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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亞 전역 확산 '아프리카 돼지열병'

황준성 발행일 2019-05-24 제13면

황금돼지의 해, 최악의 바이러스에 떨고 있는 양돈농가… '꿀꿀한' 기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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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유럽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중국과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치사율 100%에 달하지만 아직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 없다 보니 국내에 발병할 경우 다른 나라와 같이 우리 양돈 농가도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의 발병을 막는 길은 오로지 해외에서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뿐인데 여전히 여행객이 들어 오면서 가지고 온 소시지와 순대 등 돼지고기 가공식품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 우리 양돈 농가를 지키기 위해 여느 때보다도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中, 작년 발병후 100만 마리 이상 도살
몽골·캄보디아등 주변 국가로도 번져
베트남, 120만 마리 이상 살처분 '비상'
치사율 최대 100%… 백신·치료제 없어

# 중국에서 검출된 ASF 바이러스 베트남 등 전 아시아로 확산, 우리나라도 '경고등'

중국은 지난해 ASF 첫 발병 이후 134건이 검출돼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도살하는 등 후속책에만 나설 뿐, 워낙 소규모 농가가 각지에 흩어져 있다 보니 좀처럼 확산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CNN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는 중국의 돼지 개체 수가 ASF 바이러스 감염으로 약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 내 약 25%의 모돈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확산 추세가 중국 내에서 끝나지 않고 주변 국가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병한 ASF 바이러스는 지난 1월 몽골, 지난 2월 베트남, 지난 3월에는 캄보디아에서까지 검출됐다. 한 달여 간격을 두고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몽골은 11건의 검출 외에는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베트남은 이미 초토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 2월 초 베트남 남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전역으로 퍼지는 등 2천332건이 검출되면서 베트남 당국은 돼지 120만 마리 이상을 도살했다. 현지에서 3천만 마리 이상이 사육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인접한 파키스탄 정부는 'ASF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군대까지 동원한 상태다. 번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커진다는 것을 앞서 발병한 국가에서 배운 터라 오로지 유입을 막기 위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다. ASF가 발병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교역이 활발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평택항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역3
중국 등 아시아 권역에서 치사율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창궐하면서 국내 유입이 우려되자 정부는 공항과 항만 등 국내로 들어오는 길목의 검역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경인일보DB

# 치사율 100%인데 백신 없어, 국내 유입 차단만이 '정답'

ASF에 우리 양돈 농가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긴장하는 이유는 발병 시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 혈액성 설사 등으로 심급성·급성형의 경우 발병 후 1~9일 중 폐사하게 되는데 치사율이 무려 최대 100%에 달한다.

급성형보다 증상이 덜한 아급성형은 발병 후 20여일께 폐사하며, 폐사율은 30~70%다. 발육 불량과 폐렴 등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형은 폐사율이 20% 미만이다.

또 ASF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매우 높다. 냉장육 및 냉동육에서도 수년간 생존이 가능하고, 가열된 이후에도 검출된다. 훈제 및 건조된 환경에서도 역시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는 백신과 감염 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을 뿐 발병 때에는 확산 차단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해외 발생국에서도 100% 살처분 정책만 펼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유입 차단만이 정답인 셈이다.

정부 역시 ASF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력해 국경검역과 국내 방역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불법 휴대축산물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6월 1일부터 과태료를 500만원으로 올리고 3회 위반 시 1천만원까지 대폭 상향한다. 과태료를 미납하면 재입국 거부와 체류기간 연장 제한 등 제재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공항과 항만의 검역을 강화해 불법 축산물 반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ASF 발생국을 여행한 양돈농장주와 근로자에 대해서는 가축방역관이 방문해 교육하고, 국제우편 등으로 국내에 직접 들어오는 해외 직구 화물에 대한 관리도 하고 있다.

특히 주요 전파 요인인 양돈 농가의 잔반(남은 음식물) 사료 급여도 제한한다. 현재 잔반 급여 돼지 농장은 전체 양돈 농가의 4.3%인 267곳으로 파악된다.

만약 ASF가 발생하게 되면 정부는 즉시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범정부차원에서 총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韓, 유입차단 위해 국경검역·방역 강화
축산물 반입 자제등 전 국민 협조 필요

# 전 국민의 협조 필요한 ASF 예방 대책


정부 차원에서 ASF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는데도, 양돈 농가의 발병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실정이다.

가장 최근의 경우 지난 7일 중국 산둥성에서 출발해 청주공항으로 들어온 중국 여행객이 무심코 가지고 온 소시지와 순대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지난달 29일에도 제주공항으로 입국한 여행객이 들고 온 돼지고기 가공식품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만 해도 17건에 달한다.

실제로 ASF 바이러스의 전염 경로는 대부분이 외국인 여행자 또는 근로자, 해외를 다녀온 내국인들이 가져오는 오염된 돼지 생산물이다.

아무리 정부가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애써도 범국민 차원에서 동참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발생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 표 참조

▲중국·베트남·몽골·캄보디아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 여행 자제 ▲해당 국가 여행 후 축산농가 방문 금지 ▲해외여행 후 축산물 휴대 및 반입 금지 ▲등산 등 야외 활동 시 먹다 남은 돼지고기 부산물 무단 투기 금지 등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양돈농가는 축사 내외 소독과 농장 출입차량 및 출입자에 대한 통제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의심되는 가축을 발견할 경우,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1588-4060)로 신속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