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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흉포·사각지대화 '잰걸음'… 예방·대응은 '게걸음'

김성호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18-11-16 제6면

집단가해학생 2년새 2배이상 증가
연령대 낮아지고 폭력성 심화 심각
SNS 통해 학교밖 지역·또래 일탈
"개별교육 한계… 맞춤형 해법을"

청소년 사이에 이뤄지는 폭력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중학생이 떨어져 숨진 폭행사건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와 교육 당국의 의지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학교폭력 유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교내 또래 사이 일대일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폭력이 교내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최근 들어 SNS를 통한 지역 또래 집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SNS상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또래 청소년들이 어울리면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도심 사각지대에서의 일탈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피해 학생 1명을 상대로 가해 학생 4명이 집단화한 모습을 보였다.

가해 학생들은 서로 다른 3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고, 범행 장소도 아파트 옥상을 골랐다는 것만 보더라도 청소년 일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발단과 폭력성의 관계도 인과관계가 떨어져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보다 가해 학생들의 감정이나 분노조절 등에 더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SNS에서 친구끼리 주고받은 사소한 험담 때문으로 조사됐다. 4명의 학생이 100차례 이상 폭행해 피해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질만한 계기로 보기엔 폭력성이 심각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사건 당사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반면, 폭력성이 점점 심해지는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이 집단화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집단화 양상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집단 가해 학생 수는 2015학년도 최소 2천582명에서 2017학년도에 5천176명으로 2배 이상이 늘어났다.

집단 가해 학생 수는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 학생보다 가해 학생 수가 많은 경우를 계산해 추산한 수치다.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한 일선 교사는 "SNS 등의 발달로 학교를 벗어난 장소에서 다른 학교의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일상화됐다.

또래가 어울리는 장소도 다양해 지면서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닌 여러 학교가 동시에 연관되며 학교의 대응도 어려워지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 대한 맞춤형 예방교육이나 맞춤형 교육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개별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학교 폭력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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