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지원조례안이 결국 폐기되었다. 인천시의회는 14일 제25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가 요구한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지원 조례안 재의의 건'을 상정하고 해당 조례안을 폐기했다. 전쟁 피해자를 확정하는 것은 지자체의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조례의 재의를 요구한 행정안전부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지난 3월 29일에 제정된 월미도원주민지원조례의 내용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 폭격으로 숨진 월미도 민간인 희생자의 유족이나 피해 당사자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30명 내외의 지원대상자들에게 매월 20만~3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며 연간 9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런데 행안부는 전쟁 피해자를 인천시 자체 심의로 확정한다는 조항이 지방자치단체 사무가 아니고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도 아니라고 봤다. 이 조례가 한국전쟁의 결정적 분수령을 이뤘던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역사이념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정작 국가의 사무 권한 침해라는 법률적 장애물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인천시의회에서는 지난 2011년 3월과 2014년 2월에도 '월미도사건 피해주민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돼 추진된 바 있으나 당시도 행안부의 재의요구 등에 의해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행안부의 재의요구 사유를 두고 다투는 것은 더 이상 실익이 없어 보인다. 기존 조례를 재의결하여 행안부와 권한을 다투는 소송을 한다 해도 대법원까지 가야 하며 결과를 낙관할 수도 없다.
인천시의회는 소위원회를 열어 8월에 해당조례를 재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미도지원조례안은 정부기구인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월미도 원주민 37명의 귀향지원을 권고한 보고서가 있어 조례제정의 취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조례제정의 성사는 여전히 국가의 사무권한인 전쟁 피해자 선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월미도 폭격 피해자는 100명으로 추정되나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상 규명을 벌여 신원을 확인한 10명만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조례제정 취지는 살리되 피해자와 지원대상을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거나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의 위임을 받는 방법을 찾아 다툼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