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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아동학대가 남기는 뇌의 상처

문경희 발행일 2019-06-17 제23면

문경희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
문경희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
지난 5월 23일 정부는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추진방향으로 설정하고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아동학대의 범위를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 내 체벌'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은 1960년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고 아동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다.

최근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아동학대 사건으로는 계부의 성범죄를 신고한 후 계부와 친모의 공모 속에 살해당한 아동 사건이 꼽힌다. 부모와 사회의 보호 속에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아동의 삶을 앗아간 아동학대는 매우 심각하고 끔찍한 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를 부모 훈육의 한 방법으로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필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면서 만난 아동학대 행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는 "말로 해서 안 듣는데 그럼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죠"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동학대가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경우, 발달상 자신이 고통받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또 적절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어 초기 대처가 지연되기도 한다. 특히 학대받은 아동은 여러 연구에서 해마의 부피가 더 작다는 것이 관찰됐다. 해마가 정서 조절과 사건에 대한 의식적인 기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대받은 아동은 정서적 어려움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번 손상된 뇌의 회복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린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손상된 채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조현병 등 심각한 정신장애에 있어 유년시절 아동학대의 경험이 여러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아동학대로 인해 아동의 뇌에 평생 회복되지 않을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부모가 인지하고, 경각심과 민감성을 키워야 한다.

/문경희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