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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역할분담이 필요한 한미동맹

[경인칼럼]역할분담이 필요한 한미동맹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입장과 이해 달라결국 비핵화 협상 추진동력 발굴 우리의 몫세부사항은 당사자간 창의적으로 접근 유리신뢰회복 차원 '비핵화 2~3단계 진행' 현명최근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신청을 승인하고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소신있게 추진해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이다. 이 조치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남북 관계를 대화로 전환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하노이 회담의 옵션으로 거론된 바 있지만 미국 측의 완강한 반대로 철회했다가 하노이의 좌절로 절치부심하고 있는 평양을 향해 뒤늦게, 그것도 일부를, 마지못해 꺼내든 셈이기 때문이다. 바둑에서는 돌을 놓는 순서, 수순(手順)이 승부를 결정한다. 국면을 전환하는 묘수도 수순에서 나오고 다 이긴 판을 놓치는 패착도 수순에서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겪고 있는 고통과 공단가동으로 얻었던 경제적 이익이나 남북간 신뢰회복 효과까지 두루 감안하면, 개성공단 방문승인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언젠가는 풀어야 할 매듭이었다. 선택지가 거의 없는 '촉진자의 결단'을 북한이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를 기대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북미간의 압박이 임계치를 향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한동안 칩거하던 김정은 위원장은 연일 생산현장 방문을 통해 '인민'들의 실망감을 달래는 한편, 군부와 강경파들을 의식한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하노이 결렬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까지 손상입은 것으로 알려져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도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북한의 '준비부족' 탓으로 돌리는 한편 북한의 석탄운반선을 압류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발사체 발사로 도발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나간다면 교착상태가 긴장과 갈등관계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가장 비관적 시나리오는 북한의 압박과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서로 충돌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비관적 시나리오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트럼프가 외교적 실패로 인한 비난을 감수한다면 미국이 잃을 것은 사실상 없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내심 결렬을 원하고 있으며, 그 대변자들인 매파들은 협상의 문턱을 높여 성사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야당은 북미협상을 트럼프가 하는 것 자체가 불만이어서 협상 성사에 관심이 없다. 북한의 경우 비핵화 협상이 제재완화로 이어져 경제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기득권층에게 평화체제와 개방은 일종의 도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에서 한미간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로 구축될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나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이 다시 협상장에 설 수 있는 명분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유엔의 제재 대상과 무관한 사업이라면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 유연한 상황 관리를 위해서도 미국과 전략적 방향은 공유하되 세부사항은 당사자가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개성공단 재개 건도 우리 정부가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책임성을 가지고 접근했더라면,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 판단을 위임해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신뢰의 위기는 조성되지 않았을 터이다. 미국이 선호하는 일괄타결의 가능성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하노이 노딜로 신뢰의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빅딜을 고집할 수 없다면 신뢰회복의 차원에서라도 비핵화를 2~3단계로 나누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합의사항 위반시 협정을 철회할 수 있는 역진방지규칙(snapback)을 제시해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과의 식량, 환경 생태분야, 과학기술분야의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의 다변화가 '촉진자'에게 절실하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경인칼럼]저널리즘: 권력에게 질문하기

[경인칼럼]저널리즘: 권력에게 질문하기

은폐·회피·거짓말 하는 권력에 '물음'은그들의 부당함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물러난 인천경제구역청장의 속내 편지글'사퇴이유' 궁금증 풀어주는 언론은 없었다두 편의 저널리즘 영화가 있다. 2015년 같은 해에 미국에서 제작됐다. 실제 사건들을 소재로 했다. 캐스팅과 작품성이 빼어나지만 둘 다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토마스 매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성공한 취재의 서사시다. 지난 2002년 가톨릭 보스턴 교구의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친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취재와 보도 실화를 토대로 제작됐다. 지역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종교권력의 추악한 이면을 끈질긴 취재정신으로 파헤치고 들어가 마침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는 이듬해 이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영화 제목도 그 팀의 이름을 땄다.반면 제임스 벤더빌트 감독의 첫 작품 '트루스(Truth)'는 실패한 취재의 회고록이다.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미국 CBS 저널리스트 메리 메이프스의 회고록 '진실과 의무: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아들 부시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CBS 탐사보도프로그램 '60분'은 간판앵커 댄 래더를 앞세워 부시의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하지만 오보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그 여파로 월터 크롱카이트의 후임으로서 24년 동안 'CBS 이브닝뉴스'를 이끌어온 댄 래더가 앵커직에서 물러나고, 메리를 비롯한 팀 전원이 해고된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스턴 글로브의 새 편집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분)은 현존하는 지역 최고권력인 추기경에게 말한다.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악한 교회권력을 추적하는 현장기자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분)의 외침은 간명하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 사과가 몇 개 썩었다고 사과 상자를 통째로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조직적 은폐를 시도하는 권력의 속성을 팀장 월터 로빈슨(마이클 키튼 분)은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시스템이야. 시스템에 집중해야 해!"비록 보이지 않는 권력시스템에 패하긴 했으나 '트루스'의 저널리스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질문'이다. 오보의 당사자로 낙인찍힌 메리(케이트 블란쳇 분)는 "처음부터 질문하지 말았어야 했어…"라며 자조하지만 진심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후배 저널리스트에게 질문이야말로 저널리즘의 핵심임을 확인시켜준다. "질문을 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네. 어떤 이들은 쓸데없는 일이라 하고, 어떤 쪽에서는 편파적이라고 하겠지만, 우리가 질문을 멈추는 순간 미국인들은 패배하는 것이네." 영화의 끝부분, 메리는 저승사자 같은 조사단 앞에서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자신의 의무를 다했냐고 물었을 뿐이에요." 두 편의 영화처럼 저널리즘은 권력에게 묻는다. 감추고, 회피하고, 거짓말하고, 교활한 술수를 부리는 권력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질문은 부당하고 과도한 권력을 무너뜨리는 저널리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평상시에도 가장 효과적인 견제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중앙권력이든 지방권력이든, 종교권력이든 세속권력이든, 시민사회권력이든 노동단체권력이든, 심지어 저널리즘이 갖는 스스로의 권력까지 우리의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권력이 다 질문의 대상이다. 이들 권력에게 제대로 질문하지 않거나 질문하지 못하는 저널리즘은 가짜 저널리즘이다. 며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사퇴(辭退)했다. 퇴임식을 대신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속마음을 헤아려봄직한 문장을 남겼다. "꽃이 진 자리는 열매가 맺혀야 생명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할 말이 많으나 꾹, 꾹, 누른 거겠지. 그가 왜 물러나는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있다. 하지만 지역언론 어디고 속 시원히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데가 없다. 오히려 억측만 키웠을 뿐이다. 경질(更迭)의 칼을 휘두른 권력에게 제대로 질문하고, 그래서 돌아온 답변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들려준 언론이 없다. 근래 이 지역사회에서 그이만큼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공직자가 또 있었는가. 없었음에도 '질문'하지 않았는가./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경인칼럼]아모르파티

[경인칼럼]아모르파티

새시대 띄우는 일본정부 '또 한번 굴기' 갈구고단한 현대인, 삶 포기하는 사례 비일비재자본주의는 서민의 인간미 강퍅함으로 바꿔'자신의 운명 사랑하라' 니체의 당부 눈길일본정부가 새 시대를 맞이했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부친인 아키히토(明仁)에게서 왕위를 계승함에 따라 일세일원(一世一元)의 연호도 5월 1일부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일본인들은 신왕(新王) 즉위를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일왕은 통치는 하지 않지만 국가와 국민통합의 상징인 탓이다. 일본 재무성은 1만엔, 5천엔, 1천엔권 지폐 속 인물들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2024년에 새로 선보일 1만엔권에는 '일본자본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시부자와 에이이치(澁鐸榮一, 1840~1931)를, 또 5천엔권에는 여성 교육 개척자인 쓰다 우메코(津田梅子, 1864~1929)를, 1천엔권에는 일본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 柴三郞, 1853~1931)를 각각 확정했다. 일본국민들은 또 한 번의 굴기( 起)를 갈구하고 있다. 주목되는 인물은 '논어와 주판'(1927)의 저자 시부자와 에이이치이다. 그는 한국 역사상 종이돈 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초상은 1902년부터 일본 제일은행이 한국에서 발행하기 시작한 1엔, 5엔, 10엔짜리 3종의 은행권에 처음 등장했었는데 1세기만에 일본 최고액권에 다시 부활했다. 당시 제일은행 총재였던 시부자와는 한국의 일본 식민지화를 촉진한 핵심인물이자 일본에서 미즈호은행, 도쿄가스, 도쿄화재해상보험, 데이코쿠호텔, 도쿄증권거래소, 기린맥주, 치치부철도 등 500여 기업의 설립 및 경영을 주도했다. 그러나 메이지(1868~1912) 중기부터 다이쇼(大正, 1912~1926)에 걸쳐서 빈민가의 존재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됐다. 도쿄에는 이전부터 만넨초, 다니야, 시바 신모우초 등 빈민촌과 곳곳에 거지굴이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가난은 게으름 혹은 팔자로 치부된 때문이다. 그런데 공업화와 함께 도시빈민들의 숫자가 급속히 불어난 것이다. 자본주의는 서민들의 인간미 넘치는 삶을 강퍅함으로 바꾸었다.현대인들의 삶은 훨씬 고단해서 삶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캐나다 최북단 혹한의 땅인 누나부트 준주(準州)의 주도 이칼루트는 세계최고의 청소년 자살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천 년 동안 붙박이로 살아온 이누이트인 위주의 자치도시이나 살벌한 자본주의 문화에 적응이 쉽지 않은 터에 자신의 미래마저 불투명한 때문이다. 한국의 청춘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8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25.8명으로 OECD 35국 중 최고인데 특히 청년층의 자살이 두드러진다. 10~39세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상당한 경비에 고단함도 불사하고 해외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구걸(?)하는 한국의 젊은 취업 노마드(유랑민)들이 점증하니 말이다. 대다수의 청년들은 자신들이 부모세대보다 못할 것이라며 불안해한다. 외국기업의 국내 이주 감소와 국내기업들의 국외 엑소더스가 결정적이다. 최근 10년간 국내기업들의 해외직접 투자액이 255조원에 달한다. 지난 한해 생산공장 해외이전 금액만 55조원이다. 국내시장은 협소한 반면에 무한경쟁과 보호무역 강화가 한국기업들의 국외탈출을 부추기는 것이다. 향후 국내 일자리 전망도 밝지 못하다. 전 세계 대다수 엘리트들은 무한경쟁에 따른 물가안정, 교역확대, 기술혁명 등을 들며 세계주의의 탁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화야말로 인민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진실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안정되면 뭐하나, 서민들 주머니에 돈이 말라가는데. 2016년 2월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미국인 6%, 독일인 4%, 영국인 4%, 프랑스인 3%에 불과했다. 절대다수의 세계시민들은 세계화가 선택받은 극소수에만 좋다고 믿는다.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베넌은 201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주의자들은 미국 노동자들의 배를 갈라서 아시아의 중산층을 키웠다"며 분노했다.양극화 확대와 L자형 내수경기,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대량감소 우려 등 세계화의 덫은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할 과제이나 한국은 기댈 곳이 수출밖에 없어 더 걱정이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Amore Fati)'는 철인 니체의 당부에 눈길이 간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정치적 감수성과 반응성이 승패 가른다

[경인칼럼]정치적 감수성과 반응성이 승패 가른다

촛불 집권세력, 수구야당 반정치 명분 제공 총선 1년 앞두고 기존 적대·증오정치 회귀진보유권자들의 '그자찍' 현실 될 수도 있어국민에 반응하지않는 정권 승리 장담 못해시민의 평등한 참여를 통한 정부의 대표성, 책임성, 반응성의 구현 여부는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르는 핵심 내용들이다. 적어도 민주주의에서 공적 영역의 국가기구는 시민, 즉 유권자를 대표해서 존재한다. 책임정치 개념은 공적기관들이 유권자의 지지, 요구에 반응하는 것과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 정부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정치를 의미한다.민주주의는 선거권 확대를 위한 보통선거 쟁취의 역사이며 이는 대표성과 책임성의 원리를 정착시켜왔다. 이러한 대표성과 책임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반응성이다. 반응성은 집권을 위한 공적 약속, 즉 공약을 실천하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주장에 민감하게 조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시민들의 요구와 여론에 부응하는 책임정부가 대표성, 책임성, 반응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다.청와대는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보수야당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고 정국이 가파르게 대치하는 것 또한 정해진 한국정치의 수순이다. 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를 임명한 것 외에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환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도 장외투쟁의 명분이다.정책 사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고 반대를 위해 장외로 나가는 것은 명백히 반의회주의적 행위다. 장외투쟁은 국가권력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여 반대나 비판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때 약자와 소수자가 주권자의 민의에 의지하여 벌이는 독재시대 때의 정치적 시위의 형태다. 그러나 한국당의 장외집회는 어떠한 여건도 충족되지 않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집권세력은 수구야당에게 반정치의 명분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후보 임명에 반발하는 수단으로서 장외투쟁이 적절한가의 여부를 떠나 여권은 보수야당에 공격의 단서와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총선 1년을 앞두고 정치는 양비론에 입각한 기존의 적대와 증오의 정치로 회귀했다. 거대양당제로 복귀한 정치 패러다임에서 유권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적대와 극단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편견을 증폭시킬 때 집토끼를 지킬 수 있다는 정치문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촛불'과 '적폐청산'의 저작권자로서의 위상도 상실해 가고 있을 뿐 아니라, 도덕적·정치적 명분의 우위의 실종에 직면하고 있다.청문과정에서 흠결이 제기되었던 후보자들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인식에 토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여론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단순히 인사 문제뿐만이 아니라 촛불 민심에 의해 대안부재로 선택됐던 청와대와 집권세력은 이미 좌파기득권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현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진보 유권자들이 '그래서 자유한국당을 찍을거야?(그자찍)'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역시 민심에 반응하지 않는 둔감성을 의미한다. 이대로 집권세력의 정치적 감수성이 발동되지 않는다면 '그자찍'(그래서 자유한국당을 찍을거야?)은 실제 '그자찍'(응 그래서 자유한국당 찍을거야)이 될 수도 있다.집권 후 3년 만에 치러질 내년 총선의 프레임은 역시 정권심판론이다. 선거민주주의에서 민의를 거스르는 정권이 선거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은 자명하다. 국민에 반응하지 않는 정권은 민주적 책임성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는 당위와 규범의 측면뿐만이 아니라 실제 선거경쟁에서의 승리도 담보하지 못한다.선거프레임이 회고적 투표냐 전망적 투표냐의 선택은 국민이 하지만 근거를 제공하는 측은 집권 측이다. 정권심판론을 거대야당 심판론의 프레임으로 바꾸는 국면 전환은 단순히 정치공학에 기인하지 않는다. 시민에게 얼마나 겸손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의 반응성에 있다. 자유한국당의 퇴행적이며 반동적 색깔론은 민심과 동떨어진 집권 측의 인식의 틈새를 파고드는 법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경인칼럼]이해찬 대표의 `장기집권론`

[경인칼럼]이해찬 대표의 '장기집권론'

李 정치적 함의는 文정부 지속가능성 실현'총선목표 260석' 진보진영의 연속성 절실現 국정기조 지속성 보수견해 배제로 '흔들'가능성 적은 '장기집권'으로 달성할 일 아냐집권이 목적인 정치결사체인 모든 정당은 장기집권을 꿈꾼다.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려는 열망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민심은 웬만하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집권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부패를 수반한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민당의 독주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14년 집권이 오히려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년, 100년 장기집권론을 강조할 때 여론은 그저 정당의 상식적 희망사항으로 여겨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 목표를 260석으로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등에서 집권여당의 오만이라며 날을 세워도 여론은 무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운영의 지향과 연관지어보면 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은 여권 내부의 절실한 목표가 된다.박근혜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국정을 독주했다. 탄핵 공동운명체인 자유한국당의 견제는 미미했고 신경 쓸 정도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방권력 마저 송두리째 여당으로 넘어왔다. 정부여당의 정치 평원은 확대됐고 여론의 지지는 독주의 촉매가 됐다.경제 분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안착시켰다. 외교분야는 남북 공존 중심으로 재편했다. 한차례 공론조사로 원자력발전을 폐지했고, 검경의 적폐청산은 과거의 의혹들을 소환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주 가족은 멸문의 과정을 거쳐 회사 경영권을 잃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관사회의 특정 서클 멤버들로 채웠다. 법관의 양심을 의심해서는 안되지만, 특정 서클 소속 법관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지향을 공표해왔다.정부에 대한 언론환경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 반박하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달라.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 있어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김의겸의 지적이 보수언론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같은 언론 종사자로서 심경이 복잡해진다. 또한 여론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향한 여론의 지지를 질문을 바꾸어 '나쁨'에서 '양호'로 변경한 여론조사업체의 수중에 있다.문제는 국정 독주를 통해 이루어낸 각 분야의 정책기조와 권력기관 장악, 우호적인 언론환경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보수세력의 비판과 견제와 대안이 배제된 정책, 권력기관 조직, 언론환경은 정권이 바뀌면 모조리 전복될 가능성이 100%다. 혹시라도 보수세력이 다음 정권을 차지한다면 지금 세상은 뒤집어진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족보 없는 경제이론이라며 폐기할테고, 북한 중심 외교는 한·미·일 동맹외교로 유턴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자기 사람으로 교체하는 건 당연하다. 공영·준공영 방송사 사장이 바뀔 테고, 김어준·주진우·김제동 만큼이나 입담 좋은 보수 진행자들이 황금시간대를 꿰찰 수도 있다. 현재의 친노동 반재벌 정서도 극적으로 역전될 수 있다.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데 있다. '장기집권론', '총선 목표 260석' 주장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여도, 진보진영 국정기조의 연속성이라는 목표 자체는 절실하다.그러나 국가목표와 국정운영의 기본적 지향은 정쟁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현 정부 국정기조의 지속가능성을 장기 재집권을 통해서만 실현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경제, 외교 정책은 수단을 달리 해도 여야가 기본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정치와 독립돼야 하고, 공권력은 한결 같은 사정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현 정부 국정기조의 지속가능성은 보수의 견해를 배제해서 흔들리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 정권교체와 상관없는 국정기조를 만들어 해결할 일이지, 가능성이 희박한 장기집권을 통해 달성할 일이 아니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경인칼럼]`촉진자`의 딜레마

[경인칼럼]'촉진자'의 딜레마

한미정상회담 마친 文대통령 중재역 곤궁비핵화 협상 빅딜-스몰딜 美北간 큰 격차상호불신탓 합의내용 이행 논의 교착상태불이행땐 제재 복원 '스냅백' 장치 고민을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교착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일괄타결의 빅딜을 선호하는 미국과 동시적 상응조치의 스몰딜을 내세우는 북한 간의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첨예할수록 중재자의 지위도 백척간두처럼 위태롭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야당 측의 회의적 주장도 '촉진자'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의 하나로 제시했다. 미국이 원하는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북한에게 비핵화 검증의 명분을 제공한다면 교착 타개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북한은 한국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강대국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불만스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중재자는 머리 둘 곳 없이 늘 곤궁하다. 이해관계가 다른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들을 협상장으로 불러내 화해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양보 없는 타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할 뿐 먼저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협상이 삐걱거리면 중재자가 편파적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협상이 결렬되면 중재자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된다.선택지가 좁아진다고 해서, 또 처지가 곤궁하다고 해서 중립적 지위로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비핵화 목표를 같이하며 북한을 상대하는 플레이어이며, 무엇보다 비핵화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는 남북교류의 마당에서도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주역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의 진척과 평화체제의 확립은 민족의 생존 전략이며, 전쟁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해방되어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물론 교착상태가 2017년과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비할 바 아니며, 미국과 북한이 협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의 계기는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실효적 지렛대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촉진자(facilitator)란 집단 간 의사소통 촉진 기술을 통해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거나 공동의 과제를 도출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이다. 촉진자는 공감적 이해와 수용적 태도를 갖춰야 하며, 당사자들이 개방된 마음과 합리적 사고를 통해 창의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핵화협상의 어려움은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적대시해왔던 국가인 미국과 북한, 북한과 한국 간의 협상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문턱을 높이려는 매파들에게 둘러싸여 있듯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미국식 비핵화 방안을 수용할 경우 핵 보유국의 '위업'과 지위만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길' 카드를 내보이며 협상결렬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협상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상호불신이다. 비핵화 협상과 남북교류는 지난해 판문점선언, 싱가포르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를 차근차근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방법이다. 미국은 북한의 동시상응 원칙을 핵폐기를 미뤄둔 채 여러 단계로 나눈 스몰딜로 실리만 취하는 살라미 전법이 아닌가 의심한다. 북한도 미국의 '불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일괄타결 방식에 대해 비핵화 조치 후 상응조치를 강제할 수단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합의 이행에 대한 상대방의 대응을 신뢰하지 못해 논의는 답보 상태이다.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함으로써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스냅백(Snapback)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신 일괄타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두세 단계로 나누어 성실한 이행과 상응하는 조치의 선순환을 이뤄 나가는 것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경인칼럼]강화도미디어타운 촌장(村長)

[경인칼럼]강화도미디어타운 촌장(村長)

실력·인품까지 갖춘 류미례 다큐멘터리 감독올해 시청자 제안사업 공모 주민들 대거 참여다양한 구성원들 소화할 수 있는 내용 구성어우러져 잘사는 마을 '미디어가 한몫' 기대일을 하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실력에 인품까지 갖췄다면 더욱 그렇다. 강화도에 사는 류미례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런 분이다. 강화 양도면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상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생활형 '액티비스트(activist)'다. 실력은 '꽝'이면서 눈빛만 이글거리는 그런 활동가가 아니다. 온유함과 섬세함이, 세상을 기어코 뒤집어 놓고야 말겠다는 거친 결기를 단연 압도하는 그런 유(類)다. 처음부터 영상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한국사학을, 대학원에선 국제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영상제작을 접한 건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설립되기 전인 90년대 후반, 한 단체에서 시민영상제작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그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과 교육이 본업이 됐다. 2004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엄마…'라는 작품으로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도 받은 실력파다. 류 감독은 2015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센터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다큐멘터리제작 교육프로그램 '열 번 만에 다큐멘터리 만들기'의 주 강사를 맡았다. 이듬해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두다Q'의 교육을 담당했다. 재작년에는 강화지역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센터와 함께 진행했다. '함께 만드는 영상교실'은 강화지역에 사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영상제작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강화의 청년영농인과 어르신들이 함께 영상미디어를 이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교육도 진행했다. 현지의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올해 류 감독이 뿌린 씨앗이 제대로 열매를 맺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해마다 시민이 직접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채택되면 필요한 예산과 시설·장비를 센터가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벌인다. '열린 센터'를 기치로 시행하는 '시청자제안사업'이다. 그런데 올해는 강화지역 주민들이 대거 공모에 참여했다. 외부전문가들과 함께한 심사에서 모두 6개의 제안사업이 채택됐는데 그중 4개가 강화지역 주민들이 제안한 것이었다.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교실:크리에이터 탐구생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와 함께 하는 강화 영상제작교실' ▲발달장애인들이 사진과 영상촬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카메라로 보는 세상:캠프 힐에서 영상 만들기' ▲미디어리터러시와 미디어교육이론을 강의하는 '강화마을 미디어교사 양성교실' 등이다. 하나같이 류 감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주민들과 의논하고, 주민들을 독려한 끝에 나온 산물(産物)이다.채택된 시민제안 프로그램들은 강화지역의 어르신과 젊은 세대, 장애인과 비장애인, 미디어를 배우고자 하는 주민과 가르쳐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센터는 이들 4개의 사업과 앞서 공모한 마을미디어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리 마을 라디오:라디오 빌리지'를 하나로 묶어 올해 강화지역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강화도미디어타운' 사업이다. 강화도는 그 땅에 흐르는 우리 민족사의 강건한 기운만큼이나 원주민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곳이다. 진도 다음 가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큰 섬인데 수도권 고학력 은퇴세대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역이기도 하다. 조상 대대로 터 잡고 살아온 원주민과 그분들에게는 어쩌면 이방인으로 비칠 법한 새로운 이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가는데 '미디어'가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잘 살아가는 마을,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를 누렸던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이 서로의 경험과 삶의 지혜를 기꺼이 나누며 잘 살아가는 마을,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배척하지 않고 적으로 만들지 않고 어울려 함께 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가는데 '미디어'와 '미디어교육'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기대와 믿음의 디딤돌을 놓은 이가 바로 류 감독이다. '강화도미디어타운'의 촌장(村長)이라 칭할 만하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경인칼럼]연고(緣故)자본주의 시대

[경인칼럼]연고(緣故)자본주의 시대

정치인 자녀들 KT 특혜채용 의혹 일파만파신임교수·민간기업 선발도 부친 직업 강요기회균등·공정경쟁 흔들려 '상대적 박탈감''개천의 용' 사라진 한국사회 선진화 걸림돌중견 영화배우 김광규가 좋다. 비록 대머리이나 준수한 외모에다 맛깔스런 조연 역할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천명에도 혼밥족 신세를 못(?) 면하는 서민적 풍모에도 연민이 느껴진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부지 뭐 하시노?"는 압권이다. 2001년에 개봉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서 담임 선생님이 제자인 동수와 준석의 뺨을 비틀며 걱정하는 장면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뇌리에 명대사로 각인되어 있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의 특혜채용 의혹으로 불거진 KT 채용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같은 당의 황교안 대표와 정갑윤 의원의 아들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터에 KT노조가 친박 핵심실세였던 홍문종 의원도 채용비리에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위원장이던 홍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과 측근 등 4명에 대해 부정 취업청탁을 했단다.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나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판박이란 느낌이다.공기업의 채용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취업빙하기에 견줄 만큼 갈수록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판에 고임금에다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인 탓이다. 공기업 내에 만연한 보신(保身) 문화는 점입가경이다. 주인 없는 조직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풍지 확보가 필수적인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례가 상징적이다. 부정청탁이 의심되는 직원 한명의 입사서류 성명 칸 옆에 괄호가 쳐지고 그 속에 부모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모 지방대학의 신임교수 채용서류는 더 노골적이다. 인터넷으로만 접수 받는 취업지원서에 지원자의 부친 이름과 직업을 적는 난이 있는데 부친의 관련사항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으면 입력되지 않아 서류접수가 불가능하다. 30대 이상의 최고 지성인들한테도 부모 직업을 묻는다니 아연실색이다. 그 대학 교직원 중에 이름만 대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유력인사 자녀 및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도 기업들처럼 정치가, 고위공직자, 재력가, 언론인 등 가진 자들과의 커넥션 형성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짬짜미 채용 엄단을 외쳤지만 별무효과이다.공기관이 이럴진대 민간 기업들은 오죽하겠는가. 수년 전에 모 대기업 임원 출신의 한 인사로부터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그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업무능력이나 자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친의 직업이란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으로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근무자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데다 아버지의 직책이 높을수록 합격 가능성도 크다고 귀띔하며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앞으로 연고채용은 더욱 만연할 개연성이 높다. 요즘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두렵단다. 사람 잘못 뽑았다 낭패보기 십상이란 것이다. 세계화 확대는 또 다른 변수이다. 사업장의 글로벌화는 불문가지여서 임직원들의 충성도 제고가 훨씬 강조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정부는 피면접자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블라인드전형을 주문하나 한계가 있다. 작금의 채용비리에 대한 모 취업준비생의 반응이다. "누구는 취업하려고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노력해도 역부족인데 누구는 부모의 힘으로 쉽게 입사한다.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계란으로 바위 깨는 격이니."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흔들리는 점이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정치철학자 존 롤스 교수는 "공정성의 핵심은 '운(運)의 중립화'이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등 우연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자연적 조건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연고(緣故) 자본주의야말로 한국사회 선진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했지만 공자님 말씀처럼 들린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퇴행과 적대의 정치

[경인칼럼]퇴행과 적대의 정치

경제·취업난·소득격차·반동 수구 정치…당정, 촛불집권 3년차 시민참여 유도 실패4·3보선 결과로 정당들 혁신 계기 될지 관건한국당 '의식 변화'·민주당 '재개혁' 시급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촛불민심의 건재가 확인됐다. 시민들의 현 정부에 거는 개혁과 혁신에 대한 기대가 표심으로 나타난 결과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지리멸렬하던 제1야당의 지지자들이 집결하는 양상이다. 촛불민심의 지지를 확인한 이후 집권세력은 개혁동력을 모으지 못했다. 그리고 집권 3년 차를 맞이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난은 심화되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반사회적 범죄와 부패는 금도를 넘어섰다. 반동과 수구의 정치, 그게 지금의 한국정치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촛불에 의해 집권했음에도 개혁 담론을 공론화하여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시민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정치적 활성화는 사라졌다. 민주당은 손혜원·서영교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의 의혹들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고, 산하 공공기관 인사에서도 지난 정권들과 차별화된 행태를 보이지 못했다. 압도적으로 민주당에 향했던 도덕적 우위와 정치적 명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으로서의 자율성도 찾을 수 없다. 이는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범진보진영의 연대를 통한 개혁입법은 임기 초반의 높은 지지율에 도취되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에 20년 집권론, 100년 집권론 등 오만한 행태가 똬리를 틀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입증하듯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의혹 역시 지난 정권과 차이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지도부는 이념적 편향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당 대표 스스로가 탄핵을 부정하고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는 등 반헌법, 반민주, 반역사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태블릿PC가 조작됐다면 이에 기반해 헌법 절차와 국민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던 탄핵은 반헌법적인 폭거가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은 5·18민주화 운동이 폭동이고,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에 대해 국회 제명을 할 생각이 없다. 지도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극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는 '반민특위 국민 분열론' '좌파독재' '좌파 포로정권' 등의 정제되지 않은 용어를 구호처럼 반복하고 있다. 적대와 증오의 소환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려는 수구 퇴행 정치가 아닐 수없다. 이들은 '냉전의 후예'답게 역사 왜곡과 적(敵)의 창출(making enemy)을 통해 상대의 정당성을 박탈하는 기법을 당의 선거 전략으로 택한 것 같다.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서 다음 주 재보궐 선거결과는 일정 부분 정치적 함의를 지니게 될 것이다. 통영·고성에서 한국당이 승리를 놓친 적이 없으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차지했다. 통영·고성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놓치거나,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에서 한국당이 승리한다면 황교안 체제 후 수구적 행태를 보여왔던 한국당의 극우적 발언과 역사 왜곡 등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만약 범진보 진영이 두 군데 모두 승리한다면 한국당의 수구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진보적 의제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어느 정당이 승리해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당들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선거를 말하지 않고 대의제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지만 진영논리에 갇힌 유권자들 역시 공정과 정의에 대한 변별로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님도 인정해야 한다. 한국당은 이성과 상식이 배제된 반역사적 의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민주당은 수구집단의 '망언'이 발붙일 수 없도록 다시 개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선거민주주의의 협애한 틀을 벗어날 때 진정한 선거경쟁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경인칼럼]내재적 관점으로 우리 내부부터 화해하자

[경인칼럼]내재적 관점으로 우리 내부부터 화해하자

보수·진보 대립 '재생불능 과정' 진입 중이념적 내분 친일·친북 굳어질까 두려워'역사적 정의' 수정- '의심' 내려놓길국민 갈라 놓으면 정권탈환이 무슨 소용김영삼 정부부터 계산하면 보수와 진보 진영의 교차집권 기간이 26년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진영은 각각 3명의 대통령을 세웠다. 우리 현대사의 압축성을 고려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진영이 이념적 소통과 현실적 공존을 모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재생불능의 화석화 과정에 진입 중이다. 대립의 양상이 정치이익을 실현하려는 정당들의 정략적 기획 수준을 넘었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로 개인무장한 대중들의 전면적 대치로 확산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당들은 '국민'을 강조하지만, 국민은 보수적 시민과 진보적 대중으로 분리 중이다.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로를 인식하는 관점은 식민공간과 분단공간을 통해 고착됐다.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엔 '친일(親日)' 세력에 대한 혐오가 있다. 친일 세력의 후예들이 해방공간의 혼란을 틈타 보수의 가면을 쓰고 역사적 정의를 훼손하고 왜곡한 것도 모자라 온갖 적폐를 누적해왔다고 본다.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인식하는 관점은 점잖게는 '친북', 거칠게는 '종북(從北)이다. 분단공간에서 진보 진영의 민주화 운동이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오염됐다고 강하게 의심한다.상대를 향한 두 진영의 혐오와 의심은 올해 들어 거대하게 폭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는 일제의 용어라고 규정하고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을 친북, 종북으로 의심하는 보수 진영을 친일 잔재 세력으로 지칭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친일잔재 청산의 대상은 현상이 아니라 세력이 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기사 인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언급했다. 인용이라지만 해당 기사에 동의하는 진의는 모두가 안다. 연설에서 현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지칭했을 때 '좌(左)'에 담긴 중의적 의미 또한 모두 안다. 이러다가 '보수는 친일', '진보는 친(종)북'으로 자동 확정되는 이념적 내분이 굳어질까 두렵다.지난 한세기 우리 민족은 식민공간, 해방공간, 전쟁공간, 분단공간을 차례로 겪으면서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경제적 번영과 민주적 민주화를 성취한 기적을 일구어냈다. 그 공간을 거치면서 현재의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성립했다. 시련으로 압축된 역사 속에서도 기적처럼 번영을 꽃피운 현재를 생각하면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의 성취를 인정하는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보수와 진보 진영이 내재적 관점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관용적 태도가 절실하다. 상대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전환은 대북정책, 친일청산, 한미관계, 경제정책, 사회정의 등 모든 분야에서 반목 중인 현안을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대북정책을 예로 들면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엄격한 대북인식의 배경을 보수진영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이 확신하는 대북 접근방식을 진보진영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입장을 바꾸어 시선을 교차하면 대북정책의 합의와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역사문제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현실적인 일본관을,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의 엄격한 친일청산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현실적인 공존과 식민역사의 정의로운 청산의 타당성을 서로 인정하면 대일 외교의 전략적 역할을 서로 분담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일본의 면전에서 한쪽만 죽어라 옳다며 싸우는 상황은 식민 역사 못지 않게 부끄러운 일이다.진보진영은 보수진영에 '친일' 낙인 찍기를 멈추어야 한다. 진보진영 인사들이 식민공간의 항일독립투사가 아니듯이, 보수진영 인사들이 2019년 오늘의 공간에서 식민 부역자의 친일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을 향한 '친(종)북' 낙인 찍기를 그쳐야 한다. 진보진영은 세 번의 정부를 세워 대한민국의 국체를 이어왔다. 불만은 있을지언정 부정하면 안된다. 진보진영은 자신만의 '역사적 정의'를 수정하고, 보수진영은 합리로 포장한 '의심'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나라를 쪼개고 국민을 갈라 놓고서야 정권재창출이든 정권탈환이든 무슨 소용인가./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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