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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만 따라 걷는 에코여행·(8)매향리 평화마을]50년만에 찾은 고요, '아물지않은 전쟁 상흔'

공지영 발행일 2018-11-13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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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섬' 갯벌의 폭탄수거 모습. /경기창작센터 제공

귀를 찢는 폭발음 총알 빗발… 2005년에야 미군 포격장 문닫아
옛 교회 소통예술공간 재탄생 '주민치유' 사격장 보존 역사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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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평범한, 어쩌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교외의 시골마을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화성 매향리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극도의 긴장과 불안이 교차했다.

매향리 이름 뒤에 평화를 덧붙여 지난 역사를 위로하는 치유사업을 벌일 만큼 이 곳은 날카롭고 치열한 공간이었다.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고 찢어질 듯한 소음과 함께 전투비행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곳이 매향리였다.

전쟁이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뼈아프게 자각할 수 있는 공간이 매향리였다. 매향리의 고통은 2005년에야 끝났다.  

 

매향리기록사진
매향리 폭격장 폐쇄 투쟁 기록사진. /경기창작센터 제공

전투기가 더 이상 날지 않고, 포탄과 총알이 사방에 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전쟁 후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폭력은 마을을 병들게 했다. 미군이 폭격 훈련지로 삼은 농섬은 나무 한그루 나지 않는 민둥섬으로 변했고 섬 곳곳에 포탄과 총알이 나뒹굴었다.

외부인을 철저하게 경계하는 주민들의 빗장을 푸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매향리의 고통을 어루만져야 했다. 그동안 연대하지 못하고 고통에 눈감았던 우리가 반성을 시작해야 했다.

매향리를 중심으로 한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은 그 반성에서 출발했다.

매향리는 오래 전 폐쇄된 옛 매향리 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매향리 스튜디오'의 이름을 걸고 매향리의 역사를 알리고, 주민들이 함께 서로를 보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가 이 곳을 분관 스튜디오로 지정해 작가와 기획자가 상주하며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예술공간으로 조성하고, 매향리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매향리를 알리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매향리스튜디오
매향리스튜디오. /경기창작센터 제공

센터는 이기일 작가를 매향리 스튜디오의 입주 작가로 선정해 2016년, 방치됐던 매향교회 예배당을 복원했다.

파손된 슬레이트와 폐기물을 철거했지만, 다시 새롭게 건설하기보다 매향리 교회의 역사성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에서 사업이 진행됐다.

현재도 매향리 주민으로 매향리의 고통을 전국에 알린 전만규씨를 모델로 한 '청년 전만규'전이 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다.

또 매향리는 경기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쿠니사격장을 비롯해 농섬, 포탄전시장 등이 유적지로 남아있다.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때의 상처를 마을 곳곳에 남겨뒀다.

비극의 역사도 우리가 품고 보듬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매향리는 온몸으로 말한다. 그래서 매향리 평화마을은 경기도 근현대사 다크투어리즘의 전형으로 보존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