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국가대표까지 욕보인 지도자 권력 뿌리 뽑아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9-01-11 제19면

대한민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온 지도자의 선수 폭행과 성추행 등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력 혐의로 추가 고소한 뒤 또 다른 빙상 선수들이 지도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체육계에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로부터 만 17세 미성년인 고교 2학년 때부터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장소도 태릉선수촌을 비롯해 한체대 라커룸 등 국가 체육시설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해 충격이다. 지도자와 선수의 주종관계로 어린 선수들이 저항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9월 상습상해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상태다. 조 전 코치는 성폭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인 만큼 철저히 규명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동·하계 올림픽 10대 스포츠 강국이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임원과 지도자의 성적지상주의로 인해 선수들은 심신이 피폐해졌다. 성적을 앞세운 지도자의 강력한 통제와 월권행위는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고, 그런 지위를 이용해 말 못하는 선수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심석희가 당한 심신의 고통은 짐작하기도 힘들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체육계의 미투 운동도 이번에 수면으로 떠올랐다. 체육계는 이번 심석희 사건을 계기로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심석희는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로 용기를 낸 것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스물두 살의 어린 여성이 자신을 희생한 폭로의 진정성에 공감이 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민간 주도 특별조사를 하겠다며 성폭력 근절대책을 내놓았고,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비위근절 전수조사,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개선책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조 전 코치를 강력처벌하라'는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10일 현재 20만명을 넘었다.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 선수들이 더는 가슴 아파하고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체육계는 환골탈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