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나의 삶, `만년 하위` 국가의 `평균점 이하`

[경인칼럼]나의 삶, '만년 하위' 국가의 '평균점 이하'

인천·경기주민 삶의 만족도 전국 평균치↓이번에 선출된 광역·기초단체장등 787명이들이 할 일은 OECD 삶의 질 조사에서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주민들 살피는 것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표로 '국민 삶의 질'이 있다. 경제성장이 삶의 질과 직결되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됨에 따라 시민참여, 주관적 웰빙 등 비물질 부문을 포함시켜 국내총생산(GDP) 위주의 지표를 보완했다. 국제적 지표로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대표적이다. 각 국가의 소득과 교육수준, 실업, 환경, 건강, 종교, 평균수명, 문자해독률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는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지표다.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생활의 균형 등으로 국가별 삶의 질을 평가한다.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만년 하위다. 36개국 가운데 2013년 27위, 2014년 25위, 2015년 27위에 머물렀다. 2개 국가가 늘어난 2016년도에도 28위, 지난해 역시 29위로 점점 더 주저앉고 있다.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도 삶의 질 지수가 발표된다. '국민행복지수'다.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3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국민의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는, 세계 제1의 행복국가다. 유엔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부탄의 이 행복지수에서 착안해 2012년부터 해마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2018년 최신 보고서에선 핀란드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5년 155개 국가 중 47위, 2016년 58위, 2017년 56위였고, 2018년엔 156개 국가 중 57위였다. 이 SDSN 지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탄의 2015∼2017년 평균 순위가 97위라고 하니 뜻밖이다.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초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여론조사'다. 가족, 건강과 의료, 자녀양육과 교육, 주거환경, 일자리와 소득, 사회보장과 복지, 자연환경과 재난안전, 문화와 여가 등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를 8개 부문으로 나누어 삶의 만족도와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했다. 응답자들의 거주지 비율을 보면 인천·경기가 30.3%로 가장 많았다.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가 6.2점으로 전국 평균 6.4점보다 낮다. ▲건강과 의료 6.6점 (평균 6.7점) ▲사회보장과 복지 5.5점 (〃 5.8점) ▲자녀양육과 교육 6.2점 (〃 6.4점) ▲일자리와 소득 5.6점 (〃 5.8점) ▲자연환경과 재난안전 5.6점 (〃 5.8점)으로 전국 평균치보다 낮았다. 삶의 걱정거리로는 ▲건강과 의료 (55.9%) ▲일자리와 소득 (52.6%) ▲사회보장과 복지 (31.1%) ▲자녀양육과 교육 (29.8%)을 꼽았다. 건강과 의료를 제외하곤 모두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팍팍한 지 짐작케 하는 수치들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응답자의 48.8%가 5년 뒤 자신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방선거가 끝났다. 인천·경기지역에서 2명의 광역단체장과 41명의 기초단체장, 179명의 광역의원과 565명의 기초의원이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들 787명의 선출직이 할 일이란 오로지 OECD 삶의 질 조사에서 만년 하위로 주저앉은 국가, 그 만년 하위 국가가 실시하는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조차 평균점 이하의 신산(辛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들을 살피는 것이다. 깃발이 온통 파랗거나 띄엄띄엄 빨갛거나 상관없는 일이겠다. 덧붙여 '이부망천' 망언이나 '여배우' 스캔들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 입고 비위 상한 지역주민들을 위로하는 데에도 마음을 내어주길 바란다. 사건의 장본인이 아니더라도 그 책임은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이들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경인칼럼]분노 조절장애 사회

[경인칼럼]분노 조절장애 사회

개개인의 인성이나 공동체 질서 붕괴로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결정적 요인인듯공자 가라사대 "세상의 모든 길흉화복은자신에게 달려있고 모든 일은 결국 내탓""내 탓이오!" 90년대 초에 천주교계에서 벌인 사회운동의 슬로건이다.고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티코 승용차 뒷 유리에 '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를 붙인 것을 계기로 천주교 평신도협의회가 캠페인을 전개해서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법 끼어들기와 신호위반 등이 비일비재하고, 운전자들이 백주대로에서 멱살잡이하는 등의 목불인견들이 빈번히 목격되던 시기였다. 추기경님의 점잖은 훈계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며 한동안 회자되었다.근래 들어 주말 오후의 서울 도심 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문재인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들로 몸살을 앓는다. 작년 초부터 거의 한주도 거르지 않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대로를 누비는 것이다. 서울에서만 태극기집회 개최횟수가 70회에 육박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주말 저녁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소시민들이 박근혜정부를 강판시키더니 이번에는 보수단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의 아크로폴리스광장은 '네 탓'을 연호하는 무리들로 만원사례여서 외국인 방문객들은 의아하다. 요즘의 우리네 인심은 각박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버럭 소리를 지르지 않나 지하철 내에서 눈길이라도 잘못 주었다간 낭패 당하기 일쑤인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모 그룹 회장 사모님의 패악질 유튜브 영상은 압권이었다. 이혼건수가 3쌍 중 1쌍으로 세계제일의 이혼대국인 스웨덴에 버금간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인 세태이니. 자신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나라님 탓으로 돌리는 석기시대의 관습도 부지기수이다. 여의도 국회 앞이 365일 소란한 이유이다. 오죽했으면 참여정부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짓도 못 해먹겠다"며 푸념해댔을까. 대한민국은 이미 '네 탓'공화국이 되었다. 또한 5천만 국민 전체가 집단 분노조절장애란 중병에 걸린 듯하다. 일찍이 존 S. 밀이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를 지지했지만 작금의 국내 상황은 지나치다는 인상이다. 유엔 지속가능개발연대(SDSN)는 2012년부터 매년 3월 20일에는 세계 150여 국가의 행복지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물리적 지표들에 근거해서 작성한 행복지수가 얼마나 실제상황을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나 잘 사는 나라, 정부가 투명하고 관용이 지배하는 나라, 평균수명이 긴 나라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복지천국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항상 최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순위는 첫해인 2012년에 156국 중 56위를 기록했었는데 금년에는 57위로 별 변화가 없다. '동양의 북유럽'이라 불리는 일본의 행복지수 순위도 한국과 '도토리 키 재기'이다. 만연한 '네 탓'현상은 사회불안의 주요 변수이나 한국의 행복지수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듯하다. 개개인의 인성이나 혹은 공동체질서 붕괴, 짧은 민주주의 역사 등에 눈길이 가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결정적 요인으로 판단된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인데 금수저 타령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절정을 이룬다. 아시아 선진국 중 한국의 부패지수가 가장 높다는 홍콩 정치사회리스크컨설턴시(PERC)의 설문결과는 점입가경이다.'국풍(國風)81'이 떠올려진다.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전두환 정부가 민족문화의 계승과 대학생들의 국학에 대한 관심 고취를 명분으로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치른 문화축제이다. 전국 194개 대학의 6천여 명의 학생들과 전통 민속인 및 연예인 등이 참여해 총 659회의 공연을 벌였는데 주최 측에서는 연인원 1천만 명이 참여했단다. 가요제가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 '잊혀진 계절'의 이용과 '불놀이야'의 홍서범이 이때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허문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기를 앞두고 군사정권에 대한 학원가의 저항을 약화시킬 목적 때문이었으나 집단지성을 현혹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공자 가라사대 "세상의 모든 길흉화복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모든 일은 결국 내 탓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선거 이후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

[경인칼럼]선거 이후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

헌재가 내린 국민투표법 개정도 하지 않고국회의장 인선도 미뤄가며 스스로 법 어겨이러한 관행·타성 지속될 개연성 높아자정안하면 시민은 국회에도 촛불 들 수도지방선거가 일주일 후로 다가왔으나 선거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한반도 평화라는 초대형 이슈에 가린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정세 변화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와 북미정상회담 변수가 여타의 선거 쟁점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선거를 일방적인 구도로 기울게 만든 요인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치부하는 한국당의 시대착오적 반공주의에 입각한 정세인식은 선거를 더욱 기울어진 구도로 흘러가게 하고 있다. 제1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지난 1년 동안의 소득격차의 심화, 최저임금의 경제적 부작용 등 여러 사회경제적 쟁점 등을 제기하면서 선거를 정권심판의 구도로 끌고 갈 때 선거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당의 인식은 유신과 권위주의 시대의 냉전적 사고에 갇혀있다.문제는 선거 후의 정치지형의 변화 여부다. 현재의 국회 구도는 시민의 개혁과 혁신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여소야대의 정당지형은 개혁의 동인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제약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여당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정당구도를 변화시킬 유인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다. 지금의 국회와 정당체계에서 개혁의 동인을 발견할 수 없다. 재보궐 선거로 국회 의석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지방선거가 정당구도 자체의 변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발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의 왜곡되고 구조화되었던 자본과 권력의 불의한 동거, 시민사회의 계층 간 모순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화가 지체된다면 한국사회의 본질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 1/4 분기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의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사회적 격차의 일상화,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진보 정권이 집권했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사회적 구조 때문이다. 개혁과 혁신은 시민의 자발적인 지지와 동의를 바탕으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집단이 세력으로서 변화를 추동하고 개혁을 이끌 때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시민사회의 갈등을 조직화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지방선거 이후에 여야 정당들은 시민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반영하는 정당체제로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지금의 정당구도로는 아무 개혁도 할 수 없다. 지난 1년의 정당체제가 이러한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세력은 가시적 적폐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조적 적폐의 청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물론 개혁세력으로 자칭하는 세력조차 이에 부응하기커녕 높은 지지율에 안주하면서, 결국 자유한국당 염동열·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적폐란 바로 이러한 위선적 태도를 지칭한다.국회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국민투표법 개정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회법에 정한 국회의장 인선도 미뤘다. 도려내야 한 관행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이렇게 법을 어긴다. 이런 국회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한 번 열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6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의장단과 원구성에는 일절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러한 관행과 타성이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촛불의 압력과 시민의 요구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났다. 물론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는 재적 2/3가 탄핵에 찬성했지만 국민의 압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회가 국민의 압력에 의해 자정하지 않으면 시민은 국회에도 촛불을 들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 보수와 진보 각 진영은 정당재정열을 통하여 갈등과 균열의 조정자로서의 국회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주권자를 구시대적 통치의 객체로 인식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법 어기기를 식은 죽 먹듯이 할 수는 없다. 시민은 통치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경인칼럼]철저해야 할 북·미회담 막후관리

[경인칼럼]철저해야 할 북·미회담 막후관리

양측 실무협상속 벌어질 디테일 전쟁에서숨어 있던 악마가 해코지 하는일 없어야우리가 상상했던 장면 훼손 가능성도 차단문대통령, 운전중 브레이크에 발 올려놔야남북회담 역사의 핵심 증인인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회고(피스메이커)에 따르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던 남북회담의 결과 이면에는 피말리는 막후협상이 있었다. 일례로 노태우 대통령 임기 중반에 열렸던 남북고위급회담이 그랬다. 공산권의 붕괴와 한·소 수교, 한·중 무역대표부 설치로 고립무원 처지에 놓인 북한이 남한의 제의를 수락해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 건 1990년 9월 5일이었고 그해 연말까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3차회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집착하느라 1년 가까이 회담을 지연시켰고, 결국 91년 12월에 가서야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공동 채택할 수 있었다. 임 전 원장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했던 노태우 정부"였지만 "남북합의 사항을 실천에 옮길 시간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임 전 원장이 대북특사로 성사시킨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도 6·15남북공동선언 합의에 도달하기 까지 문구 하나에서 부터 공동선언 서명을 정상들이 할지 말지 등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김일성 유해가 안치된 금수산궁전 방문 여부'는 정상회담 진행중에도 논란이 됐고, 결국 우리측 주장대로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처럼 역사적 합의의 막후는 협상주역들간의 총성없는 전쟁으로 얼룩진다.새삼스레 임 전 원장의 회고를 돌이켜 보는 이유는 현재 진행중인 남·북·미 삼각정상회담과 관련한 두 가지 관점 때문이다.먼저 남북정상의 '4·27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실효를 담보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가 중재자를 자임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중재자의 입장을 여러번 강조했거니와, 급기야 이낙연 총리가 지난 27일 "미국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핵보유국 북한의 위협에 가장 크게 노출된 대한민국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 핵폐기 협상의 당사자에서 배제되는 건 비현실적이다. 남북화해와 평화공존, 비핵화와 관련해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던 지난 남북회담의 역사의 주역은 남북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 미국이 있었고 남북이 미국을 염두에 둔 간접화법 외교를 펼친 것이 사실이지만, 회담 주역은 당사국인 남북이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막후 역할을 주목하게 된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실현이라는 대북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미 동맹이 역할 분담을 한 결과 표면적으로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해도, 막후에서 CVID식 북핵폐기 협상의 당사자로서 국면관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가령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상원에서 북한 CVID와 미국 CVIG,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폐기'와 '북한체제보장'의 교환 및 북미 비핵화조약의 상원인준 카드를 공개했다. 이 카드가 밀도높은 사전조율 과정을 거친 한·미간의 막후 합의 결과인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북한의 핵무력 완전포기는 체제의 살과 뼈를 도려내주는 최후의 선택이다. 트럼프에게 북·미 비핵화합의는 노벨평화상과 연임보장 카드다. 협상태도는 사생결단식이지만 회담의 최종결과는 예측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양측 실무협상에서 벌어질 디테일 전쟁에 숨어있던 악마가 우리를 해코지 하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현실의 속도가 상상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걸 눈앞에서 보고 있다"고 논평했다. 현재의 남·북·미 삼각정상회담에 대해 더없이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현실의 속도가 지나쳐 대한민국이 상상하던 장면을 훼손할 가능성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잘 잡는 것은 물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있어야 할 이유이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경인칼럼]생활문화의 개념과 문화예술교육

[경인칼럼]생활문화의 개념과 문화예술교육

시민들 여가시간 활용 문화예술 학습이나창작활동 통해 자기계발하는 공동체 활동정부·지방, 창조적 활동 영위할 수 있도록환경·제도 정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사회변동의 가속화에 조응하는 문화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빨라지고 있다. 초고령화, 노동시간의 지속적 감소와 여가의 증대에 따른 문화소비 및 문화생활 욕구 증대, 가족구조의 변동에 따른 개인화 및 자기실현 욕구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이 문화의 소비자에서 창조의 적극적 주체로 등장하게 되며,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문화예술의 비중이 높아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시민'과 '일상'을 중심으로 한 문화정책, 생활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새로 제정된 '문화기본법'에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소비자나 향유자를 넘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시민들의 능동적인 활동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도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활문화의 개념은 아직 생성중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의 자생적 문화예술 분야의 취미 활동을 '생활문화', 혹은 '시민문화'라고 부르고 있으나 아직 의미와 범주가 명료하게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개념이다. 생활문화는 원래 민속학에서 사용해온 용어로 의식주 생활을 비롯한 가족생활, 음주, 놀이문화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 외연이 너무 넓다. 한편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생활문화'는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도 여전히 추상적이다.전문예술의 대응개념으로 '생활문화예술' 혹은 '생활예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그 모호성을 일정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화활동의 현장에서 생활예술과 전문 예술의 영역의 구분이나 전문예술가와 아마추어 예술가간의 엄밀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구분의 목적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생활예술 활동에 전문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듯이 두 영역의 활동이 교류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일상생활 속에서 문화 예술 활동(culture and art in life)이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voluntary participation)하여 문화예술 공동체를 이뤄가는 활동(community)이라 할 수 있다. 즉 생활문화예술은 '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문화예술의 학습이나 창작 활동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계발하는 자발적 공동체 활동'이다. 생활문화예술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생활과 밀착된 활동, 시민 주체인 활동, 자발적인 참여, 공동체 활동 등이다.이제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하는 정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생활문화 동호회 등 문화예술 프로슈머(prosumer)를 육성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생활문화예술종합계획의 수립, 시민생활문화 지원 센터 건립과 운영, 생활문화지원 프로그램 등이다.시민문화예술교육이 시민생활문화의 기초이다. 시민생활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문화예술 역량의 확대가 필요하고 시민문화예술역량은 시민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확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의 시민화, 시민의 예술인화를 이룰 수 있으며, 생활문화시대와 문화도시의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인천광역시장들의 `나쁜` 공약

[경인칼럼]인천광역시장들의 '나쁜' 공약

지상파방송 고작 2개로 타지역에 비해 열악KBS·MBC 유치 역대 후보들 모두 실패이제는 시선을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옮기고인큐베이터·방송사업 겸하는 방법 선택해야우리나라 큰 도시의 방송생태계는 '지상파방송 + 케이블TV + IPTV + 위성방송'으로 구성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별 대도시의 경우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 지역총국, 문화방송(MBC)의 계열사네트워크인 지방MBC, 그리고 SBS와 가맹사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지역민영방송이 그 지역의 지상파방송군을 이룬다. 특수목적을 띤 지역 지상파방송들도 있는데 주로 라디오 종교방송들이다. CBS, 극동방송, 가톨릭평화방송, 불교방송, 원음방송이 주요 도시에 지역국을 두고 있다. 교통방송인 TBN네트워크도 지상파방송군에 속한다. 비지상파방송으로는 케이블방송, IPTV, 위성방송이 있다. 케이블방송에는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 현대HCN가 운영하는 각 지역 케이블방송 외에도 개별 케이블방송, 즉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존재한다. IPTV는 3대 통신사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를 말한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상공 3만6천km에 떠 있는 올레1호 위성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한다. IPTV와 위성방송은 지역방송이 없다. 각 지역의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IPTV와 위성방송은 전국구 국회의원인 셈이다.부산을 살펴보자. 대표적 지상파방송으로 KBS부산방송총국과 부산MBC가 있다. 부산·경남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지역민방 KNN도 존재감을 뽐낸다. 부산CBS, febc부산극동방송, CPBC부산가톨릭평화방송, BBS부산불교방송, wbs부산원음방송 등 종교방송과 TBN부산교통방송, 부산영어방송과 같은 특수방송도 지상파방송군에 속한다. 케이블방송으로는 티브로드, CJ헬로, 현대 HCN 계열의 8개사가 있다. 대구와 광주의 방송생태계도 이와 비슷하다. 대전 역시 일부 종교방송 지역국만 없을 뿐 대동소이하다. 이런 도시들과 비교하자면 인천은 열악하다 못해 애처로운 수준이다. 지상파방송은 고작 두 곳, 경인방송iFM과 TBN경인교통방송 뿐이다. 지상파 지역민방TV는 허가조건과는 달리 인천을 벗어난 경기도 부천시에 연주소(演奏所)를 두고 있다. 그 공백을 케이블방송인 CJ헬로 북인천방송, 티브로드 남동·새롬·서해방송 등 MSO 계열사 4개와 개별SO 남인천방송이 메우고 있다. KBS인천방송총국과 인천MBC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역대 인천시장들이 공약이나 정책과제로 밀어붙여봤으나 모두 실패했다. 서울과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리적으로나 경영측면으로나 설립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인구 300만을 넘어서도 불가(不可)의 이유만큼은 불변이다. 그 '이유'와 '답변'만을 탓할 계제(階梯)는 아니라고 본다. 저쪽의 논리에도 타당성이 있다. 엄정하게 따지면 이쪽의 대응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잘 모르면서 목소리만 높였거나, 정치적 셈법에만 관심이 있었거나, 탁상공론만 거듭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관점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시선을 플랫폼(platform)에서 콘텐츠(contents)로 옮겨야 한다. 방송과 미디어환경은 빛의 속도로 바뀌는데 지상파방송국 유치나 이전에만 매달렸다간 '죽었다 깨어나도' 답을 찾지 못한다. 둘째, 인천시가 인큐베이터(incubator)가 되어야 한다. 앉아서 기다려봐야 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까마귀가 따먹거나 그 자리서 말라비틀어질 뿐이다. 순수한 인큐베이터로만 기능하는 방법과 인큐베이터와 방송사업자의 역할을 겸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지역영상콘텐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가 재원의 합리적이고 효율적 배분, 제작역량의 발굴과 지원, 하드웨어의 구축과 활용, 최적의 플랫폼 확보와 같은 일련의 프로세스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새로 갖추거나 통합해서 운영한다면 '열 방송국 부럽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선출된 시장의 결연한 의지와 약속이 또다시 '수포(水泡)'와 '공약(空約)'이 되는 나쁜 반복의 사례를 하나쯤 없애야하지 않겠는가./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경인칼럼]제왕학(帝王學)

[경인칼럼]제왕학(帝王學)

국내 대기업 후손들 화려한 학벌에 이중국적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미국 시민권 보유해외 성공한 오너들 상상 이상의 자식교육훌륭한 후계자로 키웠기에 기업 장수 누려유구한 역사의 한국 위계(位階)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갑질의 대명사로 치부되던 피자회사 창업주가 여론의 몰매로 퇴진하더니 금년 1월에는 현직 여검사가 미투 운동에 불을 지피고 최근에는 대한항공 근로자들이 전대미문의 오너경영진 퇴진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땅콩회항' 악몽이 가시기도 전인데 조양호 회장의 부인과 막내딸까지 패악질(?)을 해댔으니 다이아몬드수저 가족의 그릇된 선민의식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 회장은 자식들을 잘못 가르쳤다며 또다시 머리를 숙였다. 동양의 제왕들은 자식교육에는 과도할 정도로 공을 들였는데 대표적 사례가 정관정요(貞觀政要)이다. 중국 당(唐)나라의 역사가 오긍(吳兢)이 당태종(서기 627-649)의 제위 24년 치적을 기록한 것으로 제왕학(帝王學) 교과서로 으뜸이었다. 태종 이세민은 재위기간 내내 수많은 현자(賢者)들을 중용하고 군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직언과 고간(苦諫)을 경청했던 걸출한 지도자로 칭송된 때문이다. 당태종의 정치철학은 유교적 민본(民本)으로 예악(禮樂), 인의(仁義), 충서(忠恕), 중용지도(中庸之道)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총 40편으로 구성된 정관정요는 역대 당나라 군주들이 애독했음은 물론 후일 송(宋), 요(遼), 금(金), 원(元), 명(明)대의 제왕들이 즐겨 읽곤 했다.국내의 제왕학은 왕민(王民)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서연(書筵)이 상징적이다. 왕세자로 하여금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익히게 해서 인정(仁政)의 리더십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고려 중엽에 시작한 서연은 이성계가 1392년에 세자관속(世子官屬)을 설치하면서 내용과 질이 풍부해졌다. 학식과 덕망을 겸비한 정2품정8품 관료 24명이 세자교육을 전담할 정도로 태조의 후계자 교육열은 각별했다. 세자는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스승인 서연관(書筵官)의 특별지도를 받는데 거의 매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무력으로 형제들을 도륙하고 아버지를 함흥차사로 만들었던 태종 이방원 또한 세자교육에 공을 들였다. 석학인 성석린(成石璘)과 권근(權近) 등을 서연관(書筵官)으로 봉했다. 그러나 왕세자 양녕대군은 공부를 멀리하고 온갖 못된 질과 주색잡기로 소홀하더니 급기야는 중추(中樞) 벼슬을 지낸 곽선의 첩 어리(於里)를 범해 폐세자(廢世子)가 되어 궁에서 쫓겨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태종은 서연(書筵)을 폐하는 한편 양녕의 비행(非行)을 도왔던 구종수, 구종지, 이오방 등을 참수했다. 양녕대군의 장인 김한노(金漢老)의 직첩을 몰수하고 죽산으로 귀향을 보냈다. '칼이 곧 법'이던 조선시대에도 하늘(?)은 금수저를 엄히 징벌했다.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 했던가. 동서를 막론하고 장수(長壽) 기업의 비결은 훌륭한 후계경영인을 키우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들이 자식교육에 상상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해외사례들은 차치하고라도 국내 대기업 오너 후손들의 학력은 화려하다. 특히 재벌 3, 4세로 갈수록 학벌은 단연 세계최고이다. 명문유치원을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코스를 밟음은 물론 미국유학은 필수코스이다. 국적세탁도 유행이어서 대부분의 다이아몬드수저들은 이중국적자이다. 글로벌경영을 하려면 탈(脫)한국은 필수적(?)이란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졌다. 국내의 모 인사가 10여 년 전에 인도 콜카타의 세계 1위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스틸 본사를 견학 때의 목격담이다."그곳을 방문했을 때 앳된 얼굴의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허리를 굽힌 채 열심히 사무실 바닥을 쓸고 있었다. 회사의 청소부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미탈스틸 오너의 아들이었다. 귀한 회장님의 아들이 청소를 하다니…" 3대 총수 후보자 아디티야 미탈이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부친 락시미 미탈 2대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상속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어떤 권력구조이어야 하나

[경인칼럼]어떤 권력구조이어야 하나

개헌 주제, 실질적 다당제 효과 나타내야어떠한 정부 형태이든 집권세력 내부견제·감시시스템 없으면 오만해지기 마련여야 개헌안에 이를 담보할 장치 안 보여권력구조의 변경이 핵심인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의 동시 실시는 무산됐다. 그러나 '87체제'의 변경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의 분산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강화는 물론 지방분권의 확대 등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은 6월 개헌안 합의, 가을 개헌이라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정치권 행태로 미루어볼 때 무망한 말이다. 일단 권력구조에서 여야의 개헌안이 충돌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는 야당이 내놓은 국회 선출 총리와 직선 대통령이 권력을 분점하는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의 권력구조와 상호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어떠한 권력구조가 돼도 각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개별국가의 정치적·문화적 배경, 특히 헌정사적 특수성에 따라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어느 제도의 우위를 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내각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정부형태의 선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불편한 동거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대통령 권한 집중이라는 근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4년 대통령 연임제에는 이러한 문제를 지양하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이 배어있지 않다. 야당이 제안한 정부형태도 대통령과 총리의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의 충돌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정 교착의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실적으로 개헌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연내 개헌이 가능할지 여부를 떠나 개헌의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갈등이 정치 내부로 적절하게 수렴될 때 지속가능한 정치체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대표성과 참여, 책임성인 이유이다. 시민사회 내에서의 상충하는 갈등의 수렴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정당체제는 물론 어떠한 권력구조도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의 권력분산이 필요한 이유도 권력집중이 가져오는 부패와 독선이 시민의 삶의 문제를 정치권에 반영하는 데에 결정적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하에서 제도권이 중요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하지 못함으로써 한국정치는 이중적인 갈등구조를 내포한다. 즉 시민의 삶의 문제가 치열하게 제도권내에서 토론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정치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권력구조의 변경 여부 못지않게 실질적인 다당제의 효과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개헌의 주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란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지금의 정당체제는 집권당과 제1야당, 두 거대정당의 독점에 입각한 정당 카르텔 구조와 친화적이다. 여야 3당과 교섭단체가 있지만 다당제의 협력과 타협의 원리에 기반하는 정당구도가 아니다. 이는 압도적 여야 두 정당의 존재로 여타 정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정치적 공간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에 입각한 정치공학만이 정치엘리트들의 행동준칙이 되고 있는 구도에서 시민사회의 균열이 제도권 내로 투입됨으로써 삶의 수준이 나아지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집권세력 내부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의 도입이다. 어떠한 정부형태가 돼도 권력내부의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권력은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여야의 개헌안에 이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적대적 갈등과 공존이 교차하는 지금의 정당체제에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각 정당이 고집하는 권력구조에서 한 발 물러나 무엇이 시민의 삶에 친화적인 권력구조인가를 고민한다면 연내 개헌도 의외로 가능할 수 있다. 지나친 정치적 상상일지 모르겠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경인칼럼]대전환 시대에 진입한 대한민국

[경인칼럼]대전환 시대에 진입한 대한민국

권위 기반으로 조직된 사회규범 급속 해체4차산업혁명 세대의 통제 할 수 없는 세상남북·북미정상회담, 한반도 정세 변화 예고구성원 모두 대변혁 책임 나눠지는게 중요정체를 대기는 힘들다. 확실한 건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직감이다. 격변과 전환이 일상이었던 대한민국이다. 전쟁위기설이 극성을 부려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던 국민이다. 그랬던 국민들이 나라 안팎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의미있는 사건들에 내포된 메시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차원 이동에 버금가는 대전환의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먼저 규범의 전환이다. 권위를 기반으로 조직된 사회의 규범이 급속히 해체되는 중이다. 권위가 권위로 대체되던 권위 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찰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시발이었다. 정상적인 선출권력의 권위가 시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무너졌다. '미투'가 뒤를 이었다. 고은, 이윤택. 오래 묵은 문화권력의 권위도 수렁에 빠졌다. 안희정, 정봉주. 진보권력 권위의 일각이 무너졌다. 대한항공 직원 1천여명은 SNS결사체를 만들어 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추행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권위의 해체가 일상이 되고 크고 작은 권력의 붕괴가 속출하고 있다.저차원 대 고차원이 대립한 결과다. 2차산업혁명 세대가 고리타분한 권위의식으로 4차산업혁명 세대의 대중을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정보와 네트워크로 무장한 4차산업세대는 구세대의 규범과 권위를 부정한다. 조현아, 조현민 두 자매는 자기 세대의 규범에서 벗어나 아버지 세대의 규범에 갇혀있다가 불행을 자초했다. 슈퍼네트워킹 사회의 새규범을 만들고 있는 신세대의 분노는 잔인하다. 보수정치를 궤멸시켰다. 규범의 전환을 예고한 경고장이었다. 진보정치, 진보시민사회단체도 권위적 규범에 연루된 혐의가 확인되면 똑같이 당한다. "그래서 우리는 망했다"는 절규는 자유한국당의 몫이지만, 새 규범으로의 위치이동은 보수, 진보 모두의 과제다.대전환의 기운은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서도 뚜렷하다. 마치 전례 없는 역사적 사건을 향해 특별한 우연과 인물들이 결집하는 느낌이다. 장난처럼 등장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더니 한반도 운명의 판관으로 등장했다. 제네바 유학파인 북한의 김정은은 지난해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다. 역사의 신이 한반도 운명을 바꾸려고 필요한 인물을 모으기 위해 박근혜를 버렸나 싶어서다.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한반도 정세 대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연쇄 정상회담의 결과가 북한의 비핵화를 완벽하게 실현해내면 한반도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된다. 반대의 결과에 이른다면 북한핵 제거를 위한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회담 결과는 한반도라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도 새롭게 규정할테고, 우리의 공간의식도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비핵화 평화체제 쪽이라면 반도의 반쪽에 갇혔던 대한민국의 공간적 제약이 크게 완화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의 총량도 확대될 것이다.전환은 혼란을 수반한다. 전례 없는 대전환의 시기라면 혼란의 규모와 범위도 그에 상응한다. 사회규범의 대전환은 삶의 방식과 태도의 수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미투에 걸리냐"는 어리석은 질문으로 시대의 전환을 조롱해봐야 혼자 고립될 뿐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단톡방에 혀를 차는 피해의식으로는 기업을 경영하기 힘들다. 보수정당의 과거에 견주어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유지하는 진보권력은 시대정신을 걸머질 수 없다.국가의 운명이 대전환의 역사적 시공간에 진입하고 있다. 국가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앞에 놓여진 시대적 책무가 무겁다. 공동체 내부를 흔드는 사회규범 전환의 혼란을 극복하는 동시에 역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대응하는 일이 가벼울리 없다. 어려운 시대에 무거운 과제인 만큼 동시대인으로서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나눠지는 품앗이가 중요하다. 우리가 제대로 감당해 지금 겪고있는 사회규범 전환의 혼란을, 국가 대전환 시대를 예비해 주어졌던 시련이자 역사의 배려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경인칼럼]`갑질` 근절책을 찾아야

[경인칼럼]'갑질' 근절책을 찾아야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직원에 물벼락·욕설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언어폭력'형법상 모욕죄 해당… 처벌 가벼운게 문제직장·권력에 의한 '폭력' 차단방안 마련 시급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한 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팀장인 직원에게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분노하여 직원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욕설을 퍼붓다 못해, 나중에는 직원을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민 전무는 2014년 이륙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한공 조현아 부사장의 친동생이어서 여론의 화살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 전체로 향하고 있다. '갑질'이란 신조어는 피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비해 가벼운 느낌을 주는 말이다. 아마도 '갑질'이 계약서 상의 '갑'과 '을'에서 비롯된 일종의 비유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 언론사들도 한국 재벌가의 '갑질'에 해당하는 번역어를 찾지 못한 탓인지 'gapjil'이라는 우리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의 세계화 가운데 부끄러운 사례가 될 모양이다.'갑질'의 본질은 언어폭력으로 나타난다. 언어폭력은 욕설이나 인격모독적인 조롱으로 나타나지만 성차별적 발언이나 인사상의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에게 굴욕감과 깊은 상처를 남긴다. 피해자들은 조직 내의 하급자이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은 사건 이후 스트레스, 신경쇠약, 공황장애 등을 진단받았고 1년여의 휴직 끝에 회사에 복귀했지만 팀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직급이 강등되고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재벌가 임원들의 전근대적 횡포를 의미하는 '갑질'이라는 말, 그리고 갑질의 전형적 사례인 '땅콩회항'이나 '물벼락 갑질'이라는 표현은 사태의 본질을 희화화하는 듯해서 마뜩치 않다. 근본 원인은 기업과 직원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재벌의 계급의식이겠으나 다분히 흥미위주로 사건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다. 재벌과 권력의 '갑질'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태도나 시민의식이 더 진지하고 예리해져야 하겠다. 경찰이 조현민 전무를 수사하면서 폭행혐의에만 주목할 경우 물컵을 던진 방향이 피해자의 얼굴 쪽인지 바닥 쪽인지가 쟁점이 되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얼굴에 물을 뿌린 특수폭행 못지않게 언어폭력에 의한 인격모독이 더 중대한 범죄이다. 언어폭력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것은 문제이다. 언어폭력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된다. 형법 제311조의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에 이어 조현민 전무의 행동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비행(非行)을 알리는 제보가 이어지는 한편 대한항공의 회사명칭도 차제에 바꿔야 한다는 국민 청원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가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가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시급한 과제는 직장이나 사회적 위계에서 상급자나 권력에 의해 행해지는 일상적인 폭력, 내재적인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찾는 일이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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