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편찬 '경기도 사정요람' 번역
사회 전분야 '객관적 수치' 세세히 기술
'문화통치' 변화기 제국주의 관리 집필
강점 정당성 증명 노력도 곳곳서 읽혀경기도사정요람은 1922년 일본 제국주의 관리가 1917~1921년까지 교통, 교육, 농업, 상업,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조사한 경기도 상황을 개괄적으로 기술했다.
특히 통계 수치를 각 요소마다 첨부해 객관성과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는데, 수치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책은 '유목민이 본 세계사' '중국전사' '칭기즈칸 평전' 등을 번역한 이진복 박사가 맡았다.
책은 총 17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에는 고대부터 191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경기도 역사적 변천을 간단히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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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손에서 기록된 100년 전의 경기도는 어떤 모습일까. 경기문화재연구원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당시 경기도가 편찬한 '경기도사정요람'(사진)을 새롭게 번역해 '100년 전의 경기도'를 발간했다. |
2장에서는 지형과 기후, 가구수, 저명한 시가지, 명소 유적 등을 적었는데 기상 부분은 지금의 기온변화를 분석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최고온도와 최저온도, 평균온도 등을 기록하면서 평균온도 중에서도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해두었다. 강우량도 마찬가지다.
또 비, 눈, 천둥, 안개, 서리 등 천기일수를 표로 만들고 당시의 기상상황을 꽤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더불어 당시 경기도의 기후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세하게 기술하면서 특징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놓은 것이 흥미롭다.
3장과 4장은 경기도의 교통과 통신상황 등 기본적 인프라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특히 도로, 철도, 해운, 강운을 구분한 경기도 교통과 통신기계 배치 상황, 우편국 사무취급 지역 등을 기술했는데 우편물 송달 소요일수까지 서술할만큼 세세하게 통신상황이 기록돼있다.
5장은 도·부·군·면을 나눠 지방행정을 구분해두고 지방자치단체의 경비상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8장부터 15장까지는 경기도의 산업을 두루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은행, 어음교환소, 금융조합 등을 나누어 설명한 금융 부분과 농업, 상업, 공업, 무역, 임업, 광업, 수산업 등 당시 경기도 주요 경제 및 산업 상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제국주의 관리가 집필하고 편집했다. 철저하게 일제 제국주의의 시각에서 '미개한 국가인 조선이 일본의 합병으로 이만큼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책이 완성된 1922년은 3·1 만세운동 이후 무단통치에서 '기만적' 문화통치로 일제의 식민지배 방식이 변화하던 시점이다. 그래서 객관적 기록을 강조하는 듯 보이는 이 책에서조차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미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1920년대 전후 조선의 실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경기도에 한정됐지만 일제가 조사해둔 각종 수치를 통해 당시 조선인이 무엇을 먹고 입고 살았는지의 생활상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원본은 국회전자도서관에 있다. 다음달 말부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