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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택항 붉은불개미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발행일 2018-06-2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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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1천여마리가 발견돼 소동을 일으켰던 붉은불개미가 지난 18일 평택항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현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부산항 붉은불개미 발견 직후 전국의 내륙컨테이너기지를 수색했지만 종적이 묘연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3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붉은불개미 군단의 상륙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2월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산 고무나무 묘목에서 1마리, 5월 부산항 수입 건조대나무 컨테이너에서 2마리 등 군단의 척후병들이 출몰하더니 급기야 평택에서 7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소동의 이유는 붉은불개미의 악명 때문이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엉덩이의 독침으로 솔레놉신이라는 독성물질을 주입한다. 독침에 쏘이면 솔레놉신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사망할 수도 있어 '살인개미'로 불린다. 북미에서만 한해 8만명 이상이 독침에 쏘여 100여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도시의 건축물에 집을 지어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붉은불개미로 인한 미국의 경제손실 추산액이 60억 달러에 이른다니 만만히 볼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무자비한 공격성으로 상륙지의 토종 개미를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는데 있다. 식용자원으로 도입했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이 토종 생물을 말살해 하천 생태계가 초토화된 실정을 상기하면 심각한 일이다. 붉은불개미는 불청객을 넘어 침략군에 가깝다.

우리 문화에서 개미는 근면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대붕의 꿈을 꾸되 개미처럼 살라는 붕몽의생(鵬夢蟻生)은 큰 꿈을 이루려면 하루하루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경구다.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와 같이 미약한 업(業)의 누적이 이루어내는 커다란 업적을 개미의 노고에 빗댄 속담도 많다. 반면에 주식시장의 개미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보상을 누리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로 치부되기도 하니, 이 땅의 개미는 이 땅의 보통사람을 닮았다.



그런데 붉은불개미가 토종개미를 몰아내면, 서민을 위로할 개미의 우화는 사라지고 살인개미의 공포만 남을테니 인문자산의 상실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나마 붉은불개미는 다른 개미 보다는 박멸이 쉽다고 하니 다행이다. 방역당국의 선전을 기원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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