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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비핵화 협상, 정상회담 외양 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경인일보 발행일 2019-06-14 제19면

2019년 2·27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이후 소강상태였던 한반도 비핵화협상이 최근 들어 재개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자신과 김 위원장이 좋은 관계를 유지중이며 긍정적인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북유럽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과 북·미간에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 대화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한반도 비핵화, 정확하게 말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당사국의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남·북·미 비핵화협상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올해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의 세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차례 북미정상회담의 양상과는 크게 다를 것이고 달라야 한다고 본다. 앞선 회담들은 남북정상간의 대화재개와 북미정상간의 역사적 만남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남·북·미 정상간의 대화는 정상회담 자체의 이벤트성 보다는 실질적인 대화 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한국이나 미국내 여론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보다는 실질적인 회담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즉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어느 수준으로 실현해 낼 것인가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패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경제제재를 풀어내야 할 북한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실무적 차원에서 북한 비핵화 수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고는 정상회담,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쉽게 이루어질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호평하면서도 회담 자체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북·미회담을 중간에서 견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 정리가 중요하다. 대통령을 향한 거친 비판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을 애써 참으며 대화국면 관리에 애써 왔다면, 이제 그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분명히 할 때가 됐다. 미국의 북핵 일괄폐기 요구와 북한의 단계적 폐기 주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외교가 과연 가능한지 잘 판단해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질수록,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대한민국의 외교 목표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