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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간서 여-남 학생 갈등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스쿨미투
김성호 발행일 2018-11-02 제6면
송도신송중학교
1일 오후 신송중학교 3층 복도. 교내 미투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이 내건 미투관련 대자보와 학생 개개인의 의견을 적을 수 있게 학교 측에서 마련한 종이 앞에서 한 여학생이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신송중 男성희롱 비판 대자보 등장
'Me too' 지지땐 女 조롱 표적 등
관리 사각지대 반인권적 발언 심각
학교 "교육통해 문화개선 노력을"

"교내에서 여성의 신음을 유머코드로 사용하거나, 몸매를 품평하고, 외모를 비하하고, 심지어 선생님이 계시는 수업 시간에도 성적인 언행과 성행위 묘사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하고 있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더 이상 학생들이 성적인 희롱을 일삼는 행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인천 신송중학교에 남학생들의 성희롱을 문제 삼은 대자보가 붙으면서 '스쿨미투'가 교사와 학생에서 여학생과 남학생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교육당국이 여학생과 교사 사이에 불거진 스쿨미투 수습에만 매달리는 사이 성희롱과 여성을 비하하는 일부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갈등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일 오후에 찾은 인천 신송중학교 교사 3층 중앙계단 쪽 벽면에는 "우리들의 외침을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대자보는 "교내 Me too 운동과 함께 교내에서 만연하게 일어난 특정 젠더를 무분별하게 희롱하고 조롱하는 행태를 비판하고 지적하고자 직접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시작했다.

대자보는 ▲교내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학생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대로 된 교육 ▲진심 어린 사과와 적절한 징계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대자보에는 이를 조롱하는 듯한 낙서도 발견됐다. 학교 측이 낙서로 인한 대자보 훼손을 막기 위해 마련해 둔 별도 종이에도 비슷한 글이 많았다.

'이름까고 말해. 학교 분위기 망치지 마셈' 등은 그나마 얌전한 수준의 낙서였고, '노무현은 살아있다', '부엉이 바위로 운디'라는 글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코알라 그림 등 극우성향 인터넷 게시판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도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롱과 비난이 대자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스쿨미투'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여학생은 교실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등 표적이 되고 있다. 대자보를 붙이려던 여학생이 한 남학생으로부터 물세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신송중학교의 한 여학생은 "일부 남학생들이 '메갈, 워마드 저리 비켜'라고 시비를 거는 모습은 흔하게 일어난다. 심지어 여학생조차 '미투'가 문제라는 등의 말을 대놓고 한다"며 "학생들 사이의 반인권적 발언의 수위는 '스쿨미투' 이전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보인다. 꾸준한 교육 등을 통해 학교 문화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에는 9월 중순께 일부 교사들과 학생의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을 고발하는 '포스트 잇' 메모가 교내에 등장했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되는 등 '스쿨미투'가 불거졌다. 현재 경찰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