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파트 설비(지역난방자동제어 시스템) 시장진입 '장벽'… '다국적공룡'에 막힌 국내업체

손성배 발행일 2019-03-15 제5면

독일계 '지멘스 제품' 조건 명시
우수 자체 기술력 가져도 '고배'
"가격 충분히 낮춰도 뻔한 결과"
공정입찰 방해 고발장… 조사중

독일계 다국적기업 지멘스가 아파트 지역난방 자동제어 공사에 자체 기술력을 가진 국내 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지멘스가 전국 아파트 지역난방자동제어 시스템 업체 선정 입찰공고시 자사 제품과 모델명을 게재하고 '지멘스 제품공급 및 엔지니어링지원협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등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역난방자동제어 시스템은 공동주택 등 시설에서 난방 및 급탕의 공급온도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아파트에 필수적인 설비다.

교체 공사는 중앙감시반, 원격제어반, 온도검출기, 원격서비스 시스템 구축 등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 공고에서 지멘스의 프로그램인 'Apogee Insight' 등이 명시돼 있고, 참가자격에 지멘스 자동제어시스템에 대한 기술력을 갖춘 유지관리업체여야 한다는 항목을 추가해 입찰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자체 기술력을 가진 국내 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실제로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가 낸 이 같은 방식의 입찰 공고에서 지멘스와 제휴하지 않은 업체가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고도 협약서를 갖추지 못해 서류 미비로 탈락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멘스의 설비가 우수하고 AS도 잘 되기 때문에 지멘스를 공고에 명시한 것"이라며 "브랜드를 보고 차량을 사는 것과 같은 논리로 행정기관에 문의한 뒤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에 지멘스를 명시하는 것은 경쟁을 가장한 사실상의 수의계약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최저가로 입찰을 하더라도 지멘스나 지멘스와 협약을 맺은 업체가 다소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아파트 관리비 부담이 가중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H사 한 임원은 "국내 기술력으로 가격을 충분히 낮춰 입찰할 수 있으나 공고에 지멘스를 뽑는다고 명시하기 때문에 지멘스 관계 업체가 아니면 입찰하더라도 불을 보듯 뻔한 결과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A사 관계자는 "1천500만원짜리 공사도 지멘스 협약서가 있는 업체가 2천200만원에 가져간다"며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다국적 공룡 기업이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멘스 관계자는 "아파트 지역난방자동제어 시스템과 관련해 경찰 피고발인 조사는 받았는데, 아직 결과가 나온 상황은 아니다"며 "성실히 조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