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홍콩 시위,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 강행에 수만 명 시내 집결

디지털뉴스부 기자 입력 2019-06-12 18:10:34

2019061201000968200047881.jpg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가 예정된 12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 주변에 시위대가 집결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시위가 격화할 양상을 보이자 일단 법안 심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홍콩 AP=연합뉴스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12일 법안 심의가 강행될 예정이어서 홍콩 도심에서 다시 한번 격렬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장 앤드루 렁은 이날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에 이어 61시간의 토론 시간을 갖고 오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범민주파 의원들은 홍콩 정부가 지난 9일 100만 명의 반대 시위로 표출된 민의를 무시하고 법안 심의를 서두르고 있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였다.

9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홍콩의 직장인과 학생들, 기업인들은 일과 학업을 멈추고 법안 저지에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총파업과 저지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전날 밤부터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홍콩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으로 몰려든 시위대의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 이미 수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가 검은 옷에 하얀 마스크를 쓴 이들은 홍콩 입법회 인근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금속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의 도로 점거로 인해 이 지역의 버스 통행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홍콩 경찰은 5천 명의 인력을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에 배치해 시위대 통제에 나섰지만, 시위대 규모가 불어나면서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법회 인근 애드머럴티 지하철역에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자 시민들이 검문검색이 목적이 무엇이냐며 거칠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홍콩 시내로 집결하는 시위대는 교사, 사회복지사, 예술가, 기업가, 항공사 승무원 등 각계각층을 망라하고 있다.

홍콩 교사 노조는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동참해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독려했다.

교사 노조는 온라인 청원문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철회를 촉구하면서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자유, 평화, 평등,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일부 학교의 교장은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용기 있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장려할만하다"는 견해를 내놓아 학생들의 시위 동참을 사실상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등학생들도 법안 저지에 나서 72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시위에 동참할 뜻을 전했다.

홍콩중문대학, 홍콩과기대학, 홍콩이공대학 등 7개 대학 학생회도 동맹휴업을 벌이고 법안 저지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50여 개 사회복지단체의 사회복지사, 상담사, 치료사 등 2천여 명도 이날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다.

홍콩 예술가 노조는 화랑 등이 휴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이에 100여 개 화랑과 예술학교, 문화단체 등이 문을 닫고 이날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시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가들도 적지 않아 홍콩 내 400여 개 기업과 점포 등이 이날 하루 동안 영업을 중단하고 저지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코즈웨이베이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마이클 유는 "지난 9일 시위에 대한 홍콩 정부의 반응에 실망했다"며 "정부가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떠한 수단이라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항공사 승무원들도 법안 저지시위에 동참했으며, 시내버스 운전사 노조는 서행운전 등으로 지지의 뜻을 밝히기로 했다.

천주교 홍콩교구 등 종교계도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의 추진을 보류하고 시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저지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질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특히 캐리 람 행정장관과 테레사 청 법무부 장관(율정사 사장) 및 가족 등은 범죄인 인도 법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24시간 이내에 살해할 것이라는 신원 미상 인물의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은 이 협박범의 신원과 배후 파악에 나섰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9일 시위 때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나는 홍콩의 지도자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이러한 일이 재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9일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나, 10일 새벽 일부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 밖에서 해산하지 않자 경찰이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은 시위 참가자 19명을 체포했으며, 358명의 시위 참가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기업가협회 등 4개 친중파 단체도 폭력 시위가 발생했다고 비난하면서 "홍콩이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되지 않도록 범죄인 인도 조약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입법회는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어 시민들의 대대적인 저지시위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뉴스부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