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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어떤 권력구조이어야 하나

최창렬 발행일 2018-05-02 제23면

개헌 주제, 실질적 다당제 효과 나타내야
어떠한 정부 형태이든 집권세력 내부
견제·감시시스템 없으면 오만해지기 마련
여야 개헌안에 이를 담보할 장치 안 보여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권력구조의 변경이 핵심인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의 동시 실시는 무산됐다. 그러나 '87체제'의 변경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의 분산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강화는 물론 지방분권의 확대 등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은 6월 개헌안 합의, 가을 개헌이라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정치권 행태로 미루어볼 때 무망한 말이다.

일단 권력구조에서 여야의 개헌안이 충돌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는 야당이 내놓은 국회 선출 총리와 직선 대통령이 권력을 분점하는 사실상의 이원집정부제의 권력구조와 상호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어떠한 권력구조가 돼도 각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개별국가의 정치적·문화적 배경, 특히 헌정사적 특수성에 따라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어느 제도의 우위를 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내각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정부형태의 선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불편한 동거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대통령 권한 집중이라는 근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4년 대통령 연임제에는 이러한 문제를 지양하고자 하는 고민의 흔적이 배어있지 않다. 야당이 제안한 정부형태도 대통령과 총리의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의 충돌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정 교착의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실적으로 개헌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연내 개헌이 가능할지 여부를 떠나 개헌의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갈등이 정치 내부로 적절하게 수렴될 때 지속가능한 정치체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대표성과 참여, 책임성인 이유이다. 시민사회 내에서의 상충하는 갈등의 수렴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정당체제는 물론 어떠한 권력구조도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의 권력분산이 필요한 이유도 권력집중이 가져오는 부패와 독선이 시민의 삶의 문제를 정치권에 반영하는 데에 결정적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하에서 제도권이 중요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하지 못함으로써 한국정치는 이중적인 갈등구조를 내포한다.

즉 시민의 삶의 문제가 치열하게 제도권내에서 토론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정치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권력구조의 변경 여부 못지않게 실질적인 다당제의 효과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개헌의 주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란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지금의 정당체제는 집권당과 제1야당, 두 거대정당의 독점에 입각한 정당 카르텔 구조와 친화적이다. 여야 3당과 교섭단체가 있지만 다당제의 협력과 타협의 원리에 기반하는 정당구도가 아니다. 이는 압도적 여야 두 정당의 존재로 여타 정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정치적 공간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에 입각한 정치공학만이 정치엘리트들의 행동준칙이 되고 있는 구도에서 시민사회의 균열이 제도권 내로 투입됨으로써 삶의 수준이 나아지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집권세력 내부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의 도입이다. 어떠한 정부형태가 돼도 권력내부의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권력은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여야의 개헌안에 이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적대적 갈등과 공존이 교차하는 지금의 정당체제에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각 정당이 고집하는 권력구조에서 한 발 물러나 무엇이 시민의 삶에 친화적인 권력구조인가를 고민한다면 연내 개헌도 의외로 가능할 수 있다. 지나친 정치적 상상일지 모르겠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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