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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15)'레퀴엠']시대별로 변화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9-06-21 제1면

장례 기도문 입당송 문장서 유례
20세기 들어 연주회용으로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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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Requiem)의 정식 명칭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이다. '진혼곡(鎭魂曲)'이라고도 한다.

많은 작곡가들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레퀴엠을 작곡했다. 수많은 레퀴엠 중 프랑스 작곡가 포레(1845~1924)의 작품이 매우 아름다운 수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죽음의 고통이나 절망감, 비통함 등의 정서를 걷어내고 정갈한 슬픔만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레의 레퀴엠에서 슬픔과 함께 아름다움과 따스함도 느낄 수가 있는데 이는 작품의 색다른 구성에 기인한다. 입당송과 키리에, 봉헌송, 상투스 등의 전반부 배치는 다른 레퀴엠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진노의 날이 빠졌다.

이는 죽음(심판)에 이른 인간의 비극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되새기지 않으려는 작곡자의 의도로 읽힌다.

작품의 후반부는 자비로운 예수, 신의 어린 양, 자유롭게 하소서, 천국에서 등으로 구성됐다. 위안을 주는 기도문(가사)만을 택해서 배치했다.

이 같은 구성과 어우러진 음악적 아름다움은 포레의 레퀴엠을 슬프면서도 정화의 효과가 큰 작품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레퀴엠은 본래 '안식'을 뜻한다. 그렇다면 레퀴엠이 어떻게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을 의미하게 되었을까. 가톨릭 미사 중 장례 미사 기도문의 가장 처음에 놓인 입당송(Introitus)의 첫 문장은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이다.

그 첫 단어인 레퀴엠으로 '진혼 미사(곡)' 혹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를 일컬어 온 습관이 굳어진 것이다.

음악사에서 르네상스를 지나 초기 바로크 시기인 1620년까지 70여개의 레퀴엠이 작곡됐다. 이때까지의 레퀴엠은 기악 반주가 없는 아카펠라 스타일의 다성음악이었다. 이후 1750년까지 320여개의 레퀴엠이 발표됐다.

고전주의 시기로 진입하면서 왕족이나 귀족을 비롯해 유명 인사의 장례식을 위한 위탁 작곡이 늘어난다. 고섹과 케루비니의 작품을 비롯해 미완성작인 모차르트의 레퀴엠 등이 유명하다.

낭만주의 시기엔 종교음악 장르가 쇠퇴하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의 낭만성'을 드러내는 레퀴엠에 많은 작곡가들이 빠져들었다.

1825~1910년에 620여개의 레퀴엠이 작곡됐다. 이 중 베를리오즈와 베르디의 레퀴엠은 그랜드 오페라의 개념이 접목돼 장대한 규모로 만들어졌다.

20세기 중·후반에 레퀴엠은 자유로운 텍스트를 취하거나 아예 가사 없이 작곡되었다. 가톨릭의 전례용이 아닌 연주회용으로 작곡된 것이다. 1910년 이후 작곡된 레퀴엠은 400여곡에 달한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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