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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글밭]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도와 개항장

최준규 발행일 2018-08-13 제23면

최준규(부천시 거주)
최준규 부천시 원미구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도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응축이다. 유리한 자연환경에 복잡한 사회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온갖 것들이 뒤섞여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장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룬다. 인천광역시 중구는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감 있게 공존한다.

중구는 오늘날의 모습과 근대의 모습이 함께 있다. 바다를 사이로 영종하늘신도시와 인천역 일대 원도심이 마주한다. 인천국제공항은 화려하고 인천항은 세월이 느껴진다.

지나간 역사대로 중구에는 중국과 일본의 흔적이 남겨져 있고 그 속에 서양의 양식도 함께 있다. 차이나타운과 개항장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근대에 제각기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인천을 개항했고 은행과 관청을 지었다. 식량과 자원이 배에 실리고 바다를 건너갔다. 그리고 서양문물과 공산품이 도착했다.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무리를 짓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다. 우리나라는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갔다.

부산하고 첨예한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이 남았다. 잘 보존된 건물들은 나름의 용도를 찾아서 전시관, 사무공간으로 쓰인다. 그리고 한국전쟁이나 화재로 그렇지 못한 건물들도 있다.



중구의 편치 못한 역사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이어진다. 인천광역시의 내부와 외부의 상황 때문에 중구는 다시금 변화해야만 한다. 새로운 항구의 건설은 중구가 기존의 인천항이 만들어준 정체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중구에 여가를 즐기러 오던 사람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더 먼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영종하늘신도시가 성공적이라면 고급화된 신도시와 침체된 원도심으로 분열된 도시가, 그렇지 못하다면 쇠락하는 도시가 중구의 미래일지 모른다.

지금의 중구에는 올바른 도시 변화의 방향과 속력이 필요하다. 이익만을 노리는 투기, 무관심한 방치, 서투른 재개발은 모두 피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성숙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중구에 올바른 변화를 부를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며 우리나라와 인천이 겪은 변화는 갑작스러웠고 외부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구는 혼란스러운 역사를 다양성으로 바꾸고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어우러지는 문화와 자연이 중구를 지탱하고 돋보이게 할 역량이다. 이제는 그곳에서 주체적인 역사가 쓰일 차례이다.

/최준규 부천시 원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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