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수도권매립지 공모만이 능사 아니다

인천시, 경기도, 서울시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대체 부지 확보를 위해 추진키로 한 자치단체 대상 공모 방식이 또 다른 주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 3개 시·도는 최근 "실질적인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서는 환경부가 주도하고 경주 방폐장 사례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해 이를 정부에 공동 촉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부지를 내주는 자치단체에 막대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3개 시·도가 꺼내 든 공모제 카드는 시간을 끌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4년 전 지방 도시에 적용했던 '방사능폐기물처리장' 모델을 수도권에 직접 적용한다는 게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일수록 터는 넓은 반면 주민 수는 적다는 문제에 시달려 왔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개발 사업에 목이 말라 있었다. 정부가 제시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먹혀 들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어느 지역이 매립지와 개발 인센티브를 맞바꿀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행정력의 낭비도 심각하게 됐다. 3개 시·도는 2016년 사용 종료해야 하던 수도권매립지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하자 3-1 매립장(103만㎡)을 추가 사용하기로 하고 지난 2017년 9월부터 대체 부지 선정 용역을 공동 진행해 왔다. 이 용역에서는 인천·경기지역 해안가 8곳을 적합지로 선정했다고 알려졌다. 이 용역은 이달 초 준공예정이었으나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과를 비밀에 부치고 용역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공모를 통해 대체매립지를 찾기로 하면서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수도권 매립지 대체 매립지 희망 지역 공모가 진행된다면 인천시와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해안지역으로 좁혀진다. 서울지역에는 매립 부지 자체가 없다. 대상지 결정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간 찬반 투표를 거치게 된다. 찬성률이 높은 곳을 대상지로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씨앗이다. 자치단체 내부 찬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근 자치단체 간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 또한 공모에서 희망 자치단체가 없을 경우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2025년 종료 시한인 현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쓰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게 된다. 이는 쓰레기 매립으로 고통받아 온 인천 시민을 또 한 차례 우롱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패스트트랙 합의 계기로 국회 정상화해야

어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 등 개혁법안의 세부 내용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선거법 개정과 개혁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이 합의됨에 따라 한국당의 반발로 4월 임시국회의 파행은 물론 정국 긴장은 최고조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강행에 자유한국당은 14년 만에 장외투쟁에서 맞서는 등 여야 대치가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은 내년 총선과도 맞물려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한국당은 이미 패스트트랙을 4월 국회뿐만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키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총력 투쟁을 경고한 바 있다. 각 정당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별 대치와 공조가 반복되면서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색되고 있다.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미선 재판관 임명 반대에서는 한 목소리로 여당에 각을 세웠으나 패스트트랙에서는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합의했어도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선거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들도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당내 합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 4당의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각 당의 의총에서도 추인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의 공세 수위가 최고조에 달할지라도 패스트트랙이 현실화되면 여야 4당과 무소속의 의석수로 볼 때 한국당이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를 명분으로 극한적 투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20대 국회도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20대 국회 역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여야 대치를 풀고 민생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여당은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물어 정국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한국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일관할 게 아니라 여당과 다른 야당과 협상하고 타협하는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총선이 민생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한 요식행위가 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영재 칼럼]판문점 회담 1년,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이영재 칼럼]판문점 회담 1년,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4·27 판문점선언후 두차례 이산가족 만남계속 이어졌다면 트럼프 설득 쉬웠을지도실향민들 아픔 달래준 이미자 데뷔 60주년부모님 모시고 콘서트라도 다녀와야 할듯음정도 박자도 가사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맞는 게 없었다. 그래도 이 노래가 그 노래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눈물로 보냅니다' 라는 가사만은 그런대로 또렷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창밖에는 꽃잎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로 저리로 휘날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따라 이제 90인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나는 대한민국 가수 중 이미자를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한다. 조용필과 나훈아가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남자가수고, 그들 역시 이미자에게는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양보할 것이다.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전봇대가 있는 여섯 번째 집에서 일하던 식모는 온종일 이미자 노래만 불렀다. 그 노래가 어린 우리에게도 얼마나 구슬프게 들리던지 하굣길에 그 집 앞에서 담을 타고 넘어오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한참 동안 들었다. 이미자의 목소리에는 고향 생각을, 그곳에 두고 온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지나가다 그녀의 노래를 듣던 다 큰 어른들도 눈물을 훔치곤 했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이 그 집 앞에 모여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일본 놈들이 많은 돈을 주고 이미자의 목소리만 샀대. 죽으면 목 해부해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겠다는 거야. 왜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말이야." 이미자가 들었다면 경을 칠 일이지만, 그때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그만큼 이미자의 목소리는 일본도 부러워할 정도로 최고였다."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 앞에서 어머니는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소리 한번 지르면 저 구석에서 마치 죽은 쥐처럼 말 한마디 못했지. 왜 그렇게 사셨는지. 그런 어머니랑 16살에 헤어졌다. 나오면서 사진 한 장 못 갖고 나왔어. 금방 돌아갈 줄 알았거든. 이 노래가 어머니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노래는 다시 시작됐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 물론 가사도 음정도 박자도 모두 무시됐다. 그래도 노래를 듣는 우리는 단 한 번 본적 없는 할머니의 얼굴을 수없이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패티 김이나 주현미, 아니 요즘 뜬다는 홍자도 이 노래를 이미자만큼 아리게 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뜬금없이 이미자 얘기를 꺼낸 것은 며칠 전 노래 다섯 곡을 새로 배웠다는 실향민 1세대 아버지가 차 안에서 부른 '여자의 일생' 때문이다. 이 노래 말고도 다른 노래도 배웠다는데 그날 아버지는 '여자의 일생'만 부르고 또 불렀다.다음 주면 판문점 회담 1주년이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이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에는 5번 문항에 분명 이런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 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 선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지난해 8월 20일부터 22일, 24일부터 26일까지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만남은 없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회담은 귀가 아프도록 들었지만, 그 이후 서울이건 평양이건 더 이상의 '이산가족 상봉'은 없었다. '여자의 일생'을 듣던 그날 문득, "만일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몇 번 더 추진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키는데도 더 수월했을지 모른다. 그 역시 계속되는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생존한 실향민 1세대도 손에 꼽을 정도다. 억세게 운이 좋은 몇 명은 이미 가족 상봉의 꿈을 이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 확인조차 못 한 채, 이미자 노래를 벗 삼아 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 올해는 이미자가 데뷔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도 이산가족 상봉은 틀렸으니, 부모님을 모시고 이미자 60주년 콘서트만이라도 다녀올 생각이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노트북]경기도 지역화폐 `인싸머니`로 거듭나려면

[노트북]경기도 지역화폐 '인싸머니'로 거듭나려면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경기도 지역화폐를 직접 사용해봤다. 발급부터 충전, 결제까지 과정 하나하나를 기사에 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틀 동안 8곳 중 2곳에서만 결제에 성공했다. 일상에서 쉽게 가던 곳 중 실제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가게는 많지 않았다.그럼에도 기자는 기사가 나간 이후인 주말에도 내내 지역화폐인 '수원페이'를 사용했다. 지역화폐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고, 커피 몇 잔을 사 마시기도 했다.카드단말기에서 영수증이 출력되고 나서야 '아, 이곳에선 지역화폐를 쓸 수 있구나'라고 알 수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장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만원을 충전하니 6%에 해당하는 6천원을 서비스로 받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개인정보를 등록하니 지역화폐 결제 금액에 대해선 소득공제 30%도 받을 수 있었다.이재명 도지사의 말처럼 '몰라서 못 쓰지, 알면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위기에 처한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뿌듯함은 덤일 터.다만 장점과 당위성만으로 소비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경인일보 본사가 소재한 수원의 지역화폐를 발급 신청한 탓에 '수원페이' 실사용기를 지면에 담았지만, 비단 수원페이만의 일일까. 지역화폐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많은 도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는 '인싸머니'로 거듭나려면 소소한 불편함일지라도 최대한 덜어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일례로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도내 시·군 중 일부는 지역화폐와 연동된 모바일 앱을 다르게 쓰고 있다. 수원에서 김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두 지역 모두에서 지역화폐를 쓰고 싶으면 앱 두 개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다. 진통 끝에 탄생한 지역화폐가 제대로 빛을 발하게 하려면 경기도와 시·군이 계속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홍창진 칼럼]유혹

[홍창진 칼럼]유혹

욕심앞에 휩쓸리기 쉬운 세태속내것에 집착하다 파멸초래 일쑤사회냉대 체험 장애아동 부모들사랑 실천없으면 이웃 함께 불행유혹 물리친 사람 주위에 행복줘살다보면 여러 가지 유혹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돈, 권력, 이성의 유혹이 아닐까 합니다. 이 세 가지 유혹에 잘못 빠지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뉴스나 신문에서 종종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배나 자녀들에게 잘못된 유혹에 현혹되면 한순간에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서민들의 각박한 삶에서 유혹을 받는다고 할만한 상황은 별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조직을 배신하고 정보를 넘기면 몇억원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람도 없고, 반대로 돈으로 남을 매수할 일도 없습니다. 직장에서 한 단계 높은 자리로 승진 정도는 할 수 있을지언정, 누군가의 삶을 쥐락펴락할 만큼의 권력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성의 유혹으로 말하자면 물 건너간지 오래입니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내게 누가 다가오겠습니까. 말하자면 유혹을 당할 상황이 원천봉쇄된 것이지요.그러면 이 시대의 서민들은 유혹이라는 현실에서 완전히 해방된 걸까요?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유혹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출세한 사람이나 서민이나 욕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욕심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유혹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 자주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최근에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어머니가 친구 두 명과 함께 딸의 1년 선배를 심각하게 구타했고 그 영상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같은 댄스학원을 다니는 1년 터울 두 여학생은 댄스교습 후 함께 술을 마시고 각자 귀가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돌아온 딸을 본 중2 어머니는 딸을 다그치는 중에 중3 언니와 함께 마셨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아이를 불러내 본인의 친구 두 명과 함께 무자비하게 구타한 것입니다. 거친 폭력에 아이가 항의하자 가해자는 엄마 같은 심정으로 잘 되라고 때렸다고 했고, 아이는 당신은 우리 엄마가 아니지 않느냐며 맞섰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항변에 가해자는 이렇게 퍼부었습니다. "너는 엄마 없잖아. 이 ***야!(욕설)" 아이는 오래전에 부모가 이혼해 엄마 없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욕심은 내 것만이 우선이라는 애착에서 나옵니다. 내 딸만이 귀중하기 때문에 내 딸을 망치는 남의 딸은 처단의 대상이 됩니다. 자기 것에 너무 애착한 나머지 남의 것을 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노후자금을 마련해놓고 그것에 집착해 가난한 친척을 외면하는 일, 동료를 밀어내고라도 내 자리를 지키고 싶어 내 공만 앞세우는 것 등 양심의 문을 닫게 하는 수많은 갈등 상황이 바로 이 시대의 유혹입니다.15년째 장애어린이 합창단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어린이의 부모들도 오랫동안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자기 아이를 보살피기만도 벅찬 상황에서 다른 분들의 아이들까지 서로 걱정하며 보살펴줍니다. 뿐만 아니라 비장애가정인 친척들의 살림도 걱정해 줍니다. 누가 보더라도 부족한 형편인데도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항상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분들이라고 왜 유혹이 없겠습니까? 이분들도 자기 것은 하나라도 더 지키고 싶고, 남과 나누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자녀의 장애에 대한 이 사회의 냉대를 체험하면서, 사랑하지 않으면 나도 이웃도 함께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유혹은 달콤하여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되돌리기 어려운 고통을 초래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유혹을 거부하고 사랑을 선택하면 그 결과는 오히려 더 달콤합니다. 하나를 지키려는 상황도 알겠고, 이 시대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나 나눔의 문 하나 정도는 열어 놓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유혹은 욕심을 자극해 사랑을 마비시킵니다. 사랑의 마비가 감정조절 장애입니다.이런 사람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그러나 자기만을 사랑하려는 유혹을 물리친 사람은 따뜻한 표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스스로도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참성단]김대중 - 김홍일 부자

[참성단]김대중 - 김홍일 부자

아들에게 아버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로 엮인 숙명적 관계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3대의 부친살해를 통해 창세의 혼돈을 정리하고 신들의 세계를 정립한다. 오이디푸스는 부친을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뒤 결국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세상과 절연한다. 피를 나눈 부자지간의 비극은 신들이 설계한 운명의 올가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다.혈연을 중시하는 동양문화에서도 아버지의 업과 운명은 자식에게 미친다. 정치분야는 특히 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버지 시중쉰이 문화대혁명으로 숙청당하자 15살 나이에 산시성 촌구석으로 하방당해 토굴 속에서 7년을 보내야 했다.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은 과거시험에서 조부 김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해 급제했으나, 뒤늦게 조부임을 알고 평생을 방랑했다. 비정한 정치판에서 부자의 운명은 연좌를 피하기 어렵다.지난 20일 작고한 김홍일 전 의원이 부친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길을 함께 한 것도 숙명이었을 것이다. 군부독재의 박해에 시달리는 부친을 두고 다른 길을 모색한다? 언감생심이었을 터이다. 신군부는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두 부자를 함께 감옥에 가두었다. 아들은 투옥 전에 모진 고문을 당했다.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었다. 휠체어 없이 거동을 못했고 언어장애도 심했다.아버지 김대중은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뼛속까지 아팠다"는 심경을 자서전에 남겼다. 박지원 의원의 전언대로면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니, 그 정경이 참담하다. 아들이 인사청탁 수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도 아버지는 "홍일이가 유죄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현금 3천만원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니, 아들에 대한 부채의식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김 전 의원은 오늘 발인을 마치고 광주 5·18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조문객의 바람대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부자의 정담을 마음껏 나누기 기원한다. 엄혹했던 역사에 휘말린 정치적 동지로서가 아니라 그저 아버지와 아들로 환하게 만나기를…. /윤인수 논설위원

더보기
나도기자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