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전시리뷰]오롯이 새긴 韓판화 60년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7-10 제17면

경기도미술관 여름기획전시 '판화하다'

박영근
박영근 作 '베드로에 관하여-성전'. /경기도미술관 제공

신장식등 작가 120명 선정
순수한 '작업과정'에 몰입
단호함서 오는 매력 발산
기존 범주 넘은 실험 섹션
장르가 가진 가능성 확인


판화는 미술하는 이들의 탐구영역이다. 단순히 그리는 행위에서 벗어나 깎고 긁고 부식하고 새기는, 다양한 행위를 통해 모든 미술 장르가 총 망라된다.

그래서 판화가 가장 실험적인 장르이고,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한국현대판화의 역사가 벌써 60년에 이르렀다. 경기도미술관이 그 역사성을 놓치지 않고, 여름 기획전시로 판화 60년의 역사를 되짚는다.



'판화하다- 한국현대판화 60년'을 주제로 김정자, 이항성, 윤명로, 한운성, 신장식, 박영근, 이성구 등 한국현대판화사를 대표하는 작가 120명의 대표작을 조명한다.

판화는 제작방식이 다양하면서도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

박광열(공간의 기억-묻혀진 이야기1)
박광열 作 '공간의 기억-묻혀진 이야기1'. /경기도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연대순, 작가순 등 기존 전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판화의 작업과정에 몰입했다. 5가지 섹션으로 나눠 '각인하다' '부식하다' '그리다' '투과하다' '실험하다' 등의 제목을 붙여 그 방식에 걸맞은 작품들이 전시됐다.

판화가 완성되는 각각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붓 대신 조각칼을 든다는 것의 의미를 전달하고, 판재에 한번 손을 대면 다시 고치기 어려운, 하지만 그 단호함이 주는 판화만의 매력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얼마전 남북정상의 판문점 회담 때 회의장에 걸린 '금강산' 그림으로 화제가 된 신장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각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장식
신장식 作 '아리랑-기원'. /경기도미술관 제공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아리랑- 기원'에 대해 그는 "88서울올림픽 당시 미술조감독을 했다. 대회가 다 끝난 후 청사초롱을 벗겨보니 촛불만 남았다. 그 모습을 본딴 것"이라며 "판을 계속 깎아내고 그 위에 색을 입히며 일일이 찍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구 작가는 '자연으로부터-심상' 작품을 통해 '부식'을 설명했다.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표현이 가능한 '에쿼틴트' 기법을 활용했다"는 그의 작품은 판화로 찍어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회화적 서정성이 담겼다.

현대판화의 역사를 되짚는 것 말고도 이번 전시의 숨은 재미는 미래로 나아가는 판화의 실험성과 역동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실험하다'에서는 판화적 방법론에 입각해 매체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의 범주를 확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디지털 프린트를 활용한 이은진 작가는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괴로웠던 '언어소통'의 불편함을 상징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은진
이은진 作 무제. /경기도미술관 제공

그는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촉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점자'가 자유로운 언어로 생각됐다"며 "사람마다 이해력이 모두 다르듯 점자의 모음과 자음을 내 방식대로 변형시켰다"고 설명했다.

최은주 관장은 "한국현대판화는 한국 현대미술 중에서도 일찌감치 세계로 진출해 위상을 드높인 장르"라며 "원본성과 복수성, 이 두가지 틀 안에서 여전히 판화는 살아 숨쉬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