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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끌 수 없는 불꽃' 구태환 연출가… "제암리 학살, 일본 시각까지 제대로 담아"

강효선 발행일 2019-06-12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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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끌 수 없는 불꽃'을 연출한 구태환 연출가(왼쪽)와 극중 스코필드 역을 맡은 배우 이찬우.

아픈역사, 고민에 또 고민
'다양한 고증' 왜곡 최소화
"생각·기억해야 반복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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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민감한 사건을 다룰 때는 철저한 고증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기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만한 요소들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하는 작업도 필요해 여러모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역사적 사실을 담은 작품은 흥행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고, 창작된 부분도 담겨 있어 고증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

구태환 연출가는 일제강점기, 독립 만세운동 당시 가장 잔혹했던 화성 제암리 학살사건을 다루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이런 고통을 감내하기로 했다. 슬프지만, 기억해야할 아픈 역사를 전하는 만큼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한구 작가와 제암리 학살사건을 다룬 작품을 만들자고 계획했어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 사건에 대해 많은 분이 알 수도 있지만, 크게 다룬 적이 없던 역사라고 생각했고, 이 역사를 알리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수정 작업도 길었어요. 우리가 그 시대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죠."

이번 작품은 제암리 학살사건을 접하고 이를 책으로 펴낸 스코필드 선교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구 연출가는 작품에 당시의 고통과 슬픔을 담아내는데 집중하면서도, 일본의 시각도 적절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제암리 학살사건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궁금했어요.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무마했는지 관객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끔찍했던 학살사건이고, 아픈 역사인데 이것을 제대로 밝혀내지 않으면 왜곡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올바른 역사를 알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생각했고, 여러 논문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일본의 시각도 함께 담았어요."

사실 코미디, 로맨스 등의 장르와 달리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작품은 여전히 일반 관객에게 낯설고 어렵다.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역사를 다룬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이 공연됐고, 이를 찾는 관람객도 많았지만 이전에는 역사물을 찾는 발길이 많지 않았다.

구 연출가는 역사를 다룬 작품은 관객들이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게 할지, 무엇을 바라봤으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이런 아픈 역사도 있었구나 생각하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더 이상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구 연출가에게 좋은 연극에 대해 물었다.

그는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연출자와 배우는 관객에게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관객은 좋은 점과 부족했던 점을 지적해 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런 과정이 있으면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고, 다음 무대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