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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권, 조국 변수를 민심의 기준으로 직시해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국 이슈가 정치권의 블랙홀이 되어 가고 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두 달 뒤 부인과 자녀가 10억5천만원을 투자한 사모펀드가 의혹으로 떠오르고, 조 후보자의 부인과 전 제수와의 부동산 거래, 부친이 소유한 사학재단의 채무를 털고 채권은 챙기려한 것 같은 의혹 등은 상식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러한 의혹들은 도덕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노맹 관련 전력 등 이념·색깔론 차원의 문제보다 파괴력이 크다.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조 후보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청문회 때 밝히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는 아직 청문회 일정조차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문 현장에서 밝힐 것은 밝히되, 청문회 전이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상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조 후보자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문서나 전후 맥락들을 진솔하게 밝히고, 의혹이 사실인 것은 그것대로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당과 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대치는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안개 정국으로 빠져들게 된다.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는 터이므로 도덕성과 관련된 각종 석연치 않은 의혹을 더욱 가볍게 볼 수 없다. 비록 조 후보자 본인의 문제가 아닌 의혹들에 대해서도 자신과 관련이 있다면 적극 해명할 필요가 있다.사실 조 후보자에 대한 정권 차원의 과도한 의미 부여는 여권으로서도 조 후보자의 낙마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민심의 소재를 살피는 차원에서 조 후보자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역대 정권의 경우를 보면 민심과의 괴리가 큰 사안을 정권의 고집으로 밀어붙이고 난 후에 정권의 위기가 오는 경우를 경험하곤 했다. 이명박 정권 때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거짓말로 낙마한 이후 정권의 위기도 그랬고, 1996년 김영삼 정권 때 무리하게 노동법을 밀어붙이고 난 다음 해 정권이 급전직하 한 사례 등이 그것이다. 여론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아직은 두고 볼 일이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정권에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민심의 소재가 어딘지 정확히 살피는 집권세력의 성찰이 필요할 때다.

[사설]인천 남동산단 재생사업 '업종 고도화'에 달렸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가 19일 재생사업지구로 지정·고시됐다. 남동산단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2개 단계로 나눠 조성됐다. 공유수면을 메워 수도권에 산재해 있던 공장을 이곳으로 모았다. 조성한 지 30년이 넘었으니 '노후 산단'에 속한다. 올해 6월 기준으로 7천25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가동률은 61.6%에 그치고 있다.인천시는 2024년까지 306억원(국비 포함)을 들여 주차 공간과 공원·녹지를 확충하고 도로(남동대로) 환경을 개선한다. 또 신성장 산업지구, 융합·부품 산업지구, 지식·문화 산업지구, 기존 산업지구 등 업종 재배치를 통해 남동산단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신성장 산업은 뷰티, 첨단 자동차, 항공 등 인천시 전략산업을 의미한다. 융합·부품 산업지구는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대학·연구시설, 남동도시첨단산업단지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공간이다. 지식·문화 산업지구는 남동산단 활성화와 노후 산단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계획됐다. 기존 산업지구는 뿌리산업 육성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남동산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 공업단지로 시작한 남동산단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일구는 데 기여했다. 굴뚝 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산업단지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아직도 '남동공단'이라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남동산단은 주거와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혐오시설 취급을 받았다. 논현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환경 관련 민원이 더욱 많아졌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압박감을 받은 게 사실이다.남동산단 재생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차장·공원 확충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업종 고도화가 관건인데, 입주 기업 등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인천시는 입주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전략산업 분야 기업이 남동산단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남동산단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은 바로 '업종 고도화'다. 입주 기업이 기술 경쟁력 향상과 융·복합 등을 통해 변신해야 남동산단이 살고, 그래야 인천이 발전할 수 있다.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나선 이번 재생사업이 남동산단 업종 개편과 체질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고]협상의 오류

[기고]협상의 오류

국제 협상에선 자기중심적 사고 탈피 중요스스로 수정·중단하는 전략 인정하지 않아'정보왜곡' 합리적 의사결정하는데 '치명적'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최악 결과'사실 연인들의 이별은 아주 큰 문제보다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오랜 연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상대를 너무 잘 알고 사랑하기에 '이것쯤은 양해와 이해를 해줄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원 벤치에 연인이 앉아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 띤 대화가 무척이나 다정하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여성이 토라져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 나갔다. 똑똑똑 구두 소리를 세며 걸어가는 여성은 '저 남자가 나를 불러 세우겠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다. 벤치에 혼자 남은 남성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 여자가 나를 사랑하기에 다시 돌아와 내 옆자리에 앉겠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여성은 되돌아가기에 너무 먼 거리를 걸어왔고, 남성은 뛰어가 잡아야 하나, 소리쳐 불러야 하나 쭈뼛거리다 그녀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결국 이 연인들의 헤어짐은 '자신의 생각'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돌아가 앉거나 불러세웠으면 그들의 사랑은 계속되었을 텐데….협상도 마찬가지다. 특히 문화적 배경이 다른 국제협상에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 상호작용하여, 갈등과 의견의 차이를 줄이고 해소해야 한다. 즉 나보다는 상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협상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수(下手)의 협상가가 흔히 범하는 오류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첫째 자기중심적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속어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 이다. 이러한 근자감을 갖는 협상가는 자신이 상대보다 정의롭고, 지적이며, 도덕적이고 능력이 있다는 우월감을 갖는다. 이러한 우월감은 상대를 정확히 꿰뚫어 보지 못한다. 상대를 얕잡아 보는 순간 상대는 더 큰 괴물로 달려든다.둘째, 일반적인 협상가들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데 집착한다. 명성과 평판의 훼손이란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주도하는 협상을 스스로 수정하거나 중단하는 것도 협상전략의 일환임을 인정하지 못한다. 일관성 없는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러한 고집(?)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이유가 된다.셋째,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무시한다. 긍정적 정보는 과포하여 받아들이지만 부정적 결과가 발견되어도 스스로 판단을 왜곡시켜 협상을 진행한다. 이러한 정보 왜곡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치명적이다. 넷째,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수 중의 하수가 갖는 오류다. 협상의 여러 변수는 자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데도 자신이 영향을 미쳐 자신의 의도대로 관철할 수 있다는 순진무지(純眞無知)한 대처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데도 말이다.대부분의 협상자는 협상성과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낙관하니 협상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협상은 '제로섬 게임'이나 '파이 나눠먹기'가 아니다.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다. '윈-윈 게임'과 '포지티브-섬 게임'을 해야 한다.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돌아가는 몫을 키워야 한다. 서로를 만족시켜야 한다.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며, 낙관과 비관의 문제가 아니다. 상처뿐인 영광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파이가 쪼그라들면 이긴 게 무슨 소용인가?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히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협상의 시작이다./정상환 국제대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정상환 국제대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청구서를 받아든 이후 선택지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늦었지만 당장 비용을 치르거나, 불어나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정산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 시기의 차이일 뿐 비용을 떼어 먹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사 청구서'는 누가, 언제 썼는지도 불분명한 행운의 편지처럼 예기치 못한 시점에 또 한 번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다.현재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도 과거사 문제를 무시해온 결과물이다. 가해자인 일본정부의 태도는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광복 이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청산'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기보다 일시적 '봉합'을 택한 한국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최근 경인일보가 연속보도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갑질 의혹'도 과거사 청구서와 관련 있다. 총판들은 천재교육 본사와 거래하면서 많게는 십수억 원대 빚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채무가 생긴 배경에는 판촉비용 떠넘기기, 반품제한, 도서 밀어내기 등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있었다는 게 총판 측 설명이다.천재교육은 총판들이 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지금 있는 일인 것처럼 악의적인 주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천재교육의 말은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첨예한 한일관계 속에 "미래를 생각하자"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총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하는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총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듣고, 천재교육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모든 행위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제때 밝혀내지 못한 억울함을 뒤늦게 들여다보는 건 지금까지 쌓인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월요논단]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다

[월요논단]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다

홍보·위기관리 차원 언급한 사과문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 본 것이지시민·국민위한 진정한 발언은 아냐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 과정도정치인·업체 때문에 마음의 상처 커실수도 문제지만 사과도 문제다. 매일 뉴스에 사과발언과 사과문이 등장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연인의 일을 폭로하고 연인이었던 연예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 아프리카TV VJ의 심각한 방송 사고와 폭로전은 사과문과 사과영상 게재로 이어지는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 연예인과 파워 VJ, 파워 유튜버를 광고모델이나 홍보대사로 영입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생활 폭로와 검증의 주요한 수단으로 소셜미디어가 작동하고 사과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계 미투, 연예계 미투·빚투에서도 사과문이 속출했다. 망언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허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도 빠질 수 없다. 사과 발언과 사과문의 진정성은 언제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과할 사실의 확인은 모호하게 넘어가고 사법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면서 선을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한다. 법률가가 작성하거나 자문한 사과문이 대부분이다. 모호하고 기계적인 사과문이 대부분이고 진솔한 사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2012년 11월 개그맨 유병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이 글은 '사실여부를 떠나=사실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와 같이 형식적이고 허구적인 사과문의 번역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잘못된 사과의 관행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일본상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비판하거나 조롱한 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나온 일본계 기업과 일부 한국 기업의 사과문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HC코리아, 유니클로, 한국콜마 등 끊이지 않는다. 사과해야 할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고 본사와 지사를 넘어들며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하는 등 잘못된 사과의 사례를 전시하고 있다.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고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위기관리나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조직은 위기와 사건이 발생하면 무대응, 공격, 변명, 부인 전략을 주로 작동시키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뒤늦게 사과 전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범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위기에서도 정당화와 부인 전략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과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진정성을 담지 못하면서 법적·경제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사과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엔 정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들은 '변명', '공격',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언어사용법이나 사안 이해 수준을 근거로 해서 자기를 방어하고 있다. 자신은 모욕적·공격적 언어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네티즌이 비판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사과의 구성요소로 신속한 사과, 직접 사과, 간결한 사과, 잘못의 확인과 인정, 희생자에 대한 공감과 보상 및 대안 제시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사태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언어학자 바티스텔라는 우리가 당혹감, 죄책감, 수치심,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요구 때문에 사과를 하게 된다고 본다. 사과는 나약함과 지위의 상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반성, 분석, 용기, 성숙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응답, 공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보나 위기관리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람직한 사과문이나 사과행위도 근본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본 것이지 시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민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정치인과 일부 기업인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진정한 사과 발언, 사과문을 접할 수 있기 바란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삭막한 회색빛 도시에 푸르름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삭막한 회색빛 도시에 푸르름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

1910년께 들어온 '버즘나무과'높이 50m·지름 1m까지 자라미세먼지등 대기오염에 강하고재질 단단 가구목재로 많이 사용씨 털 날려 알레르기 주범 신세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가 지났건만 아직도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며칠 전에 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열대야에 잠 못 이뤄 지쳤던 몸과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준다. 올여름 더위는 8월 말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길을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서 무성하게 자란 잎으로 짙은 녹음을 만들어 우리에게 청량함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의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진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는 도로 양쪽에 사열하듯이 줄지어 서서 철 따라 말없이 다른 모습으로 넉넉하고 편안하게 사람을 품어준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1953년 '문예'지에 발표된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 시처럼 사람의 눈길이 머무르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할 도리를 다하는 나무이다.도시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양버즘나무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버즘나무라는 뜻이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은 줄기의 어두운 적갈색이나 밝은 회색의 수피가 불규칙하게 갈라져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특유의 얼룩무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얼굴에 허옇게 피는 버짐과 닮아 붙여졌다. 플라타너스는 학명에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에서 유래되었는데 '잎이 넓다'는 뜻으로 잎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양버즘나무를 '미국오동', 버즘나무를 '법국오동(法國梧桐)'이라고 부르는데, 법국은 프랑스에 대한 음역이고 잎이 오동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가을에 달리는 열매가 방울 모양이라고 해서 '방울나무'라고 부르며, 영어 이름도 비슷한 뜻의 '버튼우드(buttonwood)'다.플라타너스는 버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로 높이 50m, 지름 1m까지 자란다. 추위에 강해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가 가능하다. 잎은 넓은 달걀 모양이거나 둥근 모양으로 손바닥처럼 갈라져 있는데 서로 어긋나게 달린다. 4∼5월에 달리는 꽃은 암수한그루에 피며 공 모양의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버즘나무속에는 1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양버즘나무와 남유럽과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버즘나무, 이 두 종의 잡종인 단풍버즘나무가 있다. 이 세 종류의 나무는 대부분의 특징이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양버즘나무의 잎은 가로길이가 세로길이보다 길고 방울 같은 열매가 하나씩 달리는 반면 버즘나무 잎은 가로보다 세로가 더 길고 열매도 한 줄에 세 개 이상 달리며, 단풍버즘나무는 열매가 2개 달리고 잎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비슷하다.플라타너스는 우리나라에 1910년께 들어왔는데 생장속도도 빠르고 추위에 강하며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서 관리가 손쉬운 편이라 주로 가로수나 공원수, 학교 등 공공건물의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매연 등 도시공해에 강하며 특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의 흡수력이 뛰어나고 공기정화 능력이 좋아 마로니에, 히말라야시다와 함께 세계 3대 가로수에 속하는 등 인기가 많았고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 랭킹 2, 3위를 다투기도 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에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심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도 가지를 전정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있는 나무도 베어져 나가고 새로 가로수로 심는 일도 많이 줄었다. 플라타너스 종자에는 바람에 씨가 잘 날리도록 털이 붙어 있는데 이 씨의 털이 솜뭉치를 이루면서 거리 곳곳에 뒹굴어 다니다가 사람들에게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플라타너스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색상도 아름다우며 무늬가 좋아 과일·채소 바구니나 식품의 포장재를 비롯해 일반 용재나 가구재, 철도 침목, 펄프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참성단]R의 공포

[참성단]R의 공포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채권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전 세계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떨었다. 역사적으로 미 국채 3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이 역전되면 평균 22개월 이내에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 날의 공포는 더 컸다. 우리 역시 국고채 장단기 금리 격차가 11년 만에 가장 줄어들었다. 'R의 공포'가 오면 다음 단계는 'D(deflation)의 공포'다. 디플레이션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거나 통화량 축소로 인해 물가가 떨어지며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예외없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 침체는 장기화한다.우리 역시 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에 그치면서 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꽤 많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경제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든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생산과 성장률, 고용 등이 덩달아 감소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들어간다.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D의 공포'를 겪고 나면 그다음에는 'L(lay off·해고)의 공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이미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첨단 기업부터 포드, GM 등 자동차 업체,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위탁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까지 감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무인 자동화 추세가 일자리 감소를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쳤다. 수출 침체 장기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울한 진단이 나오며 'L자형'의 장기 침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가 R,D,L 등 이니셜 공포에 떠는 지금, 우리는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더 '공포'로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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