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피의자 인권 지키려다 '사고 증거' 놓칠라

김영래·김태양 발행일 2019-04-16 제7면

순찰차 내부 블랙박스 촬영 지침
기능없어 외부용 돌려 이용 촌극
동의안돼 탑승자 권리침해 지적
교통사고등 기록 못해 피해우려

경찰청이 현행범 등 피의자 후송과정 중 차량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촬영지침을 내렸으나, 일선에선 구형 블랙박스가 설치돼 내부 촬영이 불가능하자 외부로 설정된 블랙박스 방향을 내부로 돌려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차량은 아예 후방카메라를 떼어내 내부 촬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련 지침을 내리면서도 블랙박스 구입 예산은 책정되지 않아 일선에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5일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초 전국 경찰에 차량 내부 촬영을 지시했다.

2017년 경찰통계연보 기준 전국 경찰차 현황에 따르면 승용차 총 7천536대 중 화물차나 특수차, 이륜차를 제외한 승합차 6천119대가 대상이다.

이중 수사업무 2천74대(33.89%)는 비노출 차량으로 운영 중인데 대부분이 내부를 촬영하는 블랙박스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청의 공문을 받은 A경찰서가 보유하고 있는 비노출 차량중 30%가량이 내부 블랙박스 기능이 없어 외부 블랙박스로 내부를 촬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차량의 경우 후방카메라를 떼어내 내부 촬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A경찰서 관계자는 "내부 블랙박스가 없는 차량에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블랙박스를 설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는데, 예산은 따로 내려온 게 없다"며 "후방카메라 기능으로 내부를 촬영하거나, 외부 블랙박스 기능을 내부로 돌려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내부 촬영에 대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교통사고 시 증거자료 미확보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 피의자라 할지라도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은 되레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B서 관계자도 "차량 탑승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C서 관계자는 "사고 발생시 증거자료가 되는 외부 기록을 포기하고 내부 촬영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김영래·김태양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