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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당파성과 진영정치

[경인칼럼]당파성과 진영정치

민주화 이후 갈등축 추가 '이념 대결' 복잡 1997년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 이뤄졌으나 반헌법적 세력과 단절 못한 보수는 '4연패''진영 타파' 정당이 2년 후 대선 승리할 것정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파성을 띨 수밖에 없다. 좌파와 우파의 균형 위에서 정당정체성을 발전시켜 온 서구에서조차 당파성이 없을 수 없다. 조선정치에서 과도한 당파성은 학연과 혈연, 지연 등으로 얽힌 붕당정치로 이어지고 이는 상대를 증오하고 살육하는 극단정치를 불러왔다. 물론 붕당의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지만 부정적 면이 극명하게 노출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군부정권은 자신의 정당성을 보전하기 위해 안보이데올로기를 동원했고, 유신정권 때는 정치적 억압과 인권탄압은 물론 노동 배제를 통해 군부와 재벌, 관료의 삼각동맹을 형성했다. 이들이 한국보수의 기원이다. 이에 저항하는 지식인 그룹을 중심으로 민주진영이 또 한편의 극을 형성하면서 한국정치에서 진영정치는 이념 대결 프레임을 완성시켜 나갔다. 이러한 진영정치는 민주화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 정당구도를 지나, 민주화 이후에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를 쟁점으로 하는 갈등축이 추가되면서 이념 대결이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민주화 이후에는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의 기본변인으로 등장하고 시민사회 내부의 동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의 정치가 제도권 정치와 맞물리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은 구조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념 갈등에 기반한 진영정치와 극단적 지지층에 기댄 팬덤정치는 절정에 다다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정치에서 진영대결은 박정희 군부 시대의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의 수위를 넘는 단계까지 와 있다. 당파성을 동원한 진영정치는 적대적 정치를 결과함으로써 갈등의 조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지향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뿌리째 흔들어놓기 일쑤다.민주화 이후 1990년의 3당합당은 보수세력의 통합을 가져왔고, 1997년 김대중 후보의 승리 이후 보수와 진보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16년의 20대 총선, 2018년의 지방선거,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 이어 지난 21대 총선에서의 보수의 4연패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는 수구적 보수에 대한 국민의 철퇴였다. 광화문 집회를 통해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문재인 하야를 주장하는 반헌법적 세력과 단절하지 못한 보수에 대한 심판이었다.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사회적 의제를 개발하고, 냉전과 반공주의의 퇴행적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2007년과 2012년 진보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던 운동장은 지금은 보수에게 불리한 지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정치공학적 관점이다. 운동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은 국민의 사고와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세력 자신들이다. 사회적 현안과 이슈에 대한 입장을 보는 유권자의 수준은 냉철하고 합리적이다. 중도영역의 이른바 스윙보터들은 언제라도 지지정당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다. 보수의 재건을 위해 과감하게 수구적 당파성과 결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보수의 당파성 못지않게 진보진영의 당파성 또한 한국정치를 희화화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나타난 양대 진영의 극단의 대결구도는 팬덤정치의 전형이지만 특히 집권진영의 핵심이 보여주었던 과도한 진영논리는 시민의 의식수준에 부응하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윤미향 민주당 의원(지난 5월 30일부터 국회의원 신분)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집권핵심의 태도 역시 진영정치에 기대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의원 사퇴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정의기억연대의 활동과 윤미향 의원을 등치시키는 듯한 논리는 정의롭지 않다.이러한 부분들이 누적되어 당파성을 공고화하고 이에 기생한 진영정치는 각 진영을 지지하는 극단세력에 편승하여 정치적 자본을 챙긴다. 2년 후 대선이다. 통합당이 냉전논리에 갇혔던 결과는 그들의 궤멸적 패배였다. 이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진영을 타파하는 정당이 2년후 승리할 것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배달의 민족` VS `배달의 명수`

[경인칼럼]'배달의 민족' VS '배달의 명수'

'명수' 군산시 공공앱 지자체 벤치마킹 러시민간영역에 지자체 끼어드는 모양새 '괴이'개발·운영비 시민 혈세로… 경쟁력도 의문배민 헛발질에 뭇매 토종플랫폼 죽이기일뿐'배달의 명수'는 군산시가 운용하는 배달서비스 앱이다. 70~80년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에 어울리는 작명(作名)이다. 1억3천만원을 주고 민간업체에 맡겨 올 3월 출시했다. '수수료 없는 공공 앱' 신분이다.남서쪽 중소도시 앱이 주목받은 건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헛발질을 해서다. 지난 4월, 수수료 체계를 바꾼다고 해 공분을 샀다. 과도한 수수료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는 사과했고, 며칠 뒤 철회했다.이재명 경기지사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고 각을 세운다. '경기도 형' 공공배달 앱을 내놓겠다며 군산을 찾아 협약을 맺었다.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도 줄지어 가세했다. '명수'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한 것이다.배민은 정액을 정률로 변환하면서 수익 증대를 꾀했다. 꼼수 인상이다. 시기도 적절치 않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죄다 문 닫기 직전이었다. 시장 독점 논란에 여론은 더 나빠졌다.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외국자본과의 합병 이슈도 악재가 됐다.배민 형제가 우아하지 않다고, 시장·군수가 배달통을 둘러메는 건 괴이하다. 민간 영역에 공공이 끼어드는 모양새다. 기업이 잘못한다고 정부가 대신 나서야 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가 공짜라고 진짜 공짜가 아니다. 개발비가 들고, 운영비를 내야 한다. 명수도 유지비가 1억5천만원이다. 시민 혈세다.경쟁력도 의문이다. 공공 앱은 서비스 질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 소비자 니즈(Needs)를 따라잡는 속도 경쟁에 불리하다. 배민의 간편 결제 시스템과 리뷰 빅데이터, 배달기사 연동망, 이용 편의성은 함부로 넘볼 수 없다. 10년 업력(業力)의 충적물이다. 시스템 개선과 유지비용이 수백억원을 넘는다.공공 앱의 민낯을 보자. '제로페이(Zero Pay)'는 2018년 서울시가 '수수료 제로'라며 출시했다. 박원순 시장의 야심작이다. 2019년 결제액 목표치는 8조5천억원이다. 올 2월에야 누적 결제액 1천억원을 넘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다. '점유율 제로 페이'라는 오명이 쓰였다.벤처 업계는 냉담하다. 국산 플랫폼을 죽이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거다. 소비자는 편리한 경험을 택한다. 배민이 쪼그라들면 중국의 '메이퇀와이마이'가 점령할지 모른다. 쿠팡이 사라지면 아마존이, 알리바바가 상륙한다. 네이버가 시들면 구글과 유튜브로, 카카오가 무너지면 인스타그램과 페북으로 갈아탈 것이다.'포노 사피엔스' 저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SNS에서 "토종 플랫폼을 공격하고 규제로 막으면 우리 경제가 탄탄해질까요?" 라고 묻는다. 구시대를 고집한다면 10년 후 모든 것을 글로벌 플랫폼에 빼앗길 뿐이라고 주장한다.118년 된 미국 백화점 체인 JC페니가 파산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센추리 클럽인 시어스, 니먼마커스, 메이시스도 도산했다. 온라인에 치여 쇠락하다 팬데믹에 휩쓸렸다. 100년 넘는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 닫는 건 100년 된 인류의 소비 행동에 혁명적 변화가 왔음을 의미한다.팬데믹 쇼크에 경제의 축이 더 빠르게 모바일 디지털문명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표준이 달라진다. 경제기상도는 코로나 전과 후로 갈릴 전망이다.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석유 화학이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의료, 안전, 환경, 언택트(Untact), 로봇 산업이 신 성장축이다.전화 안 해도 스마트폰을 터치해 피자에 치킨 시켜먹으며 프로야구를 본다. 배민이 바꾼 풍속도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버려진 영수증을 모아 유니콘 신화를 일궈냈다.그런데, 헛발질했다고 사방에서 뭇매질이다. 회초리를 든 게 아니라 '죽이자'고 대든다. 스타트업(Start up)을 꿈꾸는 청년 세대의 '대한민국 롤 모델(role model)'이 초라해지고 있다. 대체 어쩌자는 건가./홍정표 논설위원홍정표 논설위원

[경인칼럼]재난을 극복하는 예술적 응전

[경인칼럼]재난을 극복하는 예술적 응전

모든 생명체에 질병은 피할 도리없는 운명조지훈作 '병에게'선 삶을 비추는 거울 사유그러나 감염병은 인류 사회성 자체를 공격이후는 공존시대… 더 튼튼한 연대 구상을인간에게, 모든 생명체에게도 질병은 피할 도리가 없는 운명이다. 조지훈 시인이 '병에게'라는 작품에서 질병을 정다운 벗, 공경하는 친구처럼 대하며 살아가겠노라고 노래한 것도 그 숙명에 대한 수긍이다.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질병은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 차라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여기는 전복적 사유를 보여준 작품이다.그러나 개인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과 지역, 국가와 세계를 위협하며 다가오는 감염병은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코로나19는 문명의 약한 고리, 사회의 빈틈을 정교하게 파고든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뤄진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공격하고 있으며, 인류의 서식처가 된 도시의 인프라와 인간의 본질인 사회성 자체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가족과 이웃마저 감염원으로 여기게 하고 각자도생을 강요한다. 밀실이건 광장이건 심지어 일터마저 바이러스가 점유하여 시민들은 가택연금 상태를 견디고 있다.'유마힐경(維摩詰經)'에서 유마가 설파한 대승적 보살행이 그것이다. 문수보살의 병문안을 받으면서 일체중생(一切衆生)이 병들어서 자신도 병들었으며, 일체중생의 병이 사라지면 자신의 병도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카치오(G. Boccaccio)의 소설 '데카메론(Decameron)'은 유럽을 덮친 흑사병에 대응하는 중세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피신한 7명의 숙녀, 3명의 신사들이 2주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하며 나눈 100가지의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중세 이탈리아 풍속도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의 주제는 사랑으로 귀결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주인공 랑베르가 보인 반성도 그와 같다. 신문기자로 오랑시에 취재차 온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페스트로 지옥이 된 도시를 버리고 탈출할 기회를 얻었지만 "혼자서 행복한 것은 수치이다"라고 마음을 돌려먹고 방역조직에 참여하여 페스트와 싸운다. 윤동주 시인도 '병원(病院)'이라는 시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다른 환자의 아픔, 곧 식민지 민중의 고통을 자신의 병처럼 여기는 청년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감동적으로 노래한 바 있다.'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시대에 대한 진단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이후를 말할 때 불행하게도 코로나와 공존하는 시대라는 것이 대전제이다. 백신 개발이 성공한다 해도 다른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에 사스가 왔고, 2012년에 메르스가 덮쳤으며 2019년에 코로나19가 위협하고 있듯이 물러갈 뿐 소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끔찍한 감염병으로부터 교훈을 '얻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병은 우리에게 '얼굴 없는 자'로 살아갈 것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리된 일상을 강요할 것이다. 회피할 수 없는 '비대면' 사회를 수용하되 '스마트한' 방식으로, 오히려 더 튼튼하게 이웃과 세상과 연대하여 응전할 때 극복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 중생의 생사를 위해 보살이 존재한다는 유마거사의 대승적 보살행, 식민지라는 질병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 앓다가 죽어간 윤동주의 고결한 시심을 떠올리며, 코로나 위기 저 너머, 그리고 코로나를 부른 현대의 어둠 저 너머를 투시하는 지혜로운 안목으로 새로운 소통, 더 튼튼한 연대를 구상할 때이다. 카뮈 소설의 주인공들이 협동과 연대로 싸워 마침내 페스트로 봉쇄된 오랑시를 구출했듯이./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

[경인칼럼]벚꽃 말고 이팝나무

[경인칼럼]벚꽃 말고 이팝나무

봄날 전쟁이 일어난 듯 온천지가 '벚꽃세상'감염병도 잊은채 '닌텐도 새게임' 출시 불티가는 곳곳 '일본풍' 정신 혼란·찝찝 했는데하얀 이팝 꽃뭉치 보며 대체나무 발견 수확벚꽃의 개화는 거의 총궐기 수준이다. 길가에 도열한 모든 벚나무들이 어느 봄날 전쟁이라도 일으킨 듯 일제히 꽃잎을 일으켜 세우고 구름처럼 무리를 짓는다. 절정에 이를 때면 도무지 현실세계 같지 않다. 세상천지 오직 벚꽃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벚꽃이 연출하는 장관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끝끝내 정신이 산란하고 마음이 어지럽다. 너무나 '일본적'인 풍광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일본풍(日本風)이다. 일본의 문학과 예술에서 벚꽃은 사무라이를 상징한다. 눈보라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은 사무라이의 충정과 지조를 의미한다. 일본 전통 단시 하이쿠도 벚꽃을 단연 으뜸의 소재로 삼지 않았던가. "너와 나의 생, 그 사이에 벚꽃이 있다"고 노래했다.올해는 정신이 산란하고 마음이 어지러운 정도가 유난히 심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회사 닌텐도가 최근 출시한 콘솔게임 탓이었을 게다. 이 기업의 나이는 무려 131살. 일본 초대 내각총리 이토 히로부미의 뒤를 이어 구로다 내각이 들어서고, 소위 메이지헌법이라고 하는 일본제국헌법이 공포된 1889년 그해 개인상점인 닌텐도 곳파이가 화투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게 효시다. 회사 역사가 일본 근현대사의 축약이기도 한 닌텐도가 만든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열풍이 코로나19로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지구촌을 덮쳤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프라인 매장엔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게임을 구하기 위한 긴 줄이 섰다. 출시 열흘 만에 1천200만장이 팔렸고,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게임으로 떠올랐다.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예약판매가 시작된 3월12일 판매처 웹사이트 서버가 다운됐다. 발매 당일인 20일 용산의 현장판매처에는 3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날을 10여 일 앞둔 지난 달 24일에는 제품판매에 나선 대형마트의 웹사이트와 앱이 모두 다운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본의 게임 '모동숲'은 그렇게 한국을 강타했다. 반일, 배일, 극일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던 이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고대하는 자녀를 위해, 등교하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로나블루'를 앓고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해 '모동숲'을 사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긴 줄에 섰다. 지난해 7월부터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던 한국사회의 '노 재팬' 운동이 불의에 맞닥뜨린 인지부조화 상황이다.그런 와중에도 일본벚꽃을 대체할 만한, 그리하여 봄이면 반복되는 나의 내적 갈등을 끝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나무를 '발견'한 건 큰 수확이다. 이팝나무. 이름부터가 우리네 정서와 똑 맞아떨어진다. 5월 중순 뭉글뭉글 부풀어 오른 꽃송이가 마치 사발에 고봉으로 쌓인 흰 쌀밥, 즉 '이밥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에 꽃피는 나무라 '입하목'이라 했다가 부르기 좋게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윽고 만개하면 하얀 꽃뭉치가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 늦은 봄에 때 아닌 함박눈이 내린듯한데 과연 그 모습은 벚꽃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학명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도 '하얀 눈꽃의 나무'라는 의미를 지녔다. 선조들은 이팝나무 흰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을, 드문드문 피면 흉년을 점쳤다. 오래된 거목들은 전국 곳곳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만 여덟 그루나 된다.주위에 이팝나무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 지난 주말 모처럼 치러지는 결혼식에 참석키 위해 국립현충원 부근 상도동을 지나 강변북로를 거쳐 청계천변을 달리면서 그제서야 적지 않은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인천에선 송도국제도시 큰길가와 소래포구 가는 길에서 눈에 많이 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방 창문 아래 조경수도 이제 보니 이팝나무구나. 지방정부가 관심과 노력을 조금만 기울이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롭고, 멋지고, 놀라운 계절을 시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국사람 아무라도 정신이 산란치 않고 마음에 찝찝함이 남지 않는 그런 봄./이충환 언론학박사(경인교대 미디어 리터러시연구소)·객원논설위원이충환 언론학박사(경인교대 미디어 리터러시연구소)·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고령사회 위협하는 재산기준 건보료

[경인칼럼]고령사회 위협하는 재산기준 건보료

2주택 소유 등 소액 임대수입 은퇴 노인들월평균 소득은 152만원 피부양 자격도 상실엥겔지수 하위층인데 과부담… 대출 급증세경제난 가중속 '은퇴 확대재생산' 더 큰 문제종합소득세 납부시즌이 도래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발발로 종소세 납부시한을 8월 말까지 연장해주어 시간을 벌었지만 월세로 용돈이나 생활비에 충당하던 노인들은 개운치 않다. 연간 임대수입이 2천만원 이하여도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6월1일부터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자식들의 건강보험에 얹혀있는 2주택 소유 노인들은 더 난감하다. 피부양자인 고령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수입 중 각종 비용 등을 공제한 후의 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면 임대소득세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내야한다. 월세 50만원 이하 집주인들이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되면 손해일 개연성이 크다. 어르신들은 벼룩의 간까지 빼먹는다며 정부를 성토한다.은퇴자들은 건보료 부담에 특히 불만이다. 어느 정도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직장 다닐 때보다 크게 줄어든 탓이다. 통계청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은퇴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수준인데 그나마 식비, 주거비, 의료비로 50% 이상을 지출한다. 엥겔지수를 기준하면 생활수준이 하위층이다. 2017년 기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비율은 51%로 2008년 대비 20.3% 증가하는 등 갈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고 있다. 식구들 중에 암환자라도 있으면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대출규제 강화에도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9.9%이다. 같은 기간 40대(3.3%), 50대(4.4%)는 물론 30대 이하(7.6%)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높다. 2018년 기준 60대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12.6%이며 대출비중은 전체 가계대출의 18%이다.고령자들은 노후소득 감소에 대비해서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현금화하고 부채를 줄인다는 교과서 내용과 상이하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데다 노후 생계비를 직접 해결하기 위함이다. 2018년 60대 이상 부동산 임대가구는 2013년보다 48만6천가구 늘어난 169만6천가구로 연평균 7%씩 급증했다. 지난달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집값 하락 충격이 발생하면 고령층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갈수록 은퇴인구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9월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과 수명증가로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7년 만에 또다시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전환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17년 707만명에서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0%인 1천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노인인구 급증→소득절벽→소비위축→고용축소→소득감소→경제성장률 둔화의 악순환이 고민이다. 국세청은 임대수입 연간 2천만원 이하 임대사업자 대상자수를 10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때에 여분의 집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되는 고령층의 경제난 가중은 불문가지이다. 항간에서는 코로나19 위기만 극복하면 경제가 급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일 뿐 'L자'형 장기불황 지속은 명약관화하다. 역대정부가 소액임대료에 대한 과세를 간과했던 이유는 효과는 별로인 데다 자칫 초가삼간만 태운다는 비난이 두려웠던 때문이다. 정부는 소액임대료 과세를 상가임대업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나 노인빈곤만 부추기는 인상이다.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선진 한국'의 국격(國格)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상거래 결제가 거의 전자화되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영업자 실소득 파악이 가능하다. 재산을 건보료 부과기준으로 삼는 나라는 일본 몇몇 지역과 한국이 유일하다. 은퇴세대만이라도 소득 위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흑역사, 그리고 진실

[경인칼럼]흑역사, 그리고 진실

필자 고교시절 시험때 소설읽다 커닝 낙인사실을 말하려다 혼날까 포기했던 기억 소환출근길 라디오에서 야한책 보다 체벌 상심투신중학생 사연… '침묵 당하는 진실은 毒'부끄러운 '흑역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의고사를 치를 때다. 내신성적에 반영 되지 않는 시험이어서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던 것 같다. 그게 화근이었다. 당시 필자는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에 푹 빠져있었다. 시험 종이 울렸는데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시험문제 빼곡한 시험지 아래 책상 밑에서는 의협심 넘치는 청년의 통쾌한 무협 판타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그 판타지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시험 시간 내내 몰래 소설을 뒤적이는 모험을 감행하고야 말았다. 교단에서 보면 전형적인 부정행위로 비쳤을 게 뻔하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후방으로 접근하는 존재를 인식할 겨를도 없이 뒤통수에 초강력 스매싱이 꽂혔다. "이 놈이 감히 시험시간에 커닝을 해?" 불호령에 이어, 강도는 약해졌지만 스매싱이 몇 차례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잔머리를 굴리며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덜 맞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이었지만 선생님의 표정을 보는 순간 포기했다. 선생님이 "오! 그러니? 너 책을 정말 좋아하나 보구나. 앞으로도 책 많이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되려무나!"라며 부드러운 어조로 다독여줄 리 만무했다. 십중팔구 "이 놈이 감히 시험시간에 소설을 봐?"식으로 단어 몇 글자 바꾼, 처음과 동일한 반응이 나올 게 뻔했다. 아니 '신성한 시험을 모독했다'며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학교에서 필자는 부정행위자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다른 반 친구 녀석이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너 커닝하다 들켰다며?"라고 놀리고 도망가는 통에 나중에는 녀석이 '출몰'하는 순간 던질 칠판지우개까지 준비한 적이 있다. 명중했을 때의 분필가루 비산(飛散)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번도 아니면서 칠판을 지우는 자원봉사(?)까지 했다.시험 시간에 소설책을 본 게 분명 잘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때의 일은 다소 억울함을 동반한 트라우마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왜일까?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어느 중년 여자의 물기 머금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해 3월25일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투신해 숨진 김모군의 어머니 정모씨였다. 김군은 자율학습 시간에 소설책을 보다가 선생님에게 들켰는데 야한 책을 봤다는 이유로 20분간 엎드려뻗쳐 체벌을 받았다. 김군은 이어진 체육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살기 싫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교실에서 투신했다. 투신하기 전 CCTV에 찍힌 김군의 모습을 전할 때 정씨의 목이 메었다. "4층으로 내려와서 창밖으로 친구들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바닥을 내려보다가 발로 휘젓다가 망설이는 듯이 5층으로 다시 올라가더라고요. 그 때 제가 CCTV에 손을 넣어서 애를 붙잡고 싶었어요. 올라가지 말라고, 애를 붙잡고 놔주고 싶지 않았어요." 지하로 접어들던 출근길은 울먹이는 목소리에 지직거리는 라디오 소음이 더해져 더 쓰라렸다. 정씨가 원한 것은 단지 '진실'이었다. 해당 교사가 최근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것도 무의미해 보였다. 정씨는 "선생님도 애초에 저희 아이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란 걸 예상하지 못하고 혼을 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무슨 상황이었길래 아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20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 입으로 직접 그 얘기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니체는 "침묵을 당하는 모든 진실은 독이 된다"고 했다. 또 헤겔은 "합리적인 것은 진실하며, 진실한 것은 합리적이다"라고 했다.출근길,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인터뷰는 '진실'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필자의 부끄러운 흑역사에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쉬움이 깃들어 있는 것도, 당시의 행위가 진실을 기반으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임성훈 논설위원임성훈 논설위원

[경인칼럼]총선 결과 해석에 보수의 명운이 달렸다

[경인칼럼]총선 결과 해석에 보수의 명운이 달렸다

거대 정당의 탄생은 정치지형 재정렬 의미유권자, 통합당 대안부재 맹목투쟁에 응징민주당도 코로나 변수 없었다면 패배 인식 '승패 수습·추경·공수처 대처' 시금석 될듯21대 총선 이전과 이후의 한국정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민주화 이후 1990년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218석의 민주자유당의 거대여당 이후에 180석을 지닌 공룡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대야소 정국에서도 17대 총선 152석, 18대 153석, 19대 152석으로 과반을 갓 넘겼을 뿐이다. 비례정당을 제외해도 163석의 거대정당의 탄생이 보수와 진보의 적대를 더욱 강화할지, 양 진영이 정치복원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당장 통합당의 패배 수습이 어떤 수순과 형태를 띠느냐와 추경 편성에 대한 여야의 태도가 일차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7월에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지명에 여하히 대처하느냐도 향후 여야관계를 가늠할 시금석이다.정당의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패배한 정당은 분발하면 될 일이고, 승리한 정당은 다음에도 우위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절차적 민주주의로서의 주기적 투표권 행사라는 의미를 넘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대선거란 정치지형을 일거에 바꾼다든지 선거기간을 관통한 쟁점으로 정당체제의 재편이나 재정렬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21대 총선을 중대선거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보수진영의 폭망에 가까운 역대급 패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선거에 불리한 요소들이 즐비했고 이는 코로나19라는 대형변수 앞에 잠복했다. 이번 선거에 여러 관전포인트가 있으나 이러한 정치적 쟁점들이 유권자의 판단의 논거로 얼마나 작동했느냐가 쟁점이다.민주당에게는 친문의 기득권화와 연관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 진영정치와 조국 사태가 가져온 중도층의 이반, 경제난 등이 정권평가론과 맞닿아 있었다. 통합당에게는 야당심판론이 작동하고 있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보여줬던 대안부재의 맹목에 가까운 강경투쟁, 극단적 주장과 구호를 일삼는 '아스팔트 우파' 및 태극기 세력과의 동조현상, 이와 무관하지 않은 탄핵에 대한 인식의 한계 등이 본질적으로 보수진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유권자는 이러한 실책들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에 대한 응징을 택함으로써 보수에 대해 해체에 가까운 재정립을 명령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보수진영이 좌파사회주의, 좌파독재 등 수구적 프레임의 사고체계를 근원적으로 탈색하지 못하면 이번 선거의 충격은 향후 2년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민주당 역시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선거패배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는 현실인식을 외면한다면 2년 후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실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보았듯이 유권자는 냉엄하게 정당들의 지난 궤적을 평가한다. 민주당의 압승과 통합당의 완패가 결합됐지만 4·15 쇼크로 불려도 무방한 21대 총선의 본질은 통합당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보수진영이 이에 대한 의미를 오독(誤讀)하지 않고 보수가치의 정립과 인적쇄신을 통한 혁신, 기존의 정치적 패러다임과의 결별 등을 실천해 나간다면 21대 총선은 보수가치의 재정립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보수의 환골탈태가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간다면 진보진영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이는 21대 총선이 보수와 진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적대와 혐오에 기반한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4·15쇼크가 중대선거를 통한 한국정당체제의 재정렬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전망이 권력을 장악한 측에게 공허하게 들린다면 적대적 구도는 온존하거나 더욱 강화될 것이다.통합당이 발상의 대전환으로 과대대표되어 있는 아스팔트의 태극기 세력과 선을 긋고, 탄핵반대에 대한 분명한 사과 입장과 함께 중도층에 다가간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른 역동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보수진영에 달렸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경인칼럼]쌍용차가 가야할 길

[경인칼럼]쌍용차가 가야할 길

마힌드라 그룹 투자포기로 다시 기로에 서만성적자 무작정 껴안을 착한 자본은 없어2015년 티볼리 흥행이후 성적부진 이어져본질은 경쟁력… '품질혁신'으로 답 찾아야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전장(戰場)이었다.직원들을 밀어내려는 사(使)와 벼랑에 몰린 노(勞)가 처절하게 맞섰다. 이른바 '옥쇄파업'이다. 회사는 임직원 2천600명을 해고하려 했고, 노조원들은 공장을 점거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5월 춘투는 한여름까지 77일이나 계속됐다. 1천700명이 명예퇴직과 무급휴직, 강제해고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다큐멘터리 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악몽 같은 투쟁현장을 전한다. 제목은 한 노동자가 '저 달이 보름이 되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갈 수 있다면…'이라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따왔다고 한다. 강제해산 과정에서 노조원 64명이 구속되고 경찰 100여명이 다쳤다. 열명 넘는 노조원과 가족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앞서 그해 1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판매부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경영권을 내놓은 것이다. 먹튀논란이 일었다.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며 2005년 대주주가 된 상하이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인수대금 5천900억원 중 3천900억원(66%)을 빌려서 충당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생산규모를 늘리겠다는 구상은 허상이었다. 2007년 적자로 돌아서더니 2년 만에 법정관리 신세가 됐다.기술유출 의혹도 뒷맛이 쓰다. 새로 출시된 '카이런'의 제작기술을 240억원에 상하이차로 이전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신차 개발비는 통상 3천억~4천억원이 소요된다. 헐값 세일이다. 상하이차가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중국을 찾아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국정원이 기술유출 혐의를 포착했다는 설이 돌았으나 상하이차는 이미 손을 털고 떠난 뒤였다. 2001년 렉스턴과 무쏘스포츠, 2003년 뉴체어맨을 출시하며 기세를 올렸던 쌍용차가 중국기업 인수 뒤 사정이 반전한 것이다. 해외매각은 패착이 됐다.2020년 봄, 쌍용차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이 2천300억원 추가 투자를 포기하겠다고 하면서다. 대신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기를 권한다'고 했다. 손을 떼겠다는 간접화법이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지 9년 만이다. 인도 모(母)기업의 자금 사정이 최악이라고 한다.속내는 다를 것이다. 쌍용차는 12분기 연속 적자다. 6천500억원을 투자했으나 판매 부진과 자금난은 여전하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4천억원을 넘는다. 올 1분기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28% 급감했다. 손실을 감내하는 선한 자본은 없다.공적자금 투입과 외자유치는 쌍용차 회생 공식이었다.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중복 자금지원은 비판여론이 거세다. 만성적자 기업을 무작정 껴안을 착한 자본은 없다. 강도 높은 자구책과 외부 수혈은 얼마간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환자를 살려낼 수 없다.1990년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도산할 게 뻔했다. 설비·사원·부채 과잉에 빠져 10여년을 헤맸다. 1997년 도입한 CD(Customer Delight) 품질향상운동이 명운을 바꿨다. '고객에게 감동과 감격을 주자'는 목표가 명확했다. 독창적이고 과감한 선제 조치가 뒤따랐다. 소형차 '윗츠'를 선보이고 세계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노쇠한 도요타가 지구촌을 깨우는 '품질혁신'의 아이콘이 됐다.쌍용차 위기의 본질은 '상품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기업은 늘 위태롭다. 2015년 티볼리 이후 흥행한 모델이 없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코란도 5세대도 성적이 부진하다. 전기차 개발도 경쟁사들에 뒤진다. 신차 개발도 고민거리다.기업의 존재 가치는 매출 증대와 수익 창출이다. 공적 자금에 기대고, 자본을 구걸하는 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10여년 전, 도요타가 대량 리콜사태를 극복한 동력 역시 품질혁신이었다. 쌍용차가 가야 할 길이다./홍정표 논설위원홍정표 논설위원

[경인칼럼]문화예술의 위기와 온라인 콘텐츠

[경인칼럼]문화예술의 위기와 온라인 콘텐츠

코로나로 영화 개봉연기·취소 50편 넘어전시·연극등 문화계 행사실종 '공황사태'해외선 무관중 중계·유튜브 활용 움직임우리도 '문예 전문방송국' 설립 서둘러야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온 국민이 열광했던 순간이 옛날처럼 까마득하다. 케이팝의 여세로 케이무비 시대를 열겠다는 기대도 잠시, 코로나19 위기는 영상산업부터 덮쳤다. 3, 4월에 개봉하려던 영화 가운데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작품만 50편이 넘는다. 5월에 열릴 칸국제영화제도 하반기로 연기되었다.가뜩이나 취약한 영화인들의 생존, 영상산업의 앞날은 캄캄절벽이다. 대중음악, 클래식과 뮤지컬, 연극 등 공연계도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는 무대가 모두 사라지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했다.코로나19 위기로 연기·취소된 문화예술행사가 무려 3천여건에 가깝다니 그 직·간접 피해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휴관으로 인한 전시나 문화관련 행사도 부지기수이다. 평생교육원이나 민간분야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대부분 중단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문화계와 예술인들도 유례없는 공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인들의 긴급생활자금 융자를 위해 총 3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섰다. 이같은 지원은 주로 극장주나 단체를 위한 것으로 당분간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예술인에게 융자는 그림의 떡이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자체의 문화예술인 긴급지원사업도 시작되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 예술인 코로나19 피해지원TF를 구성하여 지원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술인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인천예술인긴급재난지원금', 문화예술콘텐츠 영상제작을 지원하는 '온라인문화예술활동지원'이 그것이다. 또 인천 예술인 코로나19 피해지원TF를 구성하여 각종 피해를 접수하고 방역 및 소독 약제 등을 지원하는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코로나19로 조성된 사회적 위기는 깊고 긴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공연이나 문화행사의 취소·연기에 대한 보상은 시급한 대증요법이지만 보상 위주의 지원책이 예술인들이 처한 위기의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논의만 해온 예술인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지원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예술인들의 기본소득 보장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음악과 뮤지컬 공연계는 무대를 만들고 관객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온라인 콘텐츠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소속 일부 가수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했고, 지난 12~14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무관중 온라인 중계로 진행됐다.할리우드는 극장과 주문형 비디오(VOD) 동시 개봉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기존에 제작해 둔 영상을 유튜브로 스트리밍하는 예술의전당,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이용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라이브 중계, 가상현실(VR)과 유튜브를 활용한 경기아트센터의 무관중 공연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온라인 콘텐츠의 일상적인 공유를 위한 문화예술 전문방송국의 설립은 하나의 대안이다. 문화예술교육방송은 국가와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인천시의 경우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확충 방안으로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과 예술방송의 설립운영 방안이 제기된 바 있다.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인천평생교육진흥원, 지역의 영상 미디어 관련 기관이 협력하여 각종 온라인 공연과 각종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다.문화예술전문방송에서 온라인 공연과 비대면 예술행사를 방송하고 인문학, 음악, 미술, 독립 영화제작, 문화예술 경영 등 각종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제작 송출한다면 인천 시민의 문화예술교육 기회와 문화향유권, 예술인의 활동을 동시에 확대하는 전화위복책이 되리라 믿는다./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김창수 인하대 겸임교수·객원 논설위원

[경인칼럼]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경인칼럼]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말직임에도 '멍에 쓴듯' 두번 임기를 마쳤다미디어불모지 6년을 갈고나니 한결 홀가분기억에 남는 건 발달장애아 만났던 시공간비장애아 함께할 '공감 프로그램' 적용 기대두 번의 임기를 마쳤다. 개방형 직위인 방송통신위원회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에 임용돼 꽉 차는 6년을 일했다. 누가 물었다. 섭섭하지 않으냐고. 천만에. 전혀 아니다. 시원하다. 미관말직이었음에도 지난 6년간 목에 씌워져 있던 멍에는 무거웠던 것 같다. 곧은 멍에든 굽은 멍에든 일단 그것을 짊어진 순간부터 겨리나 호리를 끌어야 했는데 인천은 갈아야 할 산비탈치곤 너무 그늘지고 가팔랐다. 서울의 음영지대, 미디어문화의 황무지, 특히 방송영상미디어의 불모지로 일컬어지는 곳 아니던가. 내려놓았을 때 봄바람처럼 느껴지던 그 홀가분함이란. 떠난 며칠 뒤 센터직원들이 전해준 2019년도 센터경영 평가결과도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그동안의 쟁기질이 영 볼썽사납고 거칠기만 했던 건 아닌가 보다.또 하나, 이런 질문을 받았다. 누가 기억에 남느냐.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지우고 하는 사이 문득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었다. 나로서도 뜻밖의 인물들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다닐만한 나이가 되었을까. 2∼3년 전쯤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그는 늘 어머니와 함께였다. 센터 한쪽에 마련된 화단에 걸터앉아 화장실에서 페트병에 담아온 물을 나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물이 떨어지면 다시 화장실로 가 세면대에서 물을 담아 나무에 뿌려주는 행위를 되풀이했다. 그 곁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러고 있는 아들과 스마트폰에게 교대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거의 매일,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청년이 흔적을 심하게 남겨놓아 불편하긴 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아주 심한 경우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니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휴지로 훔치곤 했다.다른 한 '아이'는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인 그 아이처럼 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는 보건기관의 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듯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센터로 올라와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언제나 혼자였던 그는 늦은 오후 하루 일정을 끝낸 미디어체험공간을 서성이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말을 나눴다. 때론 천장을 향해, 때론 바닥을 향해, 때론 빈 벽을 향해 말을 했다. 혼잣말이었으나 혼잣말이 아닌 대화들. 가까이 지나친 적도 많았지만 대화의 내용을 한 번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가끔씩 센터 입구 나무그늘에서도 마주치고, 아주 드물게 인천지하철 1호선 열차의 송도구간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행동은 한결 같았다.그 '아이들'과의 만남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미디어 체험프로그램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재작년 가을부터 서울대 의생명지식공학연구실 김홍기 교수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이어 숙명여대 숙명인문학연구소장 박인찬 교수와 이재준 연구교수, 같은 대학의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 이영애 교수, 연세대 X-미디어센터장 이현진 교수 등을 차례로 만나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함께 뜻을 모아 시작된 프로젝트가 '미디어 공감'이고, 1년여 만에 개발된 미디어 체험프로그램이 '다함께 팡팡'이다. '나', '너', '공감', '우리' 4단계로 설계됐는데 각 단계별로 적합한 미디어아트 기법을 적용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공감'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시범운영을 모두 마쳤고, 올해 인천지역 특수학교 미디어체험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떠날 때에도 임시사용허가를 받아 개관 준비를 하던 6년 전처럼 센터의 문은 잠겨있었다. 코로나사태에 센터도 예외일 수 없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이 난리통에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2018년 기준 국가등록 발달장애인은 22만5천601명, 전체 장애인의 8.9%를 차지한다. 지적장애 20만903명, 자폐성장애 2만4천698명이다. 내가 사는 인천만 하더라도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지적장애 1만574명, 자폐성장애 1천530명 등 모두 1만2천104명에 이른다. 그 '아이들', 빗장이 걸린 센터의 그 공간이 아니더라도 어디 마땅히 시간을 보낼 데가 있긴 한 걸까. 어머니는 또 어디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까./이충환 언론학박사이충환 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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