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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대통령의 꿈? 조국의 희생?

[경인칼럼]대통령의 꿈? 조국의 희생?

'조-윤 드림커플'로 희망했던 검찰 개혁정치·경제·안보·외교 등 국정전반 '수난''헌사' 마음에 묻고 국민통합 강조했어야한쪽진영 탈피 현실봐야 새길 찾을수 있어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집에 보내면서 정중한 '송별사'를 밝혔다. 국민에겐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조 장관에겐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로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했다. 언론을 향해선 "신뢰받는 언론을 위한 자기 개혁"을 당부했다. 조국사태로 인한 국민 갈등과 사회적 진통에 대한 사과와, 조 전 장관에 대한 극진한 예우, 언론에 대한 뜬금 없는 당부가 맥락없이 나열되는 바람에 강조하고 싶었던 '검찰개혁'은 모호해졌다.그러나 개인적으로 여러번 곱씹었던 대통령의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는 대목이었다. 대통령은 조-윤 드림커플로 역대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한 검찰개혁을 이룰 희망에 부풀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희망이 꿈으로 끝났다니 처연하다. 문제는 희망이 꿈으로 끝난 사람이 다름 아닌 대통령인데 있다. 대통령의 희망이 꿈으로 끝나면 그 결과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친다.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의 희망들이 속속 무너져, '나의 모든 희망은 꿈으로 끝났다'고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에겐 악몽이다.지금 국정 전반은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 경제분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심각한 후유증을 양산하고 있다. 서민의 가계소득을 올려 경제성장을 지탱하겠다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현금복지를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청년 일자리는 사라지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남북문제는 대통령이 희망했던 한반도비핵화와 남북평화공존을 북한이 걷어차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모호해지고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며, 중국은 노골적으로 상전 행세를 하면서 외교적 고립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분야에서 대통령의 희망이 수난을 겪고 있다.대통령이 희망을 꿈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조국 송별사'는 그런 면에서 아쉽다.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동력이 됐다고 극찬했지만 과연 그런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수사를 향해 여당과 진보진영이 장내외에서 보여 준 일사불란한 압력과 저항을 지켜보면서 상식적인 국민들은 여권의 검찰개혁 의도를 의심하게 됐다.여권은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결을 위해 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공수처가 윤석열의 검찰 처럼 여당의 압력과 수백만 지지진영의 함성에 갇힐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검찰개혁의 본질이 조직의 해체와 신설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뽑을 수 있는 검찰의 독립임을 역으로 증명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선출한 공수처장이 대통령과 여당 사람을 향해 칼을 뽑았을 때, 여당의 압력과 광장의 함성이 소용없는 수사기관의 독립 말이다. 패스트트랙에 실린 여당의 공수처법이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검찰개혁은 그저 헛꿈에 그칠 것이다.조국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로 희생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이 희망했던 검찰개혁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상식적인 대중들에게 누설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대중들은 이제 대통령과 여당이 희망했던 개혁될 검찰과 신설될 공수처가 내 편에게는 관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 않나 의심한다. 조국일가를 열렬히 옹호했던 여당 의원들은 이제 총선에서 조국을 변호한 자신을 변명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다. 대통령은 조국에 대한 헌사는 마음에 묻어두고 국민을 향한 사과와 국민통합을 위한 의지만 강조했어야 했다.국민은 대통령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통령이 희망을 이루기 위해 길을 돌아가고, 수단을 달리하고, 공약을 뒤엎을지라도 이해하고 지지할 것이다. 대통령의 희망이 국민을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국민의 기본적 신뢰를 믿어야 한다. 진영으로 갈린 찬반 세력의 한쪽에 서서 탄식하고 아쉬워할 때가 아니다. 진영을 벗어나야 현실이 보인다. 현실을 봐야 희망을 이뤄줄 새로운 길과 수단과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조국사태가 대통령에게 보약이 되길 바란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경인칼럼]다양성의 사회 혁신 가치

[경인칼럼]다양성의 사회 혁신 가치

검찰 '개혁대상 전락'은 다양성 결핍 때문검사동일체 원칙, 독립성 가로막는 장애물단일성 피라미드 해체·내부 견제와 균형을자율·민주적 '사람의 조직'으로 거듭나야판단과 인식의 영역에서는 단순함이 미덕이다. 학문의 원리, 인식의 원리는 단순하고 명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제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가설은 명쾌해야 한다. 윌리엄 오컴(W. Occam)은 대상을 가장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진리에 가깝다고 보았다. 만약 동일현상을 설명하는 데, 두 개 이상의 이론이 모두 타당하다면, 우리는 단순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물, 사건, 현상을 설명하는 논리가 복잡하다면 진리에 접근하지 못했거나 최소한 인식이 아직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식의 대상인 세계는 오히려 다양할수록 아름답게 보인다. 다양함은 심미적 가치를 넘어 생태계의 원리이다. 생태계(ecosystem)는 상호작용하는 생명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까지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자연생태계의 이상은 다양한 생물이 함께 번성하는 종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의 공존 속에서 종들이 진화하고 때로는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건강한 자연 생태계의 지표는 얼마나 '다른'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느냐이다. 이 다양성은 개체 수준에서도 적용된다. 동물이나 식물은 영양소를 다양하고 균형있게 섭취해야 하며 필수성분이 부족하거나 일부에 편중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신체의 기관들도 마찬가지이다.한편 다양성은 인간의 창조적 사회활동의 결과이자 조건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2001년 '문화다양성 선언'과 2005년 '문화다양성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이 문화 다양성이 교류와 혁신, 창의성의 원천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공동의 유산이라는 규정에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인식의 영역에서 단순화는 미덕이지만, 생태계나 사회 조직과 같은 현실에서의 단순화는 퇴행의 조짐이며 위기의 징표이다. 다채로움을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미적 심의경향은 다양성이 삶에 유익하다는 경험의 반영일 가능성이 높다.검찰개혁이 온 나라의 화두가 됐다. 적폐청산의 '포청천'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원인 중의 하나는 검찰조직의 비민주성인 바, 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의 결핍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천500명의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는 기준이 검찰 수뇌부와 같아야 한다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폐기된 것이 아니라 의연히 작동하고 있다. 검사가 곧 검찰이며, 또한 사회와 국가로 자신의 동일성을 확장한다. 실제로 지검, 고검, 대검, 그리고 위계질서의 정점을 형성하는 검찰총장에 대한 상명하복으로 귀결되지만 말이다. 일선 수사 검사의 입장에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권의 독립성과 공정한 행사를 막는 장애물이다. 그 점에서 검찰조직은 일종의 군집체(colony)와 닮았다. 군집체는 수천수만의 생물들이 자신의 촉수를 얽어 하나의 생명체와 형태로 생존해가는 집단생명체를 말한다. 대표적 군집체인 볼복스(volvox)는 구성요소들인 개별 세포는 단세포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수만의 단세포로 이뤄진 하나의 개체이다. 군집체에 속한 개체들은 고유의 신호전달체계를 공유함으로써 단일한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검찰개혁은 기소권 독점을 통제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로 시작되겠지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동일체인 '단일성'의 피라미드를 해체하고, 내부에 견제와 균형을 담보하는 '다양성'이 도입할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원칙에 의거하되 검사들의 양심에 따른 단위조직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양성이란 단순히 양적으로 많은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것'과 '차이'가 공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나 조직은 그 다름과 차이를 창조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나 조직은 필연적으로 경직성과 배타성으로 퇴행하고 '괴물'이 되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경인칼럼]인천(仁川)이 모르는 부산(釜山)

[경인칼럼]인천(仁川)이 모르는 부산(釜山)

부산 정치인등 극지연구소 이전 끈질긴 도전쇄빙연구선 취항 10주 기념행사 용역 입찰5일만에 '일정변경·규모축소'이유 돌연 취소 도대체 무슨일이… 인천은 부산속내 몰라2013년 6월 16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첫 행사로 선거 당시의 출입기자단과 북한산 산행을 했다. 문 의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부산으로 이전하는데 그 가운데 극지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를 떼놓고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부산시민들이 많이 화가 나 있다"면서 "극지연구소는 해양생태, 자원, 북극항로와 연관된다. 지리적인 위치를 봐서도 부산이 극지연구의 센터가 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해 11월 21일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북극항로 개척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재차 강조했다.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이 부산지역의 최대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서병수 시장후보가 사무총장 때 극지활동진흥법안 발의에 서명한 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현 부산시장)은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의해 당연히 부산으로 오기로 돼있던 극지연구소를 인천에 잔류시키는 법안에 서명한 것은 명백히 부산의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시장이 되면 "지역NGO와 시민운동을 통해서라도 극지연구소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는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부산이 동북아 해양경제수도로 가기 위한 2대 필수 과제"라며 여야후보 공동공약으로 채택하자고 제의했다.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부산 지역사회가 다시 극지연구소 이전 관철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3월 15일 서병수 시장은 '부산, 대통령 자격을 제시하다!'라는 꽤나 도발적인 타이틀이 붙은 부산시 대선공약 브리핑을 직접 했다. 40개 채택요구 공약 중 대표공약 10개를 추려 발표했는데 '제2 극지연구소 및 극지체험·박물관 건립(부산극지타운)'이 포함됐다. 부산 출신 문재인 후보 당선으로 선거가 끝난 직후인 5월 25일 부산시는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정식 요구했다. 이어 30일에는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시민운동단체들이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2019년 6월 17일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취항 10주년 기념 부산시민 승선 체험행사'가 오거돈 시장, 김영춘 의원(전 해수부장관) 등 지역인사들과 부산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열렸다. 아라온호는 부산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건조돼 2009년 11일 인도명명식을 가진 바 있다. 행사를 후원한 한 언론사는 2분4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부산에서 건조된 쇄빙선 아라온호' '취항 10주년 맞아 고향에 돌아왔다' '극지타운 조성, 제2 쇄빙선 모항 지정 등을 교두보 삼아 동북아 극지 관문도시로 도약 목표'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2019년 8월 26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부산의 최인호 의원을 비롯한 여당의원 주최로 열렸다. 발제에 나선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정부가 추가 이전해야 할 공공기관 대상 210개에 인천의 극지연구소를 포함시켰다. 국토교통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관련 용역에 극지연구소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확인했다.아라온호의 모항은 인천항이다. 인천에 아라온호를 운영·관리하는 극지연구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라온호는 지난 7월 12일 다시 인천항을 출발해 84일간의 북극항해에 나섰다. 그런데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랫말이 곧 아라온호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지난달 20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남극과학기지 월동연구대 발대식 및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취항 10주년 기념식 행사용역 입찰공고가 떴다. 극지연구소가 오는 10월 23일 인천항 1부두 11선석에서 조촐하게 여는 행사다. 하지만 닷새 뒤 돌연 행사용역 취소공고가 게시됐다. '행사계획의 변경(일정변경 및 규모축소)'이 이유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인천은 부산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경인칼럼]어설픈 정년연장 거론

[경인칼럼]어설픈 정년연장 거론

출산율 바닥…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日, 고령자고용법 개정 '계속고용제' 시행정부, 65세연장땐 세대갈등 부추길 가능성명확한 설명없이 요란만… '간보기'로 폄훼핫이슈인 정년연장 논의가 김빠진 맥주 꼴이다. 지난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근로자들이 65세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고령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노인 빈곤문제와 청년들의 취업절벽과 맞물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학계를 중심으로 정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 정부 차원에서 과제화할 단계는 아니"라며 한발 빼는 인상이다. 문재인정부 집권 말년인 2022년부터 논의해 보겠단다. 인구정책TF가 5개월 만에 내놓은 대책치고는 너무 부실하다.정부는 지난 4월에 10개 작업반으로 꾸린 범(汎)부처 '인구정책TF'를 발족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6월에는 홍 부총리가 한 방송에서 "인구정책TF에서 정년연장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발언해 기대치를 높였다. 2016년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법정 정년연령을 만 60세로 연장한지 3년 만이다. 우리사회의 정년연장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복지지출의 기하급수적 증가 등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신생아수)은 0.98명으로 OECD 36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밑으로 떨어졌다.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져서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기초연금 등 복지재정 지출은 금년의 106조원에서 3년 후에는 150조원으로 불어나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작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내년부터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예정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15-64세 인구의 축소는 노동공급 감소 → 국가생산성 하락 → 잠재성장률 약화를 초래한다.일본의 계속고용제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때 일본의 고도성장은 세계인들의 주목 대상이었다. 나카가와 게이이치로(中川敬一郞) 도쿄대학 교수는 일본경제의 신화를 '일본식 경영'으로 명명하고 비결로는 '삼종(三種)의 신기(神器)'인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기업 내 노동조합을 적시했는데 핵심인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은 노사(勞使) 모두에 유리했다. 사측에서는 종신고용으로 유능한 직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해고 걱정 없이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음은 물론 연공서열로 직급이 높아지면서 월급까지 올라 금상첨화인 것이다.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저성장이 구조화하면서 '일본식 경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20년' 수렁에 빠진 것이다. 성장이 멈춰진 일본 기업들은 능률급, 연봉제,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확대, 감원 등으로 대처했다. 또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겪었다. 일본은 2007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수가 전체인구의 28.4%를 기록해서 세계 1위의 노인대국이 되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는 설상가상이었다. 노인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04년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하고 몇 차례 손질을 거쳐 2013년 4월부터 계속고용제를 시행했다. 기업에게 재고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연장(정년을 65세로 연장), 정년폐지(정년 없이 계속고용) 중 택일을 의무화한 것이다. 불이행시 50만 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데 60~64세의 취업률은 2013년 58.9%에서 2018년에는 68.8%로 5년 만에 10%가 증가했다. 우리 정부가 계속고용제에 집착할 만하다. 그러나 65세 근로연장은 세대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고민이다. 2016년 60세 정년 연장 이후 청년일자리 감소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일본은 30여 년 동안 스텝 바이 스텝으로 계속근로제의 완성도를 높여왔음에도 창의성 및 생산성 둔화, 애사심 약화 등 일본 특유의 공동체자본주의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정년연장문제 3년 후 논의에 대해 명확한 설명도 없다. 이럴 거면 건드리지나 말지 괜히 요란만 떨었으니. 설익은 대책을 발표했다가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철회한 것인지 항간에서는 정부의 '간보기'로 폄훼한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조국 장관과 진영논리

[경인칼럼]조국 장관과 진영논리

장관 임명 후에도 정파 입장따라 갈등 계속찬반 구도 형성… 여야 지지층도 결집 양상한국사회의 분열 일으켰던 '편가르기' 우려중도층 정치 의사 반영될 곳은 점점 좁아져'포스트 조국 장관 임명' 정국의 대치는 이미 예견됐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사퇴를 압박하면서 문재인 정권 퇴진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조국 사퇴 이슈에서 한국당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조국 변수는 장관 임명 후에도 각 정파의 입장에 따라 복잡다단한 고차방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지형의 새로운 축이 형성됐다. 보수 대 진보의 구도에 더해 조국 찬성 대 반대가 진영논리로 전환되면서 여당지지 성향은 임명 찬성, 야당 지지성향은 반대의 구도가 형성됐다. 적대적 공생의 극단적 구도가 강화되면서 양 진영의 지지층도 결집하는 양상이다.조국 후보자에 대한 찬반을 보수 대 진보의 진영 프레임에 가두는 설정은 조국 후보자에게 제기된 흠결을 덮는 효과가 있었다. 전형적 프레임 정치다. 조국 후보자와 가족, 주변에 제기된 의혹들은 정의와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는 이념의 잣대로 봐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보편적인 상식의 영역이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에서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지만 진보적 의제에 동의하는 세력의 입지는 모호해졌다. 이미 진영싸움으로 번진 상황에서 조국 반대는 진보·여권 진영에서의 이탈을 의미하고, 이는 정치권과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이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의식하는 여당의원들로서는 비록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한다해도 진영과 결이 다른 소신 발언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는 자기검열이 작동할 것이다. 이는 조국 정국에서 입증된 바다. 공정과 정의, 평등 등 민주주의의 가치에 공감하지만 조국 임명을 반대한다면 이는 한국당과 동일시되며 매도되는 진영 논리는 또 다른 파시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당내 비판 세력의 부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구태의 전형이다. 한국사회의 분열은 해방 공간의 극단적 편가르기였고, '빨갱이론'은 낙인효과로 상대를 매장시키는 살인 병기였다.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세력의 전가의 보도였음은 말 할 나위가 없다. 진영논리는 편가르기의 다른 표현이다. 양 극단의 정치집단과 이념 사이에 분포하는 중도층의 정치적 의사가 표현되고 반영될 공간은 점점 협소해 지고 있다. 이른바 실검색어 전쟁이라고 불린 포털의 검색어도 과다대표와 과소대표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시킨다. 거대 양당제의 기득 카르텔의 폐해는 조국 후보자를 둘러 싼 갈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을 지지했으나 조국 임명에 실망한 유권자가 한국당 지지로 정치 행태를 바꿀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로 진영을 가르려는 태도는 위험할뿐더러 정치를 더욱 강대강의 적대적 구도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식민사관이 아니더라도 조선정치는 분명 무리를 지어 당파를 형성하는 붕당정치의 폐해가 있었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뉜 사림정치가 남인·북인, 노론·소론으로 나뉘면서 극한적인 권력투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목숨을 앗아가는 살육의 정치로 귀결되곤 했다. 그럼에도 조선의 사대부 정치에서는 삼사라는 언관들이 목숨을 걸고 진언과 충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른바 공론정치가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하는 강력한 시스템으로 작동한 것이다. 탄핵 받은 선비나 관료는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벼슬에서 물러났다. 탄핵을 받은 자체를 목민관으로서의 자격상실로 받아들인 추상같은 도덕성과 윤리가 작동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각 비서실에 선물했다는 춘풍추상의 글귀의 함의일 것이다. 내부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권력은 진화할 수 없고, 강해지기 어렵다. 조국 사태는 한국정치에 많은 함의를 던지고 있다. 기승전 검찰개혁이 조국 장관 임명의 명분이었으나, 국민은 검찰개혁의 당위가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 주체의 도덕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까. 검찰수사 결과가 조국 장관에 불리하게 나와도 정치검찰로 몰아붙이면서 검찰개혁만을 부르짖을지 지켜볼 일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경인칼럼]대통령의 선택, 의문에 빠진 민심

[경인칼럼]대통령의 선택, 의문에 빠진 민심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 국민 미궁속으로가족 비리의혹 검찰 압수수색 무수한 해석개혁성 위선 전복 분노 진보진영 내상 심각향후 정치적 사단·결과 文대통령 책임 부담권력은 나눌 수 없다. 나눌 수 있다면 권력이 아니고, 나누는 순간 권력은 무력해진다. 부자지간에도 권력은 나누지 않는다는 정치 격언은 수 많은 역사적 선례와 현재진행형 사례로 검증된 경험칙이다. 최고 통치자의 권력은 더욱 그렇다. 조선의 많은 왕들이 자신의 보위를 이을 세자들을 쥐 잡듯이 잡았다.헌법으로 삼권분립을 천명한 민주주의 국가 통치자의 권력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은 표면상 삼권의 말석인 행정의 수반이지만, 행사할 수 있는 실제 권력의 크기는 입법과 사법을 압도한다. 장관의 권력이 아무리 커 봐야 위성권력일 뿐이다. 그것도 인공위성이다. 수명이 다하면 폐기하고 교체되는 위임 권력일 뿐이다. 장관이든 측근이든 비선 실세든 명칭을 달리해봐야 대통령에게는 권력행사의 도구일 뿐이다. 권력의 본질은 대통령의 인격과 무관하다. 이 권력을 나눈다면 대통령은 국정을 주도할 수 없다. 대통령 권력의 누수는 국가 안보를 해치고 국가 경제를 흔들고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미 동맹을 살리려다 남북 관계가 망가졌다"는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발언을 차용하면 이렇다. '조국을 살리고 대통령이 망가지는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대통령에게 조국은 어떤 존재인가? 권력 작동의 상식에 어긋난 대통령의 선택에 국민은 미궁에 갇혔다.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 이유를 권력기관인 검찰 개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주체는 대통령이다. 검찰 개혁이 정권의 과제라면, 개혁의 업적은 설계자인 조국이 아니라 대통령이 누려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만 결연하고 단호하다면, 그 의지를 받들어 실행할 장관감이 한둘이겠는가. 대통령은 또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 장관에 대한 야당의 검증 공세를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조 장관의 개혁성이 강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일가를 둘러싼 전례없는 특별한 의혹들로 인해 조 장관의 개혁성이 위선으로 전복되자 저절로 형성된 대중의 분노였다.검찰이 조 장관 가족 비리의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을 때, 배경을 놓고 무수한 해석이 쏟아졌다. 여당은 당황했고 야당은 면죄부 수사를 의심했다. 그 틈바구니에 문재인 정부들어 승승장구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위해 조 장관 읍참마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윤 총장에게 조 장관은 대통령 만큼이나 신세 진 사람이다. 조국 민정수석-윤석열 중앙지검장은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의 환상적인 콤비였다. 그런 조 장관에게 칼을 겨누자니 인간적인 고통이 컸겠지만, 그래도 문 대통령을 위해 악역을 감당하고 나섰다는 해석이었다. 그의 전력과 성정을 감안할 때 대통령을 향한 '윤석열식 보은'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했고, 윤 총장의 진의는 확인할 길이 없어졌으며, 조국-윤석열은 양립 불가의 관계가 됐다. 대통령은 둘 중 하나, 최악의 경우 둘 다 잃고 그 책임을 져야 할 형국이 됐다.조 장관으로 인해 진보진영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대중은 진보의 위선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조 장관을 엄호하는 진영의 결속은 맹목성을 의심받는다. 무엇보다 조국 임명으로 인한 모든 정치적 사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는 부담이 걱정이다. 향후 정국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점철될 것이다. 대통령이 탄탄한 권력을 바탕으로 수행해야 할 국방, 경제, 외교 현안에 오롯이 집중하기 힘들게 됐다.결코 나눌 수 없는 권력도 민심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민심은 곤(鯤)과 붕(鵬) 같다. 거대한 실체를 감추던 북해의 곤이 붕이 되어 한번 날개를 떨치면 구만리 창공으로 치달아 오르듯, 일단 민심이 일어나면 권력은 가소로워진다. 대통령은 왜 자신의 권력을 덜어 조 장관을 살렸을까. 추석 연휴, 민심은 계속 고민할 것이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경인칼럼]근대문화유산과 식민잔재의 딜레마

[경인칼럼]근대문화유산과 식민잔재의 딜레마

인천 중구청 앞 조형물 일본풍 비판에 철거개항장 근대문화유산 '모순' 논란거리 첨예 동서양 문화공존 가치·일제 식민수탈 아픔 당국, 개항의 의미 진지하게 재성찰 급선무인천 중구청 앞 일본풍 조형물이 철거됐다. 인천 중구청 앞 인도에 세워진 일본 복고양이(마네키네코) 조형물 한 쌍과 인력거 동상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커지자 구청이 철거한 것이다. 이 조형물들은 중구청이 개항장 거리를 장식하는 소품으로 설치할 때부터 개항장 일대를 지나치게 일본풍으로 치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 조선 청년의 인력거 노역을 관광기념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높았으며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민원으로 올랐다. 제국주의 침략을 당한 한국의 근대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논란거리이다. 문화유산이란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현저하게 기여한 유산이며, 중요한 시기의 역사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유산을 말한다. 문화유산 가운데 일제강점기나 냉전시대와 관련되는 근대문화유산은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일제강점기의 유산이나 유물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관점도 있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졌다 해도 일제의 식민통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유산이나 유물까지 수탈의 잔재나 치욕스런 과거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거나 패배주의적 역사의식의 소산이다. 이런 논리라면 식민지 근대를 경과하면서 형성된 일체의 문화, 그 시대를 겪으며 형성된 주체인 우리의 정신까지 모두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같은 주장이 근대문화유산의 문화재 지정으로 재산권을 침해받을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에 문화재 지정 해제나 철거 요구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한편 "아픈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보존론도 일면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유태인 학살의 아우슈비츠나 히로시마 원폭 현장과 같은 부정적인 유산도 보존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등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하고 있지 않으며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도 깊다. 일제강점기의 역사유산의 경우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오직 막연한 향수나 과거지향적 동경으로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하다가는 식민지배와 침탈의 역사를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는 식민사관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인천시는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개항장의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하는 기본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개항은 모순적이다. 개항으로부터 근대가 시작되었지만 개항 이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개항장에서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존된 유산에서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개항장은 싸구려 세트장처럼 훼손되거나 식민지를 미화하는 공간으로 전락하여, 관광 활성화는 고사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곳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구청이 예산을 들여 복원해놓은 일본인 거리도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일본인 거리는 기존의 콘크리트나 벽돌조 건축물에다 일본 상가건물의 목조기둥과 지붕 모양만 붙여놓은 모조 일본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세트장과 같은 외형 복원이 한때의 눈요깃거리는 될지 모르나 지속가능한 관광상품이 되기는 어렵다.개항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중구청의 급선무는 개항의 의미를 진지하게 재성찰하는 일이다. 개항장 제물포에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이 조계지를 형성하여 거주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미국과 서양의 여러 나라 문화가 공존했던 장소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개항장은 서구열강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패권 쟁탈장이었으며, 1905년 이후의 인천은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교두보이자 수탈의 관문이 되었으며, 당시 인천이 일본인이 지배하는 도시로 바뀐 것을 두고 조선 안의 작은 일본, '해외의 소일본(小日本)'으로까지 불렀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경인칼럼]법비(法匪)의 나라

[경인칼럼]법비(法匪)의 나라

'법 갖고 헌법 파괴한 수구 법비' 기고글조국 등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발맞춰한홍구 교수가 당위성 주장하며 쓴 표현지금은 보수측이 사용 희한한 일 벌어져요즈음 정쟁의 현장에서, 공론의 장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법비(法匪)'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은 '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로 정의한다. 일본어사전에도 같은 단어가 있다. 뉘앙스는 좀 다르다. '법률을 절대시하여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관리나 법률가', '법률을 궤변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멸칭'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표현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건 1930년대 일제 치하 만주국에서였다고 한다. 이 흔치 않은 단어를 이 땅에서 대중적으로 쓰기 시작한 이는 아마 진보역사학자인 한홍구 교수이지 않을까 싶다. 한 교수는 10년 전인 2009년 2월 한겨레신문의 칼럼에 '법비의 난'이라는 글을 게재한다. 보름 전 발생한 '용산참사'를 다뤘다. "만주에는 마적, 공비, 병비, 토비, 산림비, 녹비, 정치비 등 온갖 비적떼가 난무했다. 만주국이 건국된 1932년 3월, 한 달 동안 비적들이 철도를 공격한 것만 해도 무려 2천여 회에 달할 정도였다. 제국주의 침략권력은 괴뢰 만주국을 세우고 법치를 내세우며 비적을 소탕했다. 일제는 경찰에게 비적으로 의심되는 자를 즉결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법치'를 강화했으며, 이 밖에도 만주 현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온갖 법을 제정하여 만주를 지배했다. 법의 지배는 새로운 비적을 낳았다. 만주의 민중들, 심지어는 일제에 협력하는 만주인들조차도 법만 내세우는 일본 관리들을 법비라고 불렀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법률조문을 내세우고 법률기술을 마치 금고털이 기술처럼 써먹는 자들이 바로 법비이다."한 교수의 '법비'는 2015년 7월 같은 신문의 특별기고를 통해 다시 등장한다. '법 갖고 헌법 파괴한 그대, 수구 법비라 불러주마' 제목의 글은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김상봉, 김두식, 박노자 등 40∼50대 지식인들이 제안한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의 당위성을 주창했다. "대한민국의 총리 잔혹사는 총리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총리가 된 법비들이 더 문제였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민주국가를 이끌어 갈 의지도 능력도 없는 수구정권이 공안세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한결같이 법을 갖고 장난치는 법비들만 총리가 된 것이다" 정홍원, 이완구, 황교안, 김기춘, 황우여 등 내로라하는 역대 보수세력의 엘리트들을 한 교수는 '반헌법행위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통칭해 '수구 법비'라 했다. 이후 이 단어는 진보세력의 전유물이 됐다.그런데 진보세력이 살뜰하게 써왔던 이 단어를 근자에 보수세력이 쓰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 7월 31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공동으로 친일파 유족들의 상속세 취소소송을 대리한 사건을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저서 '운명이다'에서 나는 그 당시 세속적 기준으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면서 돈도 꽤 잘 벌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과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다 라고 했습니다. 상속세를 감면받기 위해 유언증서를 유족들이 임의로 작성하고, 위증이 다반사였던 법조계 관행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법비'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단어는 이제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공통어다.공론의 장에서도 이 단어가 낯설지 않은 건 순전히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서울대 교수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민정수석을 '법꾸라지'라고 조롱했던 민심이 이젠 그를 '법비'라고 손가락질한다. '공정'을 국정의 제1 기치로 내걸었던 현 정권의 최고실세 자녀와 관련한 수혜의혹과 특혜논란에 청년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아들과 딸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주지 못한 자신을 못난 아비라며 자책하고 있다. 이미 장관이 되고 안되고를 넘어섰다. '법비'를 준엄하게 질타했던 글이 한껏 치켜세웠던 응원의 대상이 한순간에 '법비'로 전락해 질타당하는 기막힌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법비의 나라'라 할 만하다./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경인칼럼]조물주 위에 건물주

[경인칼럼]조물주 위에 건물주

압축성장 반세기 '부동산 폭등' 상상 초월역대 정부 규제 풀어 투기조장 '경기 부양'부동자금 시세차익만 노려 국민경제 '엉망'경제적 진보·빈곤 동반성장 토지사유제 탓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주택시장 규제의 극약처방으로 불리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란 분양가격을 평형대 별로 일정가격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10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역에 적용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1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죽을 맛이다.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가 10만여 명이나 거래절벽에 과당경쟁으로 폐업이 속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인산인해이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접수자 수가 2013년 9만6천279명에서 2018년에는 19만6천939명으로 불과 5년 만에 무려 2배 이상 격증한 것이다. 한 응시생의 "부동산 업계가 개미지옥이나 일단 자격증을 취득하면 평생직장으로 노후대비에도 적격"이란 언급이 눈길을 끈다. "한 건만 대박 나면 된다"는 심리는 점입가경이다.한국 특유의 부동산 불패신화가 화근이다. 압축성장 반세기 동안에 상상을 초월한 땅값의 폭등이 결정적 증거이다. 1970년대 서울 강남개발이 시발점이다. 1960년대 초부터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주택문제가 점차 커지자 정부는 한촌(閑村)인 강남지역 개발에 주목했다. 1968년에 착수한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설상가상이었다. 당시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 조달이었는데 서울 영동(永東)을 개발해서 해당 지역의 땅값을 끌어올려 부족한 자금을 벌충하기로 한 것이다. 실천방안은 영동지구 구획정리사업이었다. 난개발로 방치된 일정면적의 토지를 묶어 합리적으로 구획하고 도로, 학교,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배치해서 토지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이 무렵 서울시 도시계획분야 핵심요직에 근무했던 서울시립대 손정목 교수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박정희 정부는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에서 땅 투기 행각을 벌였으며 더 많은 비자금을 긁어모으기 위해 구획정리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모 도시계획국장은 청와대 자금으로 1970년 초에 강남의 땅 24만8천368평을 평당 평균 5천100원에 사들인 후, 1971년 5월까지 약 18만평을 평당 평균 1만6천원에 팔아 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단다. 당시 20억원은 현재가치로 대략 1천억원으로 1970년 내국세 수입액의 0.7%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까지 10년 동안은 한강변 공유수면 매립 전성기였다. 이 사업으로 동부이촌동, 반포, 흑석동, 서빙고동, 압구정동, 구의동, 잠실 등이 도시화되었다. 공유지인 한강변을 택지로 조성해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여서 지하경제도 덩달아 커졌다.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정치권에 몇십억, 몇백억 원의 뇌물 제공을 대가로 한국을 건설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이상의 개발방식은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확대재생산 되었다. 역대 정부는 불황 때마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 투기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곤 했다. '부동산주기 10년'설이 상징적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수원 광교신도시는 로또 신도시'라는 리포트가 주목된다. 2019년 7월 현재 광교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2천480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1.7배로 상승해 피분양자들은 10년 만에 세대당 평균 3억8천만원을 벌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서 생활한 것밖에 없는데 매달 300만원의 불로소득을 얻었으니 이보다 좋은 돈벌이가 있을까?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건물주이다. 오죽했으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했던가.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소수의 엘리트들에 몰아주어 파이를 키워나가는 후진국 공업화는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를 근절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다. 천문학적인 단기부동자금이 생산이 아닌 시세차익만 노리고 있다. 국민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토지 공개념 이론의 선구자 헨리 조지는 경제적 진보와 빈곤이 함께 커지는 이유에 대해 지대(地代)의 개인소유를 보장하는 토지사유제 탓으로 돌렸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칼럼]광복절과 극일(克日)

[경인칼럼]광복절과 극일(克日)

日, 안보 빌미로 수출규제 계획된 프로세스극우적 사고 '아베에게 사죄' 혐오발언까지 미·중·러·일·북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기식민지배 반역사관·냉전주의 장막부터 제거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미 관계의 변화 등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보환경의 변화는 일본으로서는 당혹스러운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아베 정권 등 자민당 정권들에게 북한이라는 외부 적의 존재는 우익의 결집에 주요 동력으로 기능했고, 이를 평화헌법 개정의 도구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일본의 극우세력 결집을 통한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 시민의 개인적 호불호를 넘어 일본의 일관된 흐름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의 근본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분위기를 부인할 수 없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기존의 안보 질서가 바뀌고 북미도 과거의 극한적 적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남북협력의 답보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다. 이를 추동하는 남한 정권의 존재 역시 일본 우익 정권의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다. 한일 간 격차 감소도 일본으로선 방치할 수 없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은 근인(近因)에 불과하다. 일본은 어떠한 구실로라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고, 이는 일본의 기본 국가전략이기도 하다.물론 미시적 차원의 갈등은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배와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넘기 어려운 벽이다. 게다가 일본은 남한에 냉전적 수구세력이 집권하여 남북관계가 긴장상태로 회귀하고, 북미가 적대적으로 돌아서는 것이, 개헌을 통하여 '전범국가'에서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경제보복은 현 집권세력의 경제성적표를 나쁘게 만들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있을 수 있다. 이렇듯 일본의 안보를 빌미로 한 무리한 수출규제는 다목적이며 계획된 프로세스에서 진행되고 있다.한국현대사를 규정하는 결정적 변수는 분단이다. 분단은 일제가 패망한 해방공간이 독립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독립이 통일로 이어지지 못해서 겪는 현실이다. 1945년 맥아더 사령관이 발령한 작전명령 4호에 의하면 북위 38도선 이남의 한반도를 일본 본토와 구별하지 않고, "천황 및 일본 제국의 각종 통치 수단을 통해 통치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남한에 진주한 미군 제24군단 하지 중장이 조선총독부 주요관리를 유임시키고 총독부 행정기구를 통치기구로 사용한 이유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방 이후 전전긍긍하던 일제 협력자와 친일세력은 미군정에 편승함으로써 '친일'에서 '친미'로의 신분세탁에 성공했고, 일제 잔재 청산의 기회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승만 정권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친일세력이 특위 해체를 주장하면서, 특위가 조사해서 기소하고 최종 실형을 받은 자가 고작 10여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일제 청산이 미약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과의 이해관계의 일치로 친일세력이 국가의 요직에 다시 등용되면서 일제 잔재 청산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체결, 쿠데타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된 경제성장지상주의와 반공국가는 청산되지 않은 일제 잔재와 결합하면서 냉전세력을 형성했다. 친일 세력과 수구반공 세력이 동일한 역사적 기원을 갖는 이유이다. 극우적 사고의 반역사적·비민주적 행태는 '한국이 아베 총리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혐오 발언으로까지 연결되는 현실이다. 미·중·러·일과 북한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반역사적 사관의 극복과 냉전주의 장막의 제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없는 극일(克日) 정책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내일이 광복절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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