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풍경이 있는 에세이]여름 친구 삼총사

정지은 발행일 2018-06-1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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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빙수·아이스 음료…
금색맛과 파란색맛 번갈아 맛보는
오랜만에 먹은 추억의 아이스크림
이참에 쌍쌍바도 도전 분리 성공땐
월드컵 한국팀의 괜찮은 성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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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문화평론가·인천문화재단 과장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빙수야 팥빙수야~ 녹지 마 녹지 마" 윤종신의 노래 '팥빙수'다. 팥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한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는 들을 때마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라디오에서 팥빙수 노래가 자주 흘러나오는 걸 보니 여름이 왔음을 실감한다. 직장 주변은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은 아니지만 '여름 메뉴 삼총사'인 아이스크림, 빙수, 아이스 음료를 즐기기엔 꽤 좋은 환경이다.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팥빙수의 명소가 지척이고,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 체인과 700원짜리 콘을 파는 패스트푸드 체인에 아이스크림 세일을 자주 하는 동네 마트도 있다. 차이나타운으로 가면 짜장맛이 나지 않는 짜장 빙수와 구수한 한국말은 덤인 '쫀득쫀득' 터키 아이스크림까지 맛볼 수 있다. 주인장의 개성이 넘치는 카페들도 많아서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부터 아.쏙.바.(아이스크림 쏙 바닐라라떼), 아포카토까지 차가운 음료의 선택 폭도 넓다. 더운 여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데에 적당히 달고 시원한 음료만 한 해결사가 또 있을까?

회사 근처에서는 물론이고 전국 어디에서나 편하고 당연하게 차가운 각종 먹을거리들을 접하다가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처럼 얼음이 흔한 나라가 꽤 드물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집집마다 얼음 정수기가 있고 산 정상에서조차 꽁꽁 얼린 생수를 쉽게 살 수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나라에서 얼음은 결코 흔한 아이템이 아니다. 당장 유럽에는 한국에서 그렇게 흔한 '아.아.'가 메뉴에도 없는 곳이 태반이다. 맥도날드에서조차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음료를 시킬 때 "아이스를 달라"고 부탁하면 대체 그걸 왜 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어보는 종업원을 만나게 되고, 마지못해 내온 컵에 담긴 얼음은 뜨거운 커피에 넣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얼음 친화적'인 나라 한국이지만,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면 빙수와 아이스크림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동남아도 아니면서 사시사철 '빙수'를 주력 메뉴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점포가 500여 개에 육박하는 나라다. 그뿐인가? 골라 먹는 재미를 표방하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점포는 1천200여 개에 달한다. 31개의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처음 갔던 날, 용돈을 아껴 처음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은 1천700원이었다. 아이스크림치고는 너무 비쌌지만, 그만큼 맛있어서 한 스푼을 먹을 때마다 최대한 오래 아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 그 아이스크림은 이제 3천500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이제는 아이스크림 한 개 사 먹는데 큰 결심을 할 필요도 없고, 굳이 아껴먹지 않아도 되지만 먹을 때마다 어렸을 때 그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 먹기 위해 돈을 모으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한 번이라도 먹어봤던 아이스크림 외에는 통 손이 가질 않으니 입맛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어르신들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래서일까? 요즘 장수 아이스크림이 우유·젤리·사탕 등으로 바뀌어 나오거나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복고풍' 아이스크림의 인기가 대단하다니 사람들의 취향은 어쩌면 꽤 비슷한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온 추억의 아이스크림 '엑설런트'를 오랜만에 먹어봤다. 두 가지 맛을 따로따로 사지 않고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버전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아이스크림의 포인트는 금색맛(프렌치 바나나)과 파란색맛(오리지널 바나나)의 포장지를 벗겨내고 다른 맛을 하나씩 번갈아 가며 맛보는 데에 있다. 기왕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한 김에 오늘 밤에는 쌍쌍바에 도전해볼 참이다. 힘 조절을 잘 해서 쌍쌍바를 깔끔하게 두 개로 분리해내는 순간의 희열은 어른이 되어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니까. 쌍쌍바 분리에 성공하면, 오늘 개막하는 월드컵에서 한국팀 성적이 괜찮을 거라는 미신 같은 기대도 살짝 품어본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등 올해 여름은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예보다. 생각만 해도 시원한 '여름 나기 삼총사'와 함께 다가오는 여름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정지은 문화평론가·인천문화재단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