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김명수 대법원장 '재판거래'의혹 직접 풀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8-06-14 제23면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 방향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장고가 거듭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고발 대신 징계로 종결하자는 의견과 형사고발을 통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법원 내부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거래' 사건은 사법부의 판결을, 사법부 사업 추진을 위한 흥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의혹사건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보수적 국정철학에 판결을 짜맞추려 한 사건이다. 대법원 행정처에서 작성한 '현안관련 말씀자료'에 의하면 사법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가관과 관련된 사건을 보수 코드에 맞춰 유형별 사례를 들어 적시한 바 있다. 대법원이 2013~2015년간 과거사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기간과 범위를 축소하는 판결을 내놓은 것, 박정희정권 당시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에 대해 국가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재판개입사건과 법관 동향파악 사건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시킨 사건이다. 만약 정권의 입맛에 따라 판결이 이뤄졌다면 국가의 기강을 뒤흔든 범죄행위가 되며, 헌법수호기관인 사법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재판개입 사건이 시도된 배경과 과정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는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사법행정권남용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정작 핵심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조사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의 문제는 법원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원칙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허한 명분론에 불과하다. 현재 대법관들 사이에서는 사법부 내에서 발생한 일을 사법부가 매듭짓지 못한 채 검찰 수사에 맡기면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 위기는 사법부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재판거래'의혹은 사안의 특성상 사법부의 자체적인 조사 활동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해 형사 절차를 포함한 성역없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전국 대표판사들의 의견이 옳다. 검찰 수사 없이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도 어렵고, 설득력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