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철책으로 둘러싸인 '수용소'… 갯벌도 밟지 못하는 강화도 교동도

김종호·김명호 발행일 2019-02-25 제1면

주민 대표단·민주 한연희 위원장, 市에 '통문 개방' 진정서 제출

1990년대 월북사건후 대대적 설치
"해안 출입·어업 허용 약속 안지켜"

'섬은 섬인데, 주민들은 갯벌에도 나갈 수가 없다!'

섬 전체가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면서 철책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인천 강화도 교동면(교동도) 주민들이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철책 일부를 개방해 달라고 해병대와 인천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낮 시간대에는 자유롭게 맨손어업이 가능했는데, 1990년대 들어 갑자기 철책이 둘러쳐진 뒤로 꼼짝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동도 면적은 47.17㎢로 강화군 전체 읍·면 중 가장 넓지만 섬 둘레의 80% 정도가 해안 철책으로 막혀 있다. 갯벌에서 조개 캐기조차 불가능하다며 군(軍)이 전향적인 자세로 철책 일부를 개방해야 한다는 게 교동 주민들의 주장이다.

교동도 주민 대표단과 더불어민주당 한연희 강화발전위원장은 최근 해병2사단, 인천시에 '교동면 철책선 통문 개방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교동도 철책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설치 됐다"며 "당시 군(軍)은 철책이 설치돼도 주민들의 해안가 출입은 물론 조개 채취를 비롯한 어업 행위를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이런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섬 전체가 거대한 철책으로 둘러싸인 '수용소'로 변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어업을 할 수 없는 섬이 됐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교동도는 강화군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어촌계가 없다. 3천여 주민 중 어업에 종사하는 이는 20명 안팎으로 이들은 인근 지역인 삼산면 어촌계에 통합돼 있다.

섬 주민들은 현재 수십 개에 달하는 철책 통문 중 일부라도 상시로 개방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해안가를 출입하며 맨손어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교동도를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이 대대적으로 섬에 해안 철책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교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주민은 "섬에 본격적으로 철책이 쳐진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그전까지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갯벌로 나가 굴이나 조개를 캐고 그물도 쳐 물고기를 잡았다"며 "교동 앞바다는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합류해 바다로 흐르는 서해안 최대 황금어장이지만 지금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바닷물을 만져볼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동도 주민도 "군이 철책을 대대적으로 설치할 당시 분명히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해안가 출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한 뒤 "철책 설치 이전만 해도 해안가에서 고기를 잡아 내다 팔거나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갇혀버린 섬이 됐다"고 했다.

/김종호·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