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양·공승배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이슈&스토리]흩어진 독립운동 발자취 따라 만나는 `헌신과 조국애`

[이슈&스토리]흩어진 독립운동 발자취 따라 만나는 '헌신과 조국애'

1917년 전로한족회 대표자회의 개최 '우수리스크' 이어구한말 의병근거지 '크라스키노' 3개 국경 접하는 '핫산''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까지 최재형 선생등 흔적 만나"조국에 희생한 분들 뜻 계승… 고려인들과 교류 필요"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지난 29일부터 9월1일까지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러시아 연해주지역 항일 투쟁의 흔적을 따라가는 탐방에 나섰다. 30여명으로 꾸려진 탐방단은 가을비를 맞으며 우수리스크와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토크 등 3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항일운동의 흔적들을 찾아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며 항일운동에 나선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전해 들으며 탐방단은 숙연해졌다. 탐방단은 절박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조국애를 되새기며 길지 않은 4일을 보냈다.# 고려인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는 우수리스크탐방단이 러시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우수리스크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우수리스크는 사실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다.1917년 5월 21일부터 31일까지 11일 동안 한인대표 100여 명이 참가한 '전로한족회 대표자회의'가 개최된 곳도 바로 이곳 우수리스크다. 같은 해 12월 제2차 대표자회의를 열어 러시아 한인 최고자치기관이자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기관인 전로 한족 중앙총회(고려국민회)로 바뀐다.이후 전로 한족 중앙총회는 1919년 2월 대한국민의회로 확대 개편되며 노령 임시정부를 수립한다.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첫번째는 이런 연해주 거주 고려인의 역사를 배워 볼 수 있는 공간인 고려인 문화센터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2009년 건립된 고려인 문화센터는 고려인들의 연해주 이주 역사와 독립운동사까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고려인문화센터 앞에는 안중근 의사와 홍범도 장군의 기념비가 있다.또 하나는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과 최재형 선생의 흔적을 찾아 만나 볼 수 있다.우수리스크에는 연해주 지역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가인 최재형 선생의 마지막 거처가 남아 있다. 최재형 선생은 사재를 독립운동자금으로 제공하면서 이범윤 의사와 함께 연해주 의병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고, 1919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재무총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연해주를 침공한 일본군이 1920년 4월 참변을 일으켰을 때, 일본군에 붙잡혀 김이직·엄주필 등과 함께 총살 당해 순국하고 말았다.우수리스크 수이푼 강가에는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다. 1948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상설 선생은 조국 독립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자신의 유골을 화장해 이 곳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항일의병운동의 중심지 크라스키노와 핫산러시아에서의 둘쨋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가 오는 날 탐방단은 버스를 타고 4시간이라는 시간을 달려 크라스키노에 도착했다. 크라스키노는 구한말 대표적인 항일의병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최재형 선생을 비롯해 이범윤, 안중근, 유인식 등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다.또 크라스키노에서 두만강 방면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핫산이라는 곳이 나온다. 3개국 국경이 만나고 있기에 한반도 냉전이 종식될 경우 활발한 교역이 이뤄질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크라스키노와 핫산 일대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 뿐만 아니라 한국과 북한, 중국 4개국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경제라는 이슈로 관심을 받고 있는 크라스키노와 핫산은 100년 전에도 제국주의를 앞세운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지였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들이 척박한 땅을 개척한 곳이다. 크라스키노 부근에는 1863년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정착해 형성한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인 지신허 마을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크라스키노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김기룡,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춘화 등 12인의 독립운동가가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단지동맹을 한 곳이다.# 관광지가 아닌 독립운동의 거점 블라디보스토크최근 몇몇 방송사 여행프로그램에 소개되며 2시간대에 갈 수 있는 유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인 신한촌이 있었다. 신한촌에는 헤이그 특사 중 한명이었던 이상설, 그리고 최재형, 이동휘 등이 활동했었다. 또 권업회, 대한광복군정부, 한인신보사, 일세당, 대한국민의회, 노인동맹단 등 독립운동 단체들도 활동했었다. 하지만 1937년 한인 강제 이주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없다.블라디보스토크는 냉전시대 구소련의 태평양 함대가 모항으로 사용하던 도시였기에 이런 흔적들이 기념물로 남아 있지 않지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곳이기에 구시가지 곳곳에는 항일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옛 신한촌 자리에는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신한촌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1999년 해외민족연구소가 한국에서 석재를 운반해 세운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주영훈 수원청미래충전소 대표는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많은 분들이 항일독립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뜻이 후대에도 계속 계승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한준택 경기르네상스포럼 상임이사는 "연해주지역에서 우리 전통 문화를 지켜 나가고 있는 고려인들과의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의사 단지동맹기념비 앞에서 추모 행사를 가진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안중근 단지 동맹비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내에 설치한 안중근의사 기념비에 묵념하고 있는 탐방단.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크라스키노 전망대에서 이동근 수원시청 학예연구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에서 연해주 독립운동 관련 영상을 감상하는 탐방단.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최재형선생의 생가.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러시아 연해주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한인 거주지인 신한촌의 역사적인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기념비.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이슈&스토리]인터뷰|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 김발레리아 부회장

[이슈&스토리]인터뷰|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 김발레리아 부회장

고려인들의 연해주 지역 중심 도시인 러시아 우수리스크에는 지난 2009년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건립됐다. 고려인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의 김 발레리아(사진) 부회장은 "고려인문화센터는 한국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건립됐다"고 소개했다.김 부회장은 "고려인 문화센터가 건립되기 전에는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은게 전부다였다"며 "이 곳이 생긴 후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그는 "고려인들은 전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을 통해, 또 이 곳을 통해 한국과 교류하면서 고려인의 뿌리인 한국 문화를 배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해주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 곳 고려인문화센터를 방문하는 이들도급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인문화센터를 방문한 한국인은 2016년에 1만6천명이었다. 지난해 3만명이 방문했고,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방문한 숫자가 3만명이다"고 소개했다.그는 "임시정부가 있었던 이 곳에 대해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에 고려인들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김 부회장은 "한국인과 고려인은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곳 고려인문화센터가 앞으로도 한국인과 고려인의 연결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수리스크/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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