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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시아 최초 바젤콩쿠르 수상 최한별 작곡가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7-10 제16면

숨은 테마 관객과 술래잡기


친숙한 '얼레리꼴레리' 음형 금관악기로
현대음악 공부 힘들어 가요 전향 고민도
"난해하긴해도 실험적이고 예술적 세계"
13~14일 경기필 비르투오소시리즈 무대

일찌감치 '술래잡기'를 연상시키는 제목과 '얼레리 꼴레리'의 음이 어렴풋이 들리는 그의 곡을 들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는 어린시절 골목길에서 마주쳤을 법한 개구쟁이였다.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 어딘가 친숙하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클래식 작곡가라는 타이틀 탓에 만나기 전부터 '베토벤'을 연상하며 긴장했던 것이 우스웠다.

클래식, 그 중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현대음악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가 왠지 정겹다.



최한별 작곡가는 지난해 바젤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했다.

바젤콩쿠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작곡콩쿠르다. 그 수상작품이 'Hide And Seek',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술래잡기'다. 오는 13~14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비르투오소 시리즈에 이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연주된다.

리오 샴바달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초연된다.

그는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

"제목 그대로 술래잡기라는 테마가 계속 변형되며 이어지는 곡이에요. '얼레리꼴레리' 음형을 따와서 금관악기 파트에 넣어 한국 관객에겐 특히 친숙할 거예요. 그 테마가 곡 속에 드러나기도 하고 숨겨져 있기도 한데, 마치 술래잡기 하듯 관객들이 곡에 몰입해 테마를 찾아보라는 것이 제 의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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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바젤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최한별 작곡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바젤콩쿠르 때의 연주를 들어보면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것임에도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감이 지속된다.

"타악기에서 시작해 관악기가 술래잡기의 테마를 이어가고, 현악기들이 변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소리가 배경에 있어요. 또 같은 금관악기인데, 저음의 금관악기는 느리게 가면서 '대조'되는 변화를 주었어요. 첫 파트에는 현악기의 음정이 오르내리지만, 두번째는 관악기의 브레스노이즈(숨소리)로 그 오르내림이 대체되기도 하구요. 아마 실황공연에서 듣는다면 그 흐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사실 현대음악을 떠올리면 '쇤베르크'의 작품을 떠올리고,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한다. 솔직한 이야기에 오히려 그는 공감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성학을 중심으로 공부했는데, 대학에 가서 현대음악을 공부하려니 정말 어려웠어요. 조성도 없고 난해한 게 사실이니까요. 공부가 힘들어 휴학도 했고 가요로 전향할까도 고민했구요." 실제로 그는 2006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그래도 결국은 클래식으로 돌아왔어요. 수많은 화성이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 잡고 다시 현대음악을 해보니 난해하긴 해도 상당히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세계였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그는 관객에게 최대한 쉽게 다가가고 싶다.

"호기심이 많아서 스스로 무엇은 안된다고 선을 긋지 않아요. 항상 가장 나다운 것이 뭘까 고민합니다. 어떤 무대에서는 제가 작곡한 곡을 설명하기 위해 춤을 추기도 했고, 화음챔버오케스트라 활동 당시에는 어린이를 위해 구연동화를 하며 곡을 설명하기도 했어요. 솔직히 현대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시대잖아요. 제가 만든 곡을 듣는 시간이라도 딴짓 할 틈도 없이 곡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독일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그는 현대음악을 선보일 무대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에서 음대 작곡과를 나와 실제로 현대음악을 작곡하며 살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요. 현대음악만 초연하고 연주하는 무대가 많은 독일과 사뭇 다르죠. 하지만 후배들에게 현대음악을 포기하라고 하진 않습니다. 앞으로 분명히 더 좋아질거라 믿어요."

이번 공연 이후 그는 주목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바쁜 활동을 이어나간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그의 재기발랄한 무대가 한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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