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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한미협상 타결로 혈맹관계 복원해야

한·미 이견으로 진통을 겪은 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잠정 타결돼 양국 수뇌부의 최종 재가를 남겨뒀다고 한다. 인상 폭은 10% 이상 수준으로 지난해 8.2%보다 높았지만 처음 미국이 요구한 금액보다 크게 낮아지게 됐다. 기존 1년이었던 유효기간도 5년까지 늘어나 안정적인 협상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군사 준비태세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고 양국 간 균열조짐이 봉합돼 동맹관계가 원상회복되게 됐다. 지난 1일 시작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집단 무급휴가도 조만간 끝나 작업현장으로 복귀할 전망이다.협상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의중에 따라 미국 정부가 무리한 금액 인상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 측은 협상 초기 지난해의 5배 수준인 50억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타결된 협상에서 8.2%가 인상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하에 미국은 처음 입장을 바꾸지 않아 한국에서는 물론 자국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에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무급휴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비난을 받았다.협상과정에서 미국은 철저하게 실리를 챙기겠다는 이기적 태도를 보여 굳건한 상호 동맹관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한국의 부담금이 낮은 수준이 아닌데도 최고 5배까지 한꺼번에 올려달라는 일방적 요구는 억지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무급휴직 예고는 생존권을 볼모로 한 협박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피로 맺어진 양국 관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삐걱거리고 어긋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실감케 했다. 협상이 늦어지자 일각에서 미군철수와 핵무기 무장까지 거론되는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미국의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그렇더라도 협상 타결은 다행한 일이다. 양국 모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혈맹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 코로나 사태 확산을 막아내는 등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양국 동맹관계가 매우 허약해진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기 바란다. 두 나라 사이에 금이 가는 파열음은 자칫 북한의 오판과 치명적 실수를 부를 수 있다. 방위비 협상 타결이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설]확진자 1만 명대, 완치자 집계도 보자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오늘 1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9천976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유입자를 중심으로 하루 100명 안팎의 확진자가 꾸준히 쏟아지는 점 등으로 미뤄 3일에는 확진자수 1만명대 진입이 확실시된다. 국내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4일만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해서 과도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완치자 수를 보며 용기를 얻을 필요가 있다. 2일 0시 기준으로 완치자는 5천828명이다. 전날 집계 보다 261명이 늘어 같은 기간 신규 확진자(89명)의 3배에 육박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93세 여성이 완치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도에 따르면 치매를 앓고 있던 이 환자는 지난달 8일 경북 안동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현지에서 입원 치료에 들어갔다. 그러나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 치매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은 데다 현지에는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마저 부족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지난달 9일 국가지정병상이 있는 가천대 길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음압병동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소포화도 저하, 높은 발열로 인한 호흡곤란, 저산소증, 요로감염증까지 겹치면서 치료과정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 환자를 살린 것은 의료진의 헌신이었다. 의료진은 이 환자를 음압병동 중환자실에서 24시간 집중치료했고, 이에 힘입어 환자의 상태가 차츰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 환자는 두 차례의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아 지난달 31일 퇴원했다. 이 환자의 사례는 인천지역 코로나19 환자 중 최고령자의 완치사례로 기록됐다. 며칠 앞서 이 병원에서는 만성신부전으로 25년간 신장투석을 받다가 코로나19 에 걸려 중증 폐렴 증상을 보이던 50대 남성이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기저질환을 가진 중증환자도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들이다.오늘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할 확진자 수는 코로나19의 국내 유입 이후 가장 우울한 집계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완치자 그래프에도 눈길을 돌려본다면 적지 않은 힘을 얻으리라 확신한다.

[기고]뒤늦은 개학을 맞이하며

[기고]뒤늦은 개학을 맞이하며

그동안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다. 여전히 코로나19의 확산이 잦아지지 않고,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개학을 결심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교육부 차원에서도 많은 고민 끝에 온라인 개학을 병행한다는 입장까지 나온 상황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현실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돼야 함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학습 결손을 줄이고,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학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은 낯설지만 온라인 학습을 통해 학습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학사 일정과 평가 계획 등 학교의 제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와 함께 학교 위생 관리를 위한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다.일부 몰지각한 교육수장의 비난에도 상관없이 '교육'을 위해 성심을 다하고 있다. 뒤늦은 개학이니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학사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의 모든 주체는 철저한 점검과 준비를 다시 한 번 점검해 주기를 당부한다.우선 학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주문을 하고 있다. 아침 등교 시 발열체크, 의심환자 발생 시 조치 요령 등 이전의 감염병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지침을 내린 상황이다.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만들었음에도 현장의 어려움을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조치인 만큼 지침의 정확한 숙지가 필요하다.여전히 코로나19의 위험이 큰 만큼 개인의 위생 관리가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디바이스 대여, 시스템 지원 등에 대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지금도 노고가 많지만 선생님들도 더 힘을 내야 한다. 3월 첫주에 준하는 마음으로 개학을 맞이하고 아이들에 대한 빠른 파악과 따뜻한 지도가 필요하다. 휴업이 길어짐에 따라 느슨해진 학업 습관과 태도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미리 다가온 온라인 교육 환경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이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미래 교육 역량으로 생각하고 준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함을 잊지 말고 개인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 주길 당부한다.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빠른 신학기 적응을 위해 생활 습관을 바로 잡아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긴 휴업기간 동안 가정에서 학부모님들이 느꼈을 피로도 또한 클 것이다.건강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함께 지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발열이나 기침 등 이상 징후가 있으면 등교시키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온라인 학습이 가정에서 이뤄지는 동안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응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끝으로 우리 학생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졸업과 종업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입학과 개학도 하지 못해 가장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휴업의 연장과 대책 확보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각자 자신의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 개학 후에도 기본 수칙을 잘 지키며 마음을 다잡고 학교생활에 임해주길 바란다.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학교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진행형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 어떤 속단도 위험하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개학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다시 한 번 기원하며,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이대형 인천교총회장이대형 인천교총회장

[참성단]주식 대박의 꿈

[참성단]주식 대박의 꿈

네덜란드 튤립 투기, 프랑스 미시시피 회사와 영국의 남해회사 투기 투자를 초기 자본주의 3대 버블로 꼽는다. 근대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은 1720년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가 되팔아 7천 파운드를 벌었다. 하지만 그가 주식을 매도한 후에도 주가는 더 올랐다. 땅을 치고 후회한 뉴턴은 재빨리 다시 사들였지만, 불행히도 그때가 상투였다. 결국, 2만 파운드를 잃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이 미적분법을 창시한 이 수학의 천재에게 주가의 방향을 묻자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주식투자에서 대박을 노렸다가 쪽박을 찬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상대성원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상 상금 2만8천 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공황이 불어닥치면서 원금을 거의 까먹었다.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도 재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날렸다. 그래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트웨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10월은 주식투자에 특히 위험한 달이다. 그다음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주식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집중 매수해 '동학 개미운동' 바람을 일으킨 우리나라 개인 투자가들의 매매 패턴이 바뀌고 있어 이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우량주들이 주춤한 사이 바이오 주, 원유선물 등이 급등하자 이를 추격 매수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식 매수 대기자금은 44조원에 이른다. 정석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동학 개미운동'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주가의 흐름은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주식투자의 적정 기대수익률을 '금리+α'나 '채권 수익률의 2배'로 본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연 4∼5%가량이면 무난한 수준이다. 문제는 100억원 이상의 슈퍼 투자가의 기대 수익률이 연 5%인데 반해 개미투자가의 기대 수익률은 100%라는 데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주식은 하나의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아 단기간에 주식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집착은 금물이다. 과욕은 늘 화를 부른다. /이영재 주필

[풍경이 있는 에세이]고달사지의 봄

[풍경이 있는 에세이]고달사지의 봄

통일신라 경덕왕시절 창건한 사찰폐사지 입구 늙은 느티나무 신고식석조 지나 상부의 원종대사탑 웅장노란산수유 계곡옆 거니시는 스님내가 꿈꾸던 '한폭의 그림' 펼쳐져내 기억에 저장된 여주 신륵사는 메타세쿼이아가 붉게 물드는 늦가을 타종소리가 강을 건너는 오후 6시쯤 강 맞은편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오늘 나의 목적지는 멀찍이서 신륵사를 볼 수 있는 강천이다.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 기지개를 펴보겠다고 봄 강물 따라 강천으로 향했다. 강가에는 버들가지가 다투어 피고 저 멀리 연노랑 물감 번지듯 퍼지는 산수유 꽃이 행자를 유혹하기 바쁘다. 눈앞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은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김포 월곶 보구곶리에서 서해에 합류하는 강으로 강원 오지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 모인 것이니 해빙기가 되면서 강의 유속이 빨라지는 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강에만 오면 부질없는 장난을 한다. 납작한 돌멩이를 찾아 물수제비를 떠보는 것이다. 더러는 성공한 것도 있지만, 대개는 얼마 못 가 강 속으로 몸을 숨기는 돌, 강은 바닥에 내려앉은 돌을 자기 몸처럼 안아주기 위해 얼마의 품을 허락했을까.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강천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시간은 오후로 건너뛴다.이번엔 강천에서 멀지 않는 고달사지로 향한다. 지난 가을에 다녀왔지만 새봄의 고달사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직 잔디가 온전히 초록을 띠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피어있는 노란 산수유 꽃 덕분인지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고달사지, 언제 가도 한적해서 걷기 좋은 길로 이만한 곳도 없을 듯하다.여주시 북내면 혜목산 동쪽에 자리 잡은 고달사는 일명 고달원(高達院)이라고도 하며 통일신라시대 764년(경덕왕 23)에 창건한 사찰로 알려지고 있다. 근처 다른 폐사지와 비교하면 터가 넓어 예전 사찰의 규모를 가늠해보는 건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트이게 한다. 차에서 내리면 폐사지 입구 400살 나이를 가진 늙은 느티나무에게 신고식을 마치고 낮은 스펜스 안으로 들어서면 지정된 관람로를 따라 걷는 건 지극히 정석이다. 사찰이 번성했을 당시 수조로 쓰였을 석조 구조물은 단아한 지붕을 이고 있어 그것이 중요 유적임을 말해주고 있다.석조의 용도는 사찰에 큰 행사가 있을 때 곡물을 씻기도 하지만 평소엔 물을 담아두거나 사찰 중심 공간에 두고 부처님 전에 나갈 때 몸을 깨끗이 씻고 가라는 의미도 있다. 지붕이 있는 두 개의 석조를 지나 가운데 상부에 자리 잡은 원종대사탑은 스케일이 웅장하고 위쪽 부서진 모서리 부분을 제외하면 비교적 형태는 양호하다. 탑신부에는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고 아래 석탑에 새긴 조각은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거북이와 용이 꿈틀거리며 노니는 형상이다. 넓은 폐사지에는 부도, 석불대좌, 석불좌, 승탑, 쌍사자 석등 총 7종의 보물이 있으며 중앙 위쪽에 자리 잡은 원종대사탑을 지나면 폐사지 고달사와 무관한 고달사란 절이 기다린다.그 고달사를 왼편에 끼고 산 쪽으로 올라가면 평평한 터에 최근에 세운 듯한 2기의 석불을 만날 수 있다. 이 석불에서 오른쪽 숲길로 꺾어들면 오래 전 불심이 가득한 석공들의 섬세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단아한 석등이 반긴다. 거기까지 갔다면 등이 있는 자리에서 아래 너른 폐사지를 내려다보는 여유는 누구라도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홀로 석등 주변을 서성대다 폐사지로 내려오니 노란 산수유가 망울을 트기 시작한 맞은편 계곡 옆으로 스님 한 분이 봄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거니신다. 내가 꿈꾸던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와 폐사지에 핀 노란 산수유꽃이 지난해 결실인 붉은 열매를 그대로 안고 있는 걸 보고 '고달사지의 봄'이란 시를 썼던가 아니었던가.꽃의 사리, 열매의 사리,저 고운 것이 하늘에서 떨어졌겠느냐.아니면 누가 몰래 매달기라도 했겠느냐.꽃이 부르니 열매가 왔겠지.열매가 부르니 꽃도 좋아서 같이 살자 했겠지.-시(詩) '고달사지의 봄' 중에서/김인자 시인·여행가김인자 시인·여행가

[춘추칼럼]사랑의 거리

[춘추칼럼]사랑의 거리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 배려·존중 필수미투운동후 사람들 관계 더 조심스런 세상코로나19 확산에 '사회적 거리' 까지 등장이 모든 간격들이 생명을 살리는 해법되길예전, 젊어서 고향에 살 때의 기억이다. 금강 하구 철새도래지로 가끔 청둥오리 사냥을 가는 젊은 축들이 있었다. 그들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백조에 대한 것이다. 백조는 우리 말로는 고니라고 불리는 몸집이 크고 털 빛깔이 새하얀 새이다.녀석들은 갈대숲이나 습지에 무리 지어 앉아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어김없이 사람이 다가간 거리만큼 뒤로 물러난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다. 말하자면 생명의 거리인 셈이다. 동물치고는 참 영리하고 똑똑한 녀석들이라 하겠다.인간 세상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 해도 너무 거리가 가까우면 진력이 나고 싫증이 나게 되어 있다. 좋은 사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친구나 이웃이나 직장 동료 사이도 그렇고 심지어 애인 사이도 그렇다. 가까운 사이 좋은 사이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세심한 조심이 필요하다. 그것은 한집에 사는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상호 존중할 것은 존중하고 삼갈 것은 삼가고 눈감거나 비켜 갈 것은 또 그래야 한다. 그러기에 옛날 어른들도 부부유별이라 했다.부부 사이는 구별이 안 되는 밀접한 인간관계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것은 매우 평범하고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교훈이라 하겠다. 오랫동안 사람들과 사귀면서 내가 지키고 있는 원칙 같은 것이 있다.누구하고든 거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특히 좋은 사람, 내가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런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지만 지나칠 정도로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도 모조리 하지는 않고 조금은 아껴 둔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가 미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연유로 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나빠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오래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좋은 느낌으로 그 자리에 그냥 멈추어 설 수 있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좋은 관계로의 새로운 복원이 가능하다.이것을 나는 사랑의 거리라고 말하고 싶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말은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사랑은 둘이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아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좋은 관계로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를 말해주는 것도 같다.미투 운동이 일어난 이후로 사람들 관계가 많이 소원해진 경향이다. 언어폭력이든지 성추행이란 말까지 나돌아 특히 남녀 사이가 많이 경직되어 있다.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이 얼마나 따스한 말이고 좋은 말인가. 그러나 그런 말조차도 조심스러운 세상이다.그야말로 이것은 마음의 거리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사랑의 거리가 아니고 강제로 만들어진 마음의 거리다. 왜 우리가 이 좋은 세상을 살면서 서로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살게 되었는가. 많이 서글픈 마음이다.최근엔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사회적 거리란 것이 다시 생겨났다. 일상의 평범한 삶은 멈추고 갑자기 이상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삶과 살아보지 않은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신종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거리를 두어야 하고 신체적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방책이다. 우리 풀꽃문학관만 해도 계속 휴관 중이다. 뜨문뜨문 관광객들이 오고 아는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갑지가 않다.멀리서 바라보며 인사하고 좋은 시절이 오면 다시 오시라 인사를 보낸다. 물론 악수도 하지 않고 사진도 같이 찍지 않고 책을 들고 와 사인을 해달라고 해도 다음에 하자고 미룬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참 많이 소원해진 느낌이다.어쨌든 다 좋다. 고니들에게는 생명의 거리, 나에게는 사랑의 거리, 미투 사태에는 마음의 거리, 코로나19에는 사회적 거리, 모든 거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음의 단절이 있을 수 있고 소통의 부재가 있을 수 있겠다.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 모든 '거리'들이 사람을 살리는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쯤 섭섭함과 공허함과 불편함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넘어서 생명의 거리, 소생의 거리, 끝내는 사랑의 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나태주 시인나태주 시인

[오늘의 창]소량의 마스크보내기, 한국의 인식 바꾼다

[오늘의 창]소량의 마스크보내기, 한국의 인식 바꾼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일본 편의점을 찍은 사진을 봤다. 다양한 물품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휴지와 물티슈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우리나라도 1~2주 전만 해도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않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마스크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뉴스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접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외국인들은 한국인 지인에게 마스크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외국 지인의 부탁을 받은 이들은 소량이라도 보내주고 싶어 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것은 개인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뿐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지인에게 마스크를 보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해외에 체류하는 가족에게 보내는 것만 제외하고 마스크 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매 안팎의 마스크를 외국으로 보내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이 인도적 목적으로 소량 보내는 것은 국내 마스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그로 인해 얻는 효과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작은 정책 변화가 '부러움'을 '고마움'으로 바꿀 수 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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