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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붉은 수돗물'사태 인천시는 어디에 있었는가

경인일보 발행일 2019-06-18 제23면

이쯤 되면 국가적 재난이다. 지난 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급기야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사태 해결을 지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행정안전부장관은 피해 수습을 위해 재난안전 특별교부금 15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6일 인천시교육청에서 열린 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해 피해 학교들의 원활한 급식 운영을 위해 인천시교육청에 특별교부금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자체 생산하는 수돗물 '아리수' 12만병을 인천시민의 식수용으로 긴급 지원했고 사태해결 시까지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게 국가적 재난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총리가 나서고, 부총리가 나서고, 장관이 나서고, 정부합동조사반이 편성돼 원인분석에 나섰지만 정작 인천시에서는 행정부시장이 퇴직을 앞둔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가진 게 전부 다였다. 대응의 '격'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엉망이었다. 사태 발생 나흘이나 지난 날 늦은 밤에 시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상황을 알렸다. 그런데 메시지 끝에 "긴급재난문자 아님"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더 큰 혼란을 일으키고 시민들을 격분시켰다. 피해 대상지역 판단도 갈팡질팡했다. 영종지역은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포함시켰고, 이젠 강화지역까지 피해범위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피해가 심한 서구 주민들은 휴일인 지난 16일 오후 거리에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인천시를 강하게 규탄하는 집단시위를 벌였다.

300만 인천시민 모두가 '수돗물 공포증'에 떠는 동안 인천광역시장은 어디에 있었는가. 인천시교육감과 함께 수돗물을 마시고, 직원들을 대동한 채 상수도 배관시설 현장을 둘러보고,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부총리 옆에 앉아 있는 장면을 보도사진을 통해서만 보여주던 박남춘 시장이 사태 발생 19일 만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시의 대응이 부실하고 안이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확실시'되는 원인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20여 일 동안 집행부를 비롯한 인천광역시 행정의 무능함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난 뒤다. 시민들의 실망과 불신을 어떻게 씻어내고 어떻게 회복할는지, 과연 그게 가능키나 한 것인지 모든 게 의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