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똑똑해진 보이스피싱… "이젠 20대도 당한다"

이현준 발행일 2019-03-15 제6면

인천지역 '늘어나는 전화사기 범죄'… 원인과 대책은?

검경 사칭형·신규 대출 빙자…
치밀해진 범죄 수법·조직화로
작년 268억원 전년대비 109%↑
학생·취업 준비생 피해 증가세
인천청 "돈요구 통화 중단해야"

대학생 A(22·여)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경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연루됐다"며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해 경찰관에게 건네주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난 A씨는 인천 연수구에 있는 한 은행에서 통장에 있는 현금 1천260만원을 찾으려 했다.

젊은 여성이 통장에 있는 현금을 한꺼번에 찾으려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은행원은 인출을 늦추면서 인천연수경찰서에 신고했다.

은행으로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돈을 전달하기로 한 서울 강남역까지 동행했다. 역시나 돈을 받기로 한 사람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이었고, 경찰은 현장에서 그를 붙잡을 수 있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B(57)씨는 지난해 11월 휴대폰으로 이상한 문자를 받았다. 핸드폰으로 46만원이 결제됐다는 내용이었다. 결제를 하지 않은 B씨는 즉시 문자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한 남성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며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은데, 우리가 확인해 주겠다"고 B씨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이 남성은 "우리가 컴퓨터 원격 조종으로 사기 피해 여부를 확인해 줄테니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B씨는 이에 응했다.

남성은 B씨와 4시간 가량 통화하며 안심시킨 뒤 컴퓨터 원격 조종으로 B씨 계좌에서 모두 2천430만원을 다른 통장으로 빼돌렸다. B씨는 뒤늦게 사기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통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물론, 20대 젊은 층까지 범위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찰이나 검찰은 물론 금융감독원 같은 금융당국 관계자라고 속이고 돈을 요구하는 '사칭형'을 비롯해 신규 대출이나 저금리 전환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대출금 등을 가로채는 '대출빙자형' 피해도 많아지는 상황이다.

14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인천지역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68억1천만원으로, 전년 127억9천만원 대비 109.6%나 증가했다.

피해건수 역시 2017년 1천529건에서 2018년 2천325건으로 52.1%나 늘어났다. 하루평균 6.3건 정도나 발생하는 셈이다.

중·장년층에 보이스피싱 범죄피해가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회경험이 적은 20대 초반 피해자도 많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 경찰은 "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 신분이 대부분이다 보니 검찰, 경찰, 금감원 등에서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기전화를 받고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늘고 있다. "정부지원금이 있으니 저렴한 이자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현금서비스를 받아 알려주는 계좌로 송금해주면 통장 개설 후 다시 돌려주겠다"는 식이다.

인천에 사는 주부 C(58·여)씨는 지난달 25일 이런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려 492만원의 피해를 봤다. 금융감독원은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든 검찰이든, 전화로 돈을 요구하면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