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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지방선거 당선인들, 발달장애인 복지 관심 더 쏟아야

[수요광장]지방선거 당선인들, 발달장애인 복지 관심 더 쏟아야

쉬운말 뉴스 만들며 느낀게 있다면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은 이들의사회적 참여와 함께 이뤄진다는것작은 일자리 마련과 관심으로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기대해 본다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지 1주일이 지났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 때문인지 선거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제1 야당에서는 지도부 줄사퇴 요구와 내분 등 야권의 재편성이 화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지각 변동과 거센 후폭풍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여배우 스캔들'에 얽힌 경기도지사 당선인에 대한 수사는 어떤 스토리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 된다.여러 이슈 가운데 유난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발달장애인들의 농성이 종료됐다는 소식이었다.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이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며 4월부터 68일간 벌인 긴 농성에 청와대가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 종합계획을 약속했다고 하니 우선 한고비는 넘긴 셈이다.발달장애란 신체 및 정신이 해당하는 나이와 다르게 발달이 나타나지 않아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유형으로 지적장애와 자폐증을 포괄한다. 장애인 증가 추이를 보면 지체장애 수는 감소하는데 발달장애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발달장애에 대한 복지정책은 유럽,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소득 창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철저한 국가책임제로 보편적인 복지가 아닌 과감한 선택복지를 펼치고 있다. 물론 장애인 등급제도 부양 의무제도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인법(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이들의 복지에 많은 변화를 꿈꾸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개선되거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발달장애 가족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그나마 이번 지방선거 당선인 중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은 고무적이다. 서울시장은 선거 당시 발달장애인들도 알 수 있도록 쉬운 말 공약집에 이어 생활편의 서비스 지원 확대 등 장애인을 배려하고, 대구시장 당선인도 발달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지원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이어 인천시교육감 당선자는 장애·비장애학생 통합교육 강화를 비롯해 다수 지역에서 교육 환경 공약으로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주거와 교육환경도 급하지만 열악한 경제력이 더 시급한 문제이다. 한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 내 발달장애인은 4만1천여명인데 이 중에서 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55.3%이고 100만원 미만이 28.0%나 된다고 한다.열악한 경제력보다도 더 큰 문제는 사회적 편견이다. 필자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쉬운 말 뉴스는 일반기사를 중고등대학생일반인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자원봉사자'들이 1차로 쉽게 풀고, 쉬워진 기사를 발달장애인들이 정말 이해하는지 감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수위원이라는 작은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뉴스 용어를 쉬운 말로 편집 하는 과정에서 느리지만 어휘력과 사진 찍는 능력이 신장되는 발달장애인들을 보게 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감수 과정에서 탄생된 발달장애인 기자는 지난 패럴림픽에서 김정숙 여사를 인터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처럼 꾸밈없고 단순한 인터뷰어의 질문에 인터뷰이도 솔직하게 답해주기 때문에 의외로 감동스럽고 재미있는 분위기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쉬운 말 뉴스를 만들면서 느낀 게 있다면 발달장애인의 인식 개선은 이들의 사회적 참여와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을 자주 접하는데 한결같이 "우리 애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며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이것이 바로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하여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거듭나고 있다. 장애·복지·시설 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작은 일자리 마련과 관심으로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기대해본다./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겸임교수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수요광장]`평화의 길`을 여는 스포츠의 위대함

[수요광장]'평화의 길'을 여는 스포츠의 위대함

지난달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27년만에 '남북단일팀 결성' 감동정치적 논리나 상부의 지시 아닌탁구인 스스로 현장서 실행 큰 의미지속적 체육교류의 장 열리길 소망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을 넘어 서로를 반기며 평화의 악수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 직후 남과 북의 하나된 모습에 전 세계가 감동과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5월 3일 스웨덴의 작은 도시 할름스타드에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 8강전, 치열한 남북 대결이 예고됐다. 서로를 상대로 피말리는 승부를 다퉈야 할 상황이 불과 12시간 만에 악수와 포옹, 평화의 미소로 바뀌었다. 남북단일팀이 어깨를 겯고 나란히 4강에 진출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건이 펼쳐졌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 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일팀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지 무려 27년 만의 단일팀 결성이었다. ITTF 이사회가 한창이던 그 시각, 전 세계 탁구 리더들은 이사회를 잠시 중단한 채 현장 TV 생중계를 예의주시했다. 카메라가 어깨동무를 한 남북 선수들을 비췄다. '오늘, 남북은 싸우지 않는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에 이사들과 집행위원은 전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남북 단일팀은 도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세계 탁구인들에게 이렇게 뜨거운 환영을 받는 것일까.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스포츠 활동을 통한 올바른 교육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이라는 모토 아래 올림픽을 창시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 세계에 올림픽 정신, 평화의 정신을 전파해왔다.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전격 결성은 바로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이라는 IOC의 가치 아래 추진되고 이뤄진 것이었다.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평창동계올림픽의 바통을 남북 정상이, 그리고 남북 탁구선수들이 이어받았다.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이 탁구를 통해 하나가 된 모습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스포츠라는 매개 아래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이며 승부에 몰두했다. 남북 관계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다시 한 번 감동의 역사를 이끌어냈다. 27년 전 남북 스포츠 교류의 선봉에 섰던 탁구가 다시 한 번 남북 관계 증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냈다는 점, 그 역사의 현장에서 진심을 다해 발로 뛰었다는 점, 남북의 선수, 지도자, 협회 관계자들이 한마음으로 소통하며 불과 12시간 만에 기적 같은 단일팀을 이뤄낸 점은 다시 생각해도 뿌듯하고 가슴 벅차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면 남북 스포츠 모두 분명히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온 우리 선수들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은 선수 보호를 최우선하는 IOC선수위원이자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으로서 나의 신념이자 평창부터 스웨덴까지 일관되게 관철시켜온, 단일팀의 기본 전제다. 스웨덴에서의 남북 단일팀 경험은 다시 한번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정치 논리나 상부의 지시가 아닌 현장의 탁구인 스스로 평화의 길을 열었다는 점은 의미 있다.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인들이 스포츠인의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앞으로 지속적인 남북 체육교류의 장이 열리길 소망한다. 철의 장막을 걷어냈던 핑퐁 외교처럼, 스포츠가 평화의 첫 길을 여는 길라잡이가 되길, 스포츠인들이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수요광장]금석지감으로 바라보는 `민촌문학제`

[수요광장]금석지감으로 바라보는 '민촌문학제'

해방후 곧바로 북으로 간 '이기영'최근 그를 기념하는 행사 잇따라월북작가라고 금기됐던 '민촌문학'그의 고향 천안에서 새삼 관심 받아냉전체제 황혼기로 바라볼 수밖에최근 급변해가는 남북관계는 그동안의 분단체제가 남북 양쪽을 모두 피해자로 만들었으며, 우리 역사를 불구의 것으로 몰아왔다는 사실을 잘 시사해준다. 그 점에서 지금 한반도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와 상생 지향의 움직임은 우리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는 70여 년 동안 누적해왔던 서로에 대한 적의(敵意)를 누그러뜨리고,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열어갈 것을 우리 모두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해방과 전쟁을 전후하여 북으로 가서 작품 활동을 지속했던 이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다. 물론 그들의 선택은 이념적인 것일 수도, 인맥에 관련된 것일 수도, 그저 고향을 찾아간 것일 수도, 불가피한 폭력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들 역시 분단의 피해자라는 것, 그들의 작품이 그 피해 양상의 극점을 증언하고 있고 우리 근대사의 첨예한 반영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일 터이다. 1988년 납월북작가 해금 이후 행해졌던 홍명희, 정지용, 이태준, 김기림, 임화, 김남천, 박태원, 백석, 이용악, 오장환 등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수용의 과정은 그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이때 우리가 민촌(民村) 이기영(李箕永·1895~1984)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가 한국 근대사의 사상적, 이념적 궤적을 체현한 대표 작가의 한 사람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는 프로문학 최고의 작가였으며 식민지 시대 농민소설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철저히 현장의 구체성을 작품 속에 담아냈고, 인물들도 생생한 구체성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든 탁월한 작가였다. 그는 최고 농민소설로 일컬어지는 '고향'에서 식민지 체제를 비판하면서 소작농, 마름, 지식인, 노동자 등의 역동적 관계망을 통해 농촌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귀농인이며 지식인인 김희준의 형상은 그의 사상과 미학을 통합시키는 문제적 인물이었다. 그의 창작 궤적은『서화』(1933), '고향', '신개지'(1938), '봄'(1940) 등의 농민소설뿐만 아니라 '종이 뜨는 사람들'(1930) 같은 현장 중심의 노동소설, '인간수업'(1936) 같은 지식인소설 등으로 확장되어감으로써, 그의 작가로서의 폭넓은 관심을 잘 보여주었다. 이 작품들은 당대 민초들의 경험적 진실성과 근대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전망을 동시에 담아냄으로써 민족사의 과제라고 여겼던 민족과 계급 문제를 통합적 시선으로 암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해방 후 일찌감치 북으로 간 이기영은 대하소설 '두만강'으로 인민상을 수상했고, 1984년 8월 9일 90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비교적 유복한 천수를 누리다가 작고 후에는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그가 북쪽에서 쓴 중요한 작품은 '땅'과 '두만강'인데, '땅'(1948)에서는 식민지 자본주의 현실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다루었고, '두만강'(1954)에서는 20세기 초부터 해방 때까지 벌어진 민족해방 투쟁의 양상을 그려내기도 하였다. 이 작품들 역시 민촌 소설의 특징이었던 생활의 구체성과 활달한 인물상의 재현이 고스란히 약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성취라 할 것이다.최근 이기영을 기념하는 행사가 충남 천안에서 학생 주도로 열렸다고 한다. 지난 5월 26일에 복자여고, 북일고, 천안고 학생 연합 모임이 북일고에서 천안 출신의 이기영을 기념하는 '제1회 민촌문학제'를 개최했는데, 이날 고등학생들의 이색적인 문학제는 백일장, 발표, 특강 순으로 모두 160여 명이 참여하여 진행되었다고 한다. 근자에는 단편 '민촌'의 무대가 된 천안 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민촌에 대한 추모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고 하는데, 분단체제 내내 월북작가라는 금기 안에 유폐되었던 민촌 문학이 그의 고향에서 이렇게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우리로서는 다시금 냉전 체제의 황혼기를 금석지감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불어 분단의 뿌연 장막 때문에 가려졌던 우리 근대문학의 여러 모습이 더욱 활발하게 연구되고 수용되어가기를 마음 깊이 바라게 된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수요광장]문화다양성 확산, 혐오와 갈등을 넘어서

[수요광장]문화다양성 확산, 혐오와 갈등을 넘어서

한국인 배경·문화·견해 다른사람에20%만 '매우 관용적'이란 조사 나와서로의 다양한 정체성 존중하고갈등 해소·평화로운 사회 일구는데문화다양성 가치 존중 했으면 한다세계적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으며 한국도 문화다양성을 확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한국은 2010년에 세계에서 110번째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했다. 2014년에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다양성법)을 제정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문화다양성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다양성법에 따라 5월 21일부터 일주일간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선포했으며, 관련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었다.문화다양성에서 문화는 좁은 의미의 문화개념이 아니다. 단순하게 더욱 다양한 예술장르를 즐기고 확산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다양성은 다양한 배경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편견과 갈등을 넘어서 함께 공존하며 발전해 나가자는 개념이다.한국의 문화다양성법에도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언어, 지역, 성별, 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인 차이를 이유로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대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법의 목적 중 하나는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이다. 그럼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수용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110번째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하였는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의 문화다양성의 인정과 수용 수준이 딱 그 정도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갈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무척 심각한 편이다. 2016년 OECD 국가 34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사회갈등지수(Social Conflict Index)'에서 대한민국은 멕시코, 터키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5∼2015년 5년 주기로 측정한 사회통합 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을까? 개별적인 평가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의 갈등과 차별이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보았을 때는 일정한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부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수준을 보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매우 낯부끄러운 면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11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양성평등지수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로 최하위권이며, 심지어는 2015년 115위에 이어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BBC 글로벌서베이의 다양성 포용정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7개 조사대상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배경, 문화, 견해가 다른 이들에 얼마나 관용적인가에 대한 응답에 단 20%만인 매우 관용적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UN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17년 대한민국 정부의 제4차 보고서를 심의하고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 부족에 매우 우려하며 문화다양성 확산에 힘쓰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정책 속에 문화다양성이 표현되고 있다. 2018년 문화부가 밝힌 업무계획의 3대 비전을 보면 개인의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의 창의성 확산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비록 개헌안이 발의되지 못했으나, 2018년 3월 정부에서 국회로 제출한 정부의 헌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9조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전통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국가가 문화의 자율성 및 다양성을 증진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서로의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일구는데, 문화다양성의 가치 존중과 인식 확산이 기여했으면 한다. 지난 시절 많은 정책들이 구호에 그치고 사라진 전철을 밝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수요광장]친절의 대가, 5천원

[수요광장]친절의 대가, 5천원

태워다 줘 택시비라며 돈 건네 씁쓸사소한 일에도 경제로 따지는 세상부자되면 다 좋아진다는 믿음 접자서로 용기내 신세 좀 지고 살다보면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 쌓여갈것집 근처에 작은 온천이 하나 있다. 도시의 찜질방처럼 크지는 않지만 물이 좋다고들 한다. 올해 구순의 어머니, 고령이시다 보니 허리 무릎 등 만성통증이 있으시다. 통증완화에 뜨거운 온천욕이 효과가 있어 가끔 온천에 다녀오신다. 거리가 가까워도 어르신이 걷기에는 쉽지 않아 주로 주말에 내가 차로 모셔다 드리고 모셔 오곤 한다. 언젠가 주말에도 어머니 모시러 나가던 차에 동네 입구에서 5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내가 가고자 하는 온천이 어디냐고 묻는다. 마침 가는 길이니 차에 타시라고 했다. 일행이 한 분 더 계셔서 두 분의 중년 여성을 태우고 갔다. 차에 타고는 너무 과하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한다. 길도 모르고 택시도 안 잡혀서 한참 고생을 한 모양이다. 나야 어차피 가는 길에 좋은 일을 하게 된 거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멀지 않은 거리인지라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 분이 내리시면서 "아이고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하시기에, "아유 뭘요? 어차피 가는 길이었는데요 뭐" 이러며 덕담을 주고받던 차에 다른 한 분이 "그래도 어떻게 공짜로 타? 택시비라고 생각하고 받아요!" 하며 오천원짜리 한 장을 앞 조수석에 던진다. 2~3번의 실랑이 끝에 어렵게 그 분께 돌려드렸다. 마음이 씁쓸하다. 그저 덕담을 주고받으며 내렸으면 서로가 좋았을 것을…. 생각이 복잡하다. 우리는 어쩌다 이리 사소한 친절도 주고받기 불편한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만약 내가 그 5천원을 받았다면 나의 행위는 더 이상 친절이 아니다. 거래로 변질된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고마워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곧 신세진 것 같은 불편함이 되었고, 5천원을 지불함으로써 그 불편함을 털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일상에서 소소한 친절과 호의, 나눔을 주기도 받기도 힘든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동체지수가 꼴찌인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과거 인간의 선의와 공동체 관계망 속에서 호혜적으로 주고받던 친절, 호의, 나눔은 이제 서비스산업이라는 미명 하에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었다. 이제는 그저 서로의 필요를 경제적으로 교환하는 거래일뿐이다. 물론 낯선 이의 친절을 마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알게 모르게 원가에 포함된 감정노동자의 과하거나 영혼 없는 친절은 서글프거나 부담스럽거나 불편하다. 이유 없는 친절에는 대부분 무엇인가 목적이 숨어 있다. 그 숨은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신뢰를 상실한 우리 사회는 사소한 일상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시장에서 소비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것이 경제라고 우긴다.선의는 교환이 아니라 흘러야 한다. 지금 돈이나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없는 사람에게,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젊은 사람이 어르신에게, 장년이 청년에게 흘려보내야 한다. 지금 선의를 제공받은 사람은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선의를 흘려보낼 것이다. 갚지 못한들 어떠랴. 베푸는 사람도 기꺼이 한 일이니 좋고, 누군가는 그 선의를 통해 어려움을 넘겼으니 고마운 것이다. 서로가 좋은 것이다. 지금은 내가 베풀었으니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미덕이고,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덧 우리 코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혼자 잘 살 수 있을까?분명한 것은 누구나 더 이상 혼자서는 지낼 수 없는 시간이 온다. 그리고 시장화된 사회서비스도 공공복지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우리 사회에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 경제만 성장하면, 부자가 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그만 거두어들이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자. 작고 사소한 도움일지라도 용기를 내어 서로 주고받자. 그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이웃을 만들 수 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라는 자산을 축적하여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신세 좀 지고 살자./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수요광장]뉴스편집 포기인 듯 포기 아닌 포털에 대하여

[수요광장]뉴스편집 포기인 듯 포기 아닌 포털에 대하여

네이버, 개선책 내놓을때 마다'눈가리고 아웅하는 식' 비난 거세언론사·이용자 공감하는 정책 필요밥그릇 싸움 모양새로 가면 안돼서로 상생길 가야 멀리 갈수 있어드루킹의 댓글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 포털 댓글 조작 방지 정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가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고 뉴스 편집을 않겠다는 발표를 하고도 뉴스 유통 권력을 더 정교하게 마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선책을 하나씩 내놓을 때마다 비판 수위도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국민 3천만명이 이용하는 거대 포털에서 댓글 서비스를 없애지 않는 한 매크로를 이용해 또 다른 댓글 조작이 가능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인공기반 뉴스 추천(인공지능이 사용자 취향에 맞게 뉴스를 추천 하는 방식인 '뉴스피드판') 방식을 신설한다고 한다. 정작 편집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으면서도 편집과 댓글 운영 방식은 언론사에 맡기겠다는 식으로 어물쩍 공을 언론사에 넘기려 하다 보니 꼼수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댓글 조작 파문 이전보다 네이버의 알고리즘 권력이 더 세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언론의 비판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일부 대형일간지의 경우 네이버가 발표한 개선안 항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기다가 정치권, 학자들까지 가세해 포털 규제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연일 언론에 보도 되는지라 어쩔 수 없이 네이버와 힘겨루기 싸움판의 구경꾼이 돼 버린 포털 이용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시선이 곱지 만은 않을 것 같다. 개선안을 내놓은 네이버측도 이를 비판하는 언론사 측도 혹시 각자 이해득실 만 앞세우는 것은 아닐까? 네이버 고객의 한사람으로서 이용자 시각에서 따지고 보면 이번 '굿판'은 포털과 언론사 모두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는 그야말로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포털이 사적인 기업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실제 3천만 포털 이용자들이 뉴스를 소비하고 여론을 만드는 공간인 만큼 공적 기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공적 기능에 부합하는 막중한 책임과 그에 걸맞은 역할 수행이 따라야 한다.네이버의 개선 방안과 이에 대한 비판 내용에 공익적인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논의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포털 고객인 이용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이들의 의견이 잘 수렴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일반 사기업 정책과는 달리 플랫폼에 핵심 상품인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와 포털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마디로 어느 한편이 턱없이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는 합리적인 내용의 공감 정책이라야 한다.국민의 60%가 이용하는 네이버는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며 재미를 보고 있다. 뉴스 편집과 댓글 장사로 네이버의 영향력은 확장되고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로 상생하며 같이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네이버가 당장 자신들의 이익만 먼저 생각하면 멀리 갈 수 없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이 우선 편할지 모르지만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멀리 오래 갈수 없다. 적어도 언론사와 포털 간에 밥그릇 싸움 하는 모양새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드나들며 이용하는 네이버의 3천만 고객들도 수긍할 수 있는 결말이어야 한다. 손을 맞잡고 함께 가야 할 파트너인 언론사에게 외면 받는 정책, 사용자인 고객에게도 공감 안 되는 자세로는 지금 보다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네이버는 국민을 속이고 민심을 훔친 댓글 조작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방조 내지는 묵인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뼈아픈 성찰로 진정성 있게 언론사들과 이용자들을 설득하며 다함께 갈 수 있는 바람직한 개선 정책을 기대해본다./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수요광장]4차산업혁명시대의 스포츠 IT 기술과 스포츠산업

[수요광장]4차산업혁명시대의 스포츠 IT 기술과 스포츠산업

전문가·지도자들 신기술 이해와현장에 적용해 보려는 노력 필요 생활스포츠인 함께 즐길 수 있는인프라 확충 등 정부 지원 절실IT기술 융합 벤처기업도 육성해야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의 차세대 기술들이 일상생활과 산업전반에 걸쳐 앞다투어 도입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예외없이 관련 기술들이 융합되어 성공적인 ICT 올림픽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덧붙이게 되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듯이, 스포츠는 다른 산업과 달리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스포츠 4차산업혁명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 도입한 '매치인사이트' 분석프로그램, 2016년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활용한 '키나트랙스' 인공지능 시스템 등 이미 해외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기록과 움직임을 수집, 분석할 수 있는 센싱기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활용되고 있고, 골프, 마라톤 등의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도 웨어러블 착용을 통해 개인의 기록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등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전반적인 스포츠영역으로 4차산업혁명이 확산되고 있다.스포츠용품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언더아머, 나이키 등 해외 유명 스포츠용품사들은 이미 경쟁상대를 삼성과 애플로 여기며, 운동관리와 피트니스 관리 애플리케이션 제작사등을 인수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스마트 운동화, 스마트 의류들을 출시하면서 스포츠용품 산업의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스포츠와 IT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전 세계로부터 확인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 분야는 여전히 열악하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 산업전반에 거처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우선, 스포츠 전문가와 지도자들의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실제로 현장에 적용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성과와 목표를 이루기에는 이미 힘든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활용되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 또한 성장할 수 없다.두 번째로, 생활 스포츠 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기술개발을 위한 R&D 지원을 넘어 생활 스포츠인들이 쉽게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모델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생활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생활 스포츠인들이 늘어날 때, 스포츠 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사람 중심의 IT 기술을 융합한 스포츠분야 벤처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의 중심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고 IT 기술을 융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와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 기술 주도기업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는 스포츠 벤처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는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스포츠는 대부분 합의된 규칙이 적용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다른 규제로 인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는 다른 산업에 비해 분명 기회가 존재한다.스포츠와 IT 강국인 우리나라에게 스포츠분야의 4차산업혁명은 또 한번의 기회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함께 스포츠 4차산업혁명시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수요광장]섭리와 운명 사이의 생성적 지혜

[수요광장]섭리와 운명 사이의 생성적 지혜

더 큰 재능 가진 사람에 질투보다가장 귀한 존재에게 주어지는'사랑=슬픔' 힘이란 지혜 찾으면서섭리·운명 속뜻 헤아려야 한다이것이 불행 초월한 존재론적 발견30여 년 전에 개봉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는 천재 음악가를 질투했던 한 궁정음악가의 생애를 다루어 우리에게 깊은 기억을 안겨준 바 있다. 빈 왕실의 궁정음악가 살리에리는 천재 작곡가로 소문이 난 모차르트의 연주를 듣고 나서 그가 천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하지만 그 천재는 참으로 오만방자했고 여성들을 희롱하거나 비속어를 남발하는 등 한마디로 미성숙한 철부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철부지가 천부적인 음악적 재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 살리에리는, 정작 자신에게는 그러한 재능을 주지 않은 신(神)에 대한 항의와 절망으로 모차르트에 대한 한없는 적대감을 키워간다. 그 결과 살리에리가 의도적으로 모차르트를 파멸시켜간다는 것이 영화의 대체적인 줄거리이다. 이때 살리에리가 외친 "신이시여, 주께선 제게 갈망만 주시고 절 벙어리로 만드셨으니, 말씀해주십시오. 만약 제가 음악으로 찬미하길 원하지 않으신다면 왜 그런 갈망은 심어주셨습니까. 갈망을 심으시곤 왜 재능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하는 마지막 대사는, 자신의 재능에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예술가들의 공통적 외침이 되기에 족한 것이었을 게다. 재능에 대한 감별력은 주었지만 정작 그것을 펼칠 능력은 주지 않은 신의 처사에 대한 항변은, 그것이 섭리이든 운명이든 예술가가 견지하는 욕망과 재능 사이의 관계와 함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천분의 불가항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해준다.이와 함께 떠오르는 소설이 최인훈의 단편 '라울전(傳)'이다. 최인훈은 '광장'이라는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분단소설의 출발을 알린 우리나라의 대표 작가이다. '광장'에서 작가는 북쪽 사회가 가지는 폐쇄성과 집단의식의 강제성을 비판하고 동시에 남쪽의 사회적 불균형과 자유방임에 가까운 개인주의를 고발하였다. 그런 최인훈이 '광장' 한 해 전인 1959년에 발표한 소설이 '라울전'이다. 주인공인 라울과 사울은 석학의 문하에서 함께 공부하여 랍비가 된 동급생 친구이다. 라울이 학구파이고 신중한 사람이라면, 사울은 성깔 있는 한량에 가까운 편이었다. 라울은 나사렛 예수의 소문을 듣고서 그가 메시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어보지만, 사울은 바로 예수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부활한 예수는 라울이 아니라 사울을 찾아가 그를 회심시킴으로써 사도로 삼는다. 이때 라울은 "신은, 왜 골라서, 사울 같은 불성실한 그리고 전혀 엉뚱한 자에게 나타났느냐? 이 물음을 뒤집어 놓으면, 신은 왜 나에게, 주를 스스로의 힘으로 적어도 절반은 인식했던! 나에게, 나타나지를 아니하였는가?"라는 말로 항변한다. 이는 그대로 궁정예술사 살리에리의 외침을 닮았다. 이때 사울은 성경의 비유를 들어 "옹기가 옹기장이더러 나는 왜 이렇게 못나게 빚었느냐고 불평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옹기장이는 자기가 좋아서 못생긴 옹기도 만들고 잘생긴 옹기도 빚는 것이니"라고 일갈함으로써 신의 의지에 따른 섭리의 전권을 다시금 설파하게 된다.이 두 편의 예술적, 종교적 서사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신의 섭리와 인간의 운명 같은 불가항력적인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살리에리와 라울의 운명과 항의 속에서 인간의 한계와 고뇌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섭리와 운명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방식을 상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백석 시편 '흰 바람벽이 있어'의 마지막 구절은 매우 융융한 시사를 던져준다. 백석은 이 아름다운 작품에서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고 노래하였다. 섭리이든 운명이든 가장 귀한 존재에게 주어지는 것이 '사랑=슬픔'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보다 더 큰 재능을 가진 이들에 대한 질투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과 슬픔'의 생성적 지혜를 발견하면서, 섭리나 운명의 속뜻을 헤아려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살리에리와 라울의 불행을 넘어서는 존재론적 발견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본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수요광장]이주여성의 미투가 가능하려면

[수요광장]이주여성의 미투가 가능하려면

성폭력 당하지 않도록 긴급조치불행한 일 벌어졌을때 신고하고도움 요청할 수 있게 최선 다해야부족한 부분 채우는 도구로 보는정부·지자체 근본적 인식 전환 필수많은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이 한국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어지던 미투는 문화예술계를 넘어서, 유력 정치인들로부터 피해를 받은 여성들의 고백으로 이어졌다. 그간 남성중심의 권위주의 사회였던 한국 사회가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변화하는데 미투운동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응원한다. 한편으로 예전에 들었던 한 이주여성의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 10년 넘게 살고 있던 이 이주여성은 "한국에는 남성, 여성 그리고 이주여성이 있어요" 라고 한탄 어린 말을 했다. 아마도 한국사회에서는 이주여성이 한국인 여성보다도 더욱 차별받는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미투운동이 지속되면서 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도 평소보다 더욱 커지고 있으며 곳곳에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이주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지난 3월 9일에는 국회에서 이주여성들의 미투사례 발표가 있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한 이주여성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성폭행 당했으나, 도망칠 수 없었다. 사업장 변경에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신분이 되기 때문이다" 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성폭력이 발생해도 한국 실정에 어둡고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이주여성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신고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또한 체류신분이 불안정해지면 신고를 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이를 악용한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실제로 2017년 11월 경기도 안성의 한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던 한 태국인 여성은 공장의 관리자로부터 "불법체류 단속이 있으니, 자신의 차에 타라"는 이야기를 듣고 동승했다가 경기도의 한 야산으로 끌려가 성폭행 시도 끝에 살해당했다. 이 여성은 평소에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공장의 남자가 계속 치근덕거린다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이주여성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 여러 가지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효과 있는 것이라면 빠짐없이 실행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과 대처는 매우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당연히 이주여성들이 성희롱과 성폭행의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당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근본적으로 이주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대책으로 바라보는 저열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 4월 4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신영숙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결혼이주여성을 후손을 이어갈 씨받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이주여성 담당 부서의 명칭은 출산·다문화팀이다. 이주여성을 저출산·고령화 사회라는 사회현상의 대책으로 상정하고 이를 너무나 노골적이고 저열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주여성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더욱이 한국 사람과 결혼한 이주여성이 매번 자신의 체류자격을 연장하려면 사실상, 한국인 남편이 함께 출입국관리소에 동행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사회에서의 존재 목적과 이유가 한국인과의 결혼생활과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에 있다고 여겨진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정부가 이주여성을 한 사람의 존엄한 인격체가 아닌 국민의 배우자와 엄마로서만 존재 이유를 부여하면서 업신여기는 일에 앞장서온 것이다. 이주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의 시각과 구조는 그대로 두고, 성희롱과 성폭행이 발생하면 자유롭게 신고하게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주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당장에 필요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다 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주여성을 한국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도구로서만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이주여성의 진정한 미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투운동을 계기로 이주여성을 한국 사회의 특정 문제 해결의 도구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 교정이 한국 사회에서 전방위적으로 함께 지속되어야 한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이 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수요광장]드디어 60…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이듦을 배우자

[수요광장]드디어 60…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이듦을 배우자

58년 개띠 한국의 '베이비부머'경제적 여유로워도 불안해 하고서민들 더 위축 소중한 시간 허비누구도 경험 못해 본 새로운 노년숨겨진 곳과 틈에서 기회를 찾자58년 개띠로 상징되는 한국의 베이비부머. 이들이 올해 드디어 60이다. 베이비부머에 대해 참 말도 많다. 지면이고 방송이고 하루도 이들에 대한 뉴스는 거르는 날이 없을 정도다.인터넷에서 '베이비부머'를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눈에 띄는 제목 몇 개를 골라 보았다.'벼랑 끝 베이비부머… 700만 은퇴 쓰나미 온다', '베이비부머, 청년세대에 죽을죄를 지고 있다', ''낀 세대' 베이비부머 더 숨 막힌다', '베이비부머 10명중 6명, 은퇴자금 전혀 준비 못했다', '위기의 베이비부머세대, 노후 준비 막막하다', '베이비부머 4가구 중 1가구 노후 '절대 빈곤''… 등. 이건 뭐 끝이 없다.매일 같이 이런 소리를 들으면 누군들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싶다.하지만 염려를 쏟아낼 뿐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단 말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 살 만큼 살았고 알만큼 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직장이라는 우산을 내려놓고 보니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가끔은 '이 분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분들도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모습을 볼 때,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무엇이 문제인가?'먼저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고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공통의 불안과 염려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건이 좋은 사람조차도 불안해하고 있으며, 보통의 서민들은 더욱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모두가 집단의 틀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착각하지 말자. 집단의 문제가 모두 내 문제는 아니다. 내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아니 역으로 생각하면 집단의 문제가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집단의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반면에, 누군가는 집단의 문제 속에서 기회를 탐색하기도 하는 것이다. 집단의 문제는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삶의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4050 후기청년'의 저자 송은주 박사는 4050세대를 과거 중장년이란 말 대신 밀도 높고 성숙한 청년이라는 뜻의 '후기청년'이라고 불렀다. 후기청년이란 이미 낡은 사회적 기준에 따라 억지로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패턴을 직접 디자인하고 자신만의 드라마를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나이듦을 배우다'(마거릿 크룩생크, 2016)의 번역자 이경미 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우리는 누구나 늙어가지만, 나이 듦을 제대로 상상하지도 않고 준비할 여유도 없다. 기껏해야 연금이나 보험을 들거나 일찌감치 안티에이징 마케팅에 휘둘릴 뿐이다. 그러나 노년은 훨씬 더 큰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사회적으로 노년을 위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로서 노년은 더욱 블루오션이다. 그러므로 늙음에 대해, 나이 들어감에 대해 우리는 배워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노년의 의미이고 목적인지 성찰해야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무책임하게 쏟아지는 광고나 기사에 휘둘리지 말고 이 시대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노년, 나이듦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자. 숨겨진 곳을 보고 수많은 문제의 틈 속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오롯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나이, 드디어 60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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