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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17)'카르멘']비제의 하층민 이야기 '사실주의 오페라 효시'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9-07-05 제1면

기존 신화·귀족서 탈피 여공 다뤄
초연 '혹평' 반면 작곡가들은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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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선 구노와 마스네의 그랑 오페라,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베르디의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행했다.

 

같은 시기 독일에서는 바그너의 '음악극(Musik Drama)'이 뿌리를 내리고, 유럽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파리 태생으로, 파리음악원을 나온 비제(1838~1875)는 오페라 '진주조개잡이'(1863), '페르트의 아름다운 아가씨'(1867) 등을 발표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이름을 알렸지만, 흥행에서는 실패했다.

빈곤한 생활 속에서 슬럼프에 빠진 비제는 몇 개의 오페라를 작곡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완성에 이르지 못하지만, 당시 작곡한 음악들은 이후에 나오는 오페라 '카르멘'을 비롯해 극 부수음악 '아를르의 여인' 등의 모티브가 되었다.



비제는 1873년 '카르멘'의 작곡을 시작했다. 메리메의 동명 소설에 의한 이 작품은 1875년 초에 완성됐으며, 그해 3월 파리의 오페라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혹평이 쏟아졌다.

"바그너와 베르디의 예술적 성과가 공존하는 시대에 이 같은 저질 이야기를 다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오페라계의 쓰레기" 등의 표현마저 나왔다.

악평 속에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비제는 '카르멘' 초연 3개월 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불과 37세의 나이였다.

'카르멘' 이전, 오페라는 화려한 신화나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카르멘'에는 담배공장 여공과 집시, 사병 계급의 군인과 밀매업자 등이 나온다. 스페인 하층민의 어두운 삶을 배경으로 '사랑'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강하게 대비시켰다.

동시대 작곡가들은 이 작품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재공연에서는 청중의 평가도 호평으로 돌아섰다. 청중의 격렬한 찬사 속에 '카르멘'은 오페라코미크에서 무려 48회에 이르는 공연을 이어갔다.

1876년 오페라코미크에서 작품을 접한 차이콥스키는 "모든 면에서 걸작인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생상스, 브람스, R.슈트라우스, 드뷔시 등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비제의 '카르멘'은 사실주의(베리스모) 오페라의 효시로 불린다. 마스카니와 푸치니의 주옥같은 작품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 '카르멘'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 중 하나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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