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연내 답방 무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

[춘추칼럼]연내 답방 무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

철도연결 착공식 준비·남북 교류 확대 등비핵화 협상 진전위해 기초다지기 지속돼야신년초 성사땐 내년 남북관계 훈풍 기대기싸움 말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 이끌어야김정은 위원장의 연내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연내답방과 관련 진척사항이 없으며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고 이제 연말도 절반이 지나간 만큼 경호, 의전 등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에 답방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비핵화 부문에서 아직 북미간 기싸움이 지속 중이다. 이러한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19 평양정상회담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북미간 신뢰의 접점을 찾기 위한 우리의 중재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이 미국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미 실무자간의 접촉 움직임은 있으나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필수다. 북한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 보다는 북미정상회담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둘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현재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올해 이미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사항에 합의하였다. 물론 그 합의사항들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남북 정상간 만남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사업들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북핵협상의 지연에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이 새로운 합의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한 듯하다.셋째, 준비기간의 부족이다. 준비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되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어있다. 국민 60~70%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견해도 있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층의 외부 출장도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결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답방은 어렵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초에 반드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와 자신감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내년도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이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여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G20 계기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게 되면 자신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우리를 통해 미국의 의사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편 우리가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대비하여 남북관계의 토대를 닦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 철도연결에 대비하여 착공식을 준비하는 것, 제 분야의 남북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같은 인도적 사안의 협의,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간 사회문화분야 교류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신년 초에 개최된다면 내년도 남북관계의 훈풍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 남북관계는 무수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비교적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두 정상간 신뢰의 기반이 쌓이고 이러한 신뢰의 바탕 아래 남북간 합의사항이 지켜지고 있다.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합의까지 이뤄낸 것도 이러한 신뢰에 기반한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과거처럼 주저하거나 기싸움을 해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더 이상 이러한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여 이러한 기회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춘추칼럼]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왜 읽어야 합니까?" 어느 수감자 물음에내 답보다 '故 최옥정 작가'의 유언이 명쾌"읽는 사람 많은 만큼 세상은 행복해지고타인이 언제나 마음 열고 인생을 보여줘…"서른다섯 살 때인가 교도소에 갔었다. 동행한 두 분은 단풍놀이라도 온 듯 여유로웠다. 대조적으로 나는 도살장 본 황소처럼 떨었다. "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막 춥고 무섭고, 얼빠져 갖고 제정신이 아니네요." 내가 엄벙덤벙 주워섬기자, 환갑의 L이 물었다. "혹시 교도소에 처음 와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L은 대견하다는 듯이 뇌었다. "너, 참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참 착하게 살았어." 불혹지년의 J는 "난 고향에 온 것처럼 친숙한데!"라고 했다. J는 젊은 시절에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했었다.가장 먼저 들른 무슨 '실'에서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꺼내놓고 대신 명찰을 받았다. 명찰에 '지도' 혹은 '선도'라고 씌어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저 '방문'이라고 적혀있었는지도.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다. 교도소장은 아니었지만, 교도소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차를 마셨다. 그는 좋은 일 하러 오셨다고, 치하해주었다.'글쓰기반' 담당 교도관은 미안해했다. "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신청자가 거의 없네요. 훌륭한 분들 모셔놓고 정말 민망하게 됐습니다. 대개 귀찮아하기는 합니다. 종교 하는 분들, 바른 생활이니 도덕 함양이니 정의 실천이니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주 오거든요. 그분들이야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십니다만, 아이구야, 여기 사는 사람들 귀에는 다 지겨운 설교죠. 초코파이나 사탕이나 군것질거리라도 나눠준다고 하면 좀 신청자가 있을까.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만큼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쓰기 강좌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시, 수필, 소설! 말만 들어도 황홀하네요. 글 쓰게 도와주고 좋은 책 얘기 들려주고 얼마나 좋아요. 똑같더라고요. 지원자가 여덟 명밖에 없어서 스무 살 갓 넘은 애들 여섯 우격다짐으로 끌어왔습니다. 너희들은 감옥이 대학이거니 생각하고 하나라도 배워야 한다. 너희들이 언제 문학을 배워보겠냐 하고 강제로 포함시켰습니다."나는 덜덜 떨며 무슨 '실'로 들어갔다. '글쓰기반'에 모인 수인들은 가슴에 숫자를 달고 있었다.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수인들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여유로웠다. 표정으로만 따진다면, 내가 더 수인 같았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수인님? 대놓고 '수인'이라고 호칭할 용기는 없었다. '아저씨?' 갓 스무 살에서 환갑 넘은 게 틀림없는 백발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포진한 사나이들을 '아저씨'로 퉁칠 수 있을까. 열 명은 파란색 옷, 네 명은 황색 옷이었다. '파란색옷님'과 '황색옷님'이라고 부를까."선생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성의 없게 하자니 별 볼일 없는 놈으로 깐볼 것 같고, 공들여 하자니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고 잘난 체하는 놈으로 오해 받을 것 같았다. 적당히 하고픈데, '적당히'처럼 어려운 게 없었다. 나는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글쓰기가 이러니저러니, 독서가 이러쿵저러쿵 마구 주워섬겼다.수인 한 분이 불쑥 물었다. "근데요 소설 쓰시는 분이라니까 한번 물읍시다. 소설을 왜 읽어야 합니까?" 나는 문득 넋이 나가버렸다. 중3 때부터 소설이 쓰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씩이나 다녔고 좋다는 소설깨나 읽었고 심지어 '소설은 사람의 지식과 사상과 감정을 문자로 형상화하여, 사람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능케 하고, 사람의 소양 발전과 인식 확장과 감정 조율 등에 기여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소설 따위를 왜 읽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알지 못했다.이제 왜 읽어야 하는지 안다. 왜 읽어야 하냐면, 내 말보다, 향년 54세로 올해 9월 이 세상을 떠난 고(故) 최옥정 소설가의 유언이 명쾌하다. "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소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나는 믿는다.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가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인생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 내년에는 많은 사람이 읽기를."/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호미와 굴착기

[춘추칼럼]호미와 굴착기

수요자 욕구 늘며 지역문화재단 설립 증가시설운영아닌 예술매개 모든 영역 망라 역할지자체 역사·문화 자원 발굴·콘텐츠 생산…굴착기 아닌 호미 들고 동네 삶 속으로 향해야최근 지역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16개 광역문화재단을 포함해서 대략 100개의 문화재단이 있고,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설립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설립 근거를 갖게 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예술 영역에서 생산자와 공급자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주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의 예술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 중심의 삶에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기초한 문화가 있는 삶에 대한 갈증도 한몫하고 있다.물론 지역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공연장과 미술전시관, 문화센터 등의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더라도 새로운 변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이 지역문화재단은 이중적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법령과 규정에 따른 행정 절차를 따르는 부분과 문화예술 영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원하는 유연함이라는 정체성의 측면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재단이 어떻게 일할 것인지의 해답은 지역문화재단이 대부분 기초자치단체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모든 정책의 마지막 종착지인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나 광역 단위의 정책과 사업, 예산은 부서별, 분야별로 모두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교육과 문화,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돌봄, 복지 등이 동시에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일까. 문화재단이라는 이유로 '문화'와 '예술'만 사업 영역으로 설정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할 수 있는 모든 삶의 영역을 망라하고 관통하는 것으로서 지역문화재단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일어나면 문화재단과는 너무나 먼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SOC 투자나 문화적 도시재생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되면 도시재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공동체의 삶이 단절되거나 파괴되지 않으면서 도시가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될 수 있고 공동체의 삶이 기록되거나 유지되거나 진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이 공연장이나 전시관, 도서관 등 시설운영에만 머무르고 만다면, 아마도 인구절벽과 재정절벽의 시대에 조만간 한계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이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원들을 발굴하고, 발견하고, 기록하고, 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고유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연결하고, 공공과 민간을 넘어 다양한 공간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그 공간의 연계와 활용을 통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서로의 삶을 경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일은 무언가 새로운 길을 닦거나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존의 골목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가보지 않은 골목을 걸어보고 경험하는 일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굴착기를 장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호미이다. 동네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손에 호미를 하나씩 들고 땅을 파는 일이다. 누군가 고구마 줄기를 발견하면 그 줄기에 엮인 알맹이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지역문화재단 종사자들이 특별한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만큼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나 군인, 소방관, 의사, 교사 등 사회적으로 특별한 직업을 갖는 이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공에서 일한다는 것이 '먹고사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소한의 진전으로 향하는 걸음이다. 지역문화재단은 이 시대에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양손에 호미를 들고 굴착기와 싸우는 명분과 자신감으로 무장할 때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5무(無) 정치` 벗어나야 국정 성과가 보인다

[춘추칼럼]'5무(無) 정치' 벗어나야 국정 성과가 보인다

정치권, 합의·소통없이 '투쟁' 갈등만 증폭 선출된 대표자들 권력 의존 '리더십 실종' 내각중심 정치로 전환 망가진 경제 챙겨야 잘못된 정책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용기 필요 우리 사회가 '5무(無) 정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 공학만 있고 철학이 없다. 정치권은 '민주당 20년 집권론', '반문 연대' 등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 공학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오직 표를 얻기 위해 주저 없이 전략적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을 구사한다. 철학이란 '습관적으로 살아온 삶에 대해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철학의 빈곤 속에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쟁과 대립, 포용과 협치보다는 독식과 배제, 합의와 소통보다는 투쟁과 불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통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 집권 세력은 이념과 코드에 맞춰 통치를 하고 종종 정치를 무시한다.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인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는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군림하고 통치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빠져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추구가 아니라 갈등조정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셋째,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은 없다.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지시하고 통제하는 권력에만 의존하면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다. 리더십은 설득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권력에만 의존했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넷째, 투쟁만 있고 대안은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에만 매몰되어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안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대표만 있고 책임은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지금까지는 국정 과제를 설계했다면, 이제부터는 국정의 성과를 정부와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5무 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다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망가지면 경제도 망가지고 사회 갈등도 증폭된다. 문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의 '5무 정치'를 극복해 국정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담대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 중심의 통치'를 장관에게 전권을 주는 '내각 중심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와대 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권력을 폭넓게 분산하고 집권당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국회와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과 공존'의 정신과 함께 야당을 적폐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야당과 뜨거운 협치를 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국정 과제 설계가 끝났다고 성과가 저절로 나오진 않는다. 한국갤럽이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11월 6~8일), '나빠질 것'(53%)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16%)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6개월 연속 비관이 낙관을 앞섰다. 상황이 이렇다면 아무리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이 옳더라도 잘못된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지금부터는 시장과 기업이 반응할 수 있는 혁신 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모든 것을 끌고 간다는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인 계도 민주주의와 행정독주적 사고와도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 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겸손한 대통령이 되라는 주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춘추칼럼]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이다

[춘추칼럼]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이다

美 연구소, 北 삭간몰 기지 속임수라 보도협상 진전없는 민감한 시점 뜬금없는 악재20년 전 '금창리 핵의혹' 불신만 키운 전례현상타파 거부하면 한반도는 영속적 분단 며칠 전부터 난데없이 미국 한 연구소의 분석보고서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한 언론이 이를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기만 등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선 연구소 보고서에 언급된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 군 정보 당국도 파악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동 기지가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축인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연관이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지금 핵·미사일 관련 북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오히려 앞으로의 협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기지 폐기문제를 미국과 합의하기도 전에 뒤통수를 쳤다느니 기만하고 있다고 하니 선후가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굳이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뒤통수를 맞은게 누군지 좀 더 명확히 살펴볼 일이다. 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점이다. 6·12 센토사 합의 이후 북미 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 북미 간 초기 조치의 연결점을 찾기도 하였다, 9·19 남북정상선언에서의 비핵화 관련 합의가 그러한 것이다. 막상 초기 조치로 들어가려니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여전히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비핵화 및 제재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며 북한은 핵동결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국면이다. 얼마 전 개최하기로 한 북미 고위급 대화의 연기도 명목상의 이유야 어찌되었든 양측의 입장차이가 명백히 좁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으며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정상회담의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내년 초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비관적이나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지난한 협상의 과정에서 경계할 점은 상황의 변화와 뜬금없는 악재이다. 미국 중간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입지에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북미 협상의 운전자를 자처하고 북한문제 당사자인 우리도 미국 의회 및 조야에 퍼지고 있는 북핵해결 무용론에 대해 많은 설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보다 정말 경계할 것은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편승한 근거없는 기사들과 어떤 의도가 내포된 주장들이다. 의도를 내포한 주장들은 사안을 왜곡시키고 불신을 조장하고 문제 해결을 지연 시킨다.20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이후 1998년 8월 미국 언론은 갑자기 북한이 몰래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인근의 평북 금창리에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는 이른바 '금창리 핵의혹'이 그것이다. 북한은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은 사찰단을 꾸려 금창리를 방문하였다. 그러나 사찰단은 텅빈 동굴만 발견했을 뿐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북미 간 불신은 더욱 커졌고 제네바 합의 이행은 늦춰졌다. 뒤늦게 페리 프로세스로 북미 수교협상이 진행되었지만 1~2년간 소비한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00여 년 전 우리 역사를 살펴보자. 정유재란 당시 조선의 조정은 일본에서 흘린 허위정보를 신뢰하여 이순신에게 출병명령을 내렸다. 거짓정보라고 판단한 이순신은 출병하지 않았다. 일본군은 당시 조정 내에 만연한 당파싸움을 이용하여 이순신을 모함·체포케 만들었다. 이후 등장한 원균은 칠천량 전투에서 왜군에게 처참히 패하였다. 민감한 시기에서 어떤 사안 하나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음은 여러 역사적 사건이 증명한다. 지금 한반도는 현상유지 세력과 현상타파 세력 간의 거대한 기싸움이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70년 분단구조에 우리의 삶과 미래를 맞춰놓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우리의 삶의 양식을 바꾸려 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지도 잘 살펴보지도 않고 거부하고 경계를 한다. 이는 미국도, 주변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을 타파하는 것은 늘 어렵고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을 왜곡하고 조장하면서 현상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된다. 계속 그렇게 된다면 우리 한반도는 영속적으로 분단구조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소중한 기록자들

[춘추칼럼]소중한 기록자들

학생문학상 덕분에 풋풋한 소설읽는 호사멘토작가로 조언해주면서 오히려 더 배워선입견 없는 자유문체 '천재의 향연' 같아다양한 생각·재능품고 세대대표로 커주길모 학생문학상 덕분에 반년 넘게 풋풋한 소설들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여러 달 동안 학생들이 온라인에 작품을 올리면, 소위 멘토 작가가 조언을 해주고, 학생들이 퇴고하고, 최종 투고하는 방식이었다. 입상 학생들과 직접 만나 1박 2일 동안 문학을 나누기도 했다. 나는 주로 중학생의 소설을 만끽했는데, 지도했다기보다는 외려 느끼고 배웠다.다 같은 소설이 아니다. 소비 행태로 나누면 가장 널리 사랑받는 웹 소설 혹은 인터넷소설, 과거에는 대중소설로 폄훼당하기도 했지만 지금 대세인 장르소설,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과 유사한 클래식음악 같은 본격소설. 이야기 방식으로 나누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듯한 리얼리즘,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모더니즘,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다루는 판타지, 여러 경향을 짬뽕한 퓨전….그 밖에도 얼마든지 소설을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그런 쓸데없는 분류를 하는 줄 알지만, 실은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 자기가 좋은/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설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으면 좋은/재미있는 소설이고 안 맞으면 소설도 아닌 것이다. 대개의 소설가들은 평생 소설을 읽고 평생 소설을 써온 사람들로서 소설에 관한한 최고로 잘 아는 자들이기에, 자기가 최선을 다하여 쓴 소설에 대한, 문외한들의 몰이해와 몰인정이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한 것이다. 독자는 자기만의 소설관에 따라 소비할 뿐이니까. 실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는 존재라는 걸, 천진난만한 중학생들이 잘 보여준다. 정말이지 천재의 향연 같았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 그토록 할 것도 제약도 많고 즐길 것도 넘쳐 나는 시대에 그처럼 정성껏 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한 학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 우주를 날아다니고 미래세계를 넘나들고 헛것에 집착하는 판타지가 주류였지만, 역사로부터 성실히 배우려는 알레고리도 있었고, 지금의 학교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하는 리얼리즘도 있었고, 마음의 파동을 치열하게 포착한 모더니즘도 있었다. 편의상 억지로 분류한 것일 뿐, 공들여 쓴 소설들에는 저마다의 음색과 재능과 감각이 물씬 배어 있었다. 그렇게 천재적인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덜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교과서소설이 문제인 것은 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문제다. 소설 한 편을 해체하여 부속품 설명서 외우듯 한다. 그렇게 배우면 당연히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 같은 본격소설은 무조건 재미없는 것으로 고정관념처럼 박힌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중학생은 자기만의 문체로 뭔가를 열정적으로 썼다. 아직 소설이 뭔지 모르지만, 자기가 소설이라고 믿는 글을 썼다. 내 방식으로 소설들을 분류하고 평가하고 순위까지 가렸지만, 그들의 글은 꼰대들이 모르는 새로운 차원을 두드리는 새싹인지도 모른다. 이 소중한 천재들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을까? 십대에 아무리 잘해도 국가대표급은커녕 어른 취급도 받지 못하는 분야가 우리나라에 딱 하나 있다면 문학계다.아무리 잘 써도 구상유취하다는 평가를 받을 테다. 이건 상당히 다행한 일이다. 만약 올림픽 금메달 같은 거라도 걸려 있다면 문학도 스포츠계와 예능계에서 흔히 보는 조기 스타시스템의 폐해로 꼴이 말이 아닐지도. 암튼 읽고 싶은 책 읽고 쓰고 싶은 글 쓰는 생활은 쉽지 않을 테다. 소설을 알면 알수록 자기가 가졌던 음색과 재능과 감각을 잃어버리게 될 테다. 훌륭한 스승들이 제시한 잣대로 자신의 생각과 글을 재단하는 자기 검열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평준화되는 것이다.희귀종들이 고맙다. 진지하게 소설을 쓰는 학생들이 이만큼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름대로 튼튼하다는 증거다. 이 소중한 기록자들은, 어른들이 흔히 스마트 폰 게임 중독자 취급하는 요즘 학생도, 저마다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며 서로 존중하며 어른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세대의 대표로서 증명해준 것이다. 몇몇은 미래에도 자기 세대의 기록자 노릇을 맡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자치분권, 공통경험 통한 `신뢰`에 달렸다

[춘추칼럼]자치분권, 공통경험 통한 '신뢰'에 달렸다

권한·책임 다른 주체에 분배·이양하는 자치성별·세대·직업 등 서로 다른 목소리 수렴 상대방 존재 부정하기보다 인정하는게 중요 다양한 영역의 사례들 믿어주는것도 필요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2018'이 열렸다. 총 21만여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자치분권의 제도화와 구체화라는 목표를 두고 '중앙권력을 나누면 지방의 역량이 배가 되고 주민 행복이 더해진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생산성 측정 평가를 통한 수상과 함께 읍면동 기초단위의 우수 사례를 전시하고 시상하는 자리도 있었다.'자치분권'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라는 점을 넘어 분권이야말로 실제 주민들의 생활과 사고 수준에도 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구절벽과 경제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삶의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구전략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등은 어쩌면 부수적 효과일지도 모른다.이번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자치의 가장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의 읍면동에서 실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자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이 '자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권한과 책임의 분배와 이양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고 규정하는 많은 권한과 책임이 공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조직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소위 '직능단체'의 몫이었다. 자치는 이러한 권한과 책임을 전혀 다른 주체들에게 분배하고 이양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도와 규정, 절차와 예산 등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껍데기는 훨씬 딱딱하고,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 무엇보다 절실한 요소는 구체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등 오랜 갈등과 반목을 거치면서 '신뢰'를 상실해 버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없다. 지역사회에서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공무원과 주민 등 상호관계에서 신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나 욕망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주민이나 예술가가 공무원의 행정을 향해 자신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신뢰는 구축될 수 없다. 반대로 공무원이 주민이나 예술가를 행정을 알지 못하는 민원인으로만 대한다면 역시 신뢰는 불가능하다. 성별과 세대, 직업 등 다양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정치와 행정은 이것을 잘 끌어안아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치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다양한 주체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행정기관과 중간지원조직, 민간단체 등이 함께 '활동'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OO협의체'와 같은 형식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활동 속에서 새로운 지역문화와 지역경제를 창조하는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의 문제이다. 기관과 단체, 개인과 개인 등 사이에 신뢰를 잘 쌓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신뢰를 이야기할 때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자기 스스로를 신뢰의 주체로 여긴다는 점이다. 오히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순간, 신뢰는 불가능하다. '자치'는 일종의 혁명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의 경험과 사례를 축적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와 예산, 사람 등 모든 자원을 경험과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쏟아야 할 것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국정 운영

[춘추칼럼]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국정 운영

청와대 중심 정치 일상화·여당의 무기력언론자유 제한 등 대수롭지않게 간주하면정권 운명 바뀔수 있는 사태 발생할수도…국정 운영엔 무시할 만큼 사소한게 없다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은 입증됐다. 구석진 골목에 두 대의 차량을 주차시켰다. 한 대는 보닛을 열어둔 채,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고 앞 유리창이 깨져있도록 방치했다.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 보닛만 열어둔 차량은 이전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앞 유리창이 깨져있던 차량은 거의 폐차 직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훼손되었다. 이 이론이 주는 함의는 얼핏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뒤집어 생각하면 최초의 변화를 야기한 작은 원인을 잡아내면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줄리아니는 이 이론을 적용해 지하철과 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낙서를 지우는 운동을 전개했다. 결과적으로 시장 취임 2년 만에 중범죄가 50% 정도 줄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국정 운영과 접목시키면 주목할 만한 통찰력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곧 1년 6개월을 맞이한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이게 나라냐"를 외치면서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삼았다.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열정과 도전은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집권 2년차 2분기 문 대통령의 지지도(60%)는 비슷한 시기의 노태우(28%), 김영삼(55%), 김대중(52%), 이명박(27%), 박근혜(50%)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대통령의 높은 지지 속에서 권력의 3대 축인 당·정·청에서 그동안 우려할 만한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가령, 통일부는 지난 1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풀(pool) 취재할 예정이었던 탈북자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했다.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상황의 특수성과 장소의 제한성을 근거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면 배치된다. 정부는 작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탈북자는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탈북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탈북자라는 이유로 특정 기자의 활동을 제약한 건 분명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지난 3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흘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대통령 주도의 개헌안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개헌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개헌만이 아니라 정부 부처를 제치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중심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현 정부 들어 6명의 장관급 인사들에 대해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청와대의 졸속 인사 검증에 대해 비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재철 자유 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폭로했지만 민주당은 자료 취득 과정의 불법성에만 집중하면서 청와대를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집권당은 그동안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스스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는 무기력의 극치를 보였다. 대통령 국정 운용 지지도가 높다고 "이것 하나 정도는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향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한미 관계가 꼬이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더욱 강력하게 작동될 것이다. 청와대 중심 정치의 일상화, 여당의 무기력 심화, 언론 자유 제한 등을 사소한 일로 간주하면 정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언컨대, 국정 운영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한 일이란 없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춘추칼럼]개성공단 재개와 5·24 조치

[춘추칼럼]개성공단 재개와 5·24 조치

MB때 산물…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와 무관朴정부도 대북강경책 일관 공단가동 중단한국당 10년자성은 뒷전 더 강한제재 요구北비핵화 유도 남북·북미 선순환구도 중요최근 국정감사에서 5·24조치와 개성공단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다.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 관계없다. 5·24조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 외 방북 불허, 개성공단지역 외 남북교역 중단, 개성공단을 포함한 대북 신규투자 불허,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담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을 제외한 남북관계의 인적 물적 교류 전반을 중단한 것이다.이명박 정부는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연평도 포격사건 등 한반도 상황은 한국전쟁 후 최악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중단 시켰다. 북한의 비핵화는커녕 핵능력 고도화를 방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화해협력정책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의 비교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남북화해협력정책은 북한의 핵능력 완화를 포함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기여했다. 대북강경정책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 속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도 실패했다.국정감사에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더 강한 압박과 제제를 강조한다. 5·24조치 해제는 대북압박제재라는 국제공조에 역행하며 개성공단 재개는 한미공조의 균열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비핵화도 이끌지 못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도 하지 못한 지난 10년의 자기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발전의 몰이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역사발전을 지향하는 더불어 민주당과 정의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다. 5·24조치 내용 중에 유엔안보리 제재와 일치되는 부분들은 유지하되 그렇지 않은 영역들은 탄력적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정책은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가 추진동력의 근간이다. 집권 여당은 남남갈등 해소에 배가의 노력이 요구된다.5·24조치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 연계된 '남북교역 중단 및 신규투자 불허'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유명무실해졌다. 남북교역 및 신규투자가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이와 무관한 분야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도 수행이 가능하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시설물 점검 및 확인'을 위한 방북은 재산권 보호 차원의 요구이다. 5·24조치 및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정부는 기업 자산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가 있다. 지속적인 자산점검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긍정적 검토가 요구된다.개성공단사업은 김대중 정부 시기 사업에 합의하고 노무현 정부 시기 첫 생산품이 출시되었다. 남북화해협력정책의 상징성이 담겨있다. 개성공단사업이 진행될 때에는 북핵문제와 분리되었지만 중단·재개의 과정에는 연계되는 모습이다. 남과 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 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조건은 비핵화의 진전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두 사업이 재개되고, 두 사업의 재개를 통해 비핵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혹자는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요구한다. 미국의 대북정책 속도에 한국이 맞추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환경과 여건이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 남북 간에는 민족분단이지만 북미 간에는 분단이 성립되지 않는다. 남북 간에는 155마일을 경계선으로 해서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북미간에는 1만㎞이상 떨어져 있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로서 한반도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한반도의 안정 여부가 별 중요치 않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도가 중요하다. 선순환은 발전적 선순환을 의미한다. 평균 신장 150cm의 아동 사회에서 160cm의 아동에게 성장을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 140cm의 아동이 빨리 성장하도록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설득력을 지닌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속도가 빠른지 늦는지 자기 검열이 요구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십대 올인 사회

[춘추칼럼]십대 올인 사회

특출한 재능 발견하면 '모 아니면 도' 요구승자독식 서바이벌게임 벌이는 그들에게 '공부·인성 겸비한 성공' 무슨의미 있을까어릴때부터 경쟁시키는 우리사회 미래 암담보통 사람은 자기에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줄 모르고 평생을 산다. 뒤늦게 알아서 대기만성을 이루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취미 정도로 만족한다. 일찍 시작해서 이미 상당히 이룬 자를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일찌감치 특출한 재주를 드러내면, 자의든 타의든 평범히 살 수가 없다. 빨리 이뤄야 한다. 프로선수 혹은 국가대표가 되거나, 굴지의 상을 받거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최소한 그런 대목으로 주목받아야 한다.천재의 부모는 가늠해야 한다. 이 놀라운 재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성공 가능할지. 흔히 공부하는 재능 즉, 영수국과 문제 잘 푸는 능력이라면 고민이 없을 텐데, 스포츠·예술·문학·예능·게임 재능이라니!아무리 특출한 재능이라도 특출한 재능끼리 모이면 순위가 매겨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바둑 1급의 경지에 도달하면 엄청난 천재일 테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한국기원 연구생'이 될 수 있다. 청소년시절 내내 '연구생'끼리 경쟁하여, 다시 극소수가 '프로'가 된다.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되고자 하는 엄청난 가무 천재들이 있다. 이 중에 기획사 오디션에 통과하여 수련생이 되는 아이들은 극소수다. 이 극소수 중에 또 극소수만이 데뷔에 성공한다. 데뷔한 누구나 '방탄소년단'이나 '소녀시대'를 꿈꾸겠지만 그런 성공은 또다시 극소수만 가질 수 있다. 무수한 천재가 야구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경쟁하지만 프로선수 드래프트에 선발되는 아이는 극소수다. 차선인 대학 선수가 되는 것도 극소수다. 이 재능들처럼 십대 때 데뷔하거나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암담한 분야가 꽤 많다. 특히 대중의 인기가 드높은 스포츠·연예 분야일수록 모든 운명이 스무 살 이전의 성과로 결정된다.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조기에 발현되는 특출한 재능은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을 요구한다. 무조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올인하거나 아예 시작하지 말거나. 아이만 올인해야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올인해야 한다. 금수저 집안이라면 취미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보통 가정은 집안의 모든 것을 거는 도박에 가깝다. 차라리 이러저러해서 가능한 빨리 포기할 수 있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이제 발을 뺄 수도 없다.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별다른 재능이 없어 국영수과만 했던 아이들은 어찌 됐든 대학의 길이 있지만, 남다른 재능 때문에 국영수과를 등한시하고 그 재능에 올인했던 아이들은 대학의 길조차 희미하다.각계각층에서 조기 발굴한 재능들이 '공부도 하는' '인성도 겸비한' 성공이 되도록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최고가 되고 일부가 상위권이 되고 소수가 대학에라도 갈 수가 있고 다수는 암담한 이십 대를 맞이하는 승자독식 경쟁시스템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들에게 그따위 빛깔 좋은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침내 뭔가 돼도 끝이 아니다. 청춘스타들은 끝없이 누가 최고인가 경쟁해야 하며 경쟁력을 상실하면 가차 없이 버려진다.특출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편한 경우가 있다. 장기를 잘 두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니 메달 따서 군대 안 갈 가능성 자체가 없고, 장기만 둬서 먹고사는 프로기사가 단 1명도 없고, 장기 재주로 갈 대학도 없고, 게임스포츠 같은 엄청난 장기대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장기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언론에 기사 한 줄 안 나고, 그 어떤 부모가 장기 재능에 올인하도록 내버려두겠는가. 아이 스스로 크게 바랄 것이 없으니 취미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부모 또한 기대할 것이 없으니 공부 안 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야단이나 친다.감사하지 않은가. 특출나지 않은 것이, 특출나기는 하지만 아무도 별다른 취급을 해주지 않는 재주를 가진 것이. 허나 특출한 아이들이 재주에 올인하는 것과 평범한 아이들이 영수국과 문제풀이에 올인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재능이 있든 없든 어릴 때부터 줄 세우고 박 터지도록 경쟁시키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담하다./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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