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스타트 UP'을 가다·9]원터치 안전삼각대 '풀리(PULLi)' 개발한 (주)브링유

신선미
신선미 기자 ssunmi@kyeongin.com
입력 2016-10-17 22:49

목숨걸고 설치하던 안전 삼각대 '7초면 끝'

2016101801001108500054731

김원석 대표, 타지서 2차 사고 세 차례나 당해 위험성 실감
9번의 사업 실패 딛고 '삼각대 대체 제품 개발' 확고한 의지
안전 혁신제품 '풀리'로 해외까지 공략… 특허만 12개 보유
경기중기청 도움받아 대체품 인정받을 수 있게 '규제 개혁'


2016101801001108500054734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고속도로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35명에 달한다. 사고 100건 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사율은 52.2로 2차 사고 2건 중 1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 사고 치사율인 9.4의 무려 5배에 달하는 수치다.

2014년 453건이었던 2차 사고는 1년 만에 585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에서도 2차 사고가 매년 3만7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많은 통계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2차 사고의 끔찍함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2차 사고란 고장 또는 사고로 차량이 멈춰있는 상태에서 뒤따르는 차량과의 충돌로 발생하는 사고를 의미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현행 도로교통법은 사고 차량의 주간 100m, 야간 200m 이상 뒤쪽 지점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야간에는 불꽃신호기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비현실적인 규정이라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주)브링유9
김원석 (주)브링유 대표가 기존의 안전삼각대를 대체할 원터치 안전삼각대 '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주)브링유 김원석(38) 대표 역시 2차 사고의 피해자였다.

지난 2011년 말레이시아에서 2번의 2차 사고와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또 한 번의 2차 사고를 겪은 김 대표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와중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중 2013년 한국에서 매형까지 2차 사고를 당하자 안전삼각대를 대체할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확고한 의지로 뒤바뀌게 됐다.

사업에 대해 가족들의 공감까지 얻고 나니 일은 착착 진행됐다. 그간 9번의 사업이 모두 실패했지만 이번 만큼은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014년부터 1년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그는 이후 경기지방중소기업청 3D 프린터 특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에 입주하는 기회를 얻었다.

2016101801001108500054733
1.풀리는 야간에도 뛰어난 시각 인지효과를 자랑한다.2. 브라켓의 벨크로를 활용해 보관하는 '벨크로 부착형'.3. 브라켓 6개의 네오디움 자석을 활용해 보관하는 '자석 부착형'
1년간 3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들고, 보완하고, 만들고, 보완하며 15개의 시제품을 제작했고 이는 김 대표의 초기 비용을 대폭 줄여주는데 큰 몫을 했다.

그는 "3D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에다 재료비와 설계비 등도 지원받았고, 경기중기청과 협약을 맺은 계원예술대학교로부터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브링유의 원터치 안전삼각대 '풀리'는 기존의 안전삼각대를 대체할 뛰어난 제품으로 탄생했다.

네모난 상자 안에 3단 우산 형태의 삼각대가 들어있어, 상자 뚜껑을 열고 우산을 펼치면 기존 삼각대보다도 큰 안전 삼각대가 7초 만에 금세 장착된다. 상자에는 강력 자석이 달려 있어 차 외부나 트렁크 등에 펼친 풀리를 부착만 하면 된다.

우산 표면에는 빛 반사력이 뛰어난 나노 크기의 유리알갱이(글라스비드)를 입혀 뒤따르는 차량의 불빛에 의해 풀리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간단한 원리임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접수하며 관련 특허를 12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안전삼각대 외 대체품은 인정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람 살리자고 만든 제품인데 왜 안될까' 답답해하며 관련 규정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다.

결국 지난 8월 말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7차 규제개혁 현장점검 회의'에서 기존 안전삼각대 외에 풀리도 인정돼 오는 12월 개정된 시행규칙이 시행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경기중기청으로부터 물질적인 것보다도 정신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1인 창업자가 규제개혁 담당자를 만나 관련 규제가 개선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경기중기청에서 오히려 나를 기다렸다는 듯 적극적으로 자리를 마련해주고 해결 방안도 찾아준 덕분에 풀리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