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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약화 논란' 딜레마에 빠진 경찰

공승배 공승배 기자 발행일 2019-01-18 제6면

광주 집단폭행·암사역 흉기난동
피의자 인권 이유 소극적 대응에
靑 게시판 등 강화 여론 '도마위'
적극적 대처땐 '과잉 진압' 역풍
현행법 기준모호 일선현장 곤혹

지난해 피해자를 실명 위기에 몰아넣은 '광주 집단폭행 사건'에 이어 최근 '서울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경찰의 공권력 약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 경찰들은 "현행법이 너무 모호하다"며 공권력 강화를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암사역 칼부림 사건'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7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경찰의 공권력 강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 50여 개가 올라온 상황이다.

한 청원자는 "칼을 들고 생명을 위협한 범인임에도 경찰의 대응은 형편없었다"며 "경찰의 힘이 피의자의 인권을 지킨다는 이유로 너무 약화됐다"고 했다. 경찰청장까지 나서 적절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법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의 무기 사용에 대해 '범인의 도주 방지,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등의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형법에 규정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에 해당할 때', '사형이나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 등에 한정돼 있다.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서 죄의 형량을 따져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격이다.

현장 대응이 잘못됐을 경우 출동 경찰관에게 그 책임을 물리는 현 구조에서 물리력 행사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또 야간조사 금지, 권리 안내서 배부 등 경찰청이 피의자 인권 보호 방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자칫 '폭력 경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물리력 행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의 한 경찰관은 "피의자를 조금이라도 강압적으로 대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징계받기 십상"이라며 "공권력 강화가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가장 먼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법은 너무 포괄적이고 두루뭉술하게 명시돼 있어 현실에서 적용하기 헷갈리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명확히 하고, 공권력 방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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