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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부 예산조기 집행 '압박' 광역단체들 반발

김명호 발행일 2019-01-11 제1면

행안부, 17개 시·도 상반기 목표 사상 최고치 63.5% 제시 '부담'
SOC사업 복잡한 행정절차 등 자치단체 현실 고려안해 '답답'


행정안전부가 인천시를 포함한 17개 시·도의 올해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목표를 사상 최고치인 63.5%로 제시했다.

당장 수조원의 예산을 올해 상반기 내에 집행해야 하는 각 자치단체들은 지방의 재정·행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최대 목표치를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광역자치단체의 예산 조기 집행 목표를 63.5%로 하는 내용의 '2019 지방재정 신속집행 계획'을 17개 시·도에 내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행안부는 지방재정 신속집행 계획을 통해 올해 17개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예산 조기 집행 목표를 63.5%로 제시했고 기초자치단체는 55.5%, 지방 공기업은 56.5%로 하달했다. 5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해선 예산 조기 집행 추이를 별도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예산 조기 집행 목표는 광역자치단체 58%, 기초자치단체·공기업은 55.5%로 광역단체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목표치가 무려 5.5%포인트나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기 상황과 미래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크다"며 관련 예산을 조기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기부양 차원에서 각 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의 예산 조기 집행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예산 조기 집행 정책이 실질적으로 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자치단체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산 조기 집행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건설사업 위주, 즉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예정된 시기보다 빨리 풀어야 하는데 입찰에서부터 계약, 설계, 착공 등 여러 단계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SOC 사업 특성상 돈이 있다 해도 이런 절차상 문제 때문에 예산을 제때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시공 업체와 송사에 휘말려 있는 일부 대형 사업의 경우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각 시·도들은 기초자치단체에 보조금이나 교부금 등을 예정된 시기보다 일찍 내려보내거나 일상적인 경상경비를 빨리 지출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예산 조기 집행 목표를 맞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방세 추이를 살피며 사업비를 지출해야 하는 자치단체 입장에선 예산을 조기에 집행했다가 예상과 달리 세금이 적게 걷히면 오히려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매년 관행처럼 예산 조기 집행 정책을 추진하는 게 문제"라며 "예산 조기 집행이 과연 경기부양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학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조기 집행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기 집행 평가도 기존 3차례에서 2차례로 줄였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