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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주자들 '태극기부대 어쩌나' 전대 앞두고 딜레마

정의종 정의종 기자 발행일 2019-02-20 제5면

합동연설회마다 1천여명씩 운집
욕설·고성 난장판 당내서도 우려

黃, 통합 기치 친박지지 언급회피
吳, '朴극복 카드'로 비판적 입장
金, '다소 불미 품격응원' 입장문
김무성 "과격분자 놀이터 안돼"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이 전국 권역별 합동연설회마다 대거 참석해 욕설과 고성 등으로 전대 분위기를 흐리고 '세 과시형'의 낡은 정치행태로 정당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는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지난 18일 대구·경북(TK)지역 연설회에서도 1천명 이상이 운집해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 진행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 측도 태극기 부대의 행태를 우려하긴 마찬가지지만 정치적 셈법에 따라 대응 수위를 고심 중이다.

황 후보 측은 "전당대회라는 집안 잔치에 온 사람들인데 박대할 수는 없지만, 직접 응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잔치 같은 전당대회가 되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황 후보가 이번 전대에서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데다,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과도 선을 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비박계 개혁보수 주자로 '박근혜 극복' 카드를 들고 나온 오세훈 후보는 태극기 부대에 거리를 두며 상대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더 심해질까 봐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걱정스럽다"며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의 행동이 어떨지 일부 예상은 했지만 지금의 행태는 안하무인 수준"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총선 효자론'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당의 '박근혜 그림자 지우기' 깃발을 들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을 초래한 김진태 후보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제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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