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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대도시'를 '대도시'라 부르지 못하고

임병택 발행일 2019-04-18 제23면

시흥 인구 10.5% 외국인, 행정수요 증가세
50만이상 대도시 특례서 외국인 제외 부당
안산·수원·부천 등 도내 6개 市와 공동대응
내·외국인 함께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길


임병택 시흥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외국인 100만 시대'가 생경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2007년 국내 외국인 체류자 수가 사상 최초로 100만명을 돌파하자, 다인종·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이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과제들도 쏟아졌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다문화'라는 단어도, 동네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도 더는 낯설지 않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6만명을 넘어섰고, 이중 등록된 외국인 주민이 168만7천733명(2018년 12월 법무부 통계)에 이른다. 외국인 주민들만으로 한 개 도(道)를 이룰 정도다.

시흥시는 전국에서 5번째로 외국인 주민이 많은 도시다. 2019년 3월 말 현재 시흥시 외국인 주민은 5만3천686명으로 총인구(51만1천296명)의 10.5%를 차지한다. 전국적인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외국인 주민 증가가 시 전체 인구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외국인사실증명, 체류지 변경 등 외국인 주민에 대한 행정수요가 지난해에만 2만8천여건이다. 치안 유지,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등의 일반 행정수요도 예외는 아니다. 시흥시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투입한 외국인·다문화 예산은 103억원이 넘는다. 외국인 행정수요를 반영한 대도시 특례 적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대도시'를 '대도시'라 부르지 못하는 데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시 인구가 50만명이 넘으면 각종 사무의 직접 처리, 행정 조직 확대 등의 특례를 둘 수 있어 복잡·다양화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자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118조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7조에서는 '인구 50만' 산정기준을 '주민등록 인구수'로 한정하고 있어 외국인 주민은 제외된다. 실질적으로 52만이 함께 살아가는 시흥시가 50만 대도시 특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주민은 더는 유령이 아니다. 오늘날 이들은 지역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결혼 이주여성들이 5년째 '외국인 안전보건강사'로 활동하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통역을 지원하고 있고, '정왕본동 외국인자율방범대'는 주기적인 방범 순찰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시흥시는 지난 1월 정왕동에 다문화 경로당인 '어울림 카네이션하우스'를 개소하고 지역에서 활동 중인 다문화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생활도 응원하고 있다. 더욱이 공직선거법(제15조)은 등록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3천484명의 시흥시 외국인 주민이 권리를 행사하기도 했다. 대도시 특례 인정 인구수에 외국인 주민을 배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최근 시흥시는 같은 문제에 직면한 안산, 수원, 부천 등 경기도 6개 시와 함께 '대도시 특례인정 및 기구설치 인구수 산정기준' 개선을 위한 공동 건의문을 채택하고, 주민등록 인구수와 외국인 주민 수 합산을 위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 우리 시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해 왔지만, 정부는 지자체 기준인건비 산정 10대 지표에 외국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시흥시는 주민의 다양성을 반영한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속해서 목소리를 높여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는 지역공동체 일원으로 오늘의 시흥을 살아가고 있다. 그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하며 모두가 행정의 주인공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52만 온 시민이 함께 그리는 시흥의 행복한 미래를 소망한다.

/임병택 시흥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