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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국제협력전시 `다툼소리아`]현실·가상 경계에서, 감각을 일깨우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협력전시 '다툼소리아']현실·가상 경계에서, 감각을 일깨우다

백남준 '비디오아트' 中 류 샤오동 '리얼리즘 회화'獨 카스텐 니콜라이 '사운드아트' 만나디지털세계 색다른 관점 제시무더운 여름, 백남준아트센터가 중국, 독일의 동시대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협력 전시를 선보인다. 백남준아트센터와 중국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 독일 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센터가 공동기획한 전시 '다툼소리아'가 9월 16일까지 펼쳐진다.다툼소리아는 정보를 뜻하는 데이텀(datum)과 감각을 뜻하는 센서리아(sensoria)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이 전시는 한국의 백남준과 중국의 류 샤오동, 독일의 카스텐 니콜라이 등 세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을 통해 정보가 넘쳐흐르는 이 시대에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감각을 일깨우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사실 지금의 시대는 가상과 실재를 구분짓는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어떤 것이 우위에 있고 더 강력하다고 평가받는지 누구도 규정할 수 없다. 작가들은 이 과정에서 우리의 지각체계와 의사소통 과정이 근본적으로 변한다고 여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분야도 그래서 제각각이다.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이고, 류 샤오동은 리얼리즘 회화다. 또 카스텐 니콜라이는 사운드 아트다. 비현실과 현실을 오가는 이들의 세계 속에서 사회를 보는 색다른 관점이 폐부를 찌른다. 일찍이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플래닝'을 통해 인터넷과 같은 광대역통신혁명을 예견했던 백남준의 작품 중 이번 전시에는 '칭기즈칸의 복권'과 '버마체스트' '비디오 샹들리에' '퐁텐블로' 등이 출품됐다.대부분 과거의 상징적 인물이나 사물 등을 디지털 세계로 표현하는 방식의 작품이다. 현대 중국의 삶을 대형 화폭에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온 류 샤오동은 이번 전시에 가장 최근 프로젝트인 '불면증의 무게'를 선보였다. 건축용 비계 위에 2개의 대형 캔버스가 설치됐고 로봇이 자유롭게 캔버스 위를 오가며 그림을 그린다. 전남도청과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 근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카메라가 캡처해 스트리밍한 화면을 데이터로 변환한다.그 데이터를 받은 전시장 안의 로봇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풍경을 반영해 끊임없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새로운 기술 환경처럼, 우리의 지각체계도 실시간 변하고 있음을 암시한다.음악과 미술, 과학을 넘나드는 예술가인 카스텐 니콜라이의 '유니테이프'는 초기 컴퓨터 시대의 천공카드를 암시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수학적 알고리즘이 담긴 사운드를 함께 배치해 디지털 세계의 순수성과 확장성을 보여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백남준 '칭기즈칸의 복권'.류 샤오동作 '불면증의 무게'. /경기문화재단 제공카스텐 니콜라이作 '유니테이프'.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만 따라 걷는 에코여행·(1)시흥 관곡지 & 연꽃테마파크]옛 모습 간직한 초록빛 연못… 연꽃이 안내하는 황토 카펫

[경기만 따라 걷는 에코여행·(1)시흥 관곡지 & 연꽃테마파크]옛 모습 간직한 초록빛 연못… 연꽃이 안내하는 황토 카펫

조선시대 중국서 들여와 현재 19만여㎡까지 이르러흙길 밟으면서 즐기는 고즈넉한 풍광 '도시 속 호사'달리는 창 밖 풍경이 생경하다. 인이 박일 만큼 같은 모양의 아파트가 보이는 익숙한 풍경이 초록빛으로 바뀌자 창 밖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얼마간 논과 밭이 이어지더니, 초록빛의 들판이 펼쳐졌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시야에 거칠 것이 하나 없는,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한 땅. 평일 낮, 도시 안에서 보는 낯선 풍광이 괜시리 반갑다. 시흥의 연꽃테마파크는 시에서 관광지로 조성했다. 이 땅에 고스란히 남겨진, 그렇지만 잊혀진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억지스러움이 없다. 연꽃테마파크의 출발은 '관곡지'다. 기왓장이 올려진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연못의 고즈넉함이 눈길을 끈다. 그 연못에서 시흥의 '연꽃'이 시작됐다. 관곡지는 조선 세조 때 만들어진 연못이다. 조선 전기 명신이자 농학자로 알려진 '강희맹' 선생이 세조의 명을 받아 명나라에 다녀왔다. 명나라 남경에서 연꽃을 보고 아름다운 자태에 반했으리라. 그는 명나라에서 연꽃씨를 가지고 조선에 돌아왔다. 그리고 이 곳에 연꽃을 심어 조선 땅에 연꽃을 대중화시켰다. 그래서 이 지역은 예부터 '연성(蓮城)'으로 불렸다. 시흥 내에 연성을 본 딴 수많은 이름들이 여기서 유래됐다. 작은 연못에서 피운 조선의 연꽃은 지금, 관곡지 주변 19만여㎡에 이르는 땅에 퍼졌다. 논이었던 땅에 연꽃을 심었다. 7월 중순, 꽃을 피우려고 연꽃 줄기들이 어깨 높이 만큼 자랐다. 연꽃 밭 사이의 짙은 황토 흙길을 걸었다. 날이 좋으면 맨발로도 걸을 수 있다. 이 날(10일)은 비가 온 뒤라 곳곳이 진흙 투성이였지만 오랜만에 흙을 밟으니 분위기에 취해 발이 빠지는 것도 몰랐다. 솥뚜껑 만큼 커다란 연잎 안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모습도 재밌다. 물방울이 옥구슬 굴러가듯 또르르 흐른다는 시적 표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평일임에도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듯 연꽃을 감상하는 이들도 있고, 수학여행 온 소녀들처럼 연꽃 앞에 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다. 아예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나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찍으려 기다리는 이들도 꽤 있다.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이 안에서 휴식을 얻어가고 있다.정신없이 연꽃을 감상하며 길을 걷다보면, '호조벌'로 이어진다. 도시 안에서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까 싶을 만큼 '푸름'이 한가득이다. '경기만'을 따라 걷는 여행의 시작부터 몹시 흥분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시흥 관곡지에서 출발하는 연꽃테마파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알쓸신잡` 출연진, 방송 이어 서점가 접수]알고보면 뜰만한 대단한 작가들

['알쓸신잡' 출연진, 방송 이어 서점가 접수]알고보면 뜰만한 대단한 작가들

유시민 '역사의 역사'… 고대부터 사건의 기록 방식 근원적 질문정재승 '열두발자국'… 일상과 밀접한 과학 해설, 인기강연 엮어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삶 지배하는 공간의 구조·철학 고찰교양도 예능이 되는, '융복합'의 시대다. 다양한 매체가 교양과 시사에 '재미'를 첨가하면서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그 인기에 힘입어 '교양예능'을 촉발한 장본인 격인 '알쓸신잡'의 주인공,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뇌과학의 매력을 대중에 알린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 등이 출판시장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발표하는 신간마다 단숨에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등극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는 것.특히 종횡무진 활동하던 방송까지 접고 작가로서 재출발을 알린,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돌베개 펴냄. 340쪽. 1만6천원)'는 예약판매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펼쳤다. 지난해 발표한 '국가란 무엇인가' 이후 그는 다시 '역사'로 돌아왔다. 세간에 유시민을 작가로 알린 '거꾸로 보는 세계사' 이후 오랜만의 역사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책은 역사적 사건에 초점을 맞춰 그만의 사고로 재해석했던 방식이 아니다. 그 역사를 서술했던 역사서를 조명했다. 책을 통해 그는 동서양의 역사서를 탐독하며 도대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2016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 이후 이어진 '촛불혁명'을 마주하며 역사의 현장이 어떻게 기록되는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먼 옛날, 고대부터 역사서는 이어졌고 어떻게 기술됐는지 생각했다. 그는 "위대한 역사서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금 우리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있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역사를 가장 정직하게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책을 통해 말한다.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는 과학과 대중을 잇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일상의 과학적 현상을 쉽고 친절한 언어로 풀어내 큰 인기를 모았다. 알쓸신잡에서 그는 70만 대중이 열광했던 '과학콘서트'와 같았다. 그 특유의 다정하고 쫀득한 언어로 국민의 과학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독자들이 정재승의 신간을 기다릴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출간 이전부터 정재승의 신간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신간 '열두발자국(어크로스 펴냄. 400쪽. 1만6천원)'은 지난 10년간 저자가 했던 다양한 강연 중 가장 열띤 호응을 얻었던 12편의 강연을 선별해 새롭게 집필했다. 식당에서 메뉴 고르는 것을 못하는 '결정장애'를 겪는 현대인의 뇌구조부터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의 현명한 자세까지, 일상과 밀접한 과학을 쉽게 풀어냈다.유현준 교수는 알쓸신잡2에서 건축을 단순히 구조로 설명하지 않고 우리의 삶과 사회로 연결시키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했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도시와 공간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면 이번 신작 '어디서 살 것인가(을유문화사 펴냄. 380쪽. 1만6천원)'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어느 동네와 아파트, 몇 평수로 이사하는 것의 이야기는 아니다. 공간의 구조와 철학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건축가의 고찰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곳, 원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는 도시의 변화 등 어렵지만 행복을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인터뷰]아시아 최초 바젤콩쿠르 수상 최한별 작곡가

[인터뷰]아시아 최초 바젤콩쿠르 수상 최한별 작곡가

친숙한 '얼레리꼴레리' 음형 금관악기로현대음악 공부 힘들어 가요 전향 고민도"난해하긴해도 실험적이고 예술적 세계"13~14일 경기필 비르투오소시리즈 무대일찌감치 '술래잡기'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얼레리 꼴레리'의 음이 어렴풋이 들리는 그의 곡을 들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는 어린시절 골목길에서 마주쳤을 법한 개구쟁이였다.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 어딘가 친숙하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클래식 작곡가라는 타이틀 탓에 만나기 전부터 '베토벤'을 연상하며 긴장했던 것이 우스웠다. 클래식, 그 중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현대음악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가 왠지 정겹다.최한별 작곡가는 지난해 바젤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했다. 바젤콩쿠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작곡콩쿠르다. 그 수상작품이 'Hide And Seek',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술래잡기'다. 오는 13~14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비르투오소 시리즈에 이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연주된다. 리오 샴바달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초연된다. 그는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 "제목 그대로 술래잡기라는 테마가 계속 변형되며 이어지는 곡이에요. '얼레리꼴레리' 음형을 따와서 금관악기 파트에 넣어 한국 관객에겐 특히 친숙할 거예요. 그 테마가 곡 속에 드러나기도 하고 숨겨져 있기도 한데, 마치 술래잡기 하듯 관객들이 곡에 몰입해 테마를 찾아보라는 것이 제 의도였어요." 바젤콩쿠르 때의 연주를 들어보면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것임에도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이 지속된다. "타악기에서 시작해 관악기가 술래잡기의 테마를 이어가고, 현악기들이 변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소리가 배경에 있어요. 또 같은 금관악기인데, 저음의 금관악기는 느리게 가면서 '대조'되는 변화를 주었어요. 첫 파트에는 현악기의 음정이 오르내리지만, 두번째는 관악기의 브레스노이즈(숨소리)로 그 오르내림이 대체되기도 하구요. 아마 실황공연에서 듣는다면 그 흐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사실 현대음악을 떠올리면 '쇤베르크'의 작품을 떠올리고,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한다. 솔직한 이야기에 오히려 그는 공감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성학을 중심으로 공부했는데, 대학에 가서 현대음악을 공부하려니 정말 어려웠어요. 조성도 없고 난해한 게 사실이니까요. 공부가 힘들어 휴학도 했고 가요로 전향할까도 고민했구요." 실제로 그는 2006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그래도 결국은 클래식으로 돌아왔어요. 수많은 화성이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 잡고 다시 현대음악을 해보니 난해하긴 해도 상당히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세계였어요."그 경험을 토대로 그는 관객에게 최대한 쉽게 다가가고 싶다. "호기심이 많아서 스스로 무엇은 안된다고 선을 긋지 않아요. 항상 가장 나다운 것이 뭘까 고민합니다. 어떤 무대에서는 제가 작곡한 곡을 설명하기 위해 춤을 추기도 했고, 화음챔버오케스트라 활동 당시에는 어린이를 위해 구연동화를 하며 곡을 설명하기도 했어요. 솔직히 현대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시대잖아요. 제가 만든 곡을 듣는 시간이라도 딴짓 할 틈도 없이 곡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독일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그는 현대음악을 선보일 무대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에서 음대 작곡과를 나와 실제로 현대음악을 작곡하며 살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요. 현대음악만 초연하고 연주하는 무대가 많은 독일과 사뭇 다르죠. 하지만 후배들에게 현대음악을 포기하라고 하진 않습니다. 앞으로 분명히 더 좋아질거라 믿어요."이번 공연 이후 그는 주목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바쁜 활동을 이어나간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그의 재기발랄한 무대가 한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지난해 바젤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최한별 작곡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전시리뷰]오롯이 새긴 韓판화 60년

[전시리뷰]오롯이 새긴 韓판화 60년

신장식등 작가 120명 선정순수한 '작업과정'에 몰입단호함서 오는 매력 발산기존 범주 넘은 실험 섹션장르가 가진 가능성 확인판화는 미술하는 이들의 탐구영역이다. 단순히 그리는 행위에서 벗어나 깎고 긁고 부식하고 새기는, 다양한 행위를 통해 모든 미술 장르가 총 망라된다. 그래서 판화가 가장 실험적인 장르이고,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한국현대판화의 역사가 벌써 60년에 이르렀다. 경기도미술관이 그 역사성을 놓치지 않고, 여름 기획전시로 판화 60년의 역사를 되짚는다. '판화하다- 한국현대판화 60년'을 주제로 김정자, 이항성, 윤명로, 한운성, 신장식, 박영근, 이성구 등 한국현대판화사를 대표하는 작가 120명의 대표작을 조명한다.판화는 제작방식이 다양하면서도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 이번 전시는 연대순, 작가순 등 기존 전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판화의 작업과정에 몰입했다. 5가지 섹션으로 나눠 '각인하다' '부식하다' '그리다' '투과하다' '실험하다' 등의 제목을 붙여 그 방식에 걸맞은 작품들이 전시됐다. 판화가 완성되는 각각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붓 대신 조각칼을 든다는 것의 의미를 전달하고, 판재에 한번 손을 대면 다시 고치기 어려운, 하지만 그 단호함이 주는 판화만의 매력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특히 얼마전 남북정상의 판문점 회담 때 회의장에 걸린 '금강산' 그림으로 화제가 된 신장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각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아리랑- 기원'에 대해 그는 "88서울올림픽 당시 미술조감독을 했다. 대회가 다 끝난 후 청사초롱을 벗겨보니 촛불만 남았다. 그 모습을 본딴 것"이라며 "판을 계속 깎아내고 그 위에 색을 입히며 일일이 찍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이성구 작가는 '자연으로부터-심상' 작품을 통해 '부식'을 설명했다.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표현이 가능한 '에쿼틴트' 기법을 활용했다"는 그의 작품은 판화로 찍어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회화적 서정성이 담겼다. 현대판화의 역사를 되짚는 것 말고도 이번 전시의 숨은 재미는 미래로 나아가는 판화의 실험성과 역동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실험하다'에서는 판화적 방법론에 입각해 매체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의 범주를 확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디지털 프린트를 활용한 이은진 작가는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괴로웠던 '언어소통'의 불편함을 상징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촉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점자'가 자유로운 언어로 생각됐다"며 "사람마다 이해력이 모두 다르듯 점자의 모음과 자음을 내 방식대로 변형시켰다"고 설명했다.최은주 관장은 "한국현대판화는 한국 현대미술 중에서도 일찌감치 세계로 진출해 위상을 드높인 장르"라며 "원본성과 복수성, 이 두가지 틀 안에서 여전히 판화는 살아 숨쉬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박영근 作 '베드로에 관하여-성전'. /경기도미술관 제공박광열 作 '공간의 기억-묻혀진 이야기1'. /경기도미술관 제공신장식 作 '아리랑-기원'. /경기도미술관 제공이은진 作 무제. /경기도미술관 제공

`남북 해빙기` 北 문화예술을 말하다

'남북 해빙기' 北 문화예술을 말하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정책포럼 11일 경기아트플랫폼북한 문예전반 동향·문화유산·시각예술 현재 공유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맞물려 북한의 문화예술을 연구하는 포럼이 열린다.7번째로 문을 여는 경기문화재단 문화정책포럼이 오는 11일 재단 내 경기아트플랫폼에서 '계승과 개혁: 새로운 북한의 문화예술'을 주제로 북한의 문화예술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이번 포럼은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하고 지난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문화예술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에서 남북교류의 기대감이 상승하는 상황을 반영해 기획됐다.또 지난 10년간 남북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의 북한 문화예술이 김정일 시대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새롭게 변화를 추구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포럼에서는 북한 문화예술 전반의 동향과 함께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됐던 문화유산 및 시각예술 분야의 현재를 공유하는 내용을 담았다.첫 번째 발제자는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다. 전 교수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 문화예술정책 현황과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를 주제로 남북 간의 사회문화교류의 경과와 전망, 판문점 선언 분석을 비롯한 사회문화 교류 환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교류 전략과 지역 정부의 역할 등을 설명하면서 동서독 문화교류 사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협력 제도화를 언급한다. 두 번째 발제자인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북한의 문화유산보호정책 역할과 남북교류 전망'을 주제로 남북 문화유산 교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한다. 신 국장은 북한의 문화유산보호정책과 문화유산 조사 자료, 문화유산 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 사례, 현 단계에서의 남북문화유산 교류의 정책방향 및 과제를 이야기한다.마지막 발제자인 홍지석 단국대학교 초빙교수는 감각의 갱신과 세대교체의 징후를 보이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미술을 살펴본다. 홍 교수는 '일상생활의 미학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 이후 북한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발제가 끝난 후 발제자들과 오양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임순경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장, 허미형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여경환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토론자로 참여, 북한의 문화예술 현황, 남북문화예술교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을 이어간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지난달 열린 경기문화재단 문화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도립무용단, 14일 임진각서 `평화 그리고 봄` 공연]평화를 그리는… 몸짓

[경기도립무용단, 14일 임진각서 '평화 그리고 봄' 공연]평화를 그리는… 몸짓

남북 새 시작 알리는 '모듬북' 첫 무대아박춤·여인의 고정등 아름다운 춤선한민족 역사 담은 레퍼토리 80분 선봬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경기도립무용단은 오는 14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평화 그리고 봄'을 주제로 평화를 꿈꾸는 몸짓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을 통해 무용단은 문화예술의 긍정적 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계속 이어가자는 기원을 담았다. 공연은 남북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모듬북'으로 화려한 막을 연다. 근대 공연인 모듬북 놀이는 북을 한데모아 1고, 3고, 5고 등 다양하게 배열하는 방식이다. 리듬 역시 우리의 전통 가락과 북 놀이를 중심으로 서양의 타악기 리듬을 혼합해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는 북 놀이다. 특히 공연은 한민족의 역사를 담은 레퍼토리로 이어진다. '아박춤'은 궁중 정재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악기인 '아박'을 사용해 재구성된 창작 춤이다. 왕을 섬기는 신하들의 의지와 용맹함, 나라의 평안과 굳건함을 표출하고 승전을 기리는 남성들의 춤이다. '여인의 고정'은 우리 고유 타악기인 북과 손에 든 반고를 사용해 정·중·동이라 말하는 여인의 마음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옛 전통적 춤사위에 현대무용이 결합돼 신선한 충격을 준다.동래학춤은 경상남도 일원의 덧배기 춤가락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우아한 학의 모습을 빗대 고고한 선비의 기품과 출렁이는 신명을 담아낸 한량들의 장기춤의 하나다. 검정 갓은 학의 머리 같고 흰 도포는 학의 몸체와 날개같다 해 동래학춤이다.이밖에도 한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해 농업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전해내려 온 농악무를 비롯해 아름다운 춤선이 인상적인 부채춤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춤의 향연이 80분간 펼쳐진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경기도립무용단은 14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평화, 그리고 봄'을 주제로 평화를 꿈꾸는 몸짓을 선보인다. 사진은 농악무 공연 모습. /경기도립무용단 제공북과 반고를 사용해 여인의 마음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여인의 고정'. /경기도립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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