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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춘추칼럼]어둠 속의 희망

[춘추칼럼]어둠 속의 희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막연한 불안·두려움지구촌 전체의 일상이 대혼란·격변의 시대문제는 언제끝날지 모른다는 사실 인생 닮아각자 성찰로 공동체의 선한 영향력 쌓을때"미래는 어두운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대체로 미래가 띨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다."1915년 1월18일, 버지니아 울프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이다. 지금처럼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왠지 위로가 된다. 재난과 위기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미래는 항상 어두운 것이다.'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세계와 공동체에 대한, 자본과 경제에 대한, 노동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주변의 일상은 그야말로 대혼란과 격변의 시대이다. 모든 학교가 휴교를 하고, 대학은 온라인강의로 대체되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급감해서 단축 운영 및 휴관이나 폐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공공시설은 대부분 휴관 상태이다.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측은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지금 사태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우리의 삶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으로 90세, 100세를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질병으로, 누군가는 사고로 일찍 죽는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를 어둠으로 이끈다. 그 결과 불안과 두려움을 낳는다. 그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어쩌면 삶의 여정에서 어둠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 속에서 '희망'을 떠올린다.'어둠 속의 희망'이라는 책에서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희망하는 것은 도박하는 것과 같다. 희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에,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 희망이란, 약속되거나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솔닛이 생각하는 '희망'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성취와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선한 일을 바라보고 그 일을 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흔들리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지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좀 더 삶의 근본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노동을, 시간을, 돈을,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다음은 리베카 솔닛의 책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어느날 아침 비를 맞으며 케네디의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노라니 참으로 바보 같고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여성파업' 소속의 그 여성은 말했다. 몇 년 후 그는, 가장 주목받는 반핵행동 중 한 사람이 된 벤저민 스팍 박사가 자기 삶의 전환점은 한 작은 무리의 여성들이 비를 맞으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어둠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거대한 악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지키고 서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하찮은 것이라고 비웃을지라도, 비록 큰 목소리는 아닐지라도 작은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그 일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선을 향해,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하나씩 쌓아갈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것을 일상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연약할지라도 작은 승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치와 사회 각 영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기준으로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일, 서로의 필요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이 아니겠는가./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춘추칼럼]국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하나?

[춘추칼럼]국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하나?

눈앞 총선, 코로나19 사태로 '깜깜이' 우려현 정부 '소주성·한반도 평화 정책' 빨간불정치 진영논리·조국사태·연동형비례 실종 유권자 어리석지않아 꼼수·반칙 심판할 것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접촉 선거운동이 금지되면서 '깜깜이 선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위성 비례정당' 출연에다 첫 시행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유권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혼돈과 혼란이 지배하는 미증유의 선거가 되고 있다. 이번 총선 판을 흔들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경제 침체, 여야 공천 평가, 코로나 사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논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중도·무당층 표심 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총선은 본질적으로 정권과 집권당에 대한 회고적 심판이 핵심이다. 이런 정권 심판론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다. 첫째,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정책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 여부다. 현 정부의 양대 핵심 정책은 소득주도성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 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재인 케어 등이 제대로 작동되어 저성장과 소득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문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정책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현 정부 핵심 정책에 대해 민심의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6개월 시점에 실시한 여론조사(2019년 11월 12~14일) 결과, 경제 정책에 대해 긍정 27%, 부정 57%였다. 집권 초기에는 반대로 긍정 54%, 부정 17%였다. 대북 정책도 긍정(38%)보다 부정(49%)이 많았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에 긍정(83%)이 부정(7%)을 압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얼마나 잘 지켰느냐이다. 통상 대통령의 취임사는 국정 철학이 반영되어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이 제시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 "공정한 대통령",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런 철학적 기조 속에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진영의 논리에 갇히고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판을 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셋째, 정부의 도덕성과 정체성이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통해 특권과 차별이 없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현 정부의 도덕성은 크게 훼손되었다. 검찰 개혁은 사라지고 검찰 장악이 부각되면서 청와대와 검찰간의 갈등,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간의 갈등이 도를 넘었다. 누가 원칙을 지키고 누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했는지 평가받을 것이다. 작년 12월 27일 여권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만들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을 개정했다. 미래통합당이 선거법 개정안의 허점을 파고들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민주당은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 "쓰레기 가짜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민을 얕잡아 보고 눈속임으로 만드는 위성정당 앞길에 오직 유권자의 거대한 심판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17일 친문 성향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 시민당'에 참여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이 유례없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국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높인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제 가장 큰 관심은 누가 제1당이 될 것인가 여부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과연 어느 정당이 꼼수와 반칙을 일삼고 있는지, 어느 정당이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지, 누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지, 누가 미래로 나아가는지를 기준으로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춘추칼럼]비전통적인 안보분야의 남북협력

[춘추칼럼]비전통적인 안보분야의 남북협력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과 수세적인 대응과거·현재 변하지않는 북한의 '대남 인식'코로나 방역·보건 협력·인도적 지원 강구北 빗장풀면 남북 안보협력 이끌어 낼 수도25년 전인 1995년 이맘때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한 계기에 북한에 대한 긴급 식량지원을 발표한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심각한 체제위기에 직면하였다. 80년대 말 탈냉전의 격변기에다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과 대기근 발생, 배급제 붕괴로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1994년 추진했던 남북정상회담의 기대감이 사라지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중에 김영삼 대통령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북한에 곡물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에도 불구하고 조문파동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었지만 식량사정이 절박한 상황에 이르자 북한도 이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해 6월부터 남북 간 베이징 쌀 회담이 개최되었다. 수세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북한은 당국 간 회담이라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협의하는 형식을 요구했다. 남북의 공방 끝에 쌀 15만t을 원산지는 표기하지 않고 남측 선박으로 수송한다는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분단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아쉽게도 후속회담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우리 측은 이 기회를 당국 간 접촉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활용코자 하였으나 북한은 최대한 비공개적으로 추진하되 식량 지원만을 확보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쌀 수송과정에서 인공기 게양사건, 삼선 비너스호 선원 억류사건 등 여러 악재들이 출몰하여 합의 이행도 늦어졌다. 이듬해 북한은 다시 대홍수 피해를 입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처지가 되었다. 그럼에도 남한 정부에 대한 공식 지원요청을 주저하였고 남한도 당국 간 공식절차를 통한 협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베이징 쌀 회담은 탈냉전 직후 발생한 남북회담사의 중요한 한 장면이다. 대부분의 모든 것들은 시간이 바뀌면 변화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북한의 근본적인 대남 인식이라고 판단된다.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수세적인 대응이 그것이다. 자존감 때문에 어려워도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에서는 우리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북한을 붕괴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북한은 스스로라기보다는 우리쪽의 이끌림에 따라 서서히 남북대화에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도 북한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남북관계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요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북한 내 상황이 불확실한 국면에서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세우고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해외 감염사례들을 실시간으로 주민들에게 전달하고는 있으나 국경유입과 외부정보 차단을 엄격히 시행하고 있어 내부 사정을 알기 어렵다. 북한은 진짜 코로나19의 안전지대일까? 이참에 남북 간 방역협력, 보건협력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도 부족한 마스크를 제조하고 북한에도 지원하자는 제안들도 눈에 띈다. 북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명분과 자존심을 중요시하고 고난의 행군과 자력갱생의 방식에 익숙한 북한은 우리 쪽에 협력이나 지원을 먼저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초국가적 방역협력의 문제를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해 보인다.먼저 우리 내부의 코로나19 극복 노력이 우선이다. 다행히도 이번 주를 중심으로 확진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민들이 단합한 결과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코로나19 청정지대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국제적인 확진자 증가에 대비하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유입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일치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남북 접경지역부터 시작하여 북한 내부의 감염병 퇴치,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위한 남북 간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우리와의 협력에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남북 정상 간 친서가 오고 갔다. 과거처럼 여건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북한 지역에 전달하고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강구하고 북한이 빗장을 연다면 코로나19와 같이 비전통적인 안보분야의 남북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슬럼프에 대하여

[춘추칼럼]슬럼프에 대하여

처음엔 당황… 답답함 벗어나려 '발버둥'상처 치유 '시간'이란 능력 믿고 기다려야참고 물러설 줄도 알면 '새로운 출구' 열려목전의 유익·편리보다 '미래' 품고 살아야가끔 문학강연을 하면서 젊은 친구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 독서에 대해서, 더러는 인생에 대해서. 한결같이 쉽게 대답해줄 수 없는 무거운 문제들이다. 가장 까다로운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고 그다음은 슬럼프에 관한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니 경험도 있고 그런 경험 가운데 사랑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알고 있겠고 슬럼프 극복에 대해서도 무언가 묘안을 갖고 있지 않겠나 싶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사랑에 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으니 다음으로 미루자 얼버무리지만 슬럼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슬럼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일종의 고난이고 고통이겠다. 슬럼프가 뭐 별것일까. 내내 잘 굴러가다가 주춤주춤하는 것이 슬럼프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가속도가 떨어져 아예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막막한 일이고 답답한 일이다. 이러한 절망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나름대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인데 우리가 살아있는 한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제대로 된 답이 아니다. 어찌해야 좋은가? 이쯤에서 나는 나의 지난날 경험을 불러내야만 한다. 그러한 때 나는 어찌했던가?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젊은이들도 나에게 묻는 것이리라.그러하다. 나에게도 나름 몇 차례 슬럼프가 있었다. 인생의 슬럼프가 있었고 시인으로서 시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슬럼프가 있었다. 처음엔 무척 당황해하고 답답해하고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던 기억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우선은 기다려야 하고 생각을 좀 더 느슨하게 가져야 했다. 단기전으로 생각지 말고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했다. 거기에 첫 번째 항목이 기다림이고 느긋함이다. 시간의 은택을 입어야 한다. 시간이란 참으로 은혜로운 존재이다. 많은 상처를 치유해주고 새로운 능력을 마련해주기도 한다.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사막에 사는 전갈의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전갈은 사막의 맹독성 절지동물. 생김새도 흉측하지만 꼬리 부분에 치명적인 독침이 있어 이 독침으로 먹잇감을 공격하고 나서 그 대상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식량으로 삼는다고 한다. 때로는 그 먹잇감 가운데 제법 큰 동물도 걸려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천하무적 같은 전갈도 잡아먹히는 때가 있다고 한다. 바로 독침으로 먹잇감을 쏘았을 때이다. 그 순간을 노려 사막여우 같은 짐승이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전갈을 집어먹는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전갈은 일단 상대방을 쏘고 난 다음에는 재빨리 모래 속으로 몸을 숨긴다고 한다. 몸에서 빠져나간 독이 새로 생겼을 때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다. 기다림이고 물러섬이고 인내이고 시간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 안에서 새롭게 생기는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비록 작은 동물이지만 우리 인간도 이러한 전갈에게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하겠다. 이것이 하나의 지혜요 현명이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가? 슬럼프에 빠졌는가? 그렇다면 일단은 참을 줄 알아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나름 궤도 수정도 필요하다. 터닝포인트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힘을 비축할 때 새로운 출구가 열린다.나 자신만 해도 여러 차례 슬럼프가 있었고 위기가 있었다. 인생의 위기. 시인의 슬럼프. 그 슬럼프와 위기가 그 이후의 나의 인생과 시를 새롭게 좋은 쪽으로 바꾸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고마운 일이고 다행한 일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나 없이 성급하다. 기다릴 줄 모르고 참을 줄 모르고 물러날 줄 모른다. 그러니 나날이 고달프고 지치고 답답한 것이다. 목전의 유익이나 편리보다는 보다 먼 날의 성공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 인생은 의외로 길고 지루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름답고 찬란하기도 한 것이기도 하다./나태주 시인나태주 시인

[춘추칼럼]코로나19와 봄이라는 기적

[춘추칼럼]코로나19와 봄이라는 기적

불안·공포로 송두리째 뒤바뀐 우리의 일상감염확산에 정보 무차별 양산 대응도 난감자연도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봄이 오듯이현실 고통, 원칙준수 공동체 신뢰로 극복을매년, 그리고 매일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계획한다. 그리고 대부분 새로운 삶을 만들기보다는 실패하고 만다. 본인의 의지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실패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삶을 위한 계획이 내적 의지만 있을 뿐 외부 환경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계획한 사람은 저녁 회식을 줄이거나 취침시간을 앞당겨야 하는데, 실제로는 환경은 그대로 두고 의지로만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만큼 우리의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사례는 근래 없었던 것 같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 상황 역시 큰 충격이 있었지만 개인의 일상을 이렇게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이 상황은 거의 전쟁이나 쓰나미를 겪은 지역의 '그라운드 제로'와 같은 현실에 가깝다. 그 결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는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공동체가 약화되고 있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복잡하고 바쁜 삶이 새롭게 성찰되고 있는 점이다. 사람들의 삶이 단순해지고 있다. 수많은 사회적 관계는 가장 중요한 관계로 축소되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 이 두 가지 특징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정보 과잉 측면에서 '마스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전문가와 비전문가, 일반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양산되고 확산된다. 전문가들 또한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에 대한 관점이다. 최소한 국가인증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입장부터 해외 사례를 들면서 굳이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는 관점까지 서로 다른 정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지금처럼 감염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대중은 불안 속에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대형마트 앞에 줄을 서는 풍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태도로 이 과정을 견뎌야 하는 걸까? 우선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핵심 원칙을 가려내서 준수하고, 나아가 삶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일이 필요하다. 동시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화되고 현실에서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남과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도 결국 공동체의 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지난 겨울은 유난히 온화했다. 과일이나 벼농사 등 열매를 맺어 추수를 하는 것들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속이 꽉차고 맛이 난다고 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 일 없는 인생이야 없지만, 이러저러한 고통을 견디고 어려운 시간들을 거친 이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문제는 그러한 순간들을 어떤 자세로 직면하고, 그 시간들을 어떻게 건너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우리는 자연이 제공하는 추위가 아니라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다. 언젠가, 봄은 올 것이다. 분명, 봄은 올 것이다. 시인 김소연은 '봄'을 가리켜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이라고 했다. 그 '기적'을 위해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시점에서 봄이 오는 순간까지 어떤 시간으로 채우는가 하는 점이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과 혐오,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 채울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맞이할 봄에 더 많은 꽃을 피우기 위해 땅을 다지고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모든 전쟁이 끝날 때마다/누군가는 청소를 해야만 하리./그럭저럭 정돈된 꼴을 갖추려면/뭐든 저절로 되는 법은 없으니.//……//누군가는 벽을 지탱할/대들보를 운반하고,/창에 유리를 끼우고,/경첩에 문을 달아야 하리.//……"(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중에서)/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춘추칼럼]통합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춘추칼럼]통합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황교안·유승민·김형오 3자회동 추진 시급정파적 이익만 쫓는게 아니라 민생 챙겨야국민위한 정책제시·미래 이끌 인재육성도진영논리 분열 치중땐 국민들 준엄한 심판자유한국당과·새보수당, 전진당이 합당해서 '미래통합당'(통합당)으로 1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가 뿔뿔이 흩어진지 3년 만이다. 통합당 지도부는 한국당 체제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기존 한국당의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도 이어받기로 했다. 일단 야권 정계개편의 가장 큰 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하다. 총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그동안 파편화된 보수 정당들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설 연후 직전에 KBS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1월 18일~21일)에 따르면, "선거 전에 보수 야당 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필요하다'(50.7%)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37.5%)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통합 필요성에 각각 59.9%와 55.3%가 동의했다. 통합당은 일단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집을 짓고 개혁 보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통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써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통합당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통합 세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갈수록 이상해 진다"라며 총선 공천 작업에서 새보수당 인사들이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했다. 여하튼 유승민 의원의 '전략적 두문불출'이 길어지면 그만큼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반감된다. 통합의 화룡점정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황교안 대표, 유승민 의원, 김형오 위원장간의 3자 회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공천을 포함해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정치로 풀어야 통합의 강을 건널 수 있다. 단언컨대, 흩어졌던 보수 세력이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통합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정당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표출된 국민들의 이해를 잘 집약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고,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을 충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정파적 이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고,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할 것이 아니라 대안과 정책을 갖고 경쟁하는 정책 정당이 되어야 한다. 낡은 이념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래통합당이 당명과는 달리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과거에만 얽매이거나, 통합에 앞장서지 않고 분열에만 치중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원내 113석의 통합당 출범으로 이번 총선은 '1여다야' 구도가 아니라 '진보 대 보수'간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은 본질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통합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보수 세력 결집과 중도표심 확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조사(11~13일)에 따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지원론'(43%)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견제론'(45%)이 앞섰다. 한 달 전 조사(1월7~9일)에서는 정부 지원론이 견제론보다 무려 12% 포인트 앞섰으나, 이번에 역전됐다. 민주당의 잇단 악재에 불만이 쌓인 중도층에서도 지원론(39%)보다 견제론(50%)이 훨씬 많아졌다. 보수 통합으로 지금까지 진보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 겨우 평평해졌다. 선거는 통상 새로움의 경쟁이다. 어느 정당이 더 큰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지가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변화가 최상의 전략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춘추칼럼]학교, 부모,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춘추칼럼]학교, 부모,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다양한 계기 통해 통일미래 희망 심어줘야 기성세대들 '비용·갈등' 부정적 인식 개선항구적 평화 구축 점진적 통합 추구 바람직이산가족 방문·민간교류땐 더할 나위 없어지난 11일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일이 필요한가'에 대한 우리나라 초중고 청소년들의 대답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55.5%라고 한다. 10명이면 절반 정도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할 대상인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청소년들의 대략 60%가 전쟁, 군사, 독재 등 과거 남북 대결구조 속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다.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43.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중도 35.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그렇듯이 이러한 수치들은 그해 그해의 남북관계 상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에는 훨씬 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결과가 조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생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필자로서는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초중고 청소년들이 앞으로 통일미래시대를 열어나가는 세대라고 볼 때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희망적인 사고를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국영수 문제풀이와 입시에 바쁜 우리 청소년들이 그나마 도덕이나 별도의 체험을 통해 통일문제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계기를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통일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한편으로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 부모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지인은 어린 손주가 "통일을 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데요"라는 말을 하기에 누구에게 들었냐고 물었더니 엄마 아빠에게 들었다고 해서 좀 놀랐다고 했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 치열한 입시와 높은 취업문 속에서 처절한 경쟁을 경험한 젊은 부모 세대들은 통일이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자녀 세대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들은 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앞둔 자녀들의 인식에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이나 탈북자들도 동등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통일문제가 더 이상 당위가 아닌 개개인의 현실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다양한 체험활동 제공, 적절한 자료뿐 아니라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의식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통일'이라는 이미지가 통일비용(10.9%)이나 사회갈등(10.6%)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평화와 화합(34.0%)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표출된 것은 그동안의 평화 유지노력 덕분이다. 당장의 통일이 어려운 현실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항구적인 평화상태를 구축하고 점진적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핵 없는 평화구조를 정착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현재 북미협상이 교착국면이지만 남북관계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면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북제재와는 별개로 우리 국민들의 개별관광이 실현된다면 남북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우선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 허용되고 나아가 지난 금강산관광처럼 민간교류의 하나로서 남북관광교류가 실현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산 통일교육의 장은 없을 것이다. 통일 전 동서독도 동방정책 이후 동서독 청소년 교류도 전개하였다. 일전에 만난 독일 학자는 전범국이자 분단국이었던 동서독이 자신들의 통일염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없었지만 교류를 통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통일은 남녀노소, 남북을 구분할 것 없이 전체 민족의 단합된 염원의 결집으로 나타나야 한다. 북한이 조속히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남북이 생명공동체로서 공존 공영하는 틀을 만들 때 가능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말이나 하지 말 것이지

[춘추칼럼]말이나 하지 말 것이지

공주문화원장 8년은 내 생애의 좋은시절재정 돕기에 찬조금 걷던 일을 떠올리며베풀며 사는 분들의 '나눔·배려심' 배워자기가 못한다고 선행 헐뜯지는 말아야내 생애 가운데 좋았던 시절을 꼽는다면 우선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낸 초등학교 시절과 교장이 되어 8년 동안 시인 교장 소리를 들으며 살던 시절일 것이다. 거기다 더 하나를 보탠다면 교직에서 정년 퇴임을 한 뒤, 역시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며 지내던 시절을 들어야 할 것이다.나는 공주 태생이 아니다. 서천 출신인데 30대 초반부터 공주에 와서 사는 사람이다. 어느 고장이든 문화원장은 그 고장 출신을 앉히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자존심 높은 공주 사람들이 나를 문화원장으로 허락해준 것이다. 두고두고 감사한 노릇이다. 만약 나에게 문화원장 경험이 없었다면 나의 생애는 매우 단조롭고 조그마했을 뻔했다. 교직 생활은 어린 학생들과 엇비슷한 성향을 지닌 교직원들과 어울려 약간은 울타리 안에 갇혀진 생활이고 소극적인 생활이다. 하지만 문화원장은 어른들을 상대로 하면서 문화 일반에 폭넓게 관여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나의 생애는 비로소 문화원장의 날들을 추가해야만 어렵사리 완성된다고 본다. 내가 문화원장이 되어 시도한 일 가운데 하나가 찬조금을 많이 받아 문화원의 재정을 보다 부드럽게 하는 일이었다. 나부터 찬조금을 많이 내도록 노력했다. 그런 다음 그 찬조금 명세를 문화원 소식지에 상세히 밝혔다. 그것이 찬조금을 낸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찬조금을 더 많이 받아내는 길이라 여겼던 까닭이다.몇 차례 찬조금 명세를 밝히고 났더니 조금씩 반응이 왔다. 소식지를 받아본 분들 가운데 생각이 깊은 분들이 찬조금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찬조금은 점점 늘어났다. 나중에는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찬조금이 들어왔다. 바로 이것이다 싶은 쾌재가 왔다. 내가 처음 의도했던 것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회원 한 분이 말했다. 왜 찬조금 명세를 자꾸만 밝히느냐고. 그렇게 하면 안 낸 사람들이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실은 찬조금을 낸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면서 찬조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명세를 밝히는 거라고 대답해줬다. 그랬더니 그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생각을 많이 바꾸어야만 한다. 모든 일에 있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좀 생각해주어야 한다. 돈이나 학식이나 교양이나 지위나 권력이나 명예나 모든 면에서 많이 가진 사람은 그 반대편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 사람들을 배려해주어야 한다. 나누어 줄 것이 있다면 기꺼이 나누어줄 수도 있어야 한다.문화원장을 하는 동안 나에게 모범과 교훈을 보여주신 분이 한 분 계시다. 그분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이신데 내가 문화원장이 되면서 고문으로 모신 분 가운데 한 분이시다. 그분은 내가 문화원장이 된 뒤부터 해마다 상당한 액수의 찬조금을 주셨다. 그것도 당신이 손수 연금통장에서 돈을 찾아가지고 문화원장실로 와 살그머니 봉투를 놓고 가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여러 가지를 깨치고 결심하는 기회를 가졌다. 가능하면 나도 선생님처럼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자! 여유 있는 돈이 생기면 그 돈을 문화계를 위해서 쓰자. 참 이런 생각은 이전의 나로선 불가능했던 생각이다. 선생님이 몸으로 본을 보여주셨기에 스스로 배운 결과이다. 그 뒤로 나는 해마다 수월찮은 액수를 문화계를 위해서 사용해오고 있다. 고향 서천에 신석초문학상 제정을 지원하고 미주의 시인들을 위해 해외풀꽃시인상을 제정하여 시상하는 것도 바로 그런 차원에서 하는 일들이다. 그런데 가끔 어이없는 말을 듣기도 한다. 내가 무슨 특별한 의도나 사심이 있어 그런 일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자기가 하지 못하면 말이나 하지 말 것이지!/나태주 시인나태주 시인

[춘추칼럼]너무 애쓰지 말자

[춘추칼럼]너무 애쓰지 말자

'빡빡' 보다 헐렁한 삶이 타인에게 유연할듯교육·재테크… 애쓰면서 승자는 없는 구조가만히 두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도 많아올해 거창한 목표보다 조금씩 줄이는 계획을계획 세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갈 때도 꼼꼼하게 일정을 짜기보다는 일단 떠나는 것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경자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일 년을 열두 달로 나누게 되면 벌써 12분의 1이 흐른 셈이다. 작년에는 1월에 최소한의 계획 같은 걸 세웠다. 왠지 모르게 올해에는 잘 세우지 않던 계획을 그나마도 미루고 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뭔지 모를 막연함이 존재한다.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금씩 계획을 세우려 한다. 업무 차원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가장 앞서는 일은 책을 꾸준하게 읽는 것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될 듯하다. TV를 거의 안 보는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읽기는 삶의 새로운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운동은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 걷기, 계단 오르기, 아이들과 축구하기 등이다. 대부분 일상의 간단한 것들이지만 정작 하지 않고 있던 것들이다. 그 외에도 커피를 조금 줄이고 물 자주 마시기, 묵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을 돌아보는 시간 갖기 등도 포함해야겠다. 지면을 빌려 이렇게라도 말해 놓으면 조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 믿음으로 하나씩 실천해볼 생각이다.이 정도만 잘 하더라도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평소 잘 하지 않던 일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온몸으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조금씩, 하나씩 하면서 바꿔나가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최근에는 독서도 '빡세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비전을 가져서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빡세게' 하는 것은 그 하나의 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를 '빡세게' 만든다. 빡빡한 삶이 아니라 조금은 헐렁한 삶이어야 타인을 대하는 것도 유연해지지 않을까. 흔히 계획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할 일'과 '하지 않을 일'.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은 올해 내가 '할 일'이고, 금연이나 금주와 같은 것들은 '하지 않을 일'에 해당한다. 얼핏 보면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정반대의 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둘은 하나다.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은 모두 '애쓴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한쪽으로 힘껏 끌어당기는 일이다. 지금 우리 주변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서로 애쓰면서 정작 승자는 없는 구조이다.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재테크나 교육, 다이어트, 심지어 독서까지 적당히 하자는 말은 없고 빡세게 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렇게 힘쓰다 보면 또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애쓰는 형국이다. 차라리 애쓰지 않고 가만히 두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내가 올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사소한 것들을 '계획'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계획을 조금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 애쓰지 않기, 힘쓰지 않기, 이 악물지 않기 등이 필요하다. 그 대신에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 곁에 서서 지켜보기, 충고나 참견하지 않기, 아무 말 하지 않기, 앞사람의 말을 충분히 듣기, 스치는 바람결 느끼기, 풀과 꽃의 향기 맡기, 온몸으로 햇살 받기 등은 어떨까.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충고하지 않아도 참견하지 않아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신경 쓰고 개입하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애쓰지 말자. 그리고 하고 싶은 목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줄이자. 비닐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과도하게 섭취하는 음식을 줄이고, 불필요한 물 사용을 줄이자. 습관적으로 하는 욕을 줄이고, 타인을 공격하거나 혐오하는 일을 줄이고, 다양한 이유로 차별하는 언어와 행위를 줄이자. 지금 우리는 충분히 누리고 있고, 너무 많은 것들을 갖고 있고,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조금씩만 줄이자./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춘추칼럼]남측은 독자성을 강화하고 북측은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춘추칼럼]남측은 독자성을 강화하고 북측은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북한 '통미봉남' 전략 정세 반전 효과 미미올해 자력갱생·전략무기 '정면돌파전' 내놔文대통령, 신중 대응·선순환구조 발전 강조北 국제사회 일원화 남북관계 뒷받침 필수얼마 전 국내외 학자들과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학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과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2019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러한 북한의 핵폐기 의사를 전제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핵 폐기의 순서, 방식 등 구체적인 협상에 있어서는 북미 양국은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디테일의 악마는 존재했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나타났다. 지난해 북한은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실무협상을 거부하면서 미국의 결단을 압박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었다.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보려던 북한은 지난해 완전히 '통미봉남'으로 돌아섰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는 데 있어 한미관계를 벌리고 우리를 초조하게 하면서 미국과의 담판에 올인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를 결산하고 올해를 전망해 보건대 북한의 전략은 그다지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연말 시한을 설정했지만 미국의 유연한 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남북관계 역시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북한이 내놓은 것이 '정면돌파전'이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은 제재해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가 계속되더라도 버티는 자력갱생식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방력은 계속 강화하여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것도 지난 당 전원회의 결과에 나타난 북한의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반응은 없지만 '선미후남'의 기조는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 김계관 담화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이다.그리고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포기 불가론과 남북관계 단절, 대북정책의 실패로 연결시키려 한다. 물론 올 한해도 매우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오랜 북한의 협상전략이나 최근 일련의 행보로 볼 때 북미대화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우선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를 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연말연시 레드라인의 경계선을 넘지 않았고 북미대화를 중단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 축하 친서를 보냈고 북한이 즉각 반응을 보인 것도 북미 정상 간의 신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통상 신년사를 통해 대남정책의 기조를 공표하던 것을 생략하고 정세변화를 관망하고 있다. 북한은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대남비난을 하고는 있으나 당국의 공식입장은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수준에 비하면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신년사와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서 차분한 정세판단과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북미 간 교착국면을 해소하는 데 있어 우리의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였다. 제재 국면이지만 남북 간 할 수 있는 협력을 전개하면 북미대화의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역도 및 탁구 선수권 대회 초청, 올림픽 단일팀 구성,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개별관광 등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독자적 영역의 협력 사업들을 제안하였다.문 대통령의 제안은 대부분 남북 간 이미 합의 사항이라는 점에서 의지만 있다면 이행이 어렵지 않다. 한미공조를 저해하거나 대북제재에 정면 위반되는 것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남북 간 합의에 의해 독자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를 만들고 영역을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마치 제재나 한미관계를 훼손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님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호응이 중요하다. 경직성을 탈피하여 우리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북한이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정상국가로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남북관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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