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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금강산 21차 이산가족 상봉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발행일 2018-08-2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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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시득 옹은 금강산에서 눈을 떴을게다. 어제 하루는 초현실적이었을 것이다. 올해 나이 아흔다섯. 광복되던 그해 남동생과 함께 남쪽으로 왔다가 73년을 놓아 버린 북녘 가족과 겨우 연이 닿은 하루였다. 보고 싶었던 두 여동생 대신 상봉한 두 조카였다. 조카들 얼굴에서 부모와 어릴 적 두 여동생 영금이 영화의 얼굴을 짐작했을 터이니 그것으로 족했을까?

어제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북한 금강산 호텔에서 북한 가족과 상봉했다. 남북 적십자사가 주선한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 남측 상봉단엔 고령자가 많이 포함됐다. 101세의 백성규 옹을 비롯해 20명 이상이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편한 상태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부모는 당연하고 형제자매는 물론 자녀들과의 직접 상봉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미 사망한 가족들이 많아서다. 백 옹도 며느리와 손녀를 만났다.

그나마 추첨을 통해 상봉단에 선발된 이산가족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5만6천890명의 생존자 중에 선발됐으니 말이다. 이산가족 등록자 13만2천124명 중에 7만5천여명이 상봉을 고대하다 타계했다. 지금처럼 100명 규모의 상봉행사를 진행한다면 남은 이산가족 전체의 상봉에 568회의 상봉행사가 필요하다. 2000년 1차 상봉에서 이번까지 21회의 상봉행사에 18년이 걸린 상봉 속도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목표다.

하지만 실제 필요한 상봉횟수는 해마다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매달 수백명의 고령 이산가족이 세상을 뜨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이산가족 사망으로 인해 상봉 확률이 높아지는 셈인데, 생존 이산가족들이 이처럼 잔인한 확률을 반길리 없다. 뾰족한 수가 없다. 남북 고령자 이산가족들의 전면 상봉을 서둘러 실현해야 한다. 상설면회소를 설치해 생사확인이 된 이산가족들이 1년 내내 만나게 해야 한다.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찰밥을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던 이시득 옹은 금강산 첫날 꿈에나마 그 어머니를 상봉했을까. 아니면 평생 한이 풀려 밤마다 찾아오던 그리운 꿈 마다하고 편히 주무셨나. 꿈 같을 것이다. 금강산 혈육상봉 2박3일이 꿈인지, 남녘에서의 이산 세월 75년이 꿈 같을지 분간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수원시 화서동 그의 집에서 상봉 이전처럼 무심하게 지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궁금하다고 물을 일도 아닐 것이다. 익명의 시인이 오래 전에 마련해둔 답변이 있다. "소감이요? 심정이요? 그걸 말로 할 수 있갔소?"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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