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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국가경영 전략은 있는가

손장진 발행일 2019-05-07 제23면

손장진 우석대 명예교수
손장진 우석대 명예교수
우리에게 국가경영 전략이 있는지 의심이 될 때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선을 빚을 때가 많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자유민주공화국'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제헌국회 개회식도 이를 근거로 첫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만 바뀌면 정책의 혼선을 빚는다. 국가경영자가 바뀌면 모든 정책을 바꿔 새로 시작하는 것은 후진국형 발상이다. 선진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려와 조선 왕조의 지도자들이 당파로 갈라져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다 시대감각 없이 주변의 변화에 대처할 국가경영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외세가 조정에까지 침투하여 처절하게 망했던 사실을 지금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중국의 한 외교관이 세운 '조선책략'이란 엉성한 전략을 앞세웠다가 그렇게 되었다. 나라 안팎의 정세가 바로 그때와 너무 닮았다는데 통탄을 금치 못한다. 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 전체가 웅비할 수 있는 국가경영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중국 덩샤오핑은 문화혁명 후 만신창이로 망가진 나라를 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경영 전략을 세워 실천하였기 때문에 오늘날 중국의 기초를 닦았다. 그가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 국가경영전략에 대하여 '앞으로 100년간 이 전략을 변하지 말고 지켜라. 그러면 중국은 흔들림 없이 번영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당부하였다고 한다. 지금 중국은 당과 행정부, 군대, 학계, 고위직 모두 덩샤오핑의 이러한 전략을 연구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09년 등장한 신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신일본 창조를 위한 '국가전략국'을 만들어 이에 적당한 국가전략상을 임명한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각료들을 임명하였다. 우리의 국가경영 전략을 세워 이끌어갈 지도자가 없다.

국가경영과 민족경영에 대한 뚜렷한 내용 없이 나라 장래가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경영과 민족경영에 대한 전략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아예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논의 중인 헌법 개정은 반드시 100년 대계를 세워나갈 각오로 사심과 당파를 초월해서 국가경영 대전략 계획을 넣어야 좋은 헌법이 될 수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현재 있는 법도 안 지키고 당파싸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을 들여다보면 균형 잡힌 정책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경제가 우선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이고 외국기업도 투자를 멈추고, 이제는 지방경제까지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더 암울할 전망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지금까지는 전 정권 탓으로 돌려왔지만 내년부터는 누구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국가경영 전략을 새로 짜는 한이 있더라도 그동안 많은 경험과 지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용하여 자손만대에 경제 번영을 누릴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하고 다른 나라에 가서는 원전기술을 수출한다니 정책이 잘못된 것 아닌가? 국가경영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 같다.

/손장진 우석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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