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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문화아지트·(5)양평군 복합문화공간 '아트하이']호기심 유발 '예술인 작업실'… 미술관 문턱 낮춘 '전시 놀이터'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9-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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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강상면 강남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아트하이' 내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한눈에 띄는 하얀 돔 형태 둥근 건축물… 궁금해 찾아왔다 둘러보는 경우 많아
무명작가에겐 기회·관람객들은 체험프로 참여… 주민과 소통하는 계기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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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꿈이 있었다.

화가로 이름을 알렸고 그림 그려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지금, 굳이 다른 이의 작품을 알리고 예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작업실을 내어 준 것도 그 '꿈' 때문이다.

김희영 대표가 운영하는 양평의 복합문화공간 '아트하이'는 서양화가로 널리 알려진 남편 이목을 작가와 합심해 기획한 곳이다.



본래 이 공간은 이 작가의 작업실이었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이다. 작품세계가 담긴 곳이라 웬만해선 그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작가와 김 대표는 작업실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통째로 내어줬다.

"우리 부부가 지나온, 힘들었던 시간을 잘 아니까요. 예술을 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누구보다 공감하기 때문에,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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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아트하이' 전경.

구불구불한 시골길 한편에 자리한 아트하이는 멀리서도 한 눈에 띌 만큼 독특하다.

하얀 돔 형태의 둥근 건축물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지나가다 건물 모양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요. 잘 모르고 찾아왔다 전시도 둘러보고, 미술 체험프로그램도 경험한 후 다시 찾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부부는 미술관 문턱이 높은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 모른다'는 두려움은 미술을 마음 놓고 편안하게 즐기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아트하이를 기획하면서 부부가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도 '편안함'을 주는 데 있다.

"솔직히 일반의 눈높이로 보면 예술이란 게 어려워요. 작가들도 어렵게만 풀려고 하고 갤러리나 미술관도 편하게 들어가기 어렵고. 결국엔 소통이 부족한거죠."

그래서 아트하이에서 진행된 일련의 프로젝트들은 편하고 쉽다. 아이들의 작품만 모아서 전시를 하고 어린이와 기성작가들이 함께 작품을 만든 '개판전'도 열었다.

베이킹 수업을 진행할 때도 단순히 빵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색을 만들어 과자에 입혔다. 먹는 과자지만, 조각 작품이 되고 그것은 직접적인 조형미술을 경험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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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아트하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목을 서양화가와 김희영 대표의 모습.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아트하이 중앙에 설치한 '스마일 소원나무'도 이런 의도예요. 이 작가의 대표적 작품인 '스마일'을 이 곳을 찾는 방문자들이 직접 그려서 걸어두는 건데, 처음엔 아이들 위주로 그림을 그리다가 어른들이 더 집중해서 그림을 그려요.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학교 다닐때 이후로 처음 그려본다'며 낯설어하면서도 금세 나름의 작품세계를 완성해내요. 하나도 같은 스마일이 없습니다. 그게 예술의 묘미죠. 우리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양평은 요즘 미술계에선 '핫플레이스'다.

많은 작가들이 양평에 터를 잡고 작품을 만든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가들도 여럿 있다. 이 작가도 그런 작가 중 하나다.

"작가들이 조용히 작업하고 싶어서 서울을 떠나 이 곳에 왔기 때문에 다들 담벽을 높이 세우고 대문을 닫아놓아요. 우리가 별종일 수도 있지만, 문화예술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작가들이 나서야죠. 문을 열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그래서 아트하이는 타 작가들에게 보여주는 '모델하우스'예요. 우리 같은 공간이 많아지면, 양평은 아마 전체가 '미술관'이 될 겁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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