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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르포]불매운동에 희생되는 자영업자들의 '눈물'

이준석 발행일 2019-07-23 제9면

국산재료 쓰는 소문난 일식집도 '발길 뚝'

가장 바쁠 시간에…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상품이나 문화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골목상권까지 확산되면서 라멘, 스시 등 일본에서 유래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애꿎은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2일 경기도 내 한 일본음식점이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대학생들 '선택 아닌 필수' 여겨
돈까스등 음식 먹는 것조차 피해
매출 크게 줄어 문 닫아야 할 판
"日과 상관없다는 것 알아줬으면"

"일본에서 유래된 메뉴를 팔고 있기는 하지만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국산입니다.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22일 오전 11시 30분께 수원시 영통구의 아주대정문 삼거리.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아주대를 빠져나오는 학생과 인근 빌딩에서 나온 회사원으로 거리는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선호하는 메뉴에 따라 패스트푸트, 중국집, 분식집 등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유독 '라멘집', '일본식 돈까스집', '초밥집'으로 가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실제 3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A라멘집은 금일 점심 손님이 4명에 그쳤다. 음식을 만든 뒤 사장은 가게 밖으로 나가 허탈한 표정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이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인근의 B회전초밥집도 마찬가지로 10여개의 테이블 중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초밥이 놓여있는 트레일러 앞에 앉아 있는 이들까지 모두 포함해도 손님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손님이 적다 보니 트레일러 위에 가득 놓인 초밥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 가게 내부를 돌 뿐이었다.

반면 다른 대부분의 일반 음식점은 빈 테이블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대학생 김모(23)씨는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어 일본 음식을 먹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정식으로 사과하거나 우리 정부와 화해하기 전까지는 일본과 관련된 음식이나 제품은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 음식점 불황은 대학가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맛집으로 소문 난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 일본 가정식 전문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지만, 이달 들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 이날 점심 손님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식당 주인은 "불매운동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일본 기업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애꿎은 자영업자도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일본 가정식을 팔지만 원재료나 식기류 등은 일본과 상관 없다는 사실을 손님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