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국 축구, 세계 1위 독일 격침… 손흥민·조현우·김영권, 눈물 씻어낸 '드라마' 주인공

강승호 입력 2018-06-28 12:36:14

통쾌한 쐐기골, 눈부신 선방쇼, 육탄방어·선제골 빛났다

2018062801002179300108704.jpg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자 동료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짜릿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비록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 세계의 예상을 뒤집고 독일에 통쾌한 승리를 거둬냄으로써 한국 축구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독일전 승리는 앞선 두 경기 결과를 놓고 쏟아진 '졸전 축구'라는 비난과 비웃음 속에서 거둬낸 극적인 반전이란 점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 같은 반전 드라마를 쓴 태극 전사들은 비난과 비웃음을 한꺼번에 격파하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2018062801002179300108702.jpg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전 드라마의 특급 주연 중 한 명은 역시 '에이스'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독일전에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다독이며 결연하게 그라운드에 섰다.

앞선 멕시코전에서 패한 후 라커룸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앞에서 끝내 눈물을 쏟고 만 손흥민이었기데 이번 독일전에 나서는 각오가 남달랐다. 눈물을 씻어내고 태극전사의 자존심을 회복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나선 독일전이었다.

4.jpg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손흥민은 뛰고 또 뛰었다. 마지막 경기종료 직전, 마치 축포처럼 터트린 추가골은 손흥민 자신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그동안 쌓였던 갈증을 한꺼번에 씻어내는 통쾌한 골이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후 눈물을 펑펑 쏟아 '울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손흥민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승리의 눈물'로 바꿔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또 실패했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자존심을 회복한 것으로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축구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몸을 아끼지 않은 활약과 리더십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18062801002179300108703.jpg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2-0으로 대한민국이 승리하자 조현우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탄생한 또 한 명의 '드라마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골키퍼 조현우다.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대량실점을 막아낸 조현우는 마지막 독일전에서도 깜짝 선방으로 한국팀의 승리에 견인차가 됐다.

조현우는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 이어 대표팀의 '3순위' 골키퍼 였기에 사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조현우는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장신 공격수를 상대하기 위해 깜짝 기용됐고 눈부신 선방으로 단숨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웨덴전이 끝난 후 축구팬들의 입에서 "조현우 없었으면 대패했다"고 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컸다. 

0.jpg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골키퍼 조현우가 독일 레온 고레츠카의 헤딩슛을 막아내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스웨덴전 선전으로 조현우는 이어진 멕시코, 독일전에서도 한국팀의 수문장으로 나섰고, 스웨덴전 못지않은 눈부신 선방으로 축구팬들의 기억에 이름 석자를 강렬하게 새겼다. 마지막 독일전에서는 몇 차례나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면서 MOM(경기 공식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조현우는 국내에서도 K리그 최하위팀 대구 소속이면서 팀의 부진에도 눈부신 선방으로 K리그 팬들을 사로잡으며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에서 딴 '대헤아' '대구 데헤아'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 활약이 마침내 신태용 감독의 눈에 들어왔고,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길을 놓을 수 있었다.

2018062801002179300108701.jpg
김영권(19)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전에서 빛을 발한 또 한명의 '주인공'은 수비수 김영권이다.

김영권은 대표팀의 고질적인 수비불안으로 인한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온 선수 중 하나였다. 신태용 호 출범 초기 수비불안에 따른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안은 '중국파 수비수' 중 한명이었던 김영권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던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관중의 환호 탓에 선수들끼리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해서 축구팬들의 쏟아지는 분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이번 월드컵에서 이를 악물고 몸을 던져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독일전에서는 여러 차례 육탄 수비로 독일 공격진들의 거센 공세를 막아냈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독일팀에 일격을 가하는 선제골까지 만들어 단숨에 '갓영권'이라는 찬사를 얻어냈다.

8.jpg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2-0으로 독일을 이긴 한국의 주장 기성용이 장현수와 포옹하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이들 뿐 아니라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과 중원 사령관 역할을 맡아온 기성용과 대표팀에 활력을 전해준 '새내기' 이승우·문선민, 온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빈 구자철과 정우영·이재성, 힘들었던 기억을 극복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준 장현수 등 모든 태극 전사들이 이번 독일전 반전 드라마의 주연이었다고 축구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강승호 특파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