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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노트북]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경인일보가 지난해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가 책으로 묶여 최근 출간됐다.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의 분투기와 고향의 기억이 담긴 책이다. 지난 11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대강당에서 '인천의 전쟁과 세계 평화 포럼'의 일환으로 북콘서트도 열렸다. 나는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가운데 4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한 실향민 중 한 명인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이인창(89) 할아버지를 북콘서트에 초청했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10대 후반이던 해방 직후부터 화물트럭 운전기사 조수로 일하며 한반도에서 가장 험하다는 '삼수갑산'을 밥 먹듯 오르내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한국군 빨치산 토벌부대에서 복무하고, 전쟁 이후에는 미군 GMC 트럭을 개조한 시내버스를 몰며 평생 운수업에 종사했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풀자면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모두의 이야기가 현대사의 단면을 그렸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 때 사회자에게 "고향 북청에서 그리운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으로는 본인의 살아온 삶을 쭉 읊었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귀가 어두워 사회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고 한다. 틀린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G타워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보냈다. 한 세기 가까이 산 할아버지의 인생사가 청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실향민 1세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는 사라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에서 "내가 땅에 묻혀서도 통일 후 남북에 흩어진 후손들이 이 책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귀한 기록을 남겨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지난 8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비난여론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축협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막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상세한 설명으로 해소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회견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이달 1일 김포시청에서 비슷한 맥락의 풍경이 연출됐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시기와 관련해 정하영 김포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시는 올해 4월 김포도시철도 역명을 기습변경했다가 철회하는 홍역을 치르고 5월에는 개통연기설이 불거져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다음 달 개통했어야 할 도시철도는 결국 내년 7월로 미뤄졌다. 김포시민들이 도시철도 개통에 민감한 이유는 김포가 그동안 '철도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계가 닿은 경기도 지자체 중 김포와 하남만 철도망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마저도 5·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하남과 다르게 김포는 서울 경계까지 오가는 경전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또다시 4~5개월 개통지연설이 불거졌다. 국토부 안전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시민 여론은 폭발했다. 시는 지침 개정 움직임이 있던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새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공동 대응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하영 시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당시에는 보도할 수 없었지만, 국토부는 김포도시철도에 종전 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 측에 미리 알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함구령으로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여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한 정 시장은 공사 및 대응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상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였고, 나흘 뒤에 정상개통하기로 결정됐다. 정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소통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청사진과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강조해온 정 시장은 그렇게 민선 7기 첫 난제를 해결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노트북]한국지엠, 편안한 명절은 언제쯤

[노트북]한국지엠, 편안한 명절은 언제쯤

올해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지엠 전체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은 불안감을 안고 설 명절을 보내야만 했다. 또다른 명절인 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안팎의 우려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4월 노사 합의에 이어 정부지원이 결정되면서 한국지엠과 관련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지엠이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분리해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측이 법인분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회사 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위해 추진하는 주주총회에 대해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설명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며, 구조조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비정규직 관련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3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부지원으로 회생한 한국지엠이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철수설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차량 판매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시한 이쿼녹스는 신차임에도 월 판매량 100대를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지엠이 노동자, 정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불신이 이어진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한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노트북]허위매물 신고 압박으로 집값 잡힐까

[노트북]허위매물 신고 압박으로 집값 잡힐까

지난 4월 취재 뒷이야기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가격 담합 및 왜곡을 다룬 바 있다. 부동산에 의뢰된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집주인의 의사보다는 부녀회 등 아파트 주민 단체가 행사한 압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주변 공인중개사들에게 주민단체가 정한 가격대로 중개하겠다는 서약서나 동의서까지 받는 실태까지 보도했다. 현행 부동산 법으로는 이들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수년째 지지부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그로부터 5개월.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더 널뛰었다. 부진한 매매 거래 속에 호가가 계속 오르는 비이상적인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정부가 반년 가량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예상대로 아파트 주민단체의 이기적인 담합은 심화됐고 가격도 시장거래가 아닌 인위적인 요소에 더 영향을 받았다. 매물 가격을 높여 그 가격보다 낮을 경우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불법 행위가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은 일감 확보와 허위매물 신고 압박에 입주민들의 입맛대로 아파트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4월 6천700건이던 허위매물 신고는 지난달 2만1천800 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뒤늦게 정부는 지난 10일 허위매물 신고가 유난히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직적으로 허위 매물 신고를 통해 부동산을 압박했다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이미 오른 집값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이도 손에 든 사탕을 뺏으면 우는 법인데, 정부의 뒷북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노트북]`논란거리` 취급받는 교내 폭력 피해자

[노트북]'논란거리' 취급받는 교내 폭력 피해자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는 비록 해를 입었을지언정 가해자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긴 세월에 걸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그러나 옛말은 틀렸다. 지난해 5월 군포시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오히려 피해 학생이 그날 이후 1년 넘게 발을 뻗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아이를 이런 상황으로 내몰았을까.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다는 명분 아래 사건의 원만한 해결에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부족했다.사건 직후 학교는 다친 아이를 즉시 병원부터 데려갔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이 무려 3㎝나 찢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의 겉옷 양쪽 소매에는 피를 닦아내 붉게 물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병원 치료가 최우선이었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 때문에 아이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 혹은 '대수롭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해가 힘든 대목이다.사건 이후 아이는 한동안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가 결석을 해도 학교에선 연락조차 없었다고 부모는 증언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심지어 다른 학부모들에게까지 손가락질받는 처지가 됐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로부터 점점 멀어졌고, 한 학기를 통째로 쉬다시피 했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듬지 못했다.이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책임 있는 위치의 학교 관계자는 "이미 종결된 일로 재차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고 있다. 얼굴의 상처 못지 않게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아이와, 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는 언제쯤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을까.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포트미스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3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만 1천130TEU보다 7% 줄어든 것으로 2012년 개장 이후 상반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상습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었다. 방수로 운하를 이용해 모래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3년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고, 사업 방식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한국수자원공사)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하지만 경인항의 물동량은 애초 계획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인항을 찾는 화물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 컨테이너선은 중국 톈진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선박 한 척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에서 벌크 화물을 처리하다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경인아라뱃길이 실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경인항을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영종대교 통과가 불가능해 추가 항로 개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항도 벌크 화물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항의 벌크 화물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는 물론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앞으로 들어갈 경비는 최소화하고 그나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노트북]경원선, 기적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

[노트북]경원선, 기적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

기자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다. 팩트의 배열인 스트레이트보다 객관적 현실을 기자의 눈으로 담아내야 하는 르포일 경우 더 그렇다. 지난달 초 이름도 낯선 '경원선'을 취재하기 위해 국토 최북단을 방문해서도 그랬다. 2012년까지 경원선의 종착지였던 연천 신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이제는 상투어가 돼 버린 글귀가 녹슨 철판 위에 새겨져 있었다. 기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저 빛바랜 클리셰가 아니라 철원 백마고지역 귀퉁이에 세워진 우체통에 적힌 말이었다. 그 실향민의 편지함인 '북녘하늘 우체통'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어서 오랜 세월 멈춰 섰던 연천 신탄리역으로부터 한 걸음 더 기적같이 통일을 향해 내디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걸음 더 기적같이. 전쟁 당시 가장 참혹했던 전장에 멈춰선 열차. 북녘을 향한 실향민의 애달픈 마음이 멈춰선 철마에 이입돼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취재가 시작됐고, 기사를 썼다. 정부 관계자와 철도공단, 지자체와 복원사업 컨소시엄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토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경원선은 가장 예민한 군사지역을 관통해 복원을 꺼린다는 것,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장한 지난 정부가 동의 없이 복원을 추진해 북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개성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에 비해 상징성이 약하다는 것. 취재를 할수록 경원선을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계속해 나왔다. 그럼에도 '기적의 한 걸음'을 이대로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유라시아 철도가 복원되면, 시베리아를 거쳐 북한 북동쪽 철로를 타고 온 유럽의 물류는 결국 수도권으로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물류도시인 원산으로부터 수도권에 닿는 경원선의 복원은 필수 과제다. 정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저곳,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산적한 경원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화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노트북]광역버스 논란의 중심에 `서민` 있어야

[노트북]광역버스 논란의 중심에 '서민' 있어야

새벽까지 다니던 '삼화고속'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그때가 그랬다. 서울에 가면 도통 인천으로 돌아오고 싶지가 않았다. 인천행 전철 막차를 타려면 늦어도 밤 10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했다. 동기들과 술 몇 잔을 비우다 보면 이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철은 끊겼는데 삼화고속 광역버스는 야속하게도 새벽 1시까지도 인천행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엄마, 막차를 놓쳤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갈게"란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삼화고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인천을 40여 년간 잇던 삼화고속은 지난해 적자 등을 이유로 광역버스 운행을 중단했고 지금은 다른 광역버스 업체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서울에서 낮 전부를 보내도 각자 다른 이유로 밤은 허락받지 못한 인천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교통수단임은 여전히 변함없다.최근 인천이 광역버스 문제로 떠들썩하다. 광역버스 8개 업체 중 6개 업체가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며 19개 노선 폐선 신청을 했다. 인천시는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일부 재정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만큼 광역버스까지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도 더 이상은 어렵다며 21일부터 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광역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광역버스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만 더 '서민'을 향했으면 좋겠다. 서울에선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직장인, 자기 차를 사서 유지할 형편이 사치인 청년과 노인, 학원과 대학이 몰린 지역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광역버스의 주 이용객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사람들이다. 원칙만을 고수하는 지자체와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운행 중단을 선포한 업체 모두가 야속하다. 지금 당장 수습을 하더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장기적인 대책과 구조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서로 배려와 양보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천시민에게 광역교통은 곧 서민 복지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노트북]수원의 축제가 아직도 낯선 이유

[노트북]수원의 축제가 아직도 낯선 이유

수원시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개최된다. 올 상반기에는 수원연극축제를 성황리에 마쳤고, 하반기에는 '수원문화재 야행'을 시작으로 수원발레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등 큰 행사들이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사실, 수원에서 살고있지만 문화체육부 기자로 오기 전까지 이 같은 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축제에 대해 묻는다면 '알고있다'고 답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일단 수원에 거주하는 지인들조차 '그런 축제가 있어?'라는 반응이다.어쩌다 이들 축제가 가장 관심을 받고, 함께 참여하고, 즐겨야 할 시민들로부터 낯선 행사로 외면받게 됐을까.시는 매년 열리는 각종 축제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지만, 아쉽게도 투입된 예산만큼 효과를 이끌어내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지역과 경쟁하듯 축제를 기획, 개최하다 보니 콘텐츠도 겹치고 지역의 특수성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행궁을 무대로 하는 축제의 경우 지역문화유산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축제에 그치고 있다.지역축제는 그 지역 특유의 문화를 살려야 하고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존 틀은 유지하되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도 틈틈이 줘야 한다. 예산문제 등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는 하지만, 시민의 기억에 오래 남아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계속 찾고 싶은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많고 많은 축제 중 하나가 아닌 수원하면 떠오르는 지역대표 브랜드로 남는 길을 좀더 고민해 봐야할 때다.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노트북]`협치`와 `견제`

[노트북]'협치'와 '견제'

처음 내 이름 앞에 '경인일보 기자'라고 새겨진 명함을 받았을 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나무가 위로 자라는 것은 쉽다. 하지만 똑바로 자라는 것은 어렵다.' 멋진 말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이다. 그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 위를 보고 성장하는 데 어떤 나무는 옆으로 자라면서도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나무는 옆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곧게 자란다는 것이다.제10대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개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거대 여당으로 4년간 경기도를 이끌어간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요구가 바탕이 된 결과다. 구조적으로 도와 도의회가 같은 곳을 향하게 됐다. 반면, 상호 견제를 통해 속도와 방향을 맞춰갈 것이라는 믿음도 민주당 승리에 한 몫을 했다. 경기도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협치'와 '견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경기도의회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을 알아서일까? 도의원들은 초선·재선·3선 할 것 없이 '도민들의 목소리가 엄중하다'라거나, '긴장감에 잠을 못 이루겠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들이 승리의 기쁨을 겸손의 미덕 속에 담으려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로 에둘러 견제라는 역할을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도민들의 상식에도 허니문 기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특정 사안을 두고 도의 반응에 따라 향후 협치 기조를 결정하자는 강경파도 있다. 협치가 어떤 사안에 따라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불과할까.도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의 씨앗을 뿌렸다. 그 결과가 누워 자라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지, 곧게 자라 도민들이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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