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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순수 민간인 모임 국제교류회 김포한네연 '10년의 발자취'

김우성 김우성 기자 발행일 2018-11-26 제15면

네팔 여행길에서 시작된 '인생 2막' 십시일반 희망을 세우다

김포한네연-3교육관준공식
지난해 12월 네팔 카스키도 마차푸차레지역 카다르정마을에서 제3교육관 준공식을 갖고 있는 김포한네연 회원들.

조덕연 이사장·부인 배영애 이사
한국 아내 둔 현지가이드와 '인연'
학교건립 제안에 멤버들과 뜻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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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걸쳐 네팔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세우고 있는 순수 민간인 모임이 있다.

누가 알아주길 원치도 않고 그저 네팔 어린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에 이끌려 십시일반 정성을 보탠 '국제교류회 김포한네연(이하 김포한네연)' 회원들은 벌써 3개의 학교를 현지에 선물했다.

조덕연(70) 설립이사장과 배영애(66) 총괄이사는 이를 위해 열 번 넘게 네팔을 오가며 김포한네연을 이끌었다.

초기에 가장 많은 사재를 낸 것도 이들 부부다. 하지만 부부는 "80여명 회원의 꾸준한 마음이 없었다면 어느 것 하나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포한네연-조덕연이사장부부
조덕연 김포한네연 이사장과 배영애 총괄이사. /김포한네연 제공

"처음엔 단순한 친목모임이었어."

지난 23일 김포시 북변동 구도심 안쪽 김포한네연 사무실에서 만난 조 이사장은 처음 기억을 떠올리며 껄껄 웃었다.

지금의 김포시 걸포동에서 나고 자란 조 이사장은 교학사 김포지사장과 과학교구 회사인 우리상사 등에 몸담았던 사업가였다. 사업하는 와중에 김포사랑운동본부와 김포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해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는 평생 자신의 사업을 도운 아내 배 이사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 다니기로 계획했다.

일정 중 한 곳이 네팔이었다. 2008년 떠난 첫 네팔여행에는 김포지역 지인들이 동행했는데 유독 교육자들이 많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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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네팔 여정에서 내가 회장을 맡게 됐어. 또 현지 여행사 가이드가 한 명 붙었는데 그 여행사 대표가 '그린네팔' 회장이었던 거야. 그린네팔은 우리 식의 새마을운동 같은 캠페인을 주도하는, 네팔에서 상류층에 속하는 3만명 규모의 청년모임이었지."

한국에서 유학을 하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을 해 우리 문화에 아주 밝은 희라 카르키 그린네팔 회장은 여행 내내 조 이사장의 인생철학과 언행을 눈여겨보고 같은 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조 이사장을 찾아온 그는 대뜸 네팔 오지에 학교를 짓는 사업을 제안했다.

조 이사장은 여행 멤버들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신기하게도 다들 기뻐하며 만장일치로 동참을 결정했다.

조 이사장을 비롯해 다들 인생 2막을 고민하던 때, 김포한네연은 그렇게 출발했다. 사전 준비작업을 마친 김포한네연 회원들은 이듬해 네팔로 가서 협약을 맺고 첫 삽을 떴다.  

 

김포한네연-1교육관기초공사
네팔 카스키도 안나푸르나지역 디딸마을 2천300m 고지에 건립된 제1교육관 기초공사 과정.

안나푸르나지역 디딸마을에 첫삽
작년까지 초·중등 과정 3곳 준공


조 이사장이 우선 1천만원을 쾌척하고 나머지 1천500만원을 후원받아 기초공사가 진행됐다.

학교를 하나 짓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교육이 이뤄지는 건물을 짓고 나면 화장실과 보건실, 축대, 운동장 등 부대시설을 하나하나 갖춰가는 방식이었다.

김포한네연은 학교명을 '교육관'이라 칭했다.

만들어진 순서대로 숫자를 갖다 붙였다. 2011년께 카스키도 안나푸르나지역 디딸마을에 제1교육관이 만들어진 후 2015년 지진피해를 겪은 카트만두 고커루나지역에 제2교육관을, 그리고 지난해 12월 카스키도 마차푸차레지역 카다르정마을에 제3교육관을 차례로 준공했다.

김포한네연-네팔 3교육관
건물 준공 후 김포한네연의 도움으로 옹벽을 보강하고 있는 네팔 카스키도 마차푸차레지역 카다르정 마을의 제3교육관.

제1교육관은 초등학교 과정, 제2~3교육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였다.

학교만 만들어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네팔 정부는 설립 후 2년 동안 운영해줄 경우 학교를 정부에서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그전까지는 김포한네연에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구성원 식사·간식비 등으로 매월 75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했다.

그러던 2013년 김포한네연은 마을학교가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13년 말 이들은 디딸마을을 찾아 염소와 양 100쌍을 지원했다.

김포한네연은 학교 설립사업 외에도 네팔에 온정을 아끼지 않았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네팔행 비행기를 탔다.

김포한네연-조덕연 이사장
네팔의 한 자매결연 학교 학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조덕연 김포한네연 이사장.

염소·양 지원 등으로 자립도 도와
학생수술·지진피해 복구까지 관심
"아이들 해맑은 웃음선물에 행복"

 

디딸마을 학생의 척추수술비를 내주거나 자매학교에 복사기와 앰프, 학용품, 의약품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대지진 피해지역에 텐트 20동과 침낭 100개, 구급약 등을 들고 찾아가 복구작업에 힘을 쏟았다.

학교사업차 네팔에 가게 되면 보통 7박 9일 일정이었는데 워낙 오지여서 한번 방문에, 한 학교 학생들만 만날 수 있었다.

배 이사는 "가면 아이들 옷은 다 찢어지고 가방도 너덜거리는데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며 "아이들 손을 잡으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해맑은 웃음을 내게 선물하는데 그걸 떠올리면 한국에 와서도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포한네연은 현재 수도권 각지 회원이 매월 둘째 수요일 저녁에 회의를 연다.

김포한네연-학용품전달
네팔 카스키도 마차푸차레지역 카다르정마을에 건립된 제3교육관 관계자들에게 학용품을 건넨 뒤 기념촬영하고 있는 조덕연(오른쪽에서 세번째) 김포한네연 이사장과 부인인 배영애(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총괄이사.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회의를 거른 적이 없어 얼마 전 120차 월례회의를 마쳤다. 다시 말해, 10주년을 맞은 것이다.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촐하게 행사를 치른 조 이사장은 "안나푸르나에 등반을 하러 가는 전 세계 산악인들은 영어와 한글로 쓰인 '김포한네연' 이정표를 계속 볼 수밖에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10년의 큰 뜻을 이룬 그의 눈이 사무실 벽면의 대형 히말라야 그림을 향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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