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긴급진단-양승태 사법농단 사태로 본 법조계]'판새' '떡검' 법조인이 자초한 사법불신

김민재 발행일 2019-02-13 제1면

인천지법1
흔들리는 사법부-사법농단 사태로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는 등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사법 제도 개선과 함께 법조인들의 도덕·양심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12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정치 지향적 판·검사 널뛰기 판결
로펌·전관변호사등과 카르텔 형성
국회 입성후 정치독립성 훼손시켜
여야 코드공천등 악의 고리 끊어야

대법원 중앙현관의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앉아 있다.

법과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하겠다는 취지일 터다. 이 여신상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과 정의의 여신인 디케(Dike)를 형상화했다.

외국의 다른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지만, 우리 대법원의 여신상은 특이하게도 눈을 뜨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난무했고 "우리나라 법원은 사건 당사자의 신분과 지위를 눈으로 확인한 다음 판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을 마주한 지금 이런 농담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널뛰기 판결을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근간마저 뒤흔들어 버렸다.

그래서 사건 당사자들이 '판결 불복'을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법 불신은 비단 법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검찰, 변호사 업계 등 법조계 전체에 팽배해 있다.

사법 불신은 정치 지향적 법조인들이 자초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관계까지 이르러 정치 판사·정치 검사라는 말까지 유행시켰다.

'판새(판사××의 줄임말)', '떡검(떡값 받은 검사)'이라는 비속어까지 나올 정도다. 여기에 대형 로펌, 전관 변호사, 법조 출신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 법조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사법불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치인이 된 정치 판사와 정치 검사는 또다시 정치 법조인 후배를 길러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법조 경력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48명이다.

이 중 법원과 검찰에 몸담았던 의원은 각각 8명, 16명이다. 전직 국회의원과 낙선·낙천한 정치 지망생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인천에서도 당 대표까지 지낸 판사 출신 유력 정치인이 있었고, 판·검사, 변호사 출신이 총선 때마다 빠지지 않고 후보로 등장하곤 한다.

그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사법의 독립성을 지켜주기는커녕 검찰과 사법부를 겨냥하거나 장악하려 했고, 정치 독립성을 훼손해왔다.

정치적 사안에 고소·고발을 남발해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판결을 내놓지 않으면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았고, 반대의 경우는 검찰·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내로남불'식 논평을 냈다.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를 앞세워 사법권을 휘어잡으려 했다.

일부 정치 판·검사들은 여기에 편승해 과거 맡았던 사건을 일종의 이력서로 내밀었다. 특정 사건의 처리 결과가 어떤 법률과 증거에 의해 판단했느냐 보다는 해당 판·검사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느냐가 더 여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야별 '코드'에 맞는 판결과 수사결과를 내놓은 판·검사들은 자천타천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 지역구 공천을 받거나 비례 대표로 추천됐다. 사법 개혁의 첫걸음은 이런 악의 고리부터 끊어내는 데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