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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나에겐 냉정하게, 다른 이에겐 따뜻하게

[수요광장]나에겐 냉정하게, 다른 이에겐 따뜻하게

살다보면 돌발 변수가 '수두룩'고비 넘기는 건 오롯이 자신 몫스스로에 엄격하고 냉철함 필요타인에겐 관대·배려할줄 알아야그것이 세상 사는 常道이고 순리사는 일이 간단치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틈이 나면 철학 강의를 듣고 있지요. 삶에 대한 화두를 풀어보자는 생각도 있지만 강좌를 진행하는 철학박사 한 분의 이야기에 매료돼서입니다. 이분은 5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씩 시민을 위해 '태장마루도서관'에서 무료로 철학을 강의합니다. 듣다 보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식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합니다. 강의도 강의지만, 그의 삶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이분이 일곱 살 때,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는 4남매를 남겨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장면 배달을 시작으로 자동차정비소, 전파사, 주유소 등에서 20여 가지 일을 했지요. 그렇게 살면서도 학이시습(學而時習).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어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철학을 전공해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정치, 사회복지 분야 등의 다른 공부도 했는데 2개의 박사 학위, 3개의 석사 학위를 받았지요. 20여 종의 자격증은 치열한 삶의 부산물입니다. 이분을 보면서 저는 제가 했던 말을 한 번씩 떠올려 보곤 합니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속을 비운 데다 중간중간 생겨난 매듭이 지탱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처음 어려운 고비를 맞은 것인데, 튼튼한 매듭이 하나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행보에 좋은 보약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직에서 물러나 쉬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공직에 몸담은 일이 있었지요. 그때 모시던 분이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었을 때 조심스럽게 드렸던 말씀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돌발변수가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 골목길을 걷는데, 담장을 돌면서 갑자기 휘몰아쳐 오는 회오리를 맞는 것처럼 마른하늘 날벼락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 앞에서 나는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으로 겪을지 모를 더 큰 사건 앞에서 그 사건은 하잘것없는 사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일 수 있는 일로 여기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고비를 극복하는 건 오롯이 자신만의 몫입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내려놓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요. 시간이 필요하고 고생이 뒤따르지만, 매듭이 있어야 내공도 깊어지고 사는 맛도 있습니다. 살면서 길을 가다가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지요. 넘어질 수는 있지만, 엎어져 있지는 말아야 합니다. 넘어져 봐야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터득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그렇습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해야 합니다. 사고는 냉정하게, 행동은 치열해야 합니다. 하지만 매듭만이 대나무의 궁극은 아니지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별것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무척 큰일로 느껴질 때가 있듯 내가 볼 때는 별것 아니어도 다른 이에겐 무척 큰일일 수 있습니다. 내가 큰일 앞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했듯 그의 큰일에 내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대나무가 매듭을 맺는 것은 자신을 튼실하게 하는 데만 있지는 않지요. 키 큰 숲이 되어 따뜻한 울타리가 돼주고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데에도 있습니다. 인생의 매듭이 그러하지요. 매듭 있는 사람이 나에겐 냉정하지만 다른 이에겐 관대하고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압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사회를 넉넉하고 살만하게 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지요.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상도(常道)이고 순리입니다./홍승표 시인홍승표 시인

[수요광장]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

[수요광장]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

좋은 서정시는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서늘한 '경험적 실감'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 에도엄마 음성·목련 조등… 찰나 포착낮고 약한 인간 향한 위안 목소리좋은 서정시는 경험적 실감을 독자들에게 한편 따뜻하고 한편 서늘하게 제공한다. 구체적 상황과 절실한 기억이 아름다운 이미지의 도움 아래 제 목소리를 드러낸다. 무의미한 난해함이나 의뭉스러움 저편에서 쓰여진 그러한 시는, 그래서 찰나적인 정서적 충격을 주고 시인에게나 독자에게나 어떤 발견의 순간을 허락한다. 최근 나온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에는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그의 이러한 시적 기율과 원리가 지속되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중요한 변곡점을 담고 있다. 기억할 만한 은유, 대상에 대한 간절함으로 낱낱 사물과 순간을 불러왔던 이재무는 이번 시집에서 자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예감케 해준다. 특별히 그는 지난여름 데스밸리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원(始原)' 곧 원초적 순수 생명의 세계를 발견한 경험을 들려주고 있는데, "내 지난날의 습기 많은 생을 묻었다"라면서 존재론적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렇다면 "습기 많은 생" 다음에는 어떤 차원이 펼쳐질까?이번 시집에는 지상의 감각들이 그의 예민한 관찰에 의해 다양한 소리와 풍경으로 선연하게 되살아난다. 시인은 창으로 들어오는 빗소리나 '차갑고 투명해진 개울물 소리', '엄마의 음성', '개구리울음', '낙과처럼 떨어지는/종소리'에 귀 기울인다. 스스로의 서식처인 '고요의 마을'에서 '어쩌다 쓰는 시에도 소리가 들어와 울음 짓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평생 소리의 형태를 관찰하며 살아온 연장선에서 '매순간 태어났다 사라지는 소음들'도 소중하게 안아들이고 있다. 이 점, 이재무 시의 가장 살가운 성과로 나타난다. 착착 안겨온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지상의 감각에 머물지 않는다.짧은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사회복지사가 다녀가고 겨우내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자 방 안 가득 고여 있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무연고 노인에게는 상주도 문상객도 없었다 울타리 밖 소복한 여인 같은 목련이 조등을 내걸고 한 나흘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목련」) 이재무 시에는 낮고 약한 존재자들을 향한 위안의 목소리가 있다. 신이 버린 아프리카, 죄 없이 죽어간 인디언과 베트남 인민들, 노숙인과 무연고 노인을 향한 연민과 사랑이 있다. 이때 우리는 그의 시가 여전히 삶과 시대의 공공 기억에 닻을 내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렇게 그는 한 편마다의 미학적 완결성을 중시하되 그것이 삶의 구체적 조건을 충실하게 반영하게끔 해왔고, 지금도 자연스럽게 시대의 내력을 환기하는 내러티브적 속성을 견지하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한 사람의 가난과 눈물과 추억과 참회와 낭만과 싸움과 연민과 사랑의 시편'(문태준)을 읽게 된다.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데스밸리에서 죽은 자신을 품고 넘으면서 '시간의 먼 길'을 떠난다. '안부가 그리운, 먼 곳의 사람'을 그리고, '먼 곳에 사는 정인에게 손 편지'를 쓰고, '저 멀리 돌아갈 집'을 아득하게 바라본다. 물론 그는 '60년째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갑자기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비현실의 세계로 비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죽음 너머 아버지로부터 저수지 얼었다는 전화를 받고, 죽기 전에 나무 열 그루를 심어야 하고, 또 데스밸리에서의 죽음 이후를 설계해야 하니, 나로서는 그가 기억과 유목 사이를 가로지르면서도 형이상학적 존재론으로 이끌려갈 가능성을 짐작해볼 뿐이다. 이재무 시의 중추인 간결한 서정성, 타자를 향한 연대, 시대와 사회의 증언, 사랑의 열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의 후반기 시가 인간 존재에 대하여 더욱 두터워진 철학적 질문을 품어갈 것이라 생각해보는 것이다.오래도록 공유된 순간 때문에 사사로움이 개입될 여지가 없지 않지만, 이처럼 나는 그의 시가 여전히, 하지만 새롭게, 경험의 구체적 재현과 타자를 향한 사랑과 근원을 향한 매혹 사이에서 반짝여갈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보다도 고단하고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쓰는 일'에 매진해온 그의 행로가, 슬픔을 머금은 글썽임으로, 그곳에서 하염없이 빛을 뿌리고 있을 것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수요광장]신종 바이러스에 우리 모두가 이기는 방법

[수요광장]신종 바이러스에 우리 모두가 이기는 방법

불안·공포·증오·적개심·혐오…우리 사회에 퍼진 더 무서운 증상신뢰·화합·격려로 위기 극복해야손씻기·마스크착용등 예방책 철저'바이러스의 해악'서 승자가 되자일주일 전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 7살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누구냐는 질문에 "중국 사람들이야"라고 답했고 아이는 "바이러스"라고 외쳤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못 들은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한 후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TV에서 본 내용을 말한 것이었다. 우리가 피하고 싸워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지 사람이 아니며, 바이러스로 지칭된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할지에 대해 한참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이해해주었다.비상사태다. 매일 아침 사망자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거린다. 몇 번 환자와 그 환자의 동선, 접촉자의 소식 그리고 비관적 전망이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은 몸살, 기침, 고열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증상이 있다. 이번 바이러스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사회에 불안, 공포, 미움, 타인에 대한 적개심, 배제의 욕망 그리고 혐오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혐오 현상은 중국인을 대상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 확진자, 의심자, 접촉자, 보건 및 의료 종사자는 물론 그 가족 그리고 심지어 항공사에 근무하는 부모를 둔 자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자와의 2~3m 이내에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불안과 증오는 다르다. 전파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위기다. 향후 사람들이 실제 얼마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바이러스의 치명적 해악은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모두가 모두를 경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번 위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 인간미와 공존을 위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던 교민들을 수용지로 아산과 진천이 결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다. 사람들은 님비현상 또는 혐오문제를 크게 걱정했다. 어쩌면 이런 위기 속에 당연한 사람들의 반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국 전날부터, 오히려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생했다. 이곳에서 편히 쉬고 가족에게 안전하게 돌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신체 증상이 아닐 수 도 있다. 이 공중보건 위기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미움과 갈등을 넘어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를 쌓을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보건 당국에서 이번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행동수칙을 알려주고 있다. 자주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다. 그러나 어쩌면 더 큰 해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요령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시민 행동수칙을 생각해보았다. '불안과 공포를 전파하면 안된다고 말해주세요. 가짜뉴스를 경계하고 정부 발표와 공신력 있는 뉴스를 봐주세요. 혐오와 차별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주세요. 위기와 불안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응원해주세요. 이 위기를 공존과 화합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해주세요'.더 이상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 지역과 사람에 대한 한시적 격리와 이동제한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위기가 끝나고 나면, 위기 속에서 빛나던 우리의 진짜 본성을 서로 확인하고, 함께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이번 바이러스와 함께 기왕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까지 박멸되면 좋겠다. 이것이 이번 바이러스의 해악으로부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저녁 뉴스를 보며 아이가 말했다. 중국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워야 돼!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 그래 지금은 기회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수요광장]공존의 조건, 사회통합형 주택

[수요광장]공존의 조건, 사회통합형 주택

現 주택정책 소수자 공존 불가능자기권리 주장 어려운 사람들도도시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가야공동의 목적·필요를 가진 시민들차별·배제없이 어우러질 집 꿈꾼다"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새해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투기와의 전쟁을 언급하였다. 과거 아예 부동산에 대해 언급조차 않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인 것에 비하면 달라진 것이다. 이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민심을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 같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가 결여된 정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레토릭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여전히 주된 관심은 '시장의 안정'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시장이고, 누구를 위한 안정인가? 문제는 아무리 시장이 안정된다 한들 그 '시장'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택상품을 중심으로 '빚내서 집사라!' 일변도의 우리의 시장화된 주택정책은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으며 집을 차별과 배제의 공간, 사회갈등, 주민갈등, 세대갈등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에서 공급자 주도로 다양한 사회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소셜믹스 정책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집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만든 결과, 빚을 내어 집을 살 수도 없고 주거복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렇게 기존 주택시장에서 소외된 시민들을 위하여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이라는 공공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를 통해 공급되는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임대주택(임대료 시세 80% 이하)으로 주로 청년 1인가구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사업성 위주로 입지가 선택됨에 따라 임대료 수준이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공동체주택은 획일화된 아파트 대신, 같은 관심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동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이다. 공동체주택 참여자들의 공동체소유(주택협동조합)를 위한 금융지원이 핵심이다. 어느 정도 지불능력을 요하기 때문에 주로 중산층 중장년세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지원 주택정책은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또다시 소유와 임대로 구분되며, 청년과 중장년 세대를 분리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나는 공동체주택을 통해 오랜 전세난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10가구가 모여 공동의 건축주가 되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집을 시장가격 보다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개별 세대와 별도의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하고,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들이 소통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주거 형태다. 공동체주택에 살아보니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빈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좋은 이웃으로 어울려 사는 것, 어쩌면 당연한 주거권이라고 생각되는 이 소망이 왜 어려운 걸까?"우리는 어느덧 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주택정책은 사회적약자 및 소수자와 공존이 불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의 주인은 건물주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미래세대 등 자기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려운 이들 또한 도시의 주인으로써 함께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공존할 수 있어야 우리의 도시라는 공동체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2020년 새해를 맞아 나는 꿈을 꾼다. 공동의 목적과 필요를 가진 시민들이 나이, 학력, 경제력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모두의 집, 사회통합형 주택을 꿈꾼다.토지는 공공에서 장기임대로 제공하고, 거주자로 구성된 주택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협력하여 건축과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의 형태는 서민 중산층 자부담 참여자를 위한 코하우징과 주거약자를 위한 사회임대용 셰어하우스를 결합하여 진정한 소셜믹스가 가능하며, 지역에 개방된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수요광장]`젊은 인재영입` 호들갑 여·야, 누굴 위한 총선인가

[수요광장]'젊은 인재영입' 호들갑 여·야, 누굴 위한 총선인가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 이용선거프레임·이미지 전략만 보여이주민 인권·권익 챙기는 인물등지역현안 풀어 갈 사람 공천해야유권자 요구 읽히고 표심도 얻어4·15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의 인재영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여교수를 시작으로, 가난한 청년·전직 소방관·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이어 전직 공익제보 판사, 방위산업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11번째 영입 인물 발표를 마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목발 짚고 탈북한 인물, 체육계에서 '미투'를 선언한 젊은 여성에 이어 최연소 기초의원 출신 등 여섯 번째 영입 인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가의 인재영입은 자신의 삶을 바꿔줄 인물이기를 바라며 기대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크나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여·야의 인재영입을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의 바람은 읽히지 않는다. 개개인의 인생 역경 스토리를 이용한 선거 프레임과 이미지 전략만 보일 뿐이다. 정치적 '방향성'이나 '어젠다' 대신에 정당정치의 속내와 노림수만 보이는 탓에 거대한 쇼로 비칠까 걱정이다. 여당은 민주연구원 중심의 빅데이터로 리스트를 뽑았다는데 영입된 11명 중 6명이 30대이고 당에서 청년으로 간주하는 45세 미만이 2명이다. 정치에 훈련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좋은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시나 "정책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저는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이들의 발언에 수년간 정치에 몸 바쳐 온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 경륜 문제 외에도 인물 자체에 대한 흠결 등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대거 젊은 층 영입으로 표심만 노리는 것 아니냐며 비판받고 있다. 인맥 중심이라는 황교안 대표는 수첩에 한 명씩 추천 인재를 적어 간다는데 1차 인재영입 이후 두 달 만에 2차 영입 발표를 했고, 나다은 대표는 3일 만에 해촉돼 선거가 장난이냐는 조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바람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유권자들의 눈높이와 기대를 못 읽는 척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나오지 않듯, 경력단절 여성을 영입한다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수한 소방관을 모셔온다고 사회 안전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인 자신의 전문적이고 치밀한 정치력과 합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다년간의 정치 생태계에서 훈련되고 조직을 이끌며 수행한 경륜 속에서 문제 해결 동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인재영입과 인물 공천에 모두가 주목한다.이번 총선은 유권자 연령 18세 인하와 선거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한다. 그만큼 인물 영입과 공천 관리의 엄중함이 요구된다. 젊은 인물과 스토리로 포장된 이미지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 젊은 정치를 원하면 먼저 토양마련과 청년들의 정치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또한 시대적 요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재영입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지역 특색에 따른 현안을 풀어나갈 인물 공천이 절실해 보인다.실례로 필자의 칼럼이 게재되는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곳곳에 다문화 가족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다. 따라서 이주민들의 인권과 권익을 적극적으로 챙길 수 있는 인물이 유권자의 요구일 수 있고 이는 곧 지역사회를 위한 배려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갖느냐에 따라 나라가 한 발 더 전진하느냐 아니면 후퇴하느냐를 결정한다"며 공천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 인재영입이 쇼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고 전진하려면 각색된 이미지와 미담 의존으로는 안된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지역 문제 해결동력이다. 유권자의 요구와 표심도 딱 그 지점인 것이다.정치가란 어떤 직업보다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열정, 사회적 헌신에 도덕성까지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흠결 없고 신뢰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영입과 공천에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 유권자의 요구를 읽어야 표심도 얻을 수 있다.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이 공감되는 영입과 공천 경선을 기대한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수요광장]亞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 `2024 강원유스올림픽`

[수요광장]亞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 '2024 강원유스올림픽'

IOC 개최지 결정방식 변경이후처음으로 신규규정 적용한 사례평창 올림픽레거시 활용 큰 의미대표단, 남북공동개최 의사 밝혀'2032년 공동유치' 마중물 되길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지난 10일 스위스 로잔 스위스테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유효표 총 81표 중 찬성 79표, 반대 2표로 2024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를 강원도로 확정했다.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올림픽 정신과 다양한 가치를 전파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나아갔다. IOC는 지난해 6월 제134차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 7년 전에 차기 대회 유치도시를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시기에 상관없이 결정할 수 있고, 도시만 유치 후보로 나서던 것에서 벗어나 개최지를 지역의 개념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개최지 선정 절차인 '미래유치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를 통해 결정하는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였다. IOC는 그동안 대회유치를 희망한 후보국 중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올림픽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가 타당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협상과 노력으로 마침내 2024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로써 이번 유치는 IOC가 올림픽 개최지 결정 방식을 바꾼 후 처음으로 새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되었다. 이날 총회에선 필자를 비롯한 정부 대표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선수, 강원도 학생 최연우양이 함께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단독 후보였지만 '함께 즐기며 경쟁하고, 함께 성장하는 대회'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와 정부, 국민이 한마음으로 우리의 의지를 잘 표현하여, IOC 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유스올림픽은 전 세계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우정과 화합을 통한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고자 2010 싱가포르 하계유스올림픽을 시작으로 동·하계 올림픽을 각각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유스올림픽은 15~18세 전 세계 스포츠 꿈나무들이 경쟁을 통해 도전과 페어플레이 정신, 배려를 배우고 성인 올림픽의 꿈을 키우는 무대이다. 동계유스올림픽은 2012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를 시작으로 2016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2020 스위스 로잔 대회까지 모두 유럽에서 개최됐으며 대한민국 강원도는 아시아 최초의 동계유스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이번 동계유스올림픽 유치는 단순히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8 평창의 영광을 이어 올림픽 레거시를 활용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 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이후 대회 개최의 영광에서 끝내지 않고, 올림픽 레거시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동계유스올림픽은 올림픽 시설 재사용을 통한 스포츠 레거시의 활용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올림픽 정신 함양을 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의 장으로써 사회적 레거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올림픽 레거시 활용의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또한, 우리 대표단은 여러 가지 여건이 가능하다면 2024 동계유스올림픽도 남북 공동 개최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IOC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이번 2024 동계유스올림픽이 침체된 남북 체육 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되어 다시 한번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의 마중물이 되는 의미 있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란다. ―2020 유스올림픽 개최지, 스위스 로잔에서/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수요광장]저항 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탄생 100주년

[수요광장]저항 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탄생 100주년

몰락한 왕조의 고궁 소재 '봉황수'나라 잃은 울분·수심 표현한 작품망국의 슬픔 노래하며 비애 절제일제말 견딤으로 파시즘에 대항했던그 나름의 현실이해 방식이었을 것올해는 지훈(芝薰) 조동탁(趙東卓, 1920~1968)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훈은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 아래서 한학을 배웠고 정규 학교는 다니지 않다가 16세에 상경하여 조선어학회에 출입하였으며 혜화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3년간 수학하였다. 한학 교양이 몸에 밴 조숙한 청년 지훈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만났으며, 시인 가운데는 지사 황매천과 한용운을 가장 존경하였다. 이름난 선비였던 할아버지는 인습 개혁에 앞장섰고 자녀들을 도쿄에 유학시켰는데, 해방 후 제헌의원이었던 조헌영이 지훈의 아버지다.지훈은 열일곱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열아홉 되던 1939년 '고풍의상'과 '승무'로 <문장>에 추천을 받았다. 선자(選者)는 정지용이었다. 시집 '고풍의상' 후기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애수, 민족 정서에 대한 애착이 나를 이 세계로 끌어넣었다"라고 했듯이, 지훈의 초기시에는 전통적 시어 속에 단아한 민족 정서가 담겨있다. 해방 후 그는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공동시집 <청록집>(1946)을 펴냈으며, <풀잎단장>(1952)을 시작으로 모두 네 권의 시집을 냈다. 해방 후에는 학자 혹은 논객으로서 더 인상적인 활동을 폈다. 그는 순전히 독학으로 문학, 철학, 사회과학을 탐독했고 그 결실 <한국문화사서>, <한국문화사대계> 등 방대한 기획을 실행하였다. 자유당 시절 이승만의 송시 청탁에 대해 "나는 누구든 살아있는 사람의 송시는 쓰지 않는다"라고 거절하였고, 1960년대에는 한일협정 비준반대 교수로 나서는 등, 시에서는 전통적 순수의 세계를 추구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지조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나는 그가 남긴 많은 시편 가운데 선비정신과 애수가 함께 깃들인 '봉황수'와 낭만적 풍류가 가득한 '완화삼'을 제일로 친다. 일제 말기에 쓰여진 '봉황수(鳳凰愁)'를 한번 읽어보자.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몰락한 왕조의 고궁을 소재로 하여 나라 잃은 울분과 수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봉황수'란 망국의 우수를 뜻하는데, 이는 고궁을 퇴락시킨 요소인 '벌레', '산새', '비둘기'가 곧 망국의 요인임을 암시한다. 방치되어 퇴락한 고궁의 모습과,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친 추녀 끝 풍경은 한결같이 봉황의 모습을 참담하게 만든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라는 구절은 망국의 요인이 사대주의였음을 암시하면서 '봉황'이라는 환상의 새와 확연한 대조를 구축해준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이라는 구절은, 나라 잃기 전의 왕조 역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었음을 암시해준다. 푸른 하늘 밑에서 대궐 앞길에 깔아놓은 '추석'을 밟고 가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더욱 비감하기만 하다. 그리고 다음 문장들은 "없었다"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비감한 심정을 더욱 고조해준다. 패옥 소리도 들리지 않고, 벼슬의 주인공들도 간 곳이 없다. 그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느낀 화자의 눈에는 눈물이 복받치지만, 그는 '눈물이 속된 줄'을 깨달아간다.덧없이 무너진 옛 왕조의 역사를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것이 부질없는 감상(感傷)임을 깨닫는 데서 이 시편은 복고적 향수나 비애를 넘어 예리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데로 나아간다. 망국의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막상 그 비애를 절제할 줄 아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일제 말기에 느림과 견딤의 미학으로 파시즘에 저항했던 지훈 나름의 현실 이해 방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저항정신의 선비, 조지훈의 뜻깊은 탄생 100주년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수요광장]모두가 `메리` 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수요광장]모두가 '메리' 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경북 영덕 수산물가공업체 4명사망赤水 난민소행 가짜뉴스·산재사고정치인 망언… 올해 이주인권 '얼룩'내년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등밝고 긍정적인 10대뉴스 소망한다얼마 전, 미얀마와 네팔을 다녀왔다. 한국에 이주노동을 하러 가려는 청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높은 임금과 한류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악과 드라마 속의 한국은 이들에게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꿈꾸며 동경해마지않는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실제 이주민의 삶이 얼마나 다를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 후 본국으로 귀환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이제 막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자국의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귀환 노동자들은 자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노동 및 생활환경을 꼽았다.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하러 떠나는 노동자들이 나름의 단단한 각오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겪었던 진짜 한국 사회의 현실은 각오보다 더욱 가혹했나 보다.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이주민 지원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에서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0대 뉴스에는 4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꺼번에 사망했던, '경북 영덕 수산물 가공업체사건' 등을 포함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우선 뽑혔다. 2018년 한 해에만 136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연이은 망언이 포함되었다. 올해는 특히 정치인들 망언의 해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차등임금을 실시하자는 주장과 이들은 한국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혐오발언들이 이어졌다. 특히나 정현율 익산시장은 이주 아동을 '잡종'이라고 표현하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내에서 살면서 철이 들고 세상 물정을 배워온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은 몸만 어른이다 뿐이지…(중략) 한국사람과 비슷한 인식과 수준이 되기까지 한 3년이 걸린다는 거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발언 속의 인권의식은 낯뜨거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또한, 10대 뉴스에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난무했던 가짜뉴스가 선정되었다. 대표적으로 인천과 서울 문래동 등에서 벌어졌던 붉은 수돗물 사건이 이슬람 난민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를 내보낸 인터넷 기사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외 대부분의 10대 뉴스 또한 역시 하나하나 매우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주민의 연이은 산재 사망사건은 몇 년째 빠지지 않고 10대 뉴스가 되고 있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와 정치인들의 망언 또한 지속되고 있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발표 자리에서 한 활동가는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매년 발표하지만, 한 번도 긍정적인 뉴스가 뽑힌 적이 없다고 토로하며, 언젠가는 10대 뉴스에 밝고 긍정적인 뉴스가 하나쯤은 뽑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내년 이맘때에는 '드디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한국사회 인종차별 완전히 사라져' 또는 '모든 노동자에 안전한 한국, 산업재해 사망자 제로' 그리고 '한국 국민들, 관광객보다 이주민과 난민을 더 환영하는 것으로 밝혀져'와 같은 뉴스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적어도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거나 화장실이 없거나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숙소시설 이제는 옛이야기' 정도의 뉴스라도 듣기를 희망해본다. 그동안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내 주위의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꼭 동정의 시선으로 보며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그동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사회 한 쪽의 이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싶다. 한국에 살고있는 이주민들에게도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의 해피엔딩이 펼쳐지는 2020년이 되게 해달라고 산타에게 소원을 빌어본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수요광장]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

[수요광장]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

베이비붐세대 꿈 '전원의 단독주택'부모 부양·자녀 뒷바라지 '이중고'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까워전재산인 부동산 처분문제도 난관사회적고립 피할 이웃과관계 중요"야~야~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살 거야. 늙으면 요양원 가면 돼! 내 걱정하지들 말고, 니들이나 잘 살아~." 홀로 되신 부모님 거처 문제로 함께 대책을 논의하다 보면 대개가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이렇게 부모의 노년을 경험한 자녀(베이비붐)세대는 노후주거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의 꿈 '전원의 단독주택'.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주거이전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4) 전체의 82.9%가 주거이전 의사가 있다고 답을 했다. 그 이유는 안락한 노후생활(49.8%)과 경제적 부담(20.2%)이 가장 컸으며, 원하는 주택유형은 전원주택이 압도적(42.9%) 이었다.경쟁에 지친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수도권의 전원에 작고 아담한 집을 지어 텃밭도 가꾸며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의 삶을 꿈꾸는 것이다.과연 이들은 그 꿈을 이루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의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의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의 부양은 물론 아직까지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녀 사이에서 스스로의 노후준비를 챙기지 못한 이들은 나이 들어서도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 보유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인 베이비붐 세대가 절대자산인 '집'을 처분하고 이전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집,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여전히 집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자산 관점에 머물러 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주식이 오를까 내릴까"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없는 잘못된 질문이다. 노후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주거를 원한다면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이제는 정주할 곳을 찾아야 한다.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주거지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고령자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나이들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하여야 한다. '노년기 삶의 질을 보장하는가?' 주거공간과 지역에 대한 질문이다. 승강기, 낙상예방, 화재예방, 범죄예방 및 안전문제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교통 및 편의시설, 여가문화, 사회복지 시설 등의 지역 인프라가 잘 마련된 지역이면 더욱 좋다. '주거비 절감이 가능한가?' 주거이전이 주거안정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집이 절대 자산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거이전은 바로 경제적인 잉여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집이 성공과 부를 표현하는 과시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필요에 딱 맞는 실용적인 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집이 필요하다. 주택의 하자보수 및 운영유지비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의 품질과 단열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가까이에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가족이나 이웃이 있는가?' 이 질문이 가장 핵심이고 중요하다. 고령사회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고립이다. 지금처럼 집 가까이에 오갈 수 있는 이웃 하나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면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웃이다. 지금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에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노후주거의 본질이다.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나의 사생활과 커뮤니티 활동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집은 돈이 아니라 공간과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올바른 주거이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에 동의한다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다.'문제는 시간,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와 같이 노후를 위한 주거의 조건을 이야기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실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당장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시간이 갈수록 주거이전의 여건은 복잡해질 것이고 비용은 비싸질 것이고 만족도는 떨어질 것이다. 내가 아무리 외면하고 거부해도 노년은 도둑같이 찾아온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수요광장]품격 없는 방송, 시청자는 멍든다

[수요광장]품격 없는 방송, 시청자는 멍든다

언론으로서의 영향력 커진 '종편''민주여론 형성' 당초목적 실현하고건전한 콘텐츠·질적 수준 갖춰야자사 유불리 따지는 도구 인식 탈피사회적 책임·공적기능 함께 봐야최근 종합편성채널인 MBN이 승인 당시의 편법 자본금 충당과 관련해 검찰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종편효과에 대한 비판이 촉발되고 있다. 종편 승인 10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 방송콘텐츠 질적 하락문제 등 미디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종편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MBN을 포함 4개 종편이 승인 당시, 황금 채널 배정 등 특혜라는 비난과 함께 출범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0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엄청난 반대와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 개정안이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디어법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되던 그해 연말, 그날 분위기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당시 필자는 한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미디어법에 통으로 묶여있던 신문법도 덩달아 개정되면서 지금의 언론진흥재단과 필자가 근무하던 두 기관이 통합됐다. 말이 좋아 통합이지 당시 덩치가 더 큰 언론재단에 흡수된 셈이어서 필자를 비롯해 신문발전위원회의 연구원 4명은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꼭 실직을 당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언론 유관 분야의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미디어법 개정은 종편 승인을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명분이 없어 보였다. 암튼 당시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이 종편 출범을 우려하면서 제기했던 문제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종편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지적에는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JTBC를 제외한 일부 방송의 질적 저하로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일조한 것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편법 자금 문제는 비단 MBN뿐이 아니다. 승인 당시 다른 종편들도 신문사의 방송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30%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한선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제 외에도 미디어법 개정 목적에 얼마나 부응했는지를 살펴보면 과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했었는데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일례로 정치시사토크 프로의 경우 평균 33%의 편성 비율로 너무 많다. 게다가 몇몇 패널은 중복 출연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식상한 지 오래고 이제는 피로감까지 느껴진다. 자극적인 언어로 정치 혐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패널을 보면 시청률만 보이고, 정작 멍들어가는 시청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때로는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진영논리에 유리한 프레임도 서슴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린다.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일을 전해 듣고 알게 된다. '탈진실'의 프레임이 판을 칠 때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언론을 외면하게 된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사프로 일부 패널의 무책임한 언어와 그 태도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나아가서 정치 혐오를 부추기게 된다. 일부 종편은 이렇게 비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종편 합산 시청점유율이 2012년 5.03%에서 2018년도 14.29%로 약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방송사업매출도 안정권으로 진입하고 있어 보인다. 2012년 2천264억원에서 2018년 8천18억원으로 연평균 23.46% 늘어났으니 말이다. 이런 수치들은 종편이 방송·광고매출 등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종편은 지상파와 경쟁력에서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언론으로서 영향력도 그만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장한 만큼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8년 전 출범 당시를 되돌아보고, 건전한 민주여론 형성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건전한 콘텐츠와 질적 수준의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공적 임무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할 때 함께 올라간다. 언론은 국민의 의사소통 통로다. 언론을 통해 국민은 건전한 정치참여가 가능하기도 하고 반대로 언론에 의해 멍들기도 한다. MBN 등 종편은 언론을 자사의 유불리를 따지는 이해의 도구로만 인식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과 언론의 공적 기능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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