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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마스크와 실랑이… 뿔난시민 "미세먼지 손놨나"

권준우 권준우 기자 발행일 2017-03-31 제22면

정부·지자체 대기오염 무대책 커가는 원성

연일 '위험 수치' 기록 불구
측정소조차 부족 실효 논란
주민 스스로 정보공유·대처


주부 최모(32·여·수원시)씨는 6살 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때마다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일 위험 수치를 가리키는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의 잦은 재채기에도 걱정부터 앞서기 때문. 답답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마스크를 씌우려 실랑이를 하다 보면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최씨는 "약국에서 3천~4천원 하는 마스크값이 부담이지만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면 안 살 수도 없다"며 "우리의 잘못도 아닌 환경피해를 왜 개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직장인 권모(30)씨는 차를 탈 때마다 실내에 먼지가 자욱한 느낌이 들어 3개월 전에 바꾼 차량용 공기필터를 다시 바꿨다.



권씨는 "짧아도 6개월 이상은 쓰는 공기필터를 새 걸로 바꿔도 문을 여닫을 때마다 목 안에서 느껴지는 칼칼함을 지울 수 없다"며 "하다못해 차량용 공기청정기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답답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나 지자체는 실질적 대책 없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대비하는 실정이다.

30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경기도 내 미세먼지(PM10) 최고수치는 237㎍/㎥로, 최고 값이 가장 낮은 광주광역시(81㎍/㎥)의 2배를 넘는 전국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PM2.5) 최고수치 역시 16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각각 150㎍/㎥와 90㎍/㎥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을 상회하는 수치로, 이달들어 20일 현재 도내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만 벌써 16회에 이른다.

그러나 도는 시민 피해를 줄이는 실질적 정책은커녕 측정시스템 구축에도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3월 27일자 22면 보도). 현재 도내 대기오염 측정소는 총 80곳으로, 31개 시군에 1~7개씩 나뉘어 있다.

그러나 초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고, 동·읍 단위로 보면 미세먼지 측정이 아예 불가능한 지역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초미세먼지 측정장비의 경우 지난해부터 도입을 시작해 올해 안에는 도내 모든 시·군을 다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환경부 예산으로 미세먼지 성분분석 장비 도입을 준비 중이고, 이를 통해 정확한 미세먼지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보다 정확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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