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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경기)

[이슈&스토리]달리는 외상센터 인천 '닥터-카'

김성호 발행일 2019-04-05 제13면

길 위에서 꺼져가는 30.5%의 생명… 이젠 '작은병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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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와 가천대 길병원이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외과전문의를 비롯한 의료진이 탑승하는 '닥터-카'를 도입 운영 중이다. 사진은 닥터-카 출동 상황을 가정해 환자를 옮기는 시뮬레이션 모습.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인천시·가천대 길병원, '골든타임 확보' 닥터헬기 이어 국내 첫 도입
구급차와 큰차이 없지만 '전문의·간호사 등 탑승' 이송단계부터 치료
119상황실-권역센터 정보 공유… 응급실 전전하다 맞는 불상사 차단
정부 생존율 확대 노력속 부산·울산시 등 '타지자체 벤치마킹'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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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은 30.5%다.

 

국내에서 외상으로 숨진 환자 10명 가운데 3명은 제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음을 보여주는 숫자다. 

 

바꿔말하면 숨진 3명은 사고 이후 적절한 처치를 받았다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외상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중요한 이유다.

중증외상환자를 '골든타임' 내에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전용 응급차량인 '닥터-카'가 최근 공개됐다. 

 

지난달 12일 인천시와 가천대 길병원이 마련한 '닥터-카 출범식'이 열렸다. 

 

닥터-카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를 단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닥터-카를 도입한 건 인천이 전국 처음이다.

인천은 지난 2011년부터 '응급의료전용 헬기(닥터헬기)'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인천은 닥터헬기와 함께 닥터-카를 도입·운영하게 되면서, 하늘과 땅에서 중증 외상환자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중증외상을 입어도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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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Examination Appointment
# 닥터-카, "이송 과정부터 치료한다"

닥터-카는 외관상 일반 구급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의사가 탑승해 외상환자를 이송단계부터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반 구급차와 큰 차이가 있다. 

 

외상외과 전문의 1명, 간호사 1명, 응급구조사 1명, 기사 1명 등 4명을 1개 팀으로, 24시간 출동 대기한다.

현재 응급의료 관련 법률에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응급구조사가 할 수 있는 처치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도 삽관이나 응급 약물 등의 응급처치도 의사의 지도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구급차에 의사 탑승 여부는 다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천시는 위급한 외상 환자임에도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기 위해 닥터-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중증외상환자는 구급차에 의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게 보통이다. 

 

중증외상환자는 중환자실과 수술실이 상시 확보돼 즉시 수술이 가능한 권역외상센터로 바로 보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긴박한 조치가 필요한 중증외상환자를 앞에 두고 한시라도 빨리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일반 병원 응급실을 먼저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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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카에는 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기사가 탑승한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이렇게 되면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우선 중증·경증환자가 뒤섞여 있는 일반 응급실에선 수술실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특정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거나 중환자실이 부족해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일도 빚어진다. 

 

처음부터 중증외상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게 중요하다.

닥터-카는 119 종합상황실과 정보를 공유하며 권역외상센터와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환자가 전문 인력과 시설이 갖춰진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닥터-카는 끼임사고나 붕괴, 추락 사고 등 상황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를 현장에서 구조한 뒤 병원 이송 과정에서부터 병원 도착 전까지 전문적인 처치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장애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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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카 내부. /가천대 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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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공항과 항만, 대형산업단지, 발전시설 등이 몰려 있고,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건설 현장도 많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 중증외상환자 발생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집계한 전국 중증외상환자 발생현황을 보면 인천의 경우 2014년 1만1천868명, 2015년 1만2천633명, 2016년에는 1만2천966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인천과 같은 광역자치단체를 비교하면 부산의 경우 2016년 기준 중증외상환자 수가 7천680명, 대구 6천5명, 광주 8천11명, 울산 2천789명 등으로 같은 기간 인천의 중증외상환자 수(1만2천966명)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닥터-카가 인천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 타 지자체 벤치마킹 활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닥터-카'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닥터-카 출범식' 개최 이후 인천시에는 여러 자치단체에서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를 비롯해 충청남도, 울산시, 전남소방본부 등 여러 자치단체와 소방 기관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닥터-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자체와 기관은 닥터-카 운영 매뉴얼과 관련 예산, 운영 방식 등을 자세히 문의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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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에 도착해 119구조대원과 함께 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의료진. /가천대 길병원 제공


정부는 현재 30.5% 수준인 중증외상환자 예방가능 사망률을 23%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런 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증외상환자 소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고심하는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닥터-카 운영 예산을 지원하는 인천시와 닥터-카 운영을 맡은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한 소방·구조 당국은 닥터-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실효성 있는 응급의료서비스 정책을 개발·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유병철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닥터-카 운영 경험이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