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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철저하게 규명해야 할 공기업 직원사찰 의혹

지방공기업인 김포도시공사의 직원들에 대한 사찰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직원들에게 느닷없이 개인정보동의서를 요구하면서 동의기한을 5월부터 소급적용하겠다는 이유가 지난 5월 14일 한 언론에 보도된 간부 비위문제와 관련해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시 해당 언론은 도시공사 A차장이 승진 직후인 올해 1월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된 사실을 언급하고, 징계 대상인 B·C팀장의 인사(징계)위원회가 지지부진한 점을 지적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 공익차원의 보도가 이뤄졌는데도 도시공사는 이를 '내부정보 유출'로 규정하고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다.도시공사는 특히 제보자 색출을 위해 직원들의 PC에 설치돼 있는 DLP(정보유출방지) 프로그램을 들여다 보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PC에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DLP 솔루션 기반 프로그램 중에는 '카카오톡'을 설정해 놓을 경우 PC에서 카카오톡을 실행할 때마다 자동으로 녹화되는 강력한 감시기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사는 지난 2017년 초 6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직원들 PC에 DLP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직원들에게도 충분히 인지시켰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직원들은 프로그램이 깔린 줄 모르고 카카오톡 등을 자유롭게 사용해 왔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진작 보안각서를 제출한 마당에 회사 측이 별도의 개인정보 동의서를 추가 하달한 의도를 놓고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통상 동의부터 얻고 보안조치를 강화해야 하는 상식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과거의 PC사용 내용을 보겠다는 발상도 문제거니와, 김포시의 국가정보보안지침 준수 요구에 따라 사설 메신저를 원천 차단했어야 함에도 이를 허용해 놓은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잇따른 언론보도가 불거진 이후 회사 측이 일부 PC에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증언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공기업의 직원사찰 의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와 관련해 김포시가 도시공사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도시공사의 DLP 프로그램이 어떤 기능까지 구동되는지, 모든 직원이 정말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알았는지, 직원들의 사생활을 이미 들여다봤을 개연성은 없는지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사설]북·중 정상회담에 맞서 한·미 동맹 강화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혈맹관계를 강조하고 조선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조선반도 문제, 즉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혈맹으로서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서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이다. 중국 국가주석이 14년 만에 평양을 직접 찾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공식 선언하고, 북한이 이를 인정하면서 그동안 남·북·미가 주도했던 북한 비핵화협상 판도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기습적인 북·중 정상회담 성사는 중국과 북한이 대미외교 공조를 통해 실현할 이익이 분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과 전면적인 통상 전쟁 중인 중국은 북한을 지렛대 삼아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북한 비핵화 진전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싶은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중 경제전쟁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를 만들기 위한 외교전략이라는 해석이다.북한 입장에서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전달하면서 북·미 대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중국은 단계적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체제보장 방안을 중재하면서 미국측의 북핵-경제제재 일괄타결 입장 변경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에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한반도 평화협상에 임하는 대한민국의 영향력이 결정될 수 있다. 정부는 G20 정상회담에 앞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공동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시진핑 주석과 한반도 의제를 논의하면 안된다. 북한을 대변하는 중국의 북·미 중재외교가 성과를 올리면, 한반도 평화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된다.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의 북·미 중재외교 자체를 교착국면에 빠진 한반도 평화협상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대화 자체가 아니라 북한의 핵폐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입장을 가진 동맹의 힘으로 G20 정상회의에 임해주기 바란다.

[춘추칼럼]문학을 사랑하라!

[춘추칼럼]문학을 사랑하라!

문학인 많은 시대일수록 상식·도덕 잘 통해문학교육은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도와줘야시험문제 풀기위해 억지로 배우는건 엉터리아예 가르치지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접한다소설이 안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뉴스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허구(그럴듯하게 꾸민 일)보다 실제 사건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날마다 계속된다. 그 어이없고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들에 대해서 '재미'나 '흥미진진한' 같은 표현을 써서는 안 될 테다. 그러나 그 사건들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작태와 대중의 반응을 보면, 너무도 즐기는 듯하다. 어쩌면 그토록 소설보다 더 '허구'스러운 일이 실제 남발하는 까닭은 소설을 안 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문학 따위가 사람에게 무슨 필요가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문학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시나 소설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10명 중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지만 우리 국민이 문학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초중고에서 문학교육을 하고, 문학에 최소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문학을 종교처럼 떠받들어 주는 것일 테다. 문학을 '긍휼히' 대우해주는 것이다.누가 생각하더라도 가장 먼저 태어난 예술은 미술, 음악, 무용일 것이다. 경험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그렸든 재미로 그냥 그렸든 동굴 벽화로부터 미술은 발전했을 테고, 신호든 감정의 반영이든 노래로부터 음악은 성장했을 테고, 제의든 축제든 다 함께 어울리는 행위로부터 무용은 진보했을 테다.인류가 문자를 만들어내고서야 문학은 탄생할 수 있었다. 노래를 기록한 것에서 시가 나왔고, 공동체행사 대본으로부터 희곡이 생성되었다. 시로는 담아내기가 벅찬 이야기들이 수필이 되었고, 비로소 소설이 되었다. 시와 수필과 희곡과 소설을 평가하는 비평이 나왔다.이러한 문학이 없었어도 인류는 별문제 없이 존재했을까? 아마도 문학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사회를 이루기 힘들을 테다. 문학은 감정을 발달시킨다. 개별적인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해타산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한다. 하여 타자의 처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존중하게 한다. 배려하게 한다. 또한 문학은 생각하게 만든다. 관념이 고정되지 않도록 문제를 제기한다. 불의와 싸우도록 한다. 모순을 파헤치도록 충동한다. 이 끝없는 감정과 생각 행위, 즉 문학은 대단한 정신노동이다. 인류역사에서 문학하는 자는 언제나 소수였고, 문학이 사회 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늘 유명무실했지만, 사실은 절대적인 균형추이거나 없으면 안 되는 심장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문학과 더불어 발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동물의 무리에 지나지 않았을 테다.어느 시대나 일정 수준의 문학인(작가뿐만 아니라 문학을 애호하는 독자)은 존재한다. 어느 시대는 문학인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어느 시대는 급격히 상승한다.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문학인이 많은 시대일수록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사회일 테다. 문학인이 희박한 시대는 야만사회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생각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는 이들과 감정을 조율할 줄 모르는 이들만 가득한 사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국어는 의당 가르쳐야겠지만, 국어 가르치듯이 문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문학을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이끌고 다각도로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도와주는 게 문학교육이어야 한다. 평가의 조건으로,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지문으로, 오로지 하나의 해석만 가능한 것으로, 게다가 억지로, 이런 식으로 배우는 건 엉터리다. 그런 식으로 배우니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문학이라면 치를 떨고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이다. 시와 소설과 에세이와 희곡과 비평을 즐길 권리를 청춘들에게 빼앗은 것이다.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차라리 안 가르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문학을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문학을 접하고 자기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문학을 즐길 테다.감정지수가 0인 듯한, 상식이 아예 없는 듯한, 타인의 마음을 한 번도 헤아려본 적이 없는, 시나 소설을 읽고 감동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은 이들이 등장하는 파란만장한 뉴스는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라./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오늘의 창]스포츠혁신위가 놓친 `현장의 목소리`

[오늘의 창]스포츠혁신위가 놓친 '현장의 목소리'

문화체육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연일 뜨겁다. 정부 기관이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은 대체로 나쁜 정책을 내놓을 경우다.체육계를 취재하며 체감한 것은 저마다의 불만은 있지만 대체로 참는다. 비교적 '나'를 위함이 아닌 '우리'를 위해 견딘다는 의미다.스포츠혁신위는 지난 4일 권고안을 통해 학생들의 주중 대회 금지와 특기자제도 수정, 운동부 합숙소 폐지, 소년체전 폐지 등을 제안했다. 어처구니없는 권고안이기에 체육계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거철도 아닌 상황에서 이번만큼 전·현직 국가대표 출신 체육인 등 스포츠 관련 7개 단체는 이례적으로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위의 권고안을 재검토하라고 강력 촉구했다.그간 엘리트(전문) 체육 육성을 억누르고 있는 현 정부와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에도 체육계는 일단 침묵했다. (성)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 등을 요구해왔던 과거의 그릇된 행적을 반성하는 뜻에서다.현장에서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체육회와 교육청은 이들 지원에 불철주야 노력한다. 취재진도 이들의 지척에서 기사를 작성한다.그러나 익산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는 KBS와 중앙지 등 언론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에 체육계 일각에선 "KBS마저 소년체전을 등한시하고 있는 판인데, 생활체육대회와 같이 소년체전을 운영하라는 권고안은 체육계를 향한 정부의 무관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는 제2의 손흥민과 이강민, 류현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국민들에게 정치·사회·경제·문화·체육 중 무엇이 가장 빠르고 이해하기 쉽게 삶의 희망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 혁신위는 현장의 체육지도자들에게 많은 의견을 수렴해 과거의 적폐를 도려내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체육계 스타 육성을 위한 권고안을 내놓아야 한다. 체육정책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은 다른 나라의 대잔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참성단]2009년생 오만원

[참성단]2009년생 오만원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고 해서 '돈'이다. 돌지 않으면 돈이 아니다. 전 세계 지폐 중 가장 비싼 500유로화(약 68만원)는 돈이지만 돈 대접을 받지 못한다. 너무 고액권이라 돌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사람도 500유로를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500유로에 '빈 라덴'이란 별명이 붙었다. 여행 중 500유로짜리를 건넸다가는 눈총을 받기 일쑤다. 앞뒤를 꼼꼼히 살펴보거나 빛에 비춰보기도 한다. 아예 받지 않는 상점도 꽤 많다. 500유로는 주로 테러 및 범죄은닉 자금 등으로 이용됐다. 올 초 유럽중앙은행이 500유로 발행을 중단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처럼 고액권은 거래 수단보다는 가치 저장 성격이 강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것보다 금고로 들어가는 게 더 많다는 의미다. 경제 규모가 클수록 고액권 비중이 높다. 통화 확대 시 고액권이 많을수록 화폐 유통 속도가 느려져 물가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 최고액권 5만원이 23일이면 태어난지 꼭 10년이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유통 중인 5만원권은 98조2천억원으로 금액 기준으로 전체 은행권(지폐)의 84.6%를 차지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 10장 중 4장이 5만원권이다. 하지만 환수율은 여전히 낮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0년 41.4%에서 2014년 25.8%로 낮아졌다가 2015년엔 40.1%로, 지난해 67%로 높아졌지만, 1만원권(107%), 5천원권(97%), 1천원권(95%)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런 탓에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억원을 1만원권으로 가득 채우려면 사과 상자가 필요했지만, 5만원권은 007가방 하나면 충분하게 됐으니 수뢰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각종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 사건이 드러날 때 5만원권을 가방이나 쇼핑백 등에 담아 전달했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발행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06년 국회에서 발행촉구 결의안이 의결되고서도 무려 세 해를 넘기고야 빛을 보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이제 5만원권의 입지도 크게 바뀌었다. 경조사비용 인상의 '주범'이란 소리에도 불구하고 2009년생 5만원권은 1973년생 1만원권을 누르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사랑받는 돈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풍경이 있는 에세이]기녀 설죽의 만시와 석전

[풍경이 있는 에세이]기녀 설죽의 만시와 석전

노비였던 '설죽' 스스로 한문 익혀한시 167수나 남긴 빼어난 문장가詩 품격 황진이·허난설헌과 '비견' 송강 정철 수제자로 유명한 '석전'둘의 만남은 모두 시인이었기 때문설죽(雪竹)이 석전(石田) 성로(成輅)를 처음 만난 것은 봉화 유곡의 청암정 주연자리에서였다. 취흥이 도도해지자 사대부들은 설죽에게 석전의 만시를 지어 눈시울을 적시게 하면 석전을 모시도록 천거하겠다고 제안했다. 젊어 아내를 잃은 석전은 홀아비로 30여년을 살고 있었다. 설죽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만시를 지어 읊었다. '서호정 초당문은 닫혀서 적막한데/주인 잃은 봄 누각엔 벽도향만 흐르네/청산 어느 곳에 호걸의 뼈 묻혔는지/오직 강물만 말없이 흘러가네' 숙연하게 듣고 있던 좌중의 여러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이 만시의 인연으로 설죽은 석전의 비첩이 되었다. 만시는 그녀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설죽은 봉화의 사대부, 석천(石泉) 권래(權來)의 시중을 드는 노비였다. 노비의 신분이었던 설죽이 어떻게 학문을 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비였음에도 15세가 될 때쯤 신분을 숨기고 명산대천을 떠돌며 사대부들과 교유했던 것을, 그녀가 남긴 시편으로 알 수 있다. 석전(1550~1615)은 송강 정철의 수제자로 꽤 알려진 당대의 시인이었다. 스승 정철의 잦은 유배를 보고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던 석전은 상처 후 한강의 서호 부근에 서호정이라는 우거를 마련하고 술과 시로 세월을 보냈다. 오랜만에 봉화를 찾아 사대부들과 술자리를 가졌던 석전은, 설죽과의 첫 만남이 자신의 죽음을 노래한 만시여서 운명적인 조우였다. 설죽은 망설임 없이 석전을 따라 한양으로 올라와 10여년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설죽은 생몰연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십대 후반에 석전을 만나 이십대 후반에 홀로 남았을 것이다. 노비와 사대부의 만남이었지만 사십년 가까운 나이 차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시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설죽은 스스로 한문을 익힌 문장가로, 그녀가 남긴 한시는 모두 167수나 된다. 그녀의 시는 빼어난 서정과 품격을 보여 황진이와 허난설헌에 비견된다.그녀는 석전을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사랑했다. '잠령은 안개와 노을의 주인이고/석전은 시의 주인이네/서로 만나 취하는 줄도 모르는데/양화진엔 달이 지네'라고 읊은 시가 '봉화 성석전'이다. 석전이 시의 주인이라 노래한 것은 최고의 시인이라는 의미다. 석전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쓴 시가 '님 떠난 후'다. 하강의 이미지가 시편을 압도하지만 서정 넘치는 시다. '낭군님 떠나간 뒤 소식이 끊어져/봄날 청루에 홀로 잠드네/촛불 꺼진 창에서 끝없이 우는데/두견새 울고 배꽃에 달이 지네'는 지극한 슬픔의 노래다. 우는 그녀를 따라 두견도 울고 배꽃에 달이 지면, 배꽃도 달도 따라 우는 것이리라. '비단 휘장'이라는 시편 또한 그녀의 외로움을 노래한다. '비단 휘장 닫아걸고 중문도 닫으니/모시적삼 소매에 눈물 흔적 보이네/옥굴레 금안장 임은 어디 계신지/삼경에 흐르는 눈물 감당할 수 없네.'로 마음이 아려온다. 석전과의 추억을 읊은 시가 '서호의 석전을 기억하며'다. '십년 동안 석전과 한가로이 벗하여 놀며/양자강 머리에서 취하여 몇 번이나 머물렀던가/임 떠난 뒤 오늘 홀로 찾아오니/옛 물가엔 마름꽃 향기만 가득하네'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녀의 사무치는 외로움은 서러운 춤사위가 되고 애절한 노랫가락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몇 해나 석전 없는 서호정에 머물렀는지는 알 수 없다. 서호정을 떠나 호서지방의 관기로 일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시편이 문헌에 남아 있다.석전이 드러내놓고 설죽을 노래한 시편은 전해지지 않으나 '고운 사람'이라는 시는 설죽에게 헌정되었을 시다. '돈대에 이슬이 막 내려 가을빛 서렸기에/흥이 일어 생선과 채소 안주에 술을 찾았네./고운 여인이 붉은 단풍잎을 손에 들고 와/시골 늙은이 취한 얼굴 같다 웃으며 말하네.' 서호정 뒤로 나즈막한 돈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붉은 단풍잎을 들고 와 시골 늙은이 취한 얼굴 같다며 웃는 고운 여인은 설죽임에 틀림없다./김윤배 시인김윤배 시인

[기고]소셜미디어로 시작되는 문제들

[기고]소셜미디어로 시작되는 문제들

사실 확인 안된 가짜뉴스 넘쳐나교류하다 보면 '확증편향' 강화너무 많은 콘텐츠 생산유튜브·페이스북등 검열 못해거대 소셜미디어 허점 드러내지난 3월 15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경악할 만한 범죄가 일어났다.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는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를 했고, 이로 인해 50여명의 사망자가 생겨났다. 총기 난사만으로도 세상이 경악할 테러인데, 태런트는 이 총기 테러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처음 이 영상을 생중계로 본 사람은 10여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 영상이 사람들을 통해 복제되고 확산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테러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사태파악을 하고 인력과 소프트웨어를 총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이런 사건 외에도 거대 소셜미디어들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너무 쉽게 여론을 조작, 가짜뉴스의 창구가 되곤 한다. 2016년도 미국 대선이나 영국 브렉시트 투표 당시의 여론조작이 있었고, 현재 한국에서도 가짜뉴스들이 쉽게 퍼진다. 당장 유튜브를 켜보면 많은 정치 관련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콘텐츠들이 모두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진보채널이든 보수채널이든 자신들만의 입장을 표명한다. 같은 주제인데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뉴스들이 유튜브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가짜뉴스가 문제가 되는가? "그저 가짜뉴스라는 것은 인지하고 무시해버리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당장 신문을 보고 인터넷이나 TV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안다. 하지만 가짜뉴스만을 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가짜가 아닌 진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진짜뉴스를 배척한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이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한번 가짜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고 그 안에서 교류를 하다 보면 이런 확증편향이 강화된다. 주변에 자신의 신념과 부합되는 사람들만 존재하고 그 외에 사람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자신과 대립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난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 지금 당장에도 너무 많은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들을 일일이 검열할 수 없다. 일정 알고리즘을 피하면 영상이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이 올라가고 나서 문제가 되면 그제서야 문제의 영상을 내린다. 이러한 문제점이 잘 드러난 것이 위에서 언급했던 태런트 사건이다. 처음 10여명이 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태런트 영상을 복제하고 변형시켰다는 이유만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이 영상을 바로 찾아내지 못했다. 거대 소셜미디어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의 장점은 광범위한 정보망에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신들의 사진 영상을 공유한다. 하지만 현재 소셜미디어는 여러 문제점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많은 이용자가 사라질 것이다. 이용자의 수만큼 자신들의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문제도 크게 생기게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후회하고 고쳐봐야 이미 발생한 부작용은 회복되기 힘들다. 현재 문제들을 인식하고 더 이상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지훈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4이지훈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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