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2020년 일괄해제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우려

배재흥 발행일 2018-09-28 제12면

정부가 머뭇대는 사이 '공원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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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년 이상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효력 상실
오랜기간 재산권 행사 못한 토지주들 권리 보호
기능적 측면 다수 국민들 권리는 축소

도내 작년 기준 243개소로 여의도 10배 크기
면적별 광명 > 파주 > 구리 順… 의정부 최다

지자체들 민간참여 등 개발 착수 안간힘 불구
토지매입비용 등 수천억대 재원 문제 골머리
수원 영흥공원 민자사업은 환경부 반대 암초
지원강화 등 국가 차원 대책마련 촉구 들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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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는 도시계획시설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도시계획법 개정이 이뤄졌고, 오는 2020년 6월 30일까지 도시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도시계획시설 상 도시공원 부지는 일괄 해제된다.

오랜 기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토지주들의 재산권은 일명 '도시공원 일몰제'라고 불리는 이 제도로 보호할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도시공원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다수 국민들의 권리는 축소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 일몰제 시행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개발행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도시공원 부지의 크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일몰제에 따른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기도의 지난해 말 기준 '2020년 실효대상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공원) 현황'을 보면 전체 243개소, 면적은 약 30㎢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10배에 달하는 크기다. 면적 별로는 광명(1.69㎢)이 가장 넓고, 파주(1.64㎢), 구리(1.58㎢), 용인(1.41㎢), 고양(1.21㎢) 등이 뒤를 이었다. 개소 별로는 의정부(25)가 가장 많고, 안성(23), 광주·파주(17), 화성·용인(15) 등 순이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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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등에 불 떨어진 지자체

도시공원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도내 지자체들도 일몰제 시행 전 개발행위에 착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저마다 분주한 모양새다.

그러나 공원 조성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재원'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원시의 '영흥공원(약59만㎡)'이 있다. 영흥공원은 지난 1969년 공원으로 최초 지정됐으나, 토지 매입비 등 최소 수천 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지난 2016년 공모를 통해 민간공원 추진자를 선정,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민간사업자가 조성하는 대신 민간에 일부 부지의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제도다. 민간사업자가 미조성 공원 부지를 매입해 70%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하고, 30% 미만 부지를 민간사업자가 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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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영흥공원 항공사진. 빨간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영흥공원 부지. /수원시 제공

그러나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11월 시가 제출한 영흥공원 조성 검토서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주민피해 우려'를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인접지에 자원회수시설이 있기 때문에 공동주택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시는 한강청 의견을 반영해 비공원 부지(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부지)를 영통지구(공원 남쪽)와 접하는 안을 채택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협업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는 '조성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지난달 양지체육·영장근린공원 등의 부지 매입을 위한 410억원의 기금을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기금 마련을 통해 공원 지키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시는 이미 지난 2009년 제정한 '공원·녹지 조성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기금을 적립했지만, 추경 직전까지 적립한 금액은 5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공원 부지의 토지 매입 비용 등으로 약 3천35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채 발행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국비지원을 요청했고, 행정안전부에 들러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삭감되기 시작한 매년 1천300억원의 성남시 예산 원상회복을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천시는 지난 1976년 지정돼 연간 수백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설봉공원'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이천시 기획위원회가 '시민이 주인인 이천시 비전 및 정책 방향'을 담은 최종보고회를 개최하면서 설봉공원 일몰제를 민선 7기 최우선 현안 과제로 선정했다.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는 현안이지만, 설봉공원의 전체 면적 중 72%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매입 등 비용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재 시비를 들여 부지를 직접 매입할 지, 민간을 참여시킬 지 등을 놓고 고민 중에 있다.

제19회 이천쌀문화축제
지난해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린 이천시 설봉공원 모습. /경인일보DB

# 중앙정부 적극 나서야

2년이 채 남지 않은 일몰제 시행 앞두고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해결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자체의 기대만큼 대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지자체의 공원 조성 노력을 꺾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정부 6개 부처는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조성 등 장기미집행시설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조성이 시급한 곳을 '우선관리지역'으로 선정해 최대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열악한 재정상황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추가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대책은 지방채 이자 지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가 나는 경우도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영흥공원 조성을 추진 중인 수원시는 번번이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자원회수시설 인근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게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환경부를 설득해도 반대 의견만 내놓는다는 볼멘소리도 만만찮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책과 지자체 간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의회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전국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에 대비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 할 것 ▲정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적극적 해결을 위한 법령정비와 대책을 마련 할 것 ▲도시계획시설 문제에 대한 책임의지를 갖고 국비를 지원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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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도 정부의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에 나선 남종섭(민·용인4) 의원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2년 후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난개발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경기도와 시·군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탄없는 대화와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창구 개설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 창구를 통해 경기도의 통일된 의견을 정부에 적극 개진하여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