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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UP'을 가다·32]치과보철물 설계·제작 '캐드·캠 밀링머신' 자체 개발 (주)피스티스

이현준 이현준 기자 발행일 2018-09-18 제15면

복잡한 치아 관리 '한번에'… 디지털 '치기공 혁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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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내 입주
최병열 대표 덴탈분야 가공기계 '국산화' 도전
최초 제품 발표후 어려운 사용법탓 폐기 '아픔'
병·의원-기공소 제작 소통 토털 솔루션 출시
러시아 시장 개척 추진·온라인 쇼핑몰 운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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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회사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해 있는 (주)피스티스 최병열(40)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10명이 채 안 되는 직원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고 이웃을 보듬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피스티스'는 히브리어로, '믿음'과 '신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최병열 대표가 회사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피스티스는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크라운, 브리지 등 치아보철물을 설계·제작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치과 병·의원이나 기공소 등에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치과 병·의원과 기공소가 치아보철물 제작 과정 등에 대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토털 솔루션인 기공표준공정관리 시스템 '덴트피스'를 개발·보급하는 일도 한다.

스타트업  피스티스5
덴탈분야 캐드·캠 밀링머신과 관련 프로그램 등을 설계·개발하는 (주)피스티스의 최병열 대표가 현재 제작 중인 밀링머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즐겁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최 대표는 "저희는 덴탈 분야 캐드·캠 밀링머신과 프로그램·서비스를 설계해 개발하고 운영하는 업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치과 병·의원이 환자의 치아 치료를 위해 '본'을 뜨면, 그 본을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고 캐드·캠을 활용해 설계 작업을 한 뒤, 밀링 가공과 열처리 작업을 거쳐 최종 보철물이 나오는 과정 일체를 피스티스 제품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 장치를 활용하면, 보철물 제작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스티스가 자체 개발한 '캐드·캠 밀링머신'은 이들 여러 공정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밀링머신은 지르코니아, 레진, 티타늄, 크롬코발트, 니켈크롬, 하이브리드, 글라스세라믹 등 치아보철물 소재로 활용되는 대부분의 물질을 '깎아서' 제작할 수 있다.

치아보철물이 기존 치아와 잘 맞을 수 있도록 매우 정밀한 제작 기술이 내장돼 있다.

밀링 가공 조건 변경시스템, 다중 소재 가공기술, 클린시스템 등 피스티스의 각종 특허기술이 집약됐다. 작동법이 어려울 것 같지만, 최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생이든 나이 드신 어르신이든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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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스티스가 개발한 치과분야 캐드·캠 밀링머신. /홈페이지 캡처

최 대표가 피스티스의 문을 연 건 2013년 일이다. 그는 연삭기와 초정밀 가공기 등을 만드는 공작기계 제작 업체에 근무하면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기계공학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우연히 접하게 된 의학 관련 수업이 창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가깝게 지내던 의대 교수가 "캐드·캠, 밀링머신 등을 치과 쪽에 접목하면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고 얘기한 게 창업의 출발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해당 분야의 국내 업체는 극히 드문 상황이었고, 대부분 외국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비용이 비쌌고, AS 등 사후관리에도 문제가 많았다. 최 대표는 "덴탈 분야 캐드·캠 밀링머신을 국산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인천지역 한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치열한 연구 끝에 치과용 캐드·캠 밀링머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판매까지 연결해 제품을 한 치과 병원에 납품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납품한 병원에서 제품에 대한 문의 전화가 하루에 2~3번씩 걸려왔다. 또 일주일에 5~6차례는 그 병원에 출장을 가야 했다. 제품 성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치과 병원에서 사용 방법을 어려워했다.

병원에선 제품을 관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대표는 "'아무도 쓸 수 없는 기계를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발에 2억원이 들었지만, 결국 그 기계를 비롯해 나머지 8대를 모두 폐기처분했다"고 했다. '누구나 쉽게 작동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었다.

그는 첫 제품의 실패를 딛고 다시 심기일전했다.

첫 제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조금씩 보완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고, 점차 시장의 반응도 좋아졌다. 6개의 특허증과 2개의 저작권 등록증도 갖게 됐다. 최 대표는 "창업할 때 가장 많이 반대했던 아내도, 지금은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피스티스2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그는 기존 캐드·캠 밀링머신을 개량해 '보급형 장비'를 개발하는 등 피스티스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창업 초기만 하더라도 캐드·캠 밀링머신을 개발·제조하는 업체가 국내에선 매우 드물었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는 등 경쟁 업체가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만큼 제품 다양화가 필요한 것이다.

최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 지역 수출을 실무적으로 준비 중이고, 앞으로 수출국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밀링버' 등 각종 가공기구를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덴트커머스(www.dentcommerce.com) 운영도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피스티스가 회사 운영 성과 일부를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공유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피스티스가 생산한 틀니나 보철물 등을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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